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성인입니다.


“...하여 여러분께 Anthony Edward Tony Stark와 Peter Benjamin Parker가 부부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제 키스하세요!”

 

퓨리의 장난스러운 말이 끝나니 우레와도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모두 웃고 있는 와중에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어야할 신혼부부는 어색하게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내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는 토니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 피터가 말이다. (하객들은 피터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다.) 이제 부부가 되어 팔짱을 끼고 버진로드를 걸어나간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위해 준비된 토니의 슈퍼카에 올라타자마자 갓 결혼한 부부답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두 사람의 짐을 챙겨 운전석에 앉은 해피는 룸미러로 흘끔 본 뒷좌석의 상황에 말 없이 파티션을 올려 뒷좌석의 프라이버시를 챙겨주었다. 토니와 피터로써는 매우 안된일이었지만, 해피 스스로는 보스의 사랑을 위하는 아주 훌륭한 경호원이라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크흠- 신혼여행은 전용기로 움직일거야. 그래도 해외가 더 편할테니까. 방은 같은 방이지만 침실은 따로 있을테니까 걱정하지말고.”

“네, 저기 스타크씨-”

“토니라고 불러. 이제 세상에 스타크는 두 명이니까. 남편을 성으로 부르지 않기도 하고.”

 

두 명의 스타크. 피터는 그제서야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남자와 결혼 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하려던 말도 까먹고 이제는 자신의 성이된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으니 토니는 그런 피터를 보다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피의 배려인지 차 안 가득 커다랗게 울리기 시작하는 음악소리를 싣고 차는 빠르게 달렸고, 눈 깜짝하는 사이에 커다란 전용기 안에 토니와 피터, 둘만 남게 되었다. 토니는 어쩌다 피터와 함께 괌에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다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자신의 인생에 결혼이라는 것은 없을 것 같았는데 이게 무슨일인지. 마치 누군가가 얼른 결혼이라도 하라는 듯 자신과 피터를 상대로 연극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이거였다. 온갖 신문들이며 인터넷을 도배한 스캔들.

 

“토니!!”

 

커다란 집을 더 커다랗게 울리는 목소리에 녹즙을 마시던 토니가 그것을 그대로 뿜어버렸다. 하얀 대리석 위에 흩뿌려진 진한 녹색의 흔적은 그리 좋아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토니는 인상을 찌뿌리며 더미를 불렀다. 어느새 주방으로 온 페퍼가 들고있던 신문 뭉치를 거칠게 내려 놓았지만 토니는 아무렇지 않은척 그녀의 눈치를 보며 남아있는 녹즙을 마저 마셨다. 흘끔 본 신문 제일 앞 면에 찍힌 자신의 옆모습과 커다란 글씨로 쓰여있는 ‘Sugar Daddy’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최근에 만난 사람들이라고는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한 멤버들이 전부였으니 금세 페퍼의 화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접혀져 있던 스캔들 상대가 너무나 예상 밖의 인물이라 생각해놨던 변명거리를 전부 잊어버리는 바람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페퍼의 의심을 샀지만 어쨌든, 토니는 억울했다. 자신이 만날 사람이 없어서 피터라니, 그 피터 파커라니! 물론 피터가 모자른 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한번도 피터를 그런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피터를 보는 자신의 얼굴이 꽤나, 그러니까 생각보다 많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것이니 토니는 낯선얼굴이 인쇄된 종잇조각을 가차없이 구겨버렸다.

 

“설마 내가 아직 대학교 졸업도 안한 풋내기를 건드리는 사람으로 보이는건 아니지? 반박 기사내. 고소한다고.”

“피터군한테는 직접 설명하세요.”

“더미 이거 빨리 치워. 토 할 것 같으니까. 빨리, 여기 어제 해피가 사온 빵도.”

