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 끝나고 1빠로 튀어나오다가 차에 치였다.

아니, 그걸 차에 치였다고 할 순 없지. 정확히는 멈춰있던 차에 내가 부딪친 거다. 나는 등신같이 세레머니 하면서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누가 학생!! 하고 부르는 소리에 돌아봤고, 차가 바로 옆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시발 이대로 치이나!? 수능 본 날에!? 순간 주마등이 지나가려고 했지만 그 차는 멈춰있었다. 나는 아무도 밀치지 않았는데 혼자서 차 보닛을 손으로 짚고 할리우드 액션을 펼치며 넘어졌다. 그렇다. 그냥 스텝이 꼬인 거였다.

“누가 차에 치였나봐! 어떡해!”

근데 주차된 차였는데! 누가 말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든 생각은 ‘아 시발 개 쪽팔려’였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어나려고 했는데 수능 끝난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이 시발 날 향해서 셔터를 터뜨릴 때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뒤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기사로 쓰기만 해봐 다 고소 해 버릴 거야. 사람이 차에 치였는데 사진이나 찍고 있냐. 물론 치인 게 아니지만 그거 가지고 기쁨으로 실신한 수능 끝난 고3 같은 타이틀 걸어서 기사 띄울 거잖아. 그리고 여기저기 합성되는 개그 짤로 쓰이겠지. 시발.

일어나고 보니 교문 앞에 수험생 모두가 몰려서 나를 구경하고 있더라. 시발 얼굴 터져 죽을 뻔. 박수치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왜 분위기 타서 박수를 치는데. 내가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했는데 앰뷸러스 태운 기자양반 잊지 않겠다. 신고 언제 한 거야. 나는 구급차 대원하고 뻘줌하게 마주 앉아서 병원을 가야했다고. 응급처치로 내 손바닥에 빨간약 발라주더라.

그리고 나는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었는데 중간에 잠들었는지 기억이 없다. 시발 얼굴이 더럽게 아프네. 아까 쪽팔려서 몰랐는데 설마 얼굴로 아스팔트 바닥을 긁었나. 어쩐지 다들 날 보고 아픈 표정을 짓던데. 아 시발 진짜 아프다… 심한 상처인가 보려고 얼굴을 더듬어보니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붕대? 그냥 반창고가 아니라?

설마 내가 너무 못생긴 나머지 교통사고 후유증인줄 알고 성형수술이라도 해 준건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멍 때리고 있는데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스팬담 주임님! 정신이 드셨습니까?”

뭐?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입을 연 순간 3평방 센티미터의 구내염에 알보칠 원액을 바른 듯한 통증이 쏠려왔다.

“…!!!”
“괘, 괜찮으십니까?”

니 눈엔 내가 괜찮아 보이냐!!!

시발 너무 아프면 비명도 안 나오는 구나.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방금 강이랑 꽃밭이 보였어. 저기서 손을 흔드시는 분이 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이신가요? 아 아니라고요. 죄송.

의사가 뭔가 주사한 게 진통제였는지, 간신히 이승으로 돌아왔다. 효과 직빵이네.

아 근데 잠시만.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야?

“스팬담 주임님, 괜찮으십니까?”
“잠깐만, 지금 뭐라고?”
“스팬담 주임님, 괜찮으신지 물었습니다. 혹시 머리가 어지러우십니까? 앞은 잘 보이세요?”

응. 시발 존나 어지러워서 뒤지기 직전인데. 너 때문에.
시발. 지금 나한테 뭐라 그랬어?

스팬담? 엉? 스팬담?

내가 알고 있는 그 스팬담은 아니겠지?

“거울!!!”
“네, 넵?”
“거울 갖고 오라고!!!!”

벽 앞에 서 있던 선글라스 쓴 놈이 주춤거리며 나갔다가 거울을 들고 돌아왔다. 나는 거울을 보자마자 그 거울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쨍그랑’

방 안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싸늘해졌다. 하지만 내 기분이 더 싸늘했다.

시발 거울 속에는 얻어터진 후 ver의 스팬담이 있었다.
보라색 미역머리새끼
여자도 때리는 병신 개찌질이 3류 낙하산 악당 스팬담

시발 내가 스팬담이라니

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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