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이 되기 3시간 전,


누군가 나를 깨운다. 여전히 잠이 쏟아진다. 일어나기가 싫다.


'저...ㅇ...형!'


'으음...'


'정한이 형!!!'


'하암- 누구....승관이?'


'하아...정한이 형!!!'


'왜...울어? 누가 괴롭혔어?'


'씨...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걱정했어요!!!!'


'아...미안ㅎㅎ 왜 깨웠어?'


'점심은 드셨어요??'


'음...응! 먹었지~'


'거짓말...형 기다렸는데 오지도 않았으면서!'


'아..미안, 걱정 많이 했어?'


'네! 얼른 일어나요'


'왜? 더 자면 안 될까?'


'네, 안돼요. 얼른 밥 먹어요'


'으음...3시간 뒤면 저녁시간인데?'


'간단하게라도 먹어요!'


'저녁시간에 먹을 게~'


'그 때도 안 먹을 거면서...자꾸 이러면 승철이 형한테 말할 수 밖에 없어요!'


'으응...알겠어...'


'얼른 일어나요!'


나를 깨운 사람은 승관이었다. 눈 끝에는 운 흔적이 있다. 왜 울지?

나 때문에 울었다. 걱정 많이 했겠네...

요즘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없어진다. 그날이 점점 다가오나 보다.

승철이가 얼른 왔으면 좋겠네...


승관이가 가져온 빵과 스프가 있었다. 나는 먹고 싶지 않았지만, 승관이를 생각해 숟가락을 들었다.

아직은 뜨거운 스프를 휘저어 조금 식힌 뒤 빵을 찢어 스프에 찍어 먹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는 승관이에 부담감을 느낀다. 음...꼭 저렇게 봐야하나...?


한 마디 할까 했지만 또 걱정을 할 것 같아 묵묵히 먹고만 있었다.


'이거 찬이가 해서 줬어요'


'뭘? 스프를?'


'네'


'내가 밥 안 먹은 걸 말 했어?'


'아니요, 오늘 점심 때 형이 안 온 걸 보고 만들어서 줬어요'


'아...고맙다고 해야겠다.'


'빵 더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다 먹으면 그릇은 옆에 놔두세요, 제가 나중에 치울게요'


'괜찮아, 내가 치울게'


'...그럴래요? 그럼 저는 나가 볼게요'


'데이트하러가?'


'음...데이트겸 과제?'


'푸흐- 알겠어, 잘 갔다와~'


'네! 남은 스프도 다 드셔야 해요!!'


승관이는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보고는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나갔다. 시간이 많이 지났나 보다.

승관이가 남긴 말에 나는 얌전히 스프를 먹었다. 거의 다 먹었네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간간히 학생들이 보인다.

어디를 바쁘게 가는지 발걸음이 빠르다. 요즘 애들은 바쁜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부엌으로 갔다. 부엌 문을 열자 도깨비가 보인다.

도깨비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음...이렇게 많은 시선은 좀 그런데...


'어...설거지를 하러 왔는데...'


'여기에 놓고 가, 스프는 맛있게 먹었나?'


'네, 우리 막내가 만들어줬는데 맜있더라구요!'


'찬이를 말하는 거야?'


'네! 아세요?'


'그럼~ 정국이랑 같이 과자를 받으러 오는 걸?'

'너도 과자 줄까?'


'괜찮아요, 여기에 놓고 가면 되나요?'


'응, 잘가렴'


'네~'


음...도깨비는 까칠하다고 하던데, 아니었나? 그나저나 찬이가 자주 오는 구나...

이제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지수한테 가자!

지수한테 가면 일을 할 것 같지만, 할 게 없으니 도와주지 뭐~


나는 조금 빠른 속도로 지하에 있는 비밀의 방으로 갔다. 가는 길에 준휘와 순영이를 만났다.


'정한이 형?'


'어? 순영이랑 준휘네? 어디가?'


'저희는 강의실에 가요, 형은요?'


