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리드, 울었어?"

 뜨거운 포옹을 하고 떨어진 앤드 경은 리드 경의 얼굴을 보더니 역시나 리드 경이 울었던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근데 알아챈 건 좋은데, 저 손은 뭐냔 말이다!

 앤드 경은 리드 경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고 그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앤드 경의 눈에서는 애처로움과 걱정이 잔뜩 묻어 있는 채로 말이다.

 저..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나는 앤드 경의 행태에 온 몸이 부들거리며 떨려왔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앤드 경의 손을 쳐내 버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많고, 앤드 경의 신분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라면 그런 행동은 곤란했다.

 "하하. 별 거 아닙니다."

 앤드 경의 손길에 리드 경은 얼버무리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리드 경의 행동에 더욱더 꼭지가 돌았다. 

 앤드 경이 리드 경에게 저런 짓을 하는 것도 화가 나지만, 리드 경이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에 더욱 뒷골이 당겨왔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한 두번 한 행동이 아니었다.

 "리드 너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탈이야. 그래도 할 때는 하는 녀석이라서 다행이지만, 안 그랬으면 니 성격에 기사는 무리였을거다."

 앤드 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손으로는 리드 경의 머리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리드 경의 어깨에 팔을 걸쳐서 어깨동무를 했다.

 남이 보면 다정한 친구같은 사내들의 우정 정도로 보이겠지만, 나는 앤드 경의 눈빛에서 리드 경에 대한 다른 감정을 느꼈다.

 내가 리드 경을 바라 볼 때와 같은 눈빛. 누군가를 사랑 할 때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리드 경은 뭐가 좋은지 앤드 경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시시덕 거리기 시작했다.

 리드 경의 저 미소! 리드 경의 미소를 받는 앤드 경이 질투가 났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은 질투에 휩싸여 그저 떨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쨍그랑!

 "어머나! 로즈 님 괜찮으세요?"

 "로즈님! 괜찮으십니까?"

 결국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어 힘 조절을 못해 들고 있던 와인잔을 깨버리고 말았다.

 다행히라고 해야 할 건 지금 내 행동으로 인해 내가 다쳤을까봐 걱정하는 리드 경이 쏜살같이 달려와 그 배알꼴리는 모습을 더 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다친곳이 없나 찾는 리드 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난 괜찮아. 그보다 저 분은 누구야?"

 나는 속으로는 아주 울화통이 치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인자한 척 미소를 지었다.

 뭐 생각보다 표정 관리가 안되서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리긴 했지만, 다행히 깨진 컵에 신경쓰느냐고 이 점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대체 리드 경이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들고 리드 경에게 친한 척 하는 저 사내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다.

 내 물음에 리드 경이 대답하기도 전, 앤드 경이 내 쪽으로 다가와서 가슴에 손을 얹고 예를 갖춘 인사를 하며 말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로즈 프라어 저하. 저는 '솔 글라디오'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앤드 모니치라고 합니다."

 역시 예상대로 이 자가 그 유명한 황제 직속 기사단 '솔 글라디오'의 기사단장이었군. 

 나는 기사단장이라고 해서 제법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보다 젊었다.

 많이 먹어봤자 30대 초중반? 내 전생 때와 비슷한 나이대 같았다. 

 "흠, 저도 그 유명한 앤드 경을 만나서 기쁘군요."

 나는 질투의 감정을 억누르고 앤드 경에 대한 흥미가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앤드 경은 황제 직속 기사단 '솔 글라디오'의 기사단장으로도 유명했지만, 리드 경과 같은 소드마스터로도 유명했다.

 제국에 공식적으로 단 두 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 중 한 명. 

 18살이라는 나이에 최연소로 소드마스터 경지에 오른 리드 경 때문에 그 위상이 리드 경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그래도 소드마스터라는 것 자체만으로 그를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근데 둘이 상당히 친해 보이는 군요. 꼭 형제지간 같습니다. 호호."

