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의 망나니 제임스 T 커크의 아버지인 조지 커크는 그리핀도르 출신으로, 어둠의 마법사들로부터 마법부를 지켜내고 순직한 위대한 오러이다. 모든 이들이 커크가 그의 뒤를 이어가길 바랐고, 커크는 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커크의 기숙사 배정식 때를 말하자면, 모든 이들이 커크가 그리핀도르로 갈 것이라고 확신했고, 배정모자 또한 그러했다.

넌 대담하고, 용감하구나! 그리핀도르가 잘 어울려.

커크는 단 한 가지만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제발, 그리핀도르만은 안돼. 그리핀도르는 싫어.

모자가 다시 속삭였다.

그래? 넌 충분히 그리핀도르로 갈 자격이 있어.

그렇게도 싫어?

그렇다면... 후플푸프!






드디어 커크는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해의 기숙사 배정식이 열렸을 때, 모자를 든 교수가 한 신입생의 이름을 불렀다.

크레덴스 베어본!

흠칫 놀라며 우물쭈물 다가가는, 작은 체구에 제멋대로 자른 듯한 검은 머리의 소년이 떨리는 손으로 모자를 받아 썼다.

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외쳤다.

슬리데린!






그때까지만 해도 커크와 크레덴스는 서로를 알지 못했고, 시간이 흘러 커크는 4학년이 되었다.






다른 기숙사에 비해 조용하고 평온했던 후플푸프는 이제 가장 많은 소동들의 진원지가 되었다. 그 주범은 역시나 망나니 커크였다.


수업 시간에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된 학생들 모두를 달콤한 말로 꼬셔내어 그에게 홀딱 빠지게 만들었고, 그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학생들에게는 능글능글한 말투로 화를 돋워 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마법사 결투를 신청해 난동을 부리곤 했다.

그런 소동들에도 불구하고, 커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꽤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과 특히 파랗게 빛나는 눈 때문일까.






그러나 후플푸프를 향한 이상한 편견은 커크도 피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를 얼굴만 믿고 나대는 멍청한 후플푸프생이라고 부르며 비웃었지만, 커크는 그저 유들유들 장난꾸러기 아이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 날도 커크는 마법의 역사 수업을 땡땡이치고 금지된 숲 근처 나무 위에 올라 일탈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숲 쪽이 소란스러워 고개를 돌리니, 슬리데린 학생들 여럿이 작은 체구의 까만 삐죽머리 소년을 숲 쪽으로 밀치고 있었다.

평소의 커크와는 다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크레덴스, 너 따위가 쪼는 바람에 그리핀도르 녀석들에게 점수를 빼앗겼잖아!

너같은 녀석은 좀 맞아야 해.

그들은 별 같잖은 이유를 갖다 붙이며 크레덴스를 몰아가고 있었다. 크레덴스는 겁을 먹었는지 몸을 숙이며 떨고 있었다.






순수 혈동도 아닌 자식이 어떻게 슬리데린에 들어왔지?

마법도 더럽게 못쓰던데, 너 스큅이지?

잡종 주제에.

니네 머글 부모한테 돌아가!

부모님까지 들먹이자, 잔뜩 움츠린 크레덴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언뜻 눈동자에 하얀 빛이 스칠 때, 커크가 나타났다.






유치해서 못 들어주겠네. 덩치도 산 만한 것들이 작은 친구 하나 괴롭히는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몰라?

읏, 뭐야 커크! 방해하지 마!

잘 쉬고 있는 날 방해한 건 너희들인걸?

커크가 지팡이를 살짝 흔들어 보였다.

내가 아무리 마법 수업을 땡땡이쳐도 너희들보다는 주문을 더 잘 외우는데.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볼까?

그 말대로 커크는 피는 못 속이는지 농땡이를 쳐도 실력은 특출났다.

그 것을 알기에 녀석들은 그저 두고보자, 는 삼류 악당같은 말을 던지며 물러났다.






다친 데는 없어?

