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의 마지막입니다!!!!
다음은 13.5편 다이스가편입니다!!!!워후!

그 다음은 제 4장 눈동자 편이 이어집니다!


동서등장합니다! 참고해주세요~!

7200자입니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인상을 팍 썼다. 츠키시마는 두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떴다. 요새들어 츠키시마의 세상이 뿌옇게 변해갔다. 예전에는 먼 곳이 희끄므리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멀어도 당췌 보이질 않는다.

“으…응.”

그의 잠버릇이다. 넓은 침대에서도 굳이 츠키시마를 찾아 껴안는 것이다. 처음에는 뭐든 끌어 당기는 것인 줄 알았지만 그의 잠버릇은 오로지 츠키시마 한정이었다.

“케이….”

품에 있는 츠키시마를 손으로 더듬더듬 찾아보다 배시시 웃었다.

“쿠로.”

심통이라도 난 걸까. 츠키시마는 그의 볼을 콕콕 찔렀다. 그러다 그가 눈을 확 찌푸리면 손을 싹 빼고는 자는 척을 했다.

게슴츠레 눈을 떠 다시 잠이든 그를 보면, 요상하게 두근거렸다.

“조, 조금만, 더, 잘래.”

낮게 깔려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간지럽다. 별 말없이 그의 가슴팍을 헤집다 코를 박고 눈을 꾹 감았다. 아침은 언제나 어지럽고 졸렸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언제까지고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츠키시마는 애먼 두 눈두덩이를 비볐다.

“으웅, 케이.”
잠에서 깰락말락한 목소리였다. 그는 츠키시마의 보드라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그에 볼을 부볐다. 그에게 아침이란 고단했다. 밤새 츠키시마를 골똘히 보느라 시간을 다 쓴 탓이다.

“일어…났어?”

이제는 짧은 머리가 손가락에 걸려 사그락사그락 손등에서 사라졌다. 언제 익숙해지려나 싶었는데 그새 손에 익었다.

그대로 눈을 뜨기도 전에 츠키시마의 이마에 입술을 대고 입꼬리를 올렸다. 츠키시마에게서만 나는 체향이 문득 좋아서였다. 자기도 모르게 연신 ‘네가 좋다’ 하고 말할 정도였다. 여기도, 저기도, 좋은 부분 투성이라고.

그의 잠버릇 중에 하나였다.

“웅?”

츠키시마의 양볼을 부여 잡고 한참을 뽀뽀하다 드디어 시야가 트였다. 그날 따라 벌겋게 부은 츠키시마의 눈가를 본 것이다. 확 당겨 가까이 보니 울어서 생긴 자국은 아니었다. 그럼 눈병이라도 난 걸까.

“쿠로-.”

조용한 그의 반응에 츠키시마가 도리어 겁이났다. 본래 눈이 좋은 편이 아닌지라 그에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그와 눈이 딱 마주쳤다.

“케이, 눈.”

츠키시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가가 매서웠다. 화가 났을 때처럼 목소리가 단조로웠다. 츠키시마의 손이 어느새 그의 손위로 포개졌다.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팠어?”

그의 코가 코에 닿아 간지럽다. 츠키시마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간지러워?”

츠키시마의 눈썹이 떨렸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녜…요.”

오랜만에 나온 목소리가 아침잠에 잠겼다. 츠키시마는 흠흠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낼수 있어도 말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걱정끼치는 일만큼은 하고싶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츠키시마를 쓰다듬었다. 말해 줄 때까지 얼마고 기다릴 심산이었다.

“그….”

츠키시마가 막 운을 뗀 그 때였다. 침실 문이 벌컥하고 열리더니, 익숙한 실루엣이 불쑥 들어왔다. 작은 체구에 막 샤워를 마친 젖은 꼴이었다. 허리 아래에 물 수건을 두르고 머리카락은 축 쳐져있다.

“좋은 아침!”
니시노야의 발걸이 말릴 새도 없이 재빨랐다. 이미 들어와 버린 상황이 마치 엎질러진 물 잔같다. 그는 화들짝 놀라 츠키시마의 목아래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침이라고-! 해가 벌써 저기 하늘꼭대기까지….”

“유-! 거기 가면 안된다니까!”

니시노야의 뒤를 따라 가운을 걸친 아사히가 뒤따라왔다. 헉헉거리며 무릎을 잡는 걸 보니 꽤 내달려 왔나 보다.