 나는 가식적인 황녀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입으로는 보기 좋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속은 아주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형제지간은 개뿔이었다. 형제지간에 누가 얼굴을 붉히면서 그런 뜨거운 포옹을 나누냐? 

 리드 경은 몰라도 저 앤드 경은 상당히 수상했다. 

 내 감으로는 저 앤드 경 리드 경에게 흑심이 분명 있다. 

 둘 다 남자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냐고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잊지마라 나도 전생에 남자였다. 

 근데 지금 리드 경을 좋아한다. 35년을 남자로 살았던 내가 여자로 다시 살아났다고 갑자기 남자를 좋아할리가 없었다. 

 내가 원래 남자여자 가리지 않고 만난는 타입이지만 리드 경이 워낙 미친미모를 가지고 있으니, 남자를 좋아하지 않은 자가 봐도 반할 정도였다. 

 고로 리드 경은 동성도 홀릴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앤드 경이 동성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그리고 이건 감이다. 연적을 알아보는 내 감! 

 지금도 앤드 경은 리드 경의 바라보는 눈빛이 절대, 절~대 그냥 친한 사이정도에서 나오는 눈빛이 아니다. 저 끈적거리는 눈빛이 어떻게 형제지간 같은 사이에 바라보는 눈빛인가.

 하지만 우리 리드 경은 내 타는 속도 알지 못하고 내 불타는 속에 기름을 들이 붓는 말을 했다.

 "앤드 경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분입니다. 기사단에 있었을 때 저를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로즈님 말대로 거의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 지냈죠."

 그렇게 말하며 앤드 경을 무한한 신뢰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런 리드 경의 눈을 본 앤드 경은 마주보고 웃어주었다. 

 그 리드 경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듬뿍 묻어있었다.

 하지만 리드 경은 전혀 알지 못하고 생글생글 마주 웃어 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또 속이 끓기 시작했다.

 후... 내가 예민한 게 아니다. 분명 엔드 경은 리드 경을 좋아한다. 이게 어느정도로 티가 나나면, 눈치없기로 유명한 우리 엠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볼을 붉히고는 '어머어머'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서재를 다시 방문했을 때 구석에서 엠마의 것으로 보이는 '기사들의 뜨거운 사랑'이라는 책을 발견했지. 

 엠마가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원래 동성의 사랑이라는 것은 이성에게는 좋은 흥미요소니까.

 하지만 그건 남의 일일때나 가능한 것이다. 내 일이 되면 전혀 달라진다.

 나는 전생에서는 누가 누구를 만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나를 두고 몇다리를 걸쳐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상대에 한에서는 다른 것일까? 리드 경이 나 이외에 다른 자에게 눈길만 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게 사랑이 아닌 그저 우정일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상대는 관심이 있는 상태인데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실실 웃어주는 건 더욱더 속이 탔다.

 나도 내가 이렇게 질투가 많을 지 몰랐는데, 막상 겪으니 아주 돌아버릴 것 같다.

 그 때였다 앤드 경이 나를 흘긋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명백히 '비웃음'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 저! 지금 저 표정. 분명 나를 깔보는 표정이었어!

 지금 자기가 이겼다는 거냐! 

 앤드 경의 비웃음에는 분명 리드 경과의 관계에서 나보다 자기가 더 우위에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분명 앤드 경이 나보다 리드 경을 오래 알았고, 같이 지낸 시간이 길지만 하지만 나도 나도...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앤드 경보다 리드 경과 더 친하다고 할 수 가 없었다. 

 내가 리드 경과 함께한 시간은 고작 몇 달 되지 않는다. 근데 몇 년 동안 함께한 앤드 경을 이길 수가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같이 한 기간이 짧다고 친밀도가 내가 더 낮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앤드 경의 비웃음에 살기어린 눈으로 그를 째려봤다.

 내가 노려보자 그는 한 번 피식 웃더니 나를 무시하고는 리드 경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리며 말했다.

