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가고난뒤   난 침대에 누워 한참을 울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들을 듣고나니생일날  몰래 엿들은 아저씨와 

실장님이 나눈 대화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힘들고 인정하기 싫지만  가장 중요하고 

충격적인 사실은 아저씨가 날 이용했고 내게 보여준

 마음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것이다.

이모든것을 깨닫게 되자  견딜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좋아한다고 했으면서...공주님이랬으면서..내가 제일 

화려하다고 말했으면서...이럴거 였으면...

애초에 다 거짓이었으면 그렇게 다정하지라도 말지...

내 이름을 그렇게 따뜻하게 부르지라도 말지...날 안을때 그렇게 소중한척 다루지라도 말아주지...그랬어요....

미웠다.날 이렇게 만든 그가 너무 미워 견딜수가 없었다.

또한 너무도 가여웠다.

그런 그의 거짓과 가식에 감쪽 같이 속아서 사랑이라 믿고 내 마음을 모두 내어준 내자신이 너무도 가엽고 

안쓰러웠다.

깨끗한 그에게 더러운 나따위가 흠이될까,얼룩이 될까

 두려워서 가슴 터질듯 벅차오르던 내 감정한번 털어 놓지 못했던 내가,그리고 내 진심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좋아한다고,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마디 

못했는데...혹여 내가 부담이 될까봐...그래서 날 떠나게 될까봐서...다신 날 찾아오지 않게 될까봐서...날보고 웃는 그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를 다시는 못보게 될까봐서 

그동안 난 단한번도 당신에게 내사랑을 전하지

 못했는데...

처음이었단 말이예요...그렇게  설레었던 것도...그렇게 

행복했던것도...그렇게 가슴 뛰던것도...

왜그랬어요?대체 왜?왜 내가 이토록 당신에게 빠지게 

만들었어요?왜 내가 이렇게 사랑하게 했어요?

이럴꺼였으면서...대체왜...그렇게까지 날...

묻고 싶은게 많았다.따지고 싶은 말도 많아 당장이라도

 그에게 전활 걸어 내게 오라고 하고 싶었으나 나는 결국 휴대폰을 든 손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겁이 났기에...그 모든게  사실이라는잔인한 말을 

그에게서 직접 듣게 될까봐서...

이 못난 사랑은 나를 끝까지 미련한 등신으로 만들었다.

이미 다 나타나버린 추악한 진실들 조차  인정하기 싫어

 끝끝내 이렇게  표면으로 드러낼수 없는것이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지도 못한 나는 그대로 방을 뛰쳐 

나가 1층 카운터안에 있는 실장님에게로 뛰어갔다.

실장님물어볼게 있는데요!하는 다급한 내말에

 그는 이미 어느정도 각오가 된듯한여유로운  표정을 

지은체 따라와!하고 말한뒤 2층으로 먼저 앞서 올라갔다.

우리는 나란히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마주보고

 앉았다.

내 의자에 기대 앉아 팔걸이를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던 그가 내게 먼저  물어볼게 뭔데?무슨일이야?하고 물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침착한척 말을 했다.

"여기가 탑 대출회사와 관련이 있나요?"

괜찮을줄알았으나 막상 실장님을 앞에두고 말을 꺼내고 나니  힘들긴 한건지 무릎위에 올려 놓은 손이 달달 떨려와 주먹을 꽉 힘주어 쥐었다.

그런 나를 한번 바라본뒤 그가 대답했