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rs are fools

사랑하면 바보가 된다




written by 와인더







#007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고 그에게 다음은 없다는 사실에 겁을 먹었었나보다.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에 무게를 느꼈었나보다. 뉴트에게 시간은 무한정으로 주어지는 것이었기에,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었나….




"민호, 부탁이에요. 나와줘요."




잠에서 깬 것인지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뉴트는 침대에 걸터 앉아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핸드폰을 부여잡았다.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머리를 깨질 듯이 아파왔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얼굴은 화끈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호를 보고싶었다. 그가 사라질까 무서웠으니까.




"지금 갈게요."




핸드폰 건너편으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트씨 왜 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근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듣고있노라니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 민호가 날 걱정하는구나, 아직 그가 저기에 있구나…하고.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그 순간조차도 뉴트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거기 있는거 맞지, 민호. 지금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너의 목소리가 맞는거지.




"끊지말아요. 부탁할게."




민호의 옅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택시는 한적한 거리를 달려 병원 앞에 세워졌다. 뉴트가 겨우 택시에서 내려 섰을때 달빛과 가로등의 불빛이 뉴트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런 말이 있다. 달빛은 당신을 향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뉴트씨 술 마셨어요? 어쩐지…."

"민호."




뉴트가 그제서야 전화를 끊고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가 그의 품안에 민호를 끌어당겨 안았다. 뉴트에게 안긴 민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뉴트는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고 계속 이름을 불렀다. 민호의 손이 천천히 뉴트의 등 위로 얹어져 부드럽게 쓸어내려진다.




"…민호, 너는 나의 달빛이야."

"……."

"항상 비춰줘. 부탁할게. 항상 거기 있어줘요."




끌어 안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민호가 '아야‥.' 하고 약한 앓는 소리를 내자 뉴트가 그에게서 떨어져 가만 눈을 마주쳐온다. 민호는 그런 뉴트를 바라보며 한껏 웃어보였다.




"저보고 달이 되라구요? 그럼 뉴트는 뭐가 될건데요."

"…난 계속 뉴트로 있을거에요."

" 뭐 천년만년 살게요?"

"응. 난 그럴 수 있어요."



뉴트의 진지한 표정에 민호의 웃음이 터졌다. 그런 그의 웃음을 쳐다보던 뉴트가 손을 뻗어 민호의 손을 꾹 움켜잡는다. 뉴트의 눈동자에 슬픔이 스며들었다. 이 손을 언제까지 잡아볼 수 있을까. 저 웃음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민호가 날 언제까지… 기억할까.




"민호‥."

"……."

"우리,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안다, 이 질문이 너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슬프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너무나도 잔혹하게 알리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언제까지‥ 제가 당신을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뉴트의 질문에 민호의 표정이 굳어갔다. 살짝 벌어진 입술 끝이 떨려오기 시작했고, 손을 빼내려 힘을 주었다. 뉴트는 그런 민호의 손을 부여잡으며 자신이 한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간다. 앞에서 민호의 불안정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에요?"

"……."

"그게 갑자기 왜 중요해졌는데요. 난‥."

"당신은 이제 날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기억하는 순간까지 사랑하고 싶어서."




민호의 표정이 짧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뉴트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호의 얼굴을 감싸 만진 뉴트가 천천히 그의 얼굴 앞으로 다가갔다.



"난, 전생을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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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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