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ing : Sam/Dean, Adam/Dean
Rating : PG-13
Warning : homosexual, Angst, Incest, violence



(Dean's point of view)

 

고열 속에서 잠시 정신이 들었을 때, 문득 자신이 업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넓은 등의 감촉은 어릴 때 감기에 걸려서 아버지가 업어주었던 느낌과 닮아 있었다.

 

"...아버지?"

 

나도 모르게 그를 부르는 것은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전해 오는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전혀 닮지 않았어.. 그 푸른 눈조차 명백히 어머니와 달랐다.

 

처음으로 생긴 친구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지. 그게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리고 애덤보다 샘이 더 아버지를 닮았었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어느새 몸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잃은 것일까, 시간 감각이 없다.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치솟았다.

알 수 없는 어둠은 무섭다. 언제 어디서 내 세계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차가운 수건이 얼굴에 닿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바로 잡히고, 애덤이 심각한 표정으로 땀범벅이 된 내 얼굴을 닦아 주고 있었다.

그 손길이 기분이 좋아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몰아 쉬었다.

 

병원도 의사도 싫어하지만 애덤은 자신의 동생이다. 가족이 간호해주는 것은 싫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삽질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오로지 그 부드러운 손길에 매달려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제길, 여자가 좋은데 이 나이 되도록 동생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다니...

다시 한번 진지하게 여자를 사귀어볼까 1초 정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새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버려서 분산 되어버렸다.

때때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온몸이 불타버릴 것 같았다.

아, 고작 이런 열 때문에...지옥은 이보다 더 했다고… 한심하긴..

달콤함은 잠처럼 고통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이다.

 

“형, 정신이 들어?”

“…어떻게 됐어?”

 

애덤은 눈치가 빠르다. 내 한마디에 궁금해 하는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둘째 형이 전화했었어. 한번 집에 가서 딘의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정말 귀신 같은 형이야. 딘이 이렇게 아프게 될 거라는 걸 의사인 나보다 더 잘 내다보니까 말이야? 덕분에 근무 중에 달려오긴 했지만… 아마 돌아가면 산드라가 곤란해할 거야.”

“그… 그 새끼는…?”

“그 불법 침입한.. 변태는 의자에 묶어놨어. 우리 집에 들어오다니 정말 간이 부은 것 같아.”

“Son of…. 그 자식, 죽여 버릴 거야.”

“진정해, 형! 지금 형은 몸이 다쳐서 약해진 탓에 면역체계가 엉망이야. 그래서 감기도 쉽게 걸린 거야… 지금 딘이 할 일은 해열제 먹고 푹 쉬어야 해.”

“하~아? 감기? 내가 감기에 걸린 거라고?”

 

감기에 걸린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애덤의 목소리는 제법 심각했다.

 

“열은 정말 무서운 거야. 감기로 죽는 사람도 있는데 감기라고 무시하면 안돼.”

“어련하겠어? 천하의 닥터 윈체스터가 하시는 말씀인데….”

 

고맙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역시 이런 홈 드라마는 내게 맞지 않아.

애덤이 조용히 나를 보았을 때, 문득 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저런 퍼피 아이즈로 쳐다보는 것이….

 

 

(Adam’s point of view)

 

그 후 딘이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거실에는 비록 묶여있다고 하지만 괴한이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혼날 각오를 하더라도 딘을 혼자 둘 수 없었다.

샘에게 연락을 하면 당장 달려올 텐데… 쉽게 핸드폰으로 연락을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괴한에게 동정심이 느껴서? 아니면......

 

…딘을 자신이 돌볼 수 없을까 봐?

 

“머리가 아파….”

 

그때 허스키한 목소리가 침대 쪽에서 희미하게 들렸지만 나는 재빨리 다가갔다.

그리고 딘의 귀 뒤에 손가락을 갖다 대 보았다.

 

“아무래도 열 때문에 그럴 거야. 얼음팩을 가져올게.”

“끄응… 애덤, 이 열은 도대체 언제 떨어지는 거야?”

“딘은 나이도 있으니까 뭐.. 하는 거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이 이야기 하지 말랬지!”

 

딘이 버럭하며 내 말을 부정했지만, 정신이 없는 건지 그 뒤 말을 잃고 끙끙 거리기만 했다.

 

잠시 후 얼음팩을 가져왔을 때, 딘은 괴로움에 엎드려 있었다.

그의 몸을 돌리자, 딘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땀을 닦아주고 시원한 얼음팩을 이마에 올려주었다.