 

일부러 말을 피하는 토니를 보고 대놓고 한숨을 쉰 페퍼가 등을 돌려 나가자 괜히 더미를 구박하던 토니가 자신이 구겨놓은 신문을 슬쩍 보았다. 여전히 행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대충 마무리 되는 듯 싶더니 기자 하나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한번만 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를 낸다면 경고없이 바로 고소를 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토니와 피터에 대한 스캔들 기사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피터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인 토니와는 정기적으로 만나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있어도 눈에 띄는 토니 스타크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수수한 차림의 어린 학생은 매스컴에 놓기 힘든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스타크씨 괜찮으세요? 안색이 별로 안좋은데..”

“괜찮아. 요즘 피곤해서 그래.”

“그.. 저는 신경 안써요! 그러니까.. 요즘 계속 나오고 있는 기사 말이에요.”

 

멍청한 스타크. 표정관리 하나 못해서 어린애한테 이런 말이나 하게 만들다니. 토니는 우물쭈물 자신의 눈치를 보는 피터에게 미안해서 괜스레 크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 법무팀에서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하는거 붙잡고 있으니까 곧 잠잠해질거야. 학교에서는 괜찮은거야?”

“인턴쉽 때문이라고 둘러대서 대부분은 괜찮은데 플래쉬만 진짜라고 떠들고 다니더라구요. 근데 걔는 원래 그런 애라서 괜찮아요. 무시하면 돼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이야기 하는 담담한 피터의 모습에 토니는 몰래 한시름 놓았다. 그제서야 슬금슬금 지어지는 미소를 모른채 무심한 척 손을 내밀어 피터에게 공구를 건내받으니 봇물이 터진 듯 이어지는 질문에 마치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자신의 일상이 된 피터가 새삼스레 피부로 느껴졌다. 아이 특유의 조금 높은 온도와 남들보다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까지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굳이 고쳐줄 곳도 없는 수트 점검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숙제를 하는 아이의 옆에서 기계를 만지는 것도 전부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토니는 생활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이니 기자 하나가 공략하기 쉬운 피터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평범한 학생인줄 아는 피터가 설마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은 알아채기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피터는 누군가 자신을 쫒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모르는 척 하느라 애를 먹었다. 등교부터 수업 받는 모습까지 연신 찍어대던 기자 (또는 파파라치)는 피터가 먹는 달마르 샌드위치 조합도 알아냈고, 집 앞 까지 쫒아오는 통에 애를 먹었다. 제일 문제는 자신으로 인해 메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과 며칠동안 친절한 이웃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평소와 같이 골목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가는 신문 한 면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날 것을 알고 있으니 피터는 평범한 학생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스파이더맨을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은 따돌리기 쉬웠지만 피터 파커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해피는 페퍼를 따라 해외로 출장을 가 있었기에 이에 대해 이야기해도 해결 방안이 없었고, 토니에게는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피터는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뒤 택시를 잡아 컴파운드로 향했다. 점점 올라가는 미터기를 보며 한번도 쓴적은 없지만 늘 가지고 있었던 블랙카드를 고이 모셔둔 지갑을 꼭 쥐고, 자신을 따라오는 검은 차를 흘끗 보며 피터는 애꿎은 휴대폰만 노려보았다. (해피에게 컴파운드로 갈테니 토니에게 연락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그래도 몇 번 와봤던 곳이라 블랙카드로 결제를 한 뒤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니 굳게 닫히는 문 틈으로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눌러쓰고 있던 후드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쓴 피터가 서둘러 컴파운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뒤늦게 해피의 연락을 확인한 토니가 나와 마주쳤다.

 

찰칵, 찰칵-

 

“스타크씨!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일단 들어와 피터. 얼른.”

 

축 쳐진 눈썹과 갑자기 찾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얼굴, 마른 어깨를 감싸며 밖을 살피는 토니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절절한 연인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겁에 질린 어린 애인의 어깨를 감싸 안은 토니 스타크가 재빨리 컴파운드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스타크 인턴쉽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멘토, 멘티의 관계일 뿐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어벤져스가 머물고 있는 컴파운드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다른 인턴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Shit.”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또 기사가 나갔다. 컴파운드에 드나드는 것은 허락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저번에 피터의 뒤를 밟은 기자가 이것으로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두 사람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찢어버린 토니가 죄인들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법무팀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기사가 나자마자 법무팀으로 쳐들어와 말 없이 신문을 보다가 그것을 박박 찢어버리곤 자신들을 쳐다보기만 하는 토니의 행동에 법무팀의 말단직원인 잭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하필이면 자신이 입사하자마자 연달아서 터진 스캔들 문제에 잭은 입사 후 단 한 번도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었다.