“유우-, 이리와! 이리-!”
커다란 수건으로 니시노야의 몸을 둘둘 말았다. 아사히의 양볼이 한껏 상기되어 벌겠다. 숨이 차 별다른 말은 못하고 내내 니시노야의 몸을 가리느라 바빴다.

“미, 미, 미안. 갑자기 튀어나가는 바람에.”
아사히의 사과에 츠키시마와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마침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참이었는데, 니시노야의 모습에 놀란 나머지 말을 삼키고 말았다. 이어 아사히가 니시노야를 끌고 방을 나서지만 어느새 몸을 쏙 빼고 복도를 내달려갔다.

그는 멀뚱멀뚱 어이없어하는 하인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조금 있다가, 응?”
이만 나가있으라는 말을 했다. 드디어 방문이 곱게 닫히고 다시 둘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밖에서 들리는 우다다다다 하는 발소리에 분위기는 다깼다.

“낯서네, 누가 우리집에 있으니까.”

“저는…요?”
“케이는 원래 여기 있는 거고-.”

그는 츠키시마를 다시 양껏 끌어안으며 말했다. 귀중한 아침시간을 허비하다니, 말도 안된다. 다시 흡 하고 츠키시마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꿈틀거리며 간지럽다 해도 그는 츠키시마를 놔주지 않을 셈이었다.

“케이, 나봐봐.”
장난스럽게 굴다가도 눈을 마주하면 그는 참 어른이었다. 그을린 피부에, 흉터에, 어떻게 이속에 그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츠키시마가 아는 그는 조금더 앳되고 철부지였다.

“아까 하던거 마저 해야지?”
그러자 츠키시마는 고개를 양옆으로 휘휘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작게 말하며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가 더는 물어보지 않길 바랐다. 더는, 그의 앞에서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럼, 말하고 싶을 때. 말해 주는 거야?”

그도 츠키시마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말해달라, 애원할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으응….”

“그래, 그거면 돼.”
마음 한구석이 안쓰러워 큰일이다. 아프면서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까닭이란, 애처로운 이유였다. 그는 츠키시마의 등을 토닥였다. 조금 더,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스스로를 토닥였다.

느슨한 아침, 츠키시마가 그의 품안에서 꾸벅 졸기 시작하면 그의 눈은 말똥말똥했다. 먼저 일어나 그를 바라봤던 것처럼, 그도 잠시 츠키시마를 바라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속담이 마치 진짜 같았다.

“케이-.”

졸리다고 그의 어깨를 툭 치는 대답에도, 그는 피식 웃었다.

“일어나야 할텐데?”
그가 물으면 츠키시마는 언제나 인상을 팍 썼다. 일어나기 싫다는 뜻이지만, 그에게는 잔주름마저 귀여웠다.

“손님이 와서, 성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 기억나?”

츠키시마는 잠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갑자기 연락을 받아 시장에서부터 집으로 급히 오던 날, 영주의 전보를 읽었다. 아니, 전보라고 해야할까 명령이라고 해야할까. 곱게 차려입은 신하가 그의 앞에 서자, 그는 츠키시마를 뒤로 물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계급이란 츠키시마에게 언제나 신기했다.

“그 녀석이 완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보는 눈이 많아졌어. 전처럼 그냥 아카아신가 뭔가 보내지 말야.”
그는 츠키시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영주…님….”

“맞아. 언제 그렇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그도 역시나, 커다란 두루마리를 받아 예를 취했던 어제를 떠올렸다. 적힌 내용은 곧 귀한 손님이 오니 귀하게 대접하고 반드시 나스서브의 성안으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짧게 말하면 군말없이 영주의 앞으로 그 귀하신 분을 모셔놓아야한다는 뜻이었다.

“흥, 내가 무슨 지 부하인줄 안다고. 아무튼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더니.”

“올…챙이….”

“으응, 걔 말이야. 아무튼.”

츠키시마의 눈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일어나는 나야겠고 잠은 오고, 아무튼 귀여운 건 알아가지고 혼자 다한다.

“같이 갈래 아님 여기 남아 있을래?”
“….”

비몽사몽한 츠키시마에게 그가 물었다. 잠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는 볼을 토닥이자 입술이 우물거렸다.

“가…치이.”

“우우응-, 같이 갈 거야?”

그의 입고리가 아주 귀에 걸리다 못해 머리를 묶을 정도다. 그는 졸려하는 츠키시마를 안아들고 살며시 앉았다. 정식으로 성에 가는 일은 그에게도 드물었다. 필시, 좋거나 나쁘거나, 흑이거나 백이거나, 살거나 죽거나 중에 하나였다.

