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 有

*Ocean's 8 Fanfic







 “다프네 클루거?”


 곱슬거리는 금발을 묶어 올린 로즈가 마시려고 들어 올린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벌떡 일어섰다. 엉거주춤 어색한 티가 나는 자세로 일어나는 로즈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이라 인사고 난 다프네는 그녀가 있는 탁자로 걸어갔다. 성급히 움직이다 탁자 기둥에 무릎을 박아서 통증이 있는 부분을 몰래 쓸어 만지며 신음을 꾹 참고 있던 로즈는 가까이 다가온 그녀에게 어쩐 일로 찾아왔냐 물었다. 어쩐 일이냐고?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꼭 사정이 있어야만 찾아올 수 있는 거야? 어쩐지 꾸역꾸역 한 글자씩 내뱉는 로즈의 행동에 살짝 심통이 난 다프네는 본심과 다른 말을 입 밖으로 무심하게 뱉었다.


 “유명한 잡지에 표지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는데, 입을 새로운 옷 좀 디자인 해 달라고 친히 부탁하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찌 가게에 사람이 없네요?”

 “…아무래도 제 디자인이 형편 없―”

 “그렇게 말하면 당신을 고른 제가 어떻게 돼요. 해줄 거예요? 말 거예요?”


 그녀에게는 악의가 전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프네는 어째서인지 자꾸만 심술이 났다. 로즈가 자신과의 관계를 비즈니스적인 관계로만 두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다프네는 오랜만에 만나 하는 대화가 서로의 안부가 아닌 일거리인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무려 범죄에 동참하면서 사귀었다고 생각한 여자친구인데 왜이리 어색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북클럽 보다는 더 친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 거냐고 다프네는 생각했다. 서로 켕기는 게 없어야 하는 사이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분위기가 딱딱한 것을 그녀는 견디지 못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 생각에 빠진 그녀는 작전 중에도 로즈와 자신이 가장 오랜 시간 가까이 있었는데 관계가 삐그덕거리는 이유를 자문했다.

 로즈는 해줄 거냐 말 거냐 라며 물어오는 다프네에게 말을 더듬거리며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입고 싶어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그린 옷들과 다른 사진집을 챙겨 들고 그녀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갈라 때와 다른 이미지, 잡지 회사에서는 어떤 컨셉으로 찍을 건지 얘기는 없었냐고 묻는 로즈는 다프네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노트에 꽂혀있던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하고 그녀를 불러보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 하여 로즈는 기다리기로 했다.

 어색한 이유, 아무래도 그녀와 대화할 때 사적인 대화를 한 적이 있었나? 다프네는 했던 대화를 되짚어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로즈와 한 얘기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으며 동시에 그녀가 들려준 대답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죄송한데 뭐라고 하셨죠?’


 와중에 들려준 대답이 하나 강하게 떠오른 동시에 다프네는 앙 다물고 있는 로즈의 입술이 눈에 들어와 중얼거리며 말했다.


 “당신 입술 예뻐요.”

 “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다프네도 작게 놀랐다가 황급히 둘러대며 로즈의 립컬러를 물어보았다. 로즈는 다프네가 이번 옷의 메인 컬러를 고르는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가방 속 파우치에서 립스틱을 꺼내 보이며 버건디 레드라고 알려주었다. 버건디 레드라, 확실히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색깔이었다. 다른 이가 바르면 분명 촌스럽다고 놀림 받았겠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고풍스러움도 잘 소화시켰다. 로즈는 다시 말이 없어진 다프네의 모습에 걱정스러웠다. 혹시 그녀가 맘에 안 들어서 거절하고 싶은데 거절을 못하는 건가, 이 색깔이 별로인 걸까. 친구가 된 사이이니 거절하기 껄끄러워 할 수도 있겠다는 스스로 결론을 내린 로즈는 탁자에 두 손을 포개 올린 후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며 자신 말고 다른 디자이너를 찾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다프네는 로즈와의 관계가 더 이상 어색해지는 걸 원치 않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늦어지는 대답에 로즈는 역시 그녀의 옷을 디자인 해주는 건 다시 없을 일이구나 싶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로즈의 표정에 다프네는 대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평소처럼 그냥 막 뱉었다.


 “친구잖아요 우리. 친구 맞죠? 친구끼리는 도와주는 거잖아요. 제가 당신 옷을 입고 표지 모델에 나가면 다시 한번 홍보가 될 거 아녜요. 그럼 당신 가게에 손님이 오겠죠. 서로 좋은 거 아니겠어요?”

 “…조금 생각해보면 다프네가 저를 위해 희생하는 거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로즈가 디자인한 걸로 입고 싶어요. 알겠어요?”


 다프네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로즈의 두 뺨에 손을 가져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게 하고선 뚜렷한 밤비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의사를 표했다. 로즈는 다프네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알았다고 열심히 하자고 대답했다. 조금 떨리지만 확고에 찬 목소리에 맘에 든 다프네는 가게 문 닫는 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로즈는 저녁 8시이지만 손님이 없을 거 같으니 조금 더 일찍 만나도 된다 말했다. 다프네는 로즈의 말에 활짝 웃으며 그럼 7시에 만나자고 말했다.


 “약속 장소는 제가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다프네.”

 

 조금 더 일찍 만나도 된다는 말과 기다리고 있겠다는 두 문장에 다프네의 심통은 이미 머나먼 나라로 날아가 버린 뒤였다. 이 정도면 분명 그녀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라 믿는 다프네였다.




/ 상 하로 나뉘어서 올라갈 거 같습니다... 



오유x한니발 (크오) 외에 잡다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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