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과 같이 즐겨주세요.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공간에 사쿠사는 무료한 듯 누워있어. 살맛이 나지 않아. 나 지금 숨은 쉬고 있는 건가? 라며 자기 자신에게 되물어봐. 밖에서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번개까지 번쩍 거리지.






“………… 목 말라.”






라는 말과 함께 순간 사쿠사가 있는 공간이 번개 빛에 의해 반짝거리며 보이는데 벽에는 사진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번개 소리에 귀가 예민해진 사쿠사는 혀를 차며 자신이 있는 방 안에 불을 켜. 번개에 의해 잠깐 보였던 사진들은 전등에 빛에 의해 완벽하게 형태를 보여줬어.






기괴하다. 딱 이 말로 정의되는 듯한 사진들뿐이야. 방 안은 온통 하얗고 먼지 한 톨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고 청소되어 있어. 그렇기에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기괴한 사진들은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가져와.







사진 속에 담긴 것은 검붉은 것 이거나 눅진한 살색의 향연. 무언가가 흘러나왔거나 터졌거나 일그러진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사쿠사는 누워있던 곳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하얀색 마스크를 주어들고 자신의 얼굴에 착용해.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컬렉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지.






먼지? 정말 싫어. 그렇기에 더러움은 끔찍해. 사람? 만나는 거 싫어.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해? x발 존나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잖아. 이렇게 뒤틀려진 사고가 사쿠사를 점점 강박 속에 갇혀 살게 만들어.






이미 뒤틀려질 대로 뒤틀려진 사쿠사는 인생의 무료함을 심각하게 느껴. 뭘 해도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그런 그에게도 희열은 찾아오니 바로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뿐이야.







“이 년은… 어제 최악이었지.”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 있는 여자를 장갑 낀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사쿠사는 웅얼거려. 술에 떡이 된 술집 여자였는데 새벽에 걷고 있는 자신의 팔을 덥석 잡고 그 더러운 몸에 자신의 팔을 몸에 비비지 뭐야? 그대로 그년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와서 자신을 잡았던 그 손을 도려내버렸어. 팔을 도려내자마자 피가 분수처럼 터졌어. 아- 그 장면은 좀 아름다웠을지도...







벽에만 붙어있는 사진들만 봐도 사쿠사가 저지른 범행들은 한두 건이 아니야. 사람의 성별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인 걸로 보아 아직도 사쿠사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은 듯 보여. 경찰들은 사쿠사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쫓아다니고 있어. 그러나 사쿠사는 웃음만 나올 뿐이야. 왜냐? 그는 결벽증이거든.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지만 죽은 시체는 말을 한다? 웃기는 소리. 사쿠사는 머리카락 한 톨도 남기지 않아. 처음부터 증거를 흘리고 다니지 않지. 그의 방 안은 화학 약품 용액 냄새로 가득 차있어. 비유하자면 뭘까? 그래, 과학실이나 영안실에서나 날 법한 냄새 말이야.






갈증은 점점 사쿠사의 목을 죄어와. 사쿠사는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증으로 인해 머리가 답답해지자 창문의 틈을 살짝 열어나. 사쿠사가 살고 있는 공간은 1층이기에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여.






살짝 열린 창 틈으로 다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자신의 공간 앞을 지나가. 물론 밖은 깜깜했으므로 얼굴은 보이지 않아. 그러나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소란스러운 녀석들이라는 것은 확실해. 







목소리는 막 변성기가 지난 듯한 옛된 소리들. 밤늦게까지 뭉쳐 다니는 꼴을 보아하니 학생인가? 사쿠사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크으으! 배부르다. 다들 오늘 수고했어! 거기 불고기 맛있었지? 있잖아- 저번에 말이야 본점에서 먹고 반했었는데 인근에 2호점이 생기다니 완전 럭키!!! 또 먹으러 가야겠어!!”


“네, 맛있었습니다.”


“참, 이번에 새로 나온 게임 집에다 설치했거든. 누구 우리 집에 가서 할 사람??!?!”


“소란 피우지 마세요. 이곳은 주택가입니다. 이 시간에는 목소리를 낮추세요.”


“자- 그럼 조용히 할 테니까 우리 집 갈래?”


“예예- 알겠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저 멀어져 가는 무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머리를 찌르는 나른한 한 녀석의 목소리에 사쿠사는 눈에 생기가 돋아. 방금까지만 해도 갈증이 몰려왔는데 이미 제 시야에서 사라진 그 단 하나의 목소리에 오아시스라도 마신 것처럼 머리까지 상쾌해져.








찾았다… 다음 타켓.







사쿠사는 타겟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삶에 대한 활력이 생겨. 즐거운 일이거든 자신의 갈증을 채워줄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물론 제 심기를 거스리게 하거나 제 발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없는 정보를 뒤져서 타켓을 찾을 때.







