같은 선에서 시작해 같은 시간을 살아왔으나 매 순간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만을 뼈저리게 느꼈다. 너의 뒤를 따르는 동안 피어오르는 이 회색빛 감정에 파묻혀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손에 쥐어진 질투라는 이름의 검붉은 단도에 몸서리치며 내던지던 것이 몇번이었을까. 저도 모르게 멈춰선 발은 좇기를 거부하고 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뒷모습. 당당하고 찬란한, 손을 뻗기도 두렵게 느껴지는 빛. 너무나도 환한 빛에 일어난 그림자가 너와 나의 사이로 길게 드리워졌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 길고긴 거리감과 함께 다시금 손에 쥐어지는 단도. 다시 내던질 마음은 떠오르지 않는다. 슬그머니 기어나온 너의 피를 보고싶다는 욕망마저도 눌러담았다. 미워하지도, 미워할 수도 없는 마음에 응고된 시꺼먼 자괴감.

너를 미워하고 싶다. 너를 원망하고 싶다. 칼날에 엉긴 붉은 마음을 심장에 꽂아넣었다. 스스로 꽃아넣은 아픔으로 하여금 너를 미워하련다. 스스로 새긴 자상을 잊고 붉은 피를 쏟으며 너를 원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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