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은 한참을 울다 새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연달아서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멍한 머리를 붙잡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형..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에요?”
“야..너 사고친거 있냐?”

다짜고짜 이게 무슨 말이야..

“h.won`s가 너땜에 곡 못주겠다고, 위약금 달라면 줄테니까 곡 못주겠대. 콕 찝어서 너때문이라고 했다고!”

h.won`s는 최근 2~3년 사이 가장 핫한 2명의 작곡가팀이었다. 최근 대형 그룹의 앨범엔 무조건 그들의 곡이 있을 정도였고, 타이틀로 음방무대를 휩쓴 곡도 여러 개였다. 2인이라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건 종종 디렉팅을 하는 정세운 한명뿐이고, 한명은 누군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들의 곡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작곡료도 업계 탑급에 저작권 재벌이라며 소문이 날 정도였다.
다니엘 소속사에서도 역시 그들에게 곡 부탁을 했다가 몇번의 거절 끝에 데모를 받게되었고, 듣자마자 너무 좋아 타이틀로 결정된것이 벌써 한달 전이다. 이미 안무도 녹음도 거의 진행된 상황인데.. 아니 그게 왜 나 때문에 엎어지냐고!!

“일단 사무실로 좀 와라.”

다니엘은 급하게 샤워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멤버들과 매니저들, 회사의 임원들이 모여있었다.

“너 진짜 사고친거 없냐?”
“사고는 무슨 사고요! 집만 나오면 사생들이 달라붙어 뭐 할수나 있어요?! 그리고 일단 그 작곡가 만난적이나 있어야지. h.won`s 중에 한명만, 그것도 이름만 알아요.”
“진짜 없는거 확실해?”
“거의 매일 스케줄잡아서 뺑이치게 만들어 놓고, 사고칠 시간이나 있었어요?”

다니엘도 억울한 마음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대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아마 h.won`s인듯 했는데, 갑자기 다니엘에게 전화를 건냈다.

-강다니엘입니다.
-정세운입니다. 만나죠. 할 말 있어요.
-네, 저도 할말 많을거 같네요.
-많을지 없을지 만나봐야지요. 다니엘씨 오피스텔근처 ○○카페로 1시간 후에 봐요.

그 카페는..마사지샵 1층의 카페인데.. 아니 그보다 우리집 근처라는 설명은.. 집 위치를 알고있다는 말이잖아. 뭐야..이 새끼 알고보니 스토커야? 그래도 일단 지금은 모든걸 참고 팀을 위해 곡을 받는 것이 중요했기에 주저할 틈도 없이 카페로 향했다.

다니엘은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 거의 원샷하듯 빨아먹었다. 이것저것 너무 답답해서 속이 탔다. 잠시 후 어떤 남자가 다니엘의 앞에 앉았다. 다니엘은 그 남자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너..재환이랑 어제..”
“네~ 어제 재환이형이랑 오피스텔 들어간 그 남자 맞구요. 그 작곡가 h.won`s 정세운이구요. 너님 때문에 곡 못주겠다고 지랄한 놈 맞아요.”
“..하.. 도대체 재환이랑 뭔 사이에요. 이 씨발놈아..”

다니엘은 지금 제 위치를 망각한체 다짜고짜 욕을 뱉어냈다.  

“곡보다 재환형이랑 관계가 더 궁금한가봐? 우리 강! 다니엘씨는?”
“아..그래서 뭔 사이냐고!?”
“h.won`s 팀 멤버요. 저랑 김재환이 한 팀. 고등학교 선후배 겸 대학교 동기. 어제 같이 들어가던 오피스텔은 우리 작업실 겸 형집.”

지금 이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그 김재환인가.. 의심스러웠다. 내가 아는 김재환이 실용음악과에 다니고, 음악을 하고 있는 건 맞는데.. 그가 작곡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아니 그보다... 그가 아는 김재환은 마사지샵에서 대타도 뛰는 열혈 알바생.. 아니었나? 

이게 지금 뭔 헛소리야..하는 벙찐 표정의 다니엘을 보더니, 정세운이라 밝힌 그 남자는 같잖다는 듯 비웃으며 담담한 말투로, 하지만 실상 차갑고 시니컬한 내용을 내뱉었다.

“난 애초에 당신네 그룹에 곡 주는거 반대했어요. 근데 형이.. 당신이 너무 좋다고.. 선물하고 싶다고..몇 달을 나한테 부탁하더라고. 내가 형을 7년 째 아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건 또 첨 봐가지고.. 그 부탁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당신때문에 자존심 다 굽혔다구요. 그런 사람이 지금 내 앞의 망할 놈땜에 죽기직전이에요. 백화점에서도 봤다면서요? 그때 같이 있던 남자는 친형. 당신 선물 사려고 자기형 끌고가서 골랐대. 자기는 못보니까 좀 봐달라고. 처음이었어. 남한테 그런말까지 해가면서 선물고르고, 신경쓰는거. 그런 사람을 가지고 놀기나 하고.. 그런 쓰레기같은 놈한테 난 곡 못줘. 내가 돈은 날려도 곡은 못줘요.”
“나 재환이 가지고 논적 없어요. 진심이었어. 좋아한단말.. 사랑한단말.. 그냥 다 알고 있을줄 알았어. 오해한거..의심한거.. 미안한데...”
“잠깐. 거기까지. 그 뒷말은 본인한테 직접해요. 아무말 못한 재환이 형 탓도 있긴할테니까. 오피스텔 어딘지 알죠? 거기 801호. 비번은 0807. 지금 밤새 울다가 잠들었어요. 일단 둘이 해결보고 정리해. 그 후에 곡은 어떨지 판단할게요.”

세운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세운을 만나면 할말이 많았는데,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세운이 알려준 재환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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