'나는 비밀의 방에 가고 있어'


'가면 일할 텐데'


'도와주려고~ 그럼 형은 가볼게, 잘가'


'네, 야 문준휘 너도 인사해'


'칫, 잘가요'


'하극상을 잘 하네~'


요즘들어 준휘가 많이 예민하던데...조울증이 온 것 같다.

석민이를 못 봐서 그러나? 3학년은 이쯤되면 매우 바쁘니 어쩔 수 없지. 내가 이해하자~

지하로 가는 계단을 타고 비밀의 방 문앞에 섰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고 했으나 누군가 먼저 문을 열었다.

그 덕분에 문에 얼굴을 부딪혔다. 아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누가 있는지 모른다.

내 귀에는 원우와 민규 그리고 지수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정한이 형?'


'아야...'


'야! 다시 돌아와!'


'네, 정한이 형 괜찮아요?'


'아..민규구나, 나 괜찮아'


'죄송해요, 병동에 가실래요?'


'괜찮아 원우야, 그보다..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민규야 들어가자'


'칫'


민규와 원우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 지수는 나를 보며 물었다.


'왜 왔어?'


'심심해서 일좀 도와줄까 하고'


'그래? 승철이 자리로 가서 일해'


'그래'


지수는 양손에 서류를 들고 있어 고개짓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많이 바쁜가? 얼른 도와줘야겠다.

원우와 민규는 나란히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민규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데이트 가려다 붙잡혔구나? 불쌍해라...

반면 원우는 평온한 얼굴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음...아쉽지 않는가 보네


근데...좀 이상하다? 나와 민규가 서류 두 개를 처리할 때 원우는 한 개를 처리한다.

매우 느리구나...지수가 고생 좀 했겠는 걸?

지수 쪽을 쳐다보자 지수는 우리가 서류 두 개를 처리할 때 4개를 처리했다.

오~ 대단한데? 승철이 못지 않아~ 라며 눈으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시선을 느꼈는지 지수는 여전히 서류에 눈을 두며 나에게 말했다.


'대단하냐? 감탄 그만하고 얼른 해'


'안 보고 어떻게 알아?'


'정수리에도 눈이 달렸거든'


'개소리 하는 거 보니까 한가하나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던진 말에 갑자기 웃는다. 웃음 포인트가 이상해...

민규와 원우도 지수를 보며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우리는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일을 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지수 형, 연회장 갈 시간이에요'


'아, 그래? 애들아 가자'


'네' '네'


누군가 문을 두르렸다. 지수는 들어오라며 말을 했다. 문을 두드린 상대는 지훈이였다.

지훈이는 연회장에 갈 시간이라며 지수를 데리러 왔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우리는 보고 있던 서류를 마저 처리 한 뒤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연회장에 가면서 오늘 뽑힐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뽑힐까? 궁금하네~ 어느새 연회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각자 기숙사 테이블로 갔다.

승관이는 미리 와 있었나 보다. 승관이 쪽으로 자리를 옮겨야겠다.


'자, 조용들 하시고 다들 모였나요?'


'네'


'10초 뒤에 마감을 할게요.'

'10'


'9'


'8'

'7'


'6'

'5'


'4'


'3'


'2' '2'


'1' '1'

'마감할게요'


학생들과 교수님이 번갈아 가며 카운트를 셌다. 더 이상 출전할 선수는 없나 보다.

석진 교수님의 손짓에 불의 잔은 파란 불꽃을 내며 천장 위로 솟았다.

학생들은 감탄을 뱉었다. 승관이도 눈이 커지며 감탄을 뱉었다.


교수님은 또 다시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불의 잔은 빨간 불꽃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뱉었다. 자세히 보니 종이였다. 바로 뽑네?


'출전 선수는...최승철'


'와아아아!!!!!!'


'다음 선수는 민윤기'


'와아아아아!!!!!!!!!!'


선수를 뽑을 때마다 학생들은 소리를 질렀다.


'이제부터 하나씩 말고 합쳐서 부를게요'

'홍지수, 전정국, 이찬, 김용선, 김태형, 박지민'


'와아아아!!!!!!!!!'


'김민규, 문준휘, 권순영, 최한솔, 정택운, 한상혁'


'와아아아아아!!!!!!!!!'