 

“월급은 월급대로 따박따박 받아가면서 일처리는 개같이 하는데 내가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는건가? 어떻게 생각해. 거기 자네, 한 번 말해봐.”

“..저 말씀이십니까?”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것인지 눈을 감은 토니가 잭의 반문에 인상을 찌뿌리며 고개를 끄덕이니 잭이 눈치를 보다가 더듬거리며 운을 뗐다.

 

“그, 중요한 일이 아니면 당분간은 그 소년을 만나시지 않는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일이야. 안 만나는건 안돼.”

 

안 만나도 된다. 수트는 큰 이상이 없는한 피터가 직접 손봐도 될 정도로 많이 배웠고, 꼬맹이는 아직 정식 어벤져스가 아니니 정기적으로 멤버들과 훈련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토니는 피터와 만나지 않는다는 전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 봤을땐 이상했지만 그때는 그랬다. 피터와 만나지 않으면 아주 쉽게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토니는 그럴 생각을 못했다.

 

“혹시 그 소년과 무슨 사이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 애는, 그러니까 피터는..”

 

천하의 토니 스타크가 말문이 막히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직원들을 본 토니가 입을 벙긋대다가 이내 꾹 다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턴쉽 학생이야. 이 기사 제대로 해결해. 애한테 피해 안가도록.”

 

서둘러 걸음을 옮긴 토니가 최상층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로 돌아가 길쭉한 소파에 그대로 몸을 뉘였다. 이미 대충 풀어 놓았는데도 목을 옥죄이는 것 같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버리고, 거추장스러운 커프스 버튼도 빼서 던져 놓으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기를 몇 분이나 됐을까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킨 토니가 축 늘어져 소파에 기대 앉아있으니 한 소리를 하려던 페퍼가 그 모습을 보곤 입을 꾹 다물고 토니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단 이쪽은 대충 정리 했는데 문제는 피터군이에요. 학교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린데요.”

“뭐? MIT가 얼마나 넓은데 거기서 애 하나를 찾는다고 그러고 있어?”

“기자가 한 두명이 아니에요. 파파라치들도 엄청나구요. 참고로 이건 방금 올라온 찌라시에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은 페퍼가 들고있던 태블릿을 토니에게 넘겼다. 수업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따라붙은 파파라치들이 실시간으로 피터의 모습을 올리고 있었다.


“캐런 오늘 피터 일정이 어떻게 되지?”

“30분 후에 학교 수업이 끝나요.”


이제 곧 수업이 끝날 시간이라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일 피터를 생각하니 절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페퍼 오늘 일정 없지. 있으면 취소해. 나는 어린 거미를 구하러 가야 할 것 같아.”

“오늘은 말리지 않을게요. 최대한 눈에 안띄게 다녀와요.”

 

대충 고개를 끄덕인 토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피와 함께 주차장으로내려갔다. 그리곤 고민에 빠졌다. 제일 구린 차를 타고 가야할지, 제일 비싸고 좋은 차를 타고 가야 할지 말이다. (그래봤자 전부 눈에띄는 차들 뿐이다.) 페퍼는 조용히 다녀오라고 했지만 어차피 다 들킬거 토니는 오늘 아침 해피가 열심히 닦아놓은 롤스로이스를 골랐다. 대학가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차를 고른 것은 거의 자포자기한 마음이었다.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것만 이번엔 유독 힘이 들었다.