“가자, 그래 같이 가자-.”

그는 츠키시마를 훌쩍 안아들었다. 그러면 확 하고 달라진 공기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그대로 욕실로 들어갈까 했지만 츠키시마이 발버둥에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성에 가요? 아, 맞다. 그랬지.”

츠키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침대이야기가 점점 끝이 날 동안, 복도를 뛰어다니던 니시노야는 아사히에게 잡혔다. 그대로 들어올려져 땅에 발이 닿지 않았다. 산을 뛰놀던 버릇이 나온 걸까.

아사히는 츠키시마와 그의 방에서 나오며 식은땀을 흘렸다. 도시로 온 것도 모자라, 성으로 초대까지 받았다. 초대가 정말 맞을까. 어젯밤 내내 고민했다. 니시노야와 같이 오라는 듯 내려온 두 개의 제복이 방에 걸려있다.

“아사히상! 저도 가요?”
그 옷을 번쩍 들어 턱밑에 대니 크기가 딱맞았다.

“으응, 그러게.”

아사히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벌을 줄 사람에게 내리는 옷치고는 비단결이었다. 게다가 츠키시마와 그도 같이 간다고 하니 어찌 도망갈 구석이 없다.

“어, 어디 가려고! 이리와 유-!”

몰래 빠져나가려던 니시노야를 잡아끌었다. 아마도 도시가 신기해 이리저리 구경하려는 속셈이다.

“도시가 좋아?”

“음…, 몰라요.”

“유우가 좋으면 여기서 살까?”

그러자 니시노야의 눈망울이 커다랗게 변했다.

 

*****

 

그의 저택 앞으로 마차가 도착했다. 쿠로오는 오랜만에 차려입은 옷이 불편하기만 했다. 이놈의 영주는 왜 오라가라인지.

“쿠로-?”

팔다리를 움직이며 미간을 좁히자 츠키시마가 그를 불렀다. 옳다구나 쪼르르 다가와 츠키시마의 허리를 잡지만 탁하고 쳐내는 솜씨가 제법이다. 그는 벌게진 손등을 부비며 다시 츠키시마의 곁으로 다가왔다.

“케이-아프잖아-.”
이미 붉은기가 사라진 손등을 내밀며 스르륵 뱀처럼 자리를 잡았다.

“두분, 때문이에요?”

“아아, 손님들?”
마차에 오르며 츠키시마는 그에게 물었다. ‘읏차’ 하고 폭신한 소파에 몸을 누이고는 츠키시마를 꼭 안았다.

“우리는 그냥 들러리, 가는 김에 화과자나 챙겨올까?”

“화과자요?”
“이웃나라에서 만든 과자인데, 엄청 맛있어. 전에 하나 얻어 먹었거든.”
지나가는 풍경이 종종 낯설었다. 츠키시마는 그의 허리를 맞잡고 입맛을 다셨다. 오물조물 움직이는 입술이 얼마나 탐이 나던지, 그가 몰래 입술을 부딪쳤다.

“…!”
놀란 눈동자가 마치 ‘뭐하는거에요!’하고 소리치는 것 같다. 그래놓고는 은근히 입술을 내밀면 그가 얼마나 좋아할줄 알고? 마부가 고개를 돌려 뒤를 힐끗 볼정도로 쪽쪽이고 나서야 두 사람은 헛기침을 해댔다.

“있잖아요 쿠로….”

돌돌돌 마차 바퀴 소리는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말하지 못할 비밀까지 말할 정도로, 마음 한구석이 넘실거렸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쿠로-.”

“으응? 자꾸 부르네-?”

그 불안한 마음이 흘러나와 바퀴 소리에 섞여들었다. 츠키시마는 그의 가슴팍에 귀를 댔다. 두근두근 거리는 심음이 점점 짙어졌다. 그의 향이 나는 것같다. 어딘가 익숙하고 잠이 올 만큼 부드러웠다.

“아까, 말하려던…거….”
“으응- 아까 말하려던 거?”

“눈….”

그의 손길이 목 뒤까지 쫓아왔다. 간질간질, 츠키시마는 어깨를 움칫거렸다.

“말 해줄거야?”

“으응….”

손등으로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찬찬히 눈코입을 확인하다 두 눈을 찡그렸다. 가까이 코를 대고 보니 그제야 눈동자를 깜빡이며 시선을 맞추었다.

“아프진 않아요.”

그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토닥, 토닥 두드렸다. 그리고 뒤이어 말했다.

“잘, 안…보이는….”

