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쇼인 에이치. 서방 국가들을 순식간에 휩쓸고 황제로 군림한 자.


사쿠마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소문처럼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다. 어쩌면 벌써 자신의 정체까지 추측하는 단계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도박이 필요하겠는걸. 사쿠마는 텐트 벽에 걸어둔 샴쉬르를 잡아채듯 손에 쥐고, 오오가미에게 눈짓했다. 가자, 근위대 소집해.


"직접 가실 필요까진—"

"그러니 가는 거야. 저들은 확인하고 싶은 걸테니까."


사쿠마가 입꼬리를 올리며 즐거운 듯 대답했다.


* * *


그는 천막 안에서 밖으로 팔을 뻗었다. 태양이 강할 시간이라 그것만으로도 사쿠마의 팔에 불길이 붙는다. 능력을 끌어올린다면 불이 붙기 전 신체를 복구시킬 수도 있으면서, 사쿠마는 때때로 이런 행동을 하곤 했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오가미는 조금 분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딜 보는 거야. 빠짐없이 다 봐야지, 코가."


나른하게 웃으며 사쿠마가 다가왔다. 한 번 털어내는 동작만으로도 불길이 잡히고 사쿠마의 팔은 언제 태양 불에 닿았냐는 듯 깨끗해졌다.


"네가 눈을 돌리면 안 되지. 응? 너만은."


* * *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제국군은 사막의 전사들을 마주했다. 말을 탄 사내들이 바르한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 본다. 잿빛 머리의 사내는 분명 유명한, 사쿠마의 다이브(늑대)라 불리는 오오가미 코가가 틀림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열사의 왕, 사쿠마 레이를 보고 텐쇼인을 따라온 군사들이 동요했다. 하잘것 없는 미물을 바라보는 신과 같았다. 사쿠마의 얼굴에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긴장감이 가득한 그 때, 사쿠마가 고갯짓을 했다. 사막의 전사들이 등을 돌려 모래 언덕 밑으로 몸을 감추었다. 도망이 아닌, 일종의 경고였다. 그 모습에 텐쇼인은 무엇이 즐거운지 소리까지 내어 웃었다.


제법이네, 사쿠마 레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이 태양볕 아래 서있는 귀여운 짓을 하다니.


사쿠마는 자신이 '사쿠마 레이는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눈치챈 거다. 제국군이 보는 앞에서 대낮에 모습을 드러내면 자신은 '연출된 모습'임을 알고 그가 흡혈귀라 확신하겠지만,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군사들은 다를 것이다. 대낮에 걸어다니는 흡혈귀 따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할테니까. 그는 신경질적인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발각되었다면 살을 주고 뼈를 가르겠다는 거겠지. 나만 확신한다고 해서 전쟁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이미 제국군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쿠마 레이가 대낮에 나타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 *


백색 궁에는 히비키 와타루가 머물고 있다. 사쿠마는 주위를 물리고 후원으로 향했다. 오오가미가 따라 붙었지만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키우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던 남자는 기척을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


히비키 와타루는 이 사막땅에서 누구보다 높은 위치의 그를 스스럼없이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아름다운 얼굴의 히비키지만, 그의 기행에 몇 번인가 호되게 당한 뒤로 오오가미는 그의 앞에선 바짝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 * *


마탑 출신의 강대한 마법사인 히비키는 실력의 끝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쿠마의 측근으로 히비키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며 오오가미는 히비키의 능력이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기적을 행할 수준임을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 그를 내주어도 되는것일까. 오오가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쿠마는 그저 형제와 같은 히비키를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친우였던 사내가 이복 형제로 둔갑하여 왕제와 같은 대우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허탈할만큼 쉽게 이루어졌다.


* * *


어차피 진짜 피를 나눈 형제, 리츠 왕제를 보내지도 못할 것이면서 사쿠마는 내내 속앓이를 하다못해 백색궁 문턱이 닳도록 히비키를 만나러 드나들고 있었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아 히비키도 한결같이 사쿠마를 맞아주고 있는 거겠지.






결론만 말하면 사쿠마랑 에이치랑 한판 붙었는데 적당히 합의보고 와타루를 에이치한테 보내줘서 적당히 양쪽 왕가의 친선 느낌으로다가..() 친형제도 아니니 양쪽에서 큰 문제될 건 없고 와타루 입지가 아무리 좁아도 와타루 자체가 천재 마법사라대놓고 적대하진 못할 것.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적국이던 곳 출신인 와타루를 제국 대신들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 사쿠마네 쪽에서도 그렇게까진 막 실력자를 보냈다고 걱정할 필요 없을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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