우선 어제의 기억을 점차 되새겨 봐. 우선 그들은 학생 무리였던 거 같아. 첫 번째 타겟 단서: 학생. 사쿠사는 새하얀 도화지 중앙에 물음표를 크게 그려놓고 그 옆에 작게 학생이라고 글씨를 작성해 놔. 그리고 한 번 더 어제의 상황에 집중하지. 그 학생 무리에는 목소리가 크고 시끄러운 녀석이 있었어. 그래, 불고기를 좋아하는 녀석. 







인근에 2호점이 생겼다고 했지? 나의 타켓은 인근에 살고 있는 학생이야. 사쿠사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며 컴퓨터를 켜.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새로 생긴 불고기 집을 검색하지. 웬만해서 검색이 될 거야? 왜냐? 2호점까지 생겼다는 말을 들어보면 꽤나 인기 있는 집이란 것이 분명하니까. 







인근에 새로 생긴 불고기 집은 세 군데 정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야. 두 번째 타켓 단서 : 2호점 오픈 가게. 사쿠사는 그 물음표 옆에 새로 생긴 가게 이름들을 작성해놔.







운영 시간도 체크해야지. 그 시끄러운 목소리의 녀석 분명 배부르다 라고 했어. 다른 곳에 들렸다 온 거였으면 혈기왕성한 나이에 배는 금방 꺼졌겠지.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곳은 두 곳. 범위가 좁혀졌어.







만족스럽게 작성했던 가게 이름 중 한 곳에 붉은색으로 X 자를 쳐.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자신의 핸드폰은 켜서 SNS에 들어가지. 어제 날짜로 올라온 후기들을 검색해봐. 다수의 여러 가지 글들이 올라왔지만 찾아내기는 아주 쉽지.







[배구부 부원들과 불고기 파티!!!ヽ( ·∀·)ノ  내가 쐈어! 난 역시 좋은 부장이야!!!]







알기 쉬운 녀석들은 싫지 않아. 내가 타켓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니까. 사쿠사는 미소를 지으며 많은 후기 글들 중 한 글을 클릭해. 배구부 부원, 불고기 파티. 어제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충분히 퍼즐이 맞춰지는 핵심 인물이야. 그래, 비가 내리고 있던 어둠 속이었지만 다들 키와 체구들이 좋았지. 운동하는 녀석들이라면 또 말이 잘 되지.







사쿠사는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다시 물음표가 새겨지 곳으로 다가가 세 번째 타켓 단서 : 보쿠토 코타로. 라는 이름을 적어놔. 그리고 그 밑에는 네 번째 타켓 단서 : 배구부.라고 써놓고 동그라미를 여러 번 그려 놓지.







이제 무엇을 생각하면 될까? 찾아야지. 학교를. 배구부가 있는 학교 말이야.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학교가 대다수니까 찾기 힘들 거야. 그러나 힘 안 쓰고 찾아낼 수가 있어? 왜냐고? 말했잖아. 알기 쉬운 녀석들은 싫지 않다고. 







보쿠토 코타로의 사진을 눌러. 그는 교복을 입고있어. 게임 끝났거든. 







프로필 이미지를 캡처해 인근 고등학교 교복들을 비교해봐. 사쿠사는 그 입술을 핥으며 물음표 옆에 다섯 번째 타켓 단서 : 후쿠로다니 고교.를 작성해 놓아. 







“빙고.”






왜 이렇게 미소가 끊이지 않을까? 즐거워. 그래, 이런 게 살아있다라는 느낌이야. 이번 타켓은 어떻게 다뤄줄까? 







사쿠사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휴지통에 버리고 다시 새로운 마스크를 꺼내서 착용해. 그리고 보쿠토 코타로의 SNS를 다시 훑어보지. 이 녀석은 배구부. 그렇지만 내가 찾는 녀석은 아니야. 이 녀석도 배구부.. 그렇지만 아니고, 이 녀석도 배구부네. 흠- 역시 이 놈도 아니야. 타켓은 분명 보쿠토 코타로에게 존댓말을 했어. 반말하고 있는 녀석들은 보쿠토 코타로와 동년배. 보쿠토 코타로는 친절하게 3학년 1반이라고 명시까지 해놨네? 타켓은 그의 후배. 2학년 혹은 1학년.







사쿠사는 보쿠토의 SNS을 감흥 없이 읽어보다 사진들만 모아놓은 폴더에 들어가 배구부 부원끼리 찍은 사진 찾기 시작해. 후쿠로다니 고교 배구부는 강호인지 전국 대회도 갔던 모양이야. 그래서 경기 후 찍은 사진들이 꽤 많아 그중 얼굴들이 제일 잘 나온 사진 하나를 출력해서 물음표 위에다가 붙여놔.