인상을 찌푸리던 딘의 얼굴이 한결 풀어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형은 자신의 앞에서 다쳐왔지만 이렇게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평소엔 강인하게 보이고 싶어서 인지 의식처럼 인상을 찌푸렸지만, 잘 때는 달랐다.

힘을 주던 눈썹이 풀어지고 정말 순한 얼굴이 되는 게 가끔 베이비페이스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딘의 어린 모습….

그게 어떨지 궁금했지만 남아 있는 사진이 별로 없었다.

남아 있는 사진들도 대부분 존을 따라 사냥을 시작했을 무렵이다.

어른스럽게 보이려는 표정의 어린애. 그것이 딘이었다.

 

어쨌든 자신의 형은 누구보다도 강하고 남자답지만 가끔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상처 받은 눈동자, 굳어진 얼굴을 볼 때면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것이다.

 

문득 그를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때는 자신의 형제인지도 모르고, 그저 낯선 이방인들이라고 생각했었지.

특히 샘과 딘은 누구보다도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엔 그들이 연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만큼 샘이 딘을 바라보는 눈빛이, 딘이 샘을 바라보는 눈빛이 특별했다.

 

“으….”

 

그때 딘의 신음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뜨거워…”

 

딘이 뜨거운 숨을 토하며 중얼거리며 눈을 떴다.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게 반은 무의식 상태인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파 죽겠어, 새미…….”

 

딘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자, 가슴에 쿵하고 충격이 가해진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도 딘은 샘을 찾고 있는 것일까?

 

“형, 괜찮아?”

 

그를 불러보았지만 이쪽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너무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아 주사를 놓아야 할까 고민했다.

 

아, 하지만 도구는 모두 병원에… Damn it, 바보 같은 애덤. 가운만 입고 오면 어쩌겠다는 거야?

 

이 새벽에 응급실에 데려갈까 싶었지만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딘은 너무도 죽어가는 어린 새 같았고,

거친 모양이지만 제법 가늘고 부드러운 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보통 동물은 쓰다듬는 것에 위로를 받곤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픈 것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지만, 용기를 줄 수 있다.

효과가 있었는지 딘의 표정이 다시 한결 부드러워졌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정말로 평소의 딘 같지 않았다.

 

“Dad…”

 

쓰다듬던 손이 멈칫하고 말았다. 지금 딘은 아무래도 무의식 상태인 것 같았다.

 

“딘…….”

“Dad…가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는 딘이 너무 애처로워 보였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진다고 했던가. 어쩌면 딘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이럴 때 딘에게 어떻게 대해주었을까?

자신이 아팠을 때 어머니가 해주었던 방법대로 조심히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딘은 눈을 감은 채 움찔했지만, 그것을 뿌리치지 않았다.

희미하지만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는 것을 보고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필시 지금 얼굴이 달아오른 모습을 딘이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붙잡은 손이 뜨겁지만 뗄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딘을 지켜보았다.

 

“안심해, 형… 어디에도 가지 않아.”

 

이런 모습을 딘이 제정신일 때 이야기한다면 펄쩍 뛰며 부정 하겠지…

그렇지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 또한 적지만 둘 만의 추억이 될 거니까…….

 

 

 

***

 

 

 

샘에게 연락한 것은 아침이 되고 난 후의 일이었다. 샘은 애덤에게 화는 내지 않았다.

딘이 아파서 간호해준 것을 기특하게 여기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았던 딘에게, 애덤이 있었다.

그에게 질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도 그가 가족이라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이야. 너를 경찰에 넘길까, 무덤에 파묻어버릴까?”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었던 괴한은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지만,

샘이 두건을 벗기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이런 대담한 짓을 벌였던 자에 대한 예상과 달리 괴한은

막 난 여드름도 덜 익은, 15~16세정도로 보이는 어린애였다.

한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어차피 이 근방 학교의 학생일 것이다.

조사하면 금방 나오니까.

 

“자,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해칠 생각이 없었어요!”

 

학생이기에 미래가 걱정된 것일까,

아니면 어린애라는 것을 강조하면 용서받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지만 애덤은 샘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그를 동정할 수 밖에 없었다.