아... 저... 괜찮... 아요...

잔뜩 움츠러든 크레덴스의 모습이 안쓰러워 커크는 화가 날 정도였다.

떠밀려 넘어진 크레덴스를 일으키려 커크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이 상처투성이였다. 지금 막 생긴 상처부터, 빛 바랜 흉터까지 가득한 손이었다.






커크의 손이 닿자 크레덴스는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타인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던 커크의 마음에 이상하게 그에 대한 보호본능이 일었다.

바보같이 당하고 있지만 말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란 말이야. 한 방 먹여주라고!

뭣하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크레덴스는 이때 따스한 인간의 온기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렇게나 갈구하던 것이었다. 그를 괴롭히던 슬리데린 학생들의 말대로, 그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에 길러준 양어머니는 머글이었고 크레덴스를 돌보기는커녕 심하게 학대했다.






손에 보기 싫은 흉터가 남겨진 그 날도, 양어머니는 크레덴스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이젠 정말 죽을 지도 모르겠다, 하는 극한의 공포심을 느꼈을 때 그 힘이 갑자기 발현되었다. 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감긴 눈을 뜨니 양어머니가 저 멀리 나동그라져 떨고 있었다.

그렇게 크레덴스는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법부의 구조를 통해 호그와트에 보내졌다. 그러나 크레덴스는 그 힘이 다른 마법사들의 능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호그와트에서 지내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생겼다.






슬리데린 학생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그 날, 그들이 양어머니까지 들먹이자 그저 두려움에 떨던 크레덴스의 마음 속에 분노가 솟구쳤다. 비록 사랑받지 못했고, 모진 학대를 당했어도 자신의 곁에 남아있던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 검은 힘이 날뛰려 할 때 나타난 커크 덕에, 폭발할 것 같은 그 무서운 힘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커크가 자신의 상처투성이인 손을 잡아 주었다.

커크의 파랗게 빛나는 투명한 눈이 똑바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커크가 그의 입으로 자신을 돕겠노라고 말하고 있었다.

크레덴스는 커크가 자신에게 내려진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뛰었다.






그 날 이후로 커크와 크레덴스는 기숙사는 달랐지만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아니, 단짝이라기 보다는 마치 어미새와 아기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그들을 괴상한 조합이라며 수근댔지만, 이미 후플푸프와 슬리데린 기숙사에 대한 편견에 익숙해진 터라 그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크레덴스는 커크와 지내면서, 불안감으로 가득해 언제 검은 힘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커크는 크레덴스를 마치 친동생처럼 여겼다. 크레덴스와 함께 지낸 이후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방황하던 자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커크와 크레덴스의 평화로운 나날에 큰 파동이 찾아왔다. 커크가 물리쳤던 슬리데린 녀석들이 커크가 아니꼬왔던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 학생들을 꼬셔다가 합심하여 커크카 잠시 자리를 비운 새에 크레덴스를 공격한 것이었다. 무방비한 상태였던 크레덴스는 고스란히 타격을 받았다.

패거리들은 고통스러운 주문을 크레덴스에게 날리면서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네놈 다음은 커크 자식이야. 그 잘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뭉개주겠어!

크레덴스는 몸에 가해지는 고통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날카로운 말들도 다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빛이 되어준 사람을 건드리자 버틸 수 없었다.






크레덴스의 정신이 분노로 아득해졌다. 몸이 뜨거웠다.

그 사람만은 안 돼.

그의 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찡그린 눈을 떴다. 그의 눈에 하얀 눈동자가 번쩍였다.

한 걸음만 더.

꼭 쥐고 있던 손을 펴기만 하면, 그들 모두를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레덴스를 감싸는 검은 기운에 그를 둘러싼 패거리들이 멈칫했다. 압도적인 느낌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

익스펠리아르무스!

커크의 다급한 목소리가 주문을 읊었고 패거리 녀석들 몇몇의 지팡이가 날아갔다. 한걸음에 달려온 커크는 낯익은 슬리데린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갈겼다.