그리고 한 명씩 자신이 아까 배제했던 녀석들의 얼굴 위에 붉은색으로 X를 쳐 놓지. 너희들은 3학년. X 를 쳐놔도 강호 학교인 탓일까 아직까지도 타켓 후보들은 넘쳐나. 거의 다 찾았는데… 사쿠사는 이쯤에서 막히는 건가 싶어 혀를 세게 차. 






순백의 이불보가 깔림 침대 위에 기운 없이 쓰러져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지.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한 마디. 다들 오늘 수고했어. 사쿠사는 눈을 다시 번쩍 뜨고 보쿠토 코타로의 SNS를 급하게 뒤적거리기 시작해. 






[헤이-헤이-헤이! 오늘 네코마와의 경기. 버스타고 이동 중! 룰루! 좋은 토스 부탁해(ꉺ▿ꉺ)]






불고기 파티 후기 이전에 올라온 사진들. 버스 안에서 요란스럽게 찍은 듯 보여. 질척거리는 보쿠토 코타로가 귀찮다는 듯한 아이의 볼살을 꾹 찌른 채로 개구장스러운 표정으로 찍은 사진 한 장. 얼굴 몰아주기라도 하는 건지 세 명이서 옹기종기 모여 한 명을 제외한 체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총 세 장. 맨 뒤 자석 중앙에 앉아 찍은 보쿠토 코타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버스에 이동하고 있는 부원들이 레귤러들인가. 지금 이 사진으로는 더 이상의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다면 던져준 다른 떡밥. 네코마 고교를 검색하지. 보쿠토 코타로의 SNS에서 연결된 수많은 친구들 중 네코마 고교를 찾아내었어. 쿠로오 테츠로, 코즈메 켄마. 그 둘의 SNS로 들어가 봐야지.






코즈메 켄마의 SNS에는 타켓의 단서를 주지 않는 쓸모도 없는 게임 정보뿐이야. 별 수확이 없어. 과감하게 쿠로오 테츠로의 SNS으로 들어가. 네코마 고교 배구부의 주장으로 보여. 아주 좋아, 검은 고양이 학생.







[네코마 VS 후쿠로다니]







라는 글과 함께 그날 경기에 뛴 선수들이 코트 위에 서서 서로를 향해 인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있어. 사쿠사는 기쁨에 떨려오는 손을 진정시키고 한 장면을 캡처해. 그리고 물음표 위에 붙인 사진 속 몇몇의 인물들 얼굴 위에 X를 쳐.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은 단둘 뿐이야. 슬슬 방과 후가 다가오자 사쿠사는 옷장 안에서 져지를 꺼내 입어. 마스크를 다시 고쳐 매고 문 밖으로 나서지. 







후쿠로다니 고교는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 점점 심장이 요동치면서 발걸음이 빨라지는 사쿠사야. 심장이 뛰고 있어. 지금 몹시 흥분돼.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사쿠사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띠지.







눈앞에 후쿠로다니 고교가 보이자 사쿠사는 벅차오르는 숨을 애써 진정시켜. 두 녀석 중 타켓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갈증을 녹였던 그 목소리. 그 목소리뿐이야. 외부 출입자는 들어설 수 없는지 정문에 경비원이 서성거려. 이제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어. 기척을 숨기는 것.







어려서부터 사쿠사는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것에 능했어. 등 뒤에 소리 없이 다가가 서있으면 백중에 백은 다들 까무러치게 놀랐지. 경비원이라는 존재가 우습게도 정문을 뚫고 들어가. 자신만 사복을 입고 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 쳐다봤지만 당당하게 체육관을 찾아서 이동해.







배구부 체육관. 여기 있겠구나… 내 타켓.






벽에 붙어 창 너머로 체육관 안쪽을 보자 열심히 연습 경기를 하고 있는 배구부 부원들이 보여. 뜨겁네 청춘이란 것은. 난 타겟 널 더 뜨겁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방법은 많아.







“아카아시!!!!! 이쪽으로 토스!!”


“보쿠토상. 토스 조금 깁니다.”







많은 부원들 사이에서 핵심 인물을 먼저 찾는 사쿠사. 저 부엉이 머리를 하고 있는 녀석이 보쿠토 코타로.. 그리고 그 옆에는 아카아시라는 학생이 보쿠토 코타로를 향해 토스를 올려주고 있어. 아카아시. 사진으로 본 것보다 꽤 제 취향의 타입인 녀석이야. 







주머니에 욱여넣어 챙겨온 사진을 보면서 비교를 해. 멀쩡한 얼굴의 두 녀석 중 있는 녀석이야. 사쿠사는 손가락으로 톡톡 사진 속 아카아시의 얼굴을 치면서 씩 웃어.