 "하하. 문제는 너무 형제처럼 편하게 대했다가 기사작위를 박탈 당할 뻔했지만 말이야. 그렇지?"

 "애...앤드 경. 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그런 창피한 이야기를 왜 합니까."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드 경은 앤드 경의 말에 난색을 표하며 앤드 경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앤드 경은 그런 리드 경의 손을 피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 나 덕분에 산 줄 알아. 내가 그 때 황제 폐하께 사정사정하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 기사 작위 박탈 당할 뻔 한거 내가 살려놨더니 혼수상태인 황녀의 호위기사로 갈 바에는 기사 때려친다고 난리쳤잖...읍!"

 "앤드 경 쉿! 쉿!"

 앤드 경은 내가 앞에 있는데도 망발을 하려는 걸 리드 경이 입을 틀어막아 말렸다.

 근데 리드 경 앤드 경이 한 말 이미 다 들었고, 나도 아는 사실인데 말려봤자 의미 없지 않나?

 하지만 그래도 리드 경은 내 눈치를 살살보며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앤드 경은 일부러 내 속을 긁어 놓으려고 저 말을 내뱉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분명 저 비웃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봤을 때는 십할, 욕 아니다. 하튼 분명 확실했다.

 아마 리드 경과 내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떠 본 것이겠지.

 "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리고 나 리드 경 처음에 불량한 태도 나름 귀여웠었어. 기사인지 양아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니까."

 나는 리드 경의 그런 점도 좋았다라는 것을 어필했다. 고작 그런 말로 나의 리드 경에 대한 신뢰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 말에 리드 경은 안도했다가 그 뒤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다.

 리드 경도 자신이 그 때 얼마나 막 나갔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내 충직한 기사잖아? 안 그래. 리드 경?"

 내 말에 리드 경은 울상이었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그리고는 힘차게 대답했다.

 "네!"

 훗. 어떠냐. 앤드 경. 

 우리 둘의 관계도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단단하다고.

 나는 애인의 전애인에게 우리의 관계가 너희 때보다 좋다는 것을 과시하듯이 행동했다.

 하지만 앤드 경은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게다가 내 눈치도 보지 않았다.

 "흠. 생각보다 잘 지내는 것 같네. 하지만 그래도 황족의 호위기사보다는 기사단으로 돌아오는 게 좋지 않겠어?"

 저게 무슨 소리지? 좌천 당한 리드 경이 어떻게 기사단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소리인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리드 경도 나랑 똑같이 생각했는지 앤드 경에게 물었다.

 리드 경의 질문에 앤드 경은 팔짱을 끼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일이 있은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고, 다행히 그 때 무산됐던 협정은 이번에 무사히 해결 됐어. 그래서 내가 황제폐하께 리드 너를 기사단으로 복귀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얼마 전에 이야기 드린 참이다. 황제폐하께서 아직 허락 하시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듯 해."

 뭐?! 지금 그러니까 내게서 리드 경을 뺏어가겠다... 그 소리?!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리드. 너 같이 뛰어난 기사가 일개 호위기사 정도로 썩을 수는 없잖아? 너는 내 뒤를 이어 기사단장이 되어야 해. 돌아 올 거지?"

 앤드 경이 리드 경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리드 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의 대답도 부정의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고민하고 있는건가.

 확실히 리드 경 같은 뛰어난 실력자가 일개 황녀, 그것도 이런 힘 없는 황녀의 호위기사나 하고 있는 것은 재능낭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리드 경을 보내주기는 싫었다. 

 당연하다. 현재 황제가 되려고 하는 마당에 뭣도 없는데 리드 경 같은 뛰어난 실력자가 내 호위기사라니 얼마나 든든한가. 

 게다가 내가 리드 경을 사... 사랑하고 있고 말이다. 어느 누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쉽게 딴데로 보낼까.

 나는 혹시나 리드 경이 저 말에 넘어갔을 까봐 리드 경을 쳐다봤다. 