쓰러진 녀석을 걷어차고, 그 옆 녀석의 얼굴에도 주먹을 내리꽂았다.

너희들 재기불능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니까, 걸어서 병동에 들어가고 싶으면 지금 당장 꺼져.

커크가 으르렁대자 겁을 잔뜩 먹은 녀석들이 신음을 흘리고는 비틀거리며 사라졌다. 커크는 황급히 크레덴스에게 눈을 돌렸다.






검은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가운데에 괴로워하는 크레덴스가 있었다. 커크가 그를 껴안았다. 크레덴스 주위를 맴돌던 검은 기운은 칼날을 머금은 바람처럼 커크의 몸에 생채기를 남겼다. 커크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크레덴스에게 소리쳤다.

크레덴스, 정신차려! 이젠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






커크의 목소리가 들리자, 크레덴스의 검은 힘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커크의 품 안에서 크레덴스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다.

커크...

물기를 머금은 크레덴스의 목소리. 결국 가장 보여주기 싫었던 존재에게 보여지고 말았다.

빛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괜찮아.

커크의 한 마디. 이 한 마디에 안심이 되어 크레덴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이 크레덴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내 힘은... 다른 마법사들과... 달라요.

다른 사람들은... 만들어내는 힘이 있지만... 난... 그저 모든 걸... 파괴할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 크레덴스. 혼자서 앓지도 마.

내가 옆에 있잖아. 내가 언제나 함께 있잖아.

커크의 손이 부드럽게 크레덴스의 뺨을 감쌌다. 부드러운 입술이 크레덴스의 입술에 닿았다.

따뜻했다.

크레덴스의 몸의 떨림이 멈췄다. 그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크레덴스가 혼자 간직해왔던 비밀은, 이제 커크와 크레덴스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7학년이 된 커크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호그와트의 학생회장이 되었다.

크레덴스는 여전히 내성적이고 조용했지만, 타인과 교류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안의 검은 힘도 악한 기운은 많이 희석되었고, 그 강함만을 통제하는 법을 점점 터득해나가며 강한 마법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크레덴스의 마법 능력이 월등히 강해졌다고 해도, 커크의 능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작고 여렸던 시절의 크레덴스를 기억하는 커크는 그를 여전히 어린 친동생처럼 여겼고, 크레덴스는 그런 커크를 좋아했다.






평화를 깨부수는 사건은 늘 그렇듯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둠의 마법사 군대가 호그와트로 쳐들어왔다.

교수들과 상급생으로 이루어진 학생회 임원들은 학교와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커크는 가장 앞으로 나선 자들 중 한 명이었다.

크레덴스도 커크의 옆에 서서 그를 돕고 싶었지만, 커크가 절대 나오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한 뒤였다. 그의 안의 검은 힘에 사로잡혀 다시금 이성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크레덴스는 그저 멀찍이서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커크의 등을 좇을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마법 빛줄기들이 난무하고, 빛줄기를 맞은 돌벽이 무너져 내렸다. 자욱한 먼지구름 틈새로 미처 방어 주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학생과 교수가 주문을 맞고 스러졌다.

그러나 교수들과 학생들의 대처도 훌륭해서 어둠의 마법사들도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커크도 그 안에서 훌륭하게 방어진을 구축하며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어둠의 마법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 빈틈이 보이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커크가 무장해제 마법을 날렸다. 그 순간, 그 자가 순식간에 마법을 튕겨내고는 고개를 돌려 커크를 쳐다보았다.

그 자가 입을 열었다.

너... 조지 커크의 아들이냐?

그의 말에 어둠의 마법사들의 시선이 커크에게로 쏠렸다.

그 한 마디와 그들의 반응으로 커크는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고, 그때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쳐들어왔다는 것을.






아... 아아아!

커크의 마음 속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들을 향해 저주 마법을 난사했지만, 방어 마법에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교수들과 학생들도 한계에 도달해 점점 밀리고 있었다.

이길 가망이 없는 전투였다.