츠키시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몸이 뒤로 밀릴 정도로 거칠었다. 그에게 ‘거칠다’는 표현은 우스웠다. 하지만 츠키시마에게는 손가락에 꼽을 만한 일이다.

츠키시마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화를 내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 전혀 모르겠다. 매번 아프기만 하는 몸뚱아리를 어쩐단 말인가.

떨어진 입술 사이로 작은 호흡이 오갔다. 그는 양 손으로 츠키시마의 볼을 매만졌다. 혹시 울기라도 하는 걸까, 확인하는 사람처럼 애달팠다.

“듣고 싶었어. 그냥. 케이한테서, 먼저….”

도리어 그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었다. 얼굴은 그대로지만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왜, 그가 왜? 서둘러 그의 목덜미를 끌어 안았다.

“성에 갔다가, 병원에 가자. 아니, 안경점에 가야하나.”

그도 츠키시마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테츠.”

“아니다, 먼저 병원부터….”

“테츠도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요.”

“뭐?”

“지금, 말예요.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이럴 때 보면 말이 청산유수다. 목안이 떙기는 기분에 턱 아래를 주무르니 그가 품을 뒤적인다. 꺼낸 주머니에 사탕을 들어 츠키시마의 입에 넣어주고 나서야 한시름 덜었다.

“말, 해?”

츠키시마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에 많은 말을 하려니, 목이 무리했나 보다.

“혹시, 케이가. 그러니까. 나한테.”

머뭇머뭇거리니 성이 났다. 가뜩이나 말을 못해 답답하기 까지 한데, 츠키시마의 손이 그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나한테 좀 더, 기대도 될텐데. 그게. 그러니까. 나는….”

막상 말하려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를 좀 더 좋아해주면 좋을 텐데, 믿어주면 좋을 텐데,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투정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 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그는 대신 한숨을 내리 쉬었다.

츠키시마는 오랜만에 그의 손을 잡았다. 손등에 대고 손가락을 톡톡 치자 그의 시선이 반짝였다.

‘당신이 좋아서, 슬퍼하는 게 싫은 거야.’

츠키시마 답지 않게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꼭 맞잡았다. 어디서 이런 칠푼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와 마주보고 입을 뻐금 거렸다.

‘이제는 당신을 제대로 보고 싶어 졌어. 그러니까 말한 거예요.’

당돌했다. 태연해 보였지만 사실은 몸이 떨렸다. 고백은 언제나 진지하고 설레면서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는 츠키시마의 어깨에 머리를 콩 기댔다. 어쩌면 기대야 할 사람은 츠키시마가 아니라 그였다.

“케이는 어른이라니까.”

츠키시마의 손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전처럼 때릴 기세로 툭툭 치는 꼴이 아니었다. 창밖으로 높은 돌담이 보였다. 높은 요새에 다다르자 성벽을 둘러싼 강을 넘었다. 예로부터 아무것도 살지 않는 강물이라, 그 무엇도 살수 없을 만큼 독한 약을 넣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성문이 열리고 졸졸졸 마차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그와 츠키시마가 탄 마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츠키시마는 입안에 남은 사탕을 달그락, 달그락 굴렸다. 입안이 화드득 시원해지니 작은 숨에도 목구멍이 뻥뚫린 기분이다.

“케이-!”
조용히 있던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강아지처럼 후다닥 다가와서는 눈을 마주했다.

“도망갈까?”
그가 물으니 츠키시마의 눈썹이 쫑긋 올라갔다.

“응응, 지금!”
그의 얼굴이 아이 같다. 츠키시마는 그의 미간을 검지로 꾹 눌렀다.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하란 거다. 눈을 깜빡여봐도 여전히 시야가 뿌옇다. 하지만 그의 손을 붙잡고 있자니 어딘가 든든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마음이 편안했다.

“쿠, 쿠로.”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달그락 거리던 사탕이 조각이나 사라졌다. 입맛을 다셨다. 새초롬하게 기댄 그의 머리에 고개를 기댔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그가 너무 좋아서 안달이 났다. 마음이 푸근하면서도 질투가 났다. 그는 뭐가 이리 잘난 걸까, 어디든 마음에 들어서 미치겠다.

“쟤내들 데려다주고 얼른 나오자.”
이윽고 츠키시마와 그의 마차가 성 문을 지나들어왔다. 앞서간 마차에는 니시노야와 아사히가 타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그의 손등에 글씨를 적어내렸다.

‘두 사람이 도시에서 살까요?’

“케이가 원한다면.”
그는 기다림도 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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