“… 난 곧 널 삼켜버릴 거야. 넌 내 것이 될 테니까. ”






즐겁다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창문 너머 체육관 속 풍경을 좀 더 느긋하게 관람하기 시작하는 사쿠사야. 정확하게는 아카아시를 찾아 맹렬하게 쫓지. 







“엇, 위험할뻔했네.”







꽤나 제 타입의 타켓을 찾았다는 기쁨에서일까 너무 넋 놓고 쳐다본 까닭일까 순간 아카아시와 눈이 마주칠뻔한 사쿠사야. 재빨리 제 몸을 숨겨.






“…………….????”


“아카아시? 경기하다 말고 왜 갑자기 코트 밖으로 뛰쳐나가?”


“아… 코노하상. 혹시 외부인 못 보셨습니까?”


“외부인? 글쎄- 들어올 수나 있나?”


“………. 누군가가 이곳에서 체육관 안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이야? 이 몸을 보러 누가 온 건가?”


“………………………….”


“여자였어?!”


“….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위험할 뻔했어. 사쿠사는 나무 위에 올라서 체육관 밖으로 나온 아카아시를 바라보지. 그 옆에 쫓아 나온 녀석은 코노하 아키노리였었지? 아카아시와 코노하 아키노리는 다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







“급하게 타고 올라온 나무인데 생각보다 훌륭하잖아?”







나무에서 보는 체육관 너머 풍경은 오히려 더 잘 보일 지경이야. 아주 어렸을 적 사쿠사는 지나치게 깔끔 떠는 성격 탓에 이지메를 당한 적이 있어. 그때는 체구가 같은 학년 아이들과 달리 작았는데 몹시 덩치 큰 녀석이 쓰레기 더미를 들고 자신을 괴롭히려고 쫓아온 적이 있었지. 사쿠사는 주먹싸움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도망치기로 결정했어. 그래서 학교 나무 위에 올라타 자신을 찾고 있는 그룹을 말없이 지켜보았지. 나무 위에서 하루도 거뜬하게 있었던 것 같아. 식욕과 수면욕도 어린 나이에 참았지. 물론 집에 돌아가고 나서는 몹시 혼났지만 사쿠사는 즐거웠어. 자기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뛰어다녔던 그 덩치 큰 놈의 얼굴을 생각하면 말이야.







사쿠사는 여전히 아카아시를 눈으로 쫓으며 배구부 연습이 끝나기까지 기다려. 졸린 듯이 떠진 눈, 두꺼운 눈썹, 심장을 울리는 나른한 목소리. 넌 내 갈증만 풀고 끝내기는 참으로 아까운 녀석이구나…







“오늘 연습 끝!!! 헤이-헤이-헤이-!!!!!!!”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다들 수고 많았어-.“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우부가와 고교와 시합인가? 끄아!! 좋았어! 내일 콧대를 눌러줘야지.”


“보쿠토상 오늘은 제대로 일찍 주무세요.”


“알고 있어!!!!!”


“자, 그럼 내일 6시에 이곳으로 집합하기로 하자. 바이바이-.”







부원들은 왁자지껄 저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해. 사쿠사도 학교 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나가 아카아시의 뒤를 조심히 쫓아. 배구에서 공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녀석을 세터라고 부른다지? 아카아시란 녀석 상당히 섬세하고 냉철한 녀석임이 분명해. 자꾸 뒤가 신경 쓰이는지 뒤쪽을 돌아봐서 몇 번이나 몸을 숨기느라 애먹었는지 몰라.






들킨 건가? 싶지만 들켜도 상관없어. 이제 곧 타켓과 마주 볼 시간이거든. 더 이상의 숨바꼭질은 필요 없다는 듯이 이젠 당당하게 아카아시의 뒤를 쫓기 시작해. 아아- 큰일 났어. 당장이라도 저 허리를 감싸 안고 어디부터 장난쳐야 할 지란 생각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역시 상대방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기분이야. 그럼 자신은 더 발걸음을 빨리하지. 어느새 아카아시의 등 뒤에 바짝 붙은 사쿠사야. 그렇게 열심히 배구 연습을 하고 왔으면서 몸에서는 섬유 유연제 향이 훅 풍겨와. 아아… 너는 정말 완벽한 타켓이네.







“체크메이트.”







사쿠사는 아카아시의 목을 자신의 팔로 옭아 맨 뒤 목젖 쪽에 날카로운 것을 져지 주머니에서 꺼내 겨눠. 가로등 빛에 의해 날카로운 것은 더욱 반짝이며 위험하다는 것을 표현해. 아카아시는 말없이 부동자세로 멈춰 선 뒤 마른침을 삼키며 목 쪽에 닿을라고 하는 것을 바라보지. 






“단둘이 느긋하게 얘기부터 할까? 아카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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