 하지만 리드 경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앤드 경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설마.. 날 버리고 기사단으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리드 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리드 경이 아무 말도 없자, 앤드 경은 리드 경이 확실히 넘어오게 하기 위해서 군침이 도는 제안을 했다.

 "리드. 난 너를 정식으로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다. 기사단장의 후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니치 후작가의 양자로 들여 우리 가문을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

 앤드 경의 제안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모니치 후작가. 

 몇대에 걸쳐서 솔 글라디오의 기사단장직을 연임한 제국 최고의 기사가문.

 후계는 성별 상관없이 태어난 순서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만 가문을 잇는 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세습법을 가진 가문이었다. 

 뭐, 그 덕분에 최고의 기사가문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가문의 양자, 그것도 후계자라니. 얼마나 파격적인 제안인가.

 "리드 너도 알다시피, 내 나이가 서른다섯이다. 무도의 길을 걷느냐고 결혼도 하지 못해서 후계가 없어. 그래서 양자를 들이려고 하는데, 우리 가문 특성으로 보면 너만큼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없다. 제국 최고의 실력을 가진 너라면 충분히 우리 가문을 이을 자격이 있어."

 저거 아주 포장은 잘한다. 말이 리드 경을 양자로 들인다는 거지, 양자로 들이고는 리드 경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이러쿵 저러쿵 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전생에서도 동성간의 결혼이 되지 못하니 자신의 호적으로 올리기 위해서 쓰는 수법이었다. 흔하진 않지만 간혹 있는 경우였다.

 맘같아서는 절대 반대!를 외치고 싶었지만, 이것은 내가 뭐라 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리드 경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최국 최고의 기사. 최연소 소드마스터 리드. 그에게 부족한 점이라면 평민 출신이라는 것 뿐이었다.

 만약 리드 경이 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리드 경은 완벽해 지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내 기사로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리드 경과 검 대결로 리드 경에게 제안 했던 것은 내가 황제가 되면 리드 경을 황제 직속 기사단의 기사단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 

 하지만 지금 내가 제안한 그것을 모두 이루고, 또한 제국 최고의 기사가문의 후계가 될 기회까지 눈앞에 들이밀어져 있었다.

 분하다.

 이 순간만큼 내가 힘없는 황녀라는 것이 이렇게 비참한 적은 없었다. 

 나는 리드 경에게 그 불확실한 미래조차도 보장 할 수 가 없었다.

 나는 리드 경이 혹시라도 저 제안을 수락 할까봐 심장이 불안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리드 경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 할 수는 없었다.

 앤드 경에 제안에 대해서 거절이 아닌 보류였으니까.

 "알았다. 황제폐하께 좀 더 이야기 해 볼테니 폐하께서 기사단으로 돌아 올 수 있게 허락하시면, 그 때 다시 이야기 하자. 내가 널 꼭 돌아 올 수 있게 힘 쓰마."

 앤드 경은 리드 경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말했다. 

 하지만 리드 경은 아직도 무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지 그저 묵묵히 서 있었다.

 "나는 이만 가보마. 잠시 시간을 내서 나온 거거든. 리드 잘 있어."

 앤드 경은 아직도 그저 가만히 서있는 리드 경을 다시 한 번 끌어 안더니 리드 경보다 키가 좀 더 큰 그가 감히... 감히... 리드 경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꺄아~"

 그 모습을 본 엠마는 옆에서 조그맣게 비명을 지르며 방방 뛰고 있었고, 나는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저... 저 자식 좋아하는 거 숨길 생각도 없구만.

 앤드 경이 리드 경을 좋아하는 걸 눈치 못채는 건 리드 경 본인뿐인 것 같았다.

 앤드 경은 리드 경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이고는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게 들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당신에게서 꼭 리드 경의 되찾겠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지나쳐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해 볼테면 해봐. 절대 안 뺏길 거니까."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연적의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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