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채연님 언제까지 여기에서 저를 방해하실 거예요?

 지금 보시다 시피 전 무진장 바쁩니다.“

 

 정원에서 무작정 방황을 하던 채연이 장미나무에 거름을 주고 있던 유진에게 도와준답시고 거름수례를 끌어주다 바닥에 다 쏟아버리고는 미안해하며 수례를 세우다 다시 기울어지는 바람에 장미 나무 한그루를 부러뜨리고 말자 유진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 제발 이젠 제가 할 테니 그만 성으로 들어 가세요 그게 저를 도와주는 방법인거 같네요”

 

“저 성안은 감옥 같아 들어가기 싫어”

 

  쏟아진 거름을 손으로 들어 수례 안으로 다시 넣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채연에게 유진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곧 아름다운 신부를 맞으실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네요.

물론 사쿠라 언니도 좋은 사람 이였지만

민주님은 천사예요. 그런 분과 결혼을 하시게 된 걸 행운으로 아셔야지

채연님은 정말로 바보세요”  

 

“니 말이 맞다

 너도 알고 있었던 걸 왜 난 몰랐을까?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짖을 했어

 하지만 난 이미 사쿠라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농으로 던진 말에 너무 진지하게 대답하는 채연의 말에 당황한 유진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가 엉망이 된 채연의 손을 털어주고 있을 때 민주가 뛰어왔다.

 

“언니 사쿠라가 위험해요”  

 

 민주가 오자 채연의 내내 무표정하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며 자리를 피하려는 듯 몸을 돌리려 하는 채연의 손을 민주가 잡으며 말하자 채연은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민주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사쿠라는 지금쯤 배를 탔을 텐데”

 

“어머니가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지금 쫓고 있어요. 약을 찾는다고 했어요.”

 

“넌 여기에 있어 내가 따라가 볼게”

 

 

“저도 같이 가요 어머니를 막으려면 제가 필요할거예요”

 

 채연과 민주가 서둘러 말을 타고 달려 부둣가에 도착했지만 배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채연은 작은 배들이 정박해있는 곳을 돌며 배 주인으로 보이는 한 사내에게 말했다.

 

“우리를 저기 떠나고 있는 배로 데려다 준다면 금화 1개를 주겠다”

 

사내는 채연이 가르키는 배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죄송하지만 고깃배로는 저 배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채연님 하지만 따라 잡을 수 있는 배 주인을 알고 있습니다.”

 

“나를 그 사람에게 안내해 주면 금화를 주겠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해대며 길을 안내하는 사내를 따라 채연과 민주가 갈 때 쯤 은비와 호위부사들은 배안에서 사쿠라를 찾고 있었다.

 혜원은 선실의 가장 구석진 곳에 허망한 얼굴을 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쿠에게 다가가 받아 온 빵을 건네주고 자신도 옆에 자리 잡았다.

 

“여자 둘이서 배를 타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어 사쿠라

 네 얼굴은 가급적으로 가리는 게 좋을 거 같아“

 

옷가지로 사쿠라의 머리와 얼굴을 가려주며 말하는 혜원을 보며 사쿠라는 말했다.

 

“너 배를 타 본적이 있어? 난 처음인데... ...

 언젠가는 배를 타고 멀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배를 타게 될 줄 몰랐네... ...“

 

 “힘든 시간이 될 거야. 얼른 먹어둬 배안에선 여자가 마음 놓고 쉴 곳이라곤 없거든”

 

 혜원의 말에 사쿠라는 찰기라곤 전혀 없는 퍽퍽한 빵을 입에 물고 그야말로 살기위해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사쿠라가 먹는 모습을 보고 저도 한입 배어 물려고 하는 순간 혜원의 눈앞에 고급스런 군복을 입고 허리에 칼을 찬 사내들이 사람을 찾는 듯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혜원은 본능적으로 사쿠라를 찾고 있다는 생각에 사쿠라의 팔을 잡아끌고서 선실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창고로 숨어들었다.

 온갖 가축들이 내는 악취와 오물들로 질척이는 창고안의 짐을 헤치고 사쿠라를 숨긴 혜원은 서둘러 자신의 몸을 숨기려다 그만 주변에서 살피던 호위무사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남자가 혜원에게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며 창고로 들어와 주변을 살피려 할 때 혜원이 남자의 팔에 들러 붙어오며 말했다.

 

 

“아이 그 냄새나는 곳엔 왜 들어가시려고요 저를 보러 오신 게 아니었나요?”

 

 혜원이 머리에 쓰고 있던 망토를 벗으며 눈을 맞춰오자 사내는 혜원의 미모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말했다.

 

“아 하하 그게 널 보러 온건 아니지만... ... 아 근데 내가 지금은 좀 바쁘고 조금 있다가 내 다시 널 찾으마.”

 

 사내가 입가의 미소를 멈추지 못하며 들어가려던 창고에서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리자 이미 주위의 이목을 끌어 버린 이상 다시 숨을 수 없었던 혜원은 망토를 다시 쓰고는 승객들과 섞여 들며 눈은 사쿠라게 있는 곳을 주시 하고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빨리 찾지 못하는 무사들에게 화가 난 은비는 자신이 직접 찾겠다고 선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일제히 일어나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살피던 은비의 눈에 낡은 망토로 온통 가리고 있지만 그 밑으로 보이는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든 옷자락을 발견했다.

 은비는 망토를 뺏어 들어 올리고 혜원의 얼굴을 확인하곤 비릿한 웃음을 날리고는 칼로 위협하며 말했다.

 

“사쿠라는 어디에 숨겼나요? 혜원”

 

“사쿠라는 배에 타지 않았습니다. 은비님”

 

“오호 그래요? 그걸 저더러 믿으라는 건가요?”

 

 은비는 혜원을 노려보던 눈을 돌려 주변을 살피다 창고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좋아요 사쿠라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당신의 목숨은 살려 두려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은비는 들고 있던 칼을 혜원에게 겨누며 서서히 다가가 손을 들어 찌르려고 하자 ‘잠깐만요’라는 외침과 함께 사쿠라가 짐을 해치고 창고를 나왔다.

 

“사쿠라 이 바보가... ...”

 

   

     

 

 은비는 갑판위에 사쿠라와 혜원을 묶어두고 사쿠라의 짐을 뒤졌지만 상자를 찾을 수가 없자 사쿠라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약이 든 상자는 어디에 있지?”

 

 

“저에게는 없습니다. 제방에 놔두고 왔습니다.”

 

“거짓말  니 방을 다 뒤졌지만 상자는 나오지 않았어,

너 이 호위무사들 앞에서 발가벗겨 몸수색을 당해봐야 내놓을 태야?“

 

“은비님 정말입니다. 전 지하 감옥에서 나와 제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 나왔습니다.”

 

“너 아주 거짓말이 잘도 나오는 구나 그럼 이 보따리는 언제 챙긴 것이냐?”

 

사쿠라는 늙은 집사가 곤란해질까 그가 줬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머뭇거리자 은비는 검을 내려 놓고 사쿠라에게 다가가 옷을 벗기려 했다.

 

“이것을 찾으시나 봅니다. 고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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