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40728

정치경제모에론 기반 프리드리히 엥겔스 x 카를 마르크스 / '자본론'이후 생애 말년 아무것도 쓰지 않게 된 마르크스에게 엥겔스가 실망했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밀가루 약간과 쇠고기, 우유, 달걀을 사들고 돌아왔다. 베이스캠프에서 식료품점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찌는 듯한 날씨에 다녀오기란 상당한 고역이었으나 힘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는 사람은 제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또, 평범한 이에게는 없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고 생각다. 그런 친구를 한 명 알고 있다.
부엌에 봉투를 전해주고 계단을 오르자 붉은 문패가 걸린 문이 바로 보인다. 본디 오늘 장을 보는 일은 프리드리히의 담당이 아니었으나, 요리를 맡은 후학이 이 문을 두드리려 하는 걸 보고 만류해 대신 제가 맡았던 것이다.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노크를 하고 문고리를 돌렸다. 오래된 건물답게 쇠 삐걱이는 소리가 나고, 등돌리고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붉은 베스트의 남자가 돌아본다.
"카를,"
"프리드리히."
무엇을 집필중이었는지 손가락에 잉크가 검게 묻어있다. 그를 방해할 일을 막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카를은 의자를 이쪽으로 돌리고 프리드리히는 적당한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청년의 몸을 입은 카를은 마치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처럼 이 시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이 세계에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느낀다. 그는, 프롤레타리아를 둘러싼 물적 조건은 나아졌으나 자본은 여전히 아니 더욱 교묘히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제 다시 글을 쓴다, 재에서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불처럼.
초고와도 같은 원고를 낭독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있고 문장을 끝맺는 발음은 명료하다. 두어 장쯤 되는 것을 죽 읽어내려가던 카를이 문득 멈춘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기는, 프리드리히는 카를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믿을 수 없이 놀라운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언제나 저는
무릎을 치고 싶어지고, 전율하고, 황홀해지고,
"일단은 여기까지야, 다음 부분은 이 시대의 자본구조에 대한 자료가 좀더 필요한데..."
이 재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기분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프리츠?"
무릎을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자 자문을 구하는 친우의 타오르는 듯한 눈빛과 마주친다.
"좋았어. 이대로 가면 되겠어. 정말이야,"

이런 걸 원했었다. 생애 말년 내내 바랐었다.

"과연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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