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이마이 토오루(KPC)+고등학생 아즈마 미치나가(탐사자)

*가면라이더 기츠 외(外) 시점.





바다 근처의 도시에서 태어난 건 아니었지만, 부모의 사정으로 이사를 온 뒤로 미치나가의 일상에서 바다는 떼어놓을 수 없는 드넓은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빠져 죽을 뻔한 것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비가 거세게 내리던 그날, 미치나가는 본인이 바다에 갔던 이유는 왠지 모르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기억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지만 그건 딱히 미치나가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반을 둘러보았지만, 반에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책상 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보니 읽지 않은 문자가 하나 있었다.


[토오루: 매점에서 뭐라도 사 갈까?]


십 분 전에 도착한 문자였다. 미치나가는 휴대폰을 한 손으로 든 채로 버튼을 꾹꾹 눌러 답장을 보냈다. 그래. 미치나가 다운 짤막한 대답이었다. 답장을 보내곤 휴대폰은 다시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이 더운 날 끝나가는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에어컨을 틀어줄 생각은 없는 건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을 굳게 닫혀 있었다. 교실은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놓았음에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후덥지근했다. 바람 대신 매미 소리가 아닌 학생들의 대화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결국 미치나가는 의자에 걸쳐두었던 교복 재킷을 챙겨서 반을 나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창고와도 가까이 있는 학교 건물 뒤편 벤치. 운동장 쪽 벤치나 그늘에는 전부 다른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미치나가는 벤치에 앉은 채로 가지고 나왔던 교복 재킷을 벤치의 남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미치나가는 몸을 숙여 떨어진 물건을 주웠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작고 둥근 것. 반지였다.


'끼기 싫은 거라면 그냥 갖고 있어도 좋으니까. 이곳에 같이 온 기념으로, 응?'


토오루의 제안으로 자습을 빠진 날 갔던 새로 생긴 편의점 주변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락식에서 뽑았던 걸 미치나가는 바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본인이 죽을 뻔한 바보짓을 한 이유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주제 말이다. 아무튼 현재 미치나가의 손에 들려있는 이것은 토오루가 다섯 번이나 도전한 끝에 뽑아서는 우정 반지랍시고 건네주었던 것이었다. 한 번에 300엔이었으니 다섯 번에 1,500엔. 그러니 이 반지는 약 750엔인 셈이었다. 


"미치나가, 받아."


익숙한 목소리. 미치나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학교에서 한 사람뿐이었다. 옆을 돌아보자 토오루가 미치나가를 향해서 들고 있던 것을 던졌다. 미치나가는 들고 있던 반지를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다른 손으로는 토오루가 던진 것을 받았다. 포장을 뜯지 않은 야끼소바 빵이었다. 토오루는 한 손에 빨대가 꽂힌 음료수 팩을 들고 있었다. 사과주스였다. 나이스 캐치, 라고 말하곤 토오루는 자연스럽게 미치나가 쪽으로 걸어가서는 벤치 위의 재킷을 등받이에 걸치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미치나가는 포장지를 뜯어서 크게 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오늘 급식도 별로더라. 메뉴로 볼 땐 괜찮아 보였는데."

"뭐였길래."

"밥에 무슨 고기볶음에... 엄청 맛없었어. 나온 수박은 맛있었지만. 달더라."


토오루의 단추를 푸른 셔츠 사이로 전에는 본 적 없던 은색 줄이 눈에 띄었다. 미치나가의 시선이 머무르자 토오루는 멋쩍게 웃었다. 부적으로 가지고 다니기로 했어. 제대로 된 대답은 해주지 않은 채 토오루는 다 마신 주스 팩을 옆의 쓰레기통에 넣었다.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미지근한 바람에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이 귀를 스치며 간지럽혔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다듬을 때가 온 모양이었다.


미치나가는 토오루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만 해도 검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두기로 한 거야?"


미치나가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는 잠시 뒤에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 반지 말이야.


"뭔가 손가락에 있는 게 역시 내 성격이랑 잘 안 맞아서 말이야. 잘 보관 중."

"그럼 됐어."

"미치나가는? 버리지는 않았지? 약속했잖아."

"...내가 그런 거 잊어버릴 리 없잖아. 멀쩡히 있으니까."


그렇겠지. 토오루는 혼잣말이라도 하듯이 작게 대답했고, 그 뒤로 정적이 찾아왔다. 미치나가는 한 입 베어물은 야끼소바 빵의 덩어리와 함게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씹어 삼켰다.


'보통 남고생들끼리 우정 반지 같은 걸 하나...?'


미치나가는 궁금하긴 하지만 남에게 물어보지도 못하는, 평생 해결하지 못할 난제가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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