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산에 나오는 범귀를 잡으러 갔다 오히려 당하고 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작은 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왕을 보좌하던 신하들은 각자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이 와중에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바빴다. 백성은 굶어 죽느니 차라리 범귀에게 잡혀 먹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이 나라를 벗어나기도 했다. 일부는 '범귀'에게 죽었으나 대부분은 탈출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다. 노비가 된 토착민들은 지배계층에게 착취당하다가 결국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집에 불을 놓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공권력으로 잡을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무너진 공권력으로도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었다. 나라를 이끌어야 할 이들마저도 그 살인이나 약탈에 동참하고 있었다. 고립된 나라는 선혈과 비명만 가득했다. 그 나라의 소문이 널리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땅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소문을 내고, 또 소문을 내고, 그렇게 그 소문은 먼 곳까지 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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