'오세훈, 김종인, 김준면, 김현아, 차은우'


'와아아아아!!!!!'


'마지막으로 배주현, 이홍빈, 이지훈, 정은지, 손나은'

'이상 총 24명으로 출전선수는 저녁식사 후에 비밀의 방으로 모이세요.'

'오늘 저녁 팀을 정해서 내일 이 시간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맛있는 저녁시간 되세요'


석진 교수님의 말이 끝나자 식탁위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졌다. 역시 식욕이 없기에 기숙사로 가려고 일어났다. 누군가 붙잡았고 그 사람은 승관이었다. 또 붙잡혔네...


'어디가요?'


'화장실에 가려고, 먼저 먹고 있어'


'저랑 같이가요'


'으응?'


'거짓말이죠? 오늘은 저녁 먹어요!'


'아까 빵이랑 스프먹어서 그런지 배가 부르네...'


'형 일하다 왔잖아요...배고플텐데...안 먹으면 승철이 형한테 말 할 거에요!'


'알겠어...'


승관이는 승철이를 들먹이며 나에게 협박을 했다. 나한테 협박도 하다니... 많이 컸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옆에서는 승관이가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어...먹을게... 나는 눈 앞에 보이는 바게트 빵을 집었다.

빵을 손으로 뜯어먹었다. 그제서야 승관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빵을 먹으며 눈치를 보고있었다. 이런 틈 조차 주지 않는 승관이는 내 접시 위에 치킨과 블랙푸딩, 로스트 비프, 파니니를 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인데...좀 감동이네

바게트를 먹던 걸 멈추고 승관이를 바라보았다. 승관이는 나를 보며 웃었다. 많이 먹으라는 말과 함께 승관이는 자신의 접시 위에 음식을 담았다.


나는 접시위에 있는 음식을 하나씩 해치워 나갔다. 어느 정도 바닥을 보였다. 나는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려고 했으나 또 승관이가 붙잡았다.


'형, 디저트 먹어야죠! 다시 앉아요!'


'아니, 승관아...나 지금 배가 불러ㅅ.....'


내 말은 듣지 않은 채 내 접시 위에 스콘과 밀푀유, 수플레, 카사타를 얹었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 중 하나였다. 에휴...어쩔 수 없네

배가 부르지만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승관이는 디저트를 다 먹은 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 먹자 나를 이끌고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어디를 가는거지?


'승관아, 어디가는 거야?'


'기숙사요!'


'왜?'


'저 과제해야 해서...'


'그럼 너만 가면 되잖아?'


'형이 어디 돌아다닐 까봐 걱정되서 데려다 주고 갈려고요'


'기숙사에서 과제하는 거 아니야?'


'네! 한솔이랑 같이 도서관에서 하기로 했어요!'


'아, 알겠어. 천천히 가자'


'네!'


승관이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기숙사로 돌아왔다. 속이 조금 안 좋은데...


'형, 괜찮아요? 식은땀 흘리는데...'


'너무 급하게 와서 그래ㅋㅋㅋ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


'그래도...'


'괜찮아, 한솔이가 기다릴텐데 얼른 가'


'알겠어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응~ 잘 갔다와'


후....계속 걱정하는 승관이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속이 더부룩 하고 머리가 아팠다. 체했나?

평소 먹는 양 보다 더 많이 먹었으니 그럴만도...아...약을 어디에 뒀지?

채할 땐 승철이가 약 챙겨줬는데...내가 잠들 때 옆에서 노래도 불러줬는데


아픈데 옆에 누가 없으니 좀 서럽기도...?

계속 생각을 하니 눈물이 고였다.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닌데 이런 걸로 울다니...

나는 누가 볼까 눈물을 닦고 약을 찾았다. 어딨지? 여기에다 둔 것 같은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채할 땐 머리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 하며 열이 조금 난다. 아...어딨는 거야

약이 보이지 않으니 슬슬 짜증이 난다. 하아...그냥 잘래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잠이 우선이다. 자다보면 낫겠지 뭐, 하암- 빨리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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