어둠의 마법사들의 리더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조지 커크의 아들의 목숨을 넘겨라. 그렇게 한다면 전쟁을 멈추고 너흴 살려주겠다.

그들의 비웃음이 이어졌다. 교수들도, 학생들도 다들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지친 상태의 그들은 절망적인 시선으로 커크를 쳐다보았다.


커크는 눈을 감았다.

나만 희생해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안돼요!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 크레덴스였다. 그가 커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오지마, 오면 안 돼. 커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지만, 크레덴스가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크레덴스는 이미 결심한 듯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레덴스...

커크가 애타는 목소리로 크레덴스를 불렀다.

괜찮아요, 짐. 짐이 모두를 지켰어요. 나를... 지켜줬어요.

...이제는 내가... 짐을 지킬 거예요.

크레덴스가 커크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어둠의 마법사들을 향해 나아갔다.






크레덴스가 떨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의지로 검은 힘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빛을 지킬 것이다.

눈을 감았다. 크레덴스의 몸이 점점 뜨거워졌지만, 그의 의식은 또렷했다.

나의 빛을 지킬 것이다,

눈을 떴다. 그의 눈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크레덴스의 전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 보는 거대한 힘의 폭풍에 당황한 어둠의 마법사들이 크레덴스를 향해 저주의 주문을 읊어댔지만, 검은 기운에 막혀 도달하지 않았다.

매서운 채찍처럼 휘몰아치는 검은 기운은 방어 주문을 깨뜨리고 어둠의 마법사들을 유린했다. 더 손쓸 틈도 없이,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몸은 갈기갈기 찢겨지고,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결국 그 어떤 어둠의 마법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찬 그들의 비명소리가 동굴에 갇힌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전쟁은 호그와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학교도, 교수들도, 학생들도 무사했다. 그러나 정적만이 감돌 뿐,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눈 앞에서 펼쳐졌던 잔인한 광경 때문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커크가 힘겹게 일어나 모두 괜찮느냐고 외치는 것으로 그 침묵은 깨졌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알아버리고 말았다. 학생들에게는 함구하라고 했지만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전쟁의 뒤처리가 끝난 이후에도 교수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준, 너무나 거대하고 잔인한 힘을 가진 크레덴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것 같았다.

결국 크레덴스는 교수회의에 호출되었다. 그를 둘러싸고 오가는 교수들의 의견들이 점점 날카로워져만 갔다. 고개를 숙인 크레덴스의 어깨가 떨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혼자였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만이 가득 차올랐다.

그때, 큰 소리로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사람 때문에 날카로운 공방전이 멈추고 모든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커크였다.






크레덴스를 내보내지 말아주십시오. 그에게는 이곳이 필요합니다.

크레덴스 덕에 학교를, 학생들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크레덴스 덕분에 저 자신이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위험하지 않아요.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크레덴스의 떨림이 멈췄다.






짐과 함께라면... 저는... 제 힘의 통제력을 잃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크레덴스가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등을 곧게 펴고 확신에 찬 눈으로 교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던 덤블도어 교수가 반달 모양 안경 너머로 커크와 크레덴스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제임스 커크, 크레덴스 베어본.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너희들을 믿는단다.

결국 크레덴스는 무사히 호그와트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7학년생들의 졸업식이 다가왔다. 커크는 오러가 되었고, 크레덴스는 그런 커크를 축하해주었다.

크레덴스, 혼자서도 정말 괜찮겠어? 네가 걱정돼.

커크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약간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크레덴스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것이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처럼 불안했다.






걱정 말아요, 짐... 난 괜찮아요.

이제 난 더 이상... 약하지 않아요.

더 이상, 무섭지도 않아요. 짐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크레덴스는 처음으로 그에게 먼저 키스해 주었다.


단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요.

내가 짐 곁에... 갈게요.

내가 언제나, 짐의 등 뒤를 지켜줄게요.

크레덴스는 커크에게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시금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키스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점점 짙게 피어올랐다.






마블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