말 없이 뒷좌석에 앉아 창 밖만 바라보니 해피가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토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교정이 눈에 보일 때즈음 토니는 학교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며 두통에 이마를 짚었다. 이쪽이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에게 달라붙는 사람들보다 그 수가 배로 많았다. 그러는 와중에 토니의 차를 알아본 이들이 차 주변을 둘러싸니 더 이상 차가 움직일 수가 없어 결국 토니가 차에서 내렸다. 쏟아지는 플래쉬 세레와 질문들에 그저 침묵으로 대변하며 피터가 있을 건물로 들어가니 마침 수업이 끝난 듯 강의실을 나오는 피터와 딱 마주쳤다.


 

“스타크씨?”

“Hi Kid. 데리러 왔어.”



붉은색으로 코팅된, 그와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린 토니가 피터의 어깨를 감싸고 나오니 학교 안으로 따라 들어온 기자며 파파라치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자신의 몸으로 피터를 최대한 가린 토니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계를 이용해 아이언맨 아머를 불러냈다. 굉음을 내며 날라와 토니의 몸에 입혀지는 아머를 보던 사람들이 입을 벌리며 쳐다만 보고 있을 때, 피터의 허리를 감싼 토니가 그대로 날아올랐다. 피터의 집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던 토니는 곧 자신의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내 사람들에게 시달렸으니 아무도 없는 곳이 났겠다는 판단이었다. 다행히 토니의 선택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조용한 저택에 들어선 피터가 이제야 살 것 같다며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것이다.

 

“미안해. 최대한 수습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아니에요. 스타크씨 잘못도 아닌걸요.”

“뭐 마실레? 적어도 물은 있을거야.”

“네, 저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토니가 주방으로 가 자신이 마실 커피 한 잔과, 냉장고에 있던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말 없이 앉아있던 두 사람은 자신의 몫의 음료만 마실 뿐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확 결혼 할 사이라고 할까?”

네?”

결혼할 사이라고 하면 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아도 컴파운드나 여기에 올 수 있잖아. 약혼자라는 명목으로 너한테 경호원을 붙일 수도 있고. 물론 너한테는 필요없겠지만 적어도 기자나 파파라치들이 따라 붙는건 해결해 줄거야. 네 숙모를 귀찮게 하는 놈들도 처리해줄거고.”

“그래도 될까요..? 저야 너무 감사하지만.. 스타크씨는 그, 결혼 적령기이시잖아요.”

“어차피 결혼 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나보다는 네 걱정을 해 꼬맹아. 나야 파혼 했다고 해도 원래 그런놈이니까 괜찮지만 넌 앞길이 창창하잖아.”

“저도 딱히 결혼 할 생각은 없는걸요- 스파이더맨이라는 걸 이해해줄 사람은 만나기 쉬운게 아니니까요.”


생각나는대로 툭 던져본 말에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피터의 모습에 토니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만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피터와 함께 자는거야 피터가 대학생이 된 이후로 종종 있었던 일이니 상관 없었다. (정말 잠만 잤다.) 


“그럼 그냥 차라리 결혼 할까요?”

“결혼?”

“네. 결혼할 사이라고 하는것보다는 결혼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스타크씨랑 같이 지내는게 메이도 더 안전할 것 같고.. 스파이더맨으로 움직이는 것도 더 수월 하잖아요.”

“그것도 그렇네. 그럼 그렇게 하자.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혼해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스타크씨.”


그렇게 두 사람은 30분만에 결혼을 결정했다. 거창한 프로포즈도 없이 커피와 오렌지 주스를 사이에 두고 한 결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피터의 공책을 찢어 단촐한 계약서를 작성한 두 사람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 신혼여행을 위해 푸른 상공 위를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피터 혼인신고는 굳이 안해도 돼.”

“아니에요. 이럴때일수록 더 확실하게 해놓는게 좋죠!”


열심히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던 피터가 토니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았다. ‘Peter Benjamin Stark’ 이제 피터의 이름이 된 것을 빤히 쳐다보던 토니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피터는 토니보다는 자신이 토니의 성을 따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자신의 성을 토니의 것과 같은 것으로 바꿨다. 결혼식장에서도 느껴지지 않던것이 저 이름을 보자 확 실감이 났다. 피터가 자신의 반려자가 됐다는 것을 자각하니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이제 막 새신랑이 된 토니는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가짜 배우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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