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 마감해서 퍼슨오브인터레스트 게스트북에 냈던 원고였습니다.

 

 

 

 

 

균형

 

 

 

 


사실 처음부터 불안했었다. 어쩌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저 남자를 선택한 것은.

“……해롤드?”

내 오만이었는지도 모르지. 다를 거라고, 달라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일을 하는 나라면 분명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라면. 도대체가 불가능한 일을 간단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한 때나마 있기는 했으니까.

“존.”

부름에 답을 하자 금방 눈이 휘어지면서 웃었다. 저 눈에 홀린 걸까. 이유를 따지자면 너무나도 많아서 굳이 다 말을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무슨 생각해요.”

네 생각, 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어서 글쎄, 하고 말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지만 리스는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어젯밤까지 이미 서로 충분히 몸을 혹사시켰다. ‘넘버’를 찾은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냥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텐데. 그러나 이 세상은 우리를 그렇게 두지 않았다.

천천히 내 입술로 찾아드는 리스의 입술에 답하고 만 것은 그러니까 당연한 결말이었다. 운명처럼 우리는 만나고야 말았으니까.

 

 

▽ ▽ ▽

 

 

‘넘버’들은 매일 끊임없이 나왔다. 넘버들을 찾아서 그들을 가까스로 구하는 일이 반복됐다. 세부적으로는, 그리고 개별적으로는 모두 다른 사건들이었다. 그 세부사항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다 리스 탓이었다.

리스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이 일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넘버들을 구할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과거를 알면서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그조차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나였다. 내가 리스에게 빠지고 말았다. 그에게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일 같이 위험한 곳으로 넘버들을 구하러 가는 그를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의 생명이 지장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넘버들을 구하라고 그를 보낸 것이 자신이었으면서도 어딘가 앞뒤가 바뀐 생각을 했다. 핀치가 다치면 안 된다고, 미리 충분히 검색을 하고 없는 신분은 만들어서라도 그를 최대한 보호하려 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정말로 위험에 닥치는 순간은 자주 찾아왔고 그때마다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제까지는 매번 그가 멀쩡히 목숨이 붙어 있는 채로 살아 돌아왔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속였다. 그를 그만두게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그와의 유일한 연결 고리가 끊어져 버리니까. 그렇다고 넘버들을 구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건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의 일이었다.

정말이지 진퇴양난이었다. 자신이 그를 포기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핀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생각만 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매번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절대로 내뱉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였다.

아마도 어떻게든 이 세상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 ▽ ▽

 

 

그렇게 생각한 게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처음 동거를 제의한 게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지금에서야 그게 문제인 걸 알았냐고 한다면 대답할 수 없겠지. 그조차 자신의 과욕이었는데 리스는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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