샘은 분명 약자에게는 부드럽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고, kid…

 

그를 생각해서 샘에게 굉장히 부드럽게 돌려서 말해주었지만, 어찌됐든 샘은 용서할 것 같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리 변태라도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없다는 딘 윈체스터의 가치관 덕분에 무덤에 생매장당할 것 같진 않지만,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나게 고통 받게 될거야.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애덤은 오싹한 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샘은 자신의 덩치가 위협적인 것을 잘 활용해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잠시 침묵한 후, 조용히 말했다.

 

“이름이 뭐지?”

“…….”

“이름을 말 안하면 안 죽을 것 같아?”

 

너무도 살기 넘치는 분위기에 소년은 기가 죽어버렸다.

멀리서 보던 꺽대를 막상 눈앞에서 보니 기가 죽을 정도로 단정한 얼굴이 묘하게 덩치랑 매치해서 무섭다.

 

“저, 저스틴이요.”

“풀네임!”

“…저스틴 팀버레이크……”

“오호라…?”

 

샘의 눈썹이 크게 휘며 시선을 굴렸다.

 

“네가 그 매주 월요일에 빨간 봉투의 편지를 보낸 놈이냐? 이 근방 고등학교에 다니고 여동생이 있지? 싫어하는 것은 당근이랑 양배추….…”

“그, 그건 어떻게?”

 

지켜보던 애덤은 그가 딘에게 편지 보내온 사람들의 리스트를 꿰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게다가 언제 뒷조사까지? 그것을 기억까지 하고 있다니….

정말로 샘을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애덤이었다.

 

저스틴의 질문과도 아랑곳 없이 샘은 야비한 어른처럼 한차례 쉬더니 입을 열었다.

 

“학생이라서 설마 이런 일까지 벌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른 녀석들도 미리 밟아버려야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샘은 저스틴을 내려다보았다.

 

“반성하고 싶니?”

 

저스틴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성하기 위해서는 죄값을 치뤄야 하겠지? 죽이는 것은 뭐하고… 그래, 산채로 땅 속에 묻어줄까? 아님  양호하게 평생 못 걸어 다니게 아킬레스건이나 끊어줄까?”

“그, 그건 범죄잖아!”

“경찰은 내 편이거든, 꼬마야.”

 

샘은 빙긋 웃어 보였다. 저스틴은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 딘이 보던 모습보다 100배는 지옥의 대마왕처럼 보일 것이다.

 

“…하, 하지만 정말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전부 그 사람 탓이란 말이에요.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단 말이에요! 그 눈에 띄게 미끈한 클래식카를 몰고 차에서 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학교에 가서도 계속 생각나고.. 그래서 겨우 알아내서 편지도 썼지만.. 읽어주지도 않고, 어쩔 수 없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넌 사람을 죽인 후, 아 미안 이렇게 말할 거야? 유감스럽게도 나는 어제도 두 명의 연쇄살인마와 세 명의 강간마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피곤해… 어쩔 수 없었다면 잠시라도 그들과 같은 방에 넣어줄까? 좋은 인생 교훈을 얻을 거다.”

“뭐 뭐라고요?”

“내 직업이 검사다. 죄를 정하는 건 너가 아니고 나야, 애송이.”

 

그리고서는 저스틴의 머리통을 커다란 한 손으로 잡았다.

 

“큭…!”

 

어찌나 세게 붙잡은 것인지 저스틴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너를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어, Kid. 난 어린애라고 봐주지 않아. 특히 강간 미수범은……”

 

샘은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자신의 턱을 만졌다.

 

“그래, 너에게 해줄 게 생각 났다.”

 

그리고서 애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애덤, 전에 딘이 식탁에서 이야기한 게 뭐였지? 무슨 영화를 봤다고 하던데…….”

“응? 무슨 영화?”

“그 어떤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고문 당하는데도 허세를 부리는… 마지막에 휠체어를 탔는데....”

 

애덤은 잠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대답했다.

 

“카지노 로얄?”

“그래, 그거! 007이 고문 당할 때 그 의자를 딘이 고자 의자라고 별명 붙였지.”

 

그리고 천천히 저스틴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고자 의자 어때?”

“네? 뭘요?”

“의자 가운데 구멍을 내고 거기가 떨어질 때까지 줄로 때리는 거라고 하던데 실제로 가능한지 시험해보려고.”

 

저스틴은 그가 하는 말이 황당했던 건지 설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애덤은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아마도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딘에 대한 화풀이까지 당하게 될 것 같구나, 불쌍한 kid…

 

그나마 자신이 그를 치료해줄 수 있는 의사라서 다행인 것이 유일한 그를 위한 자비라고 생각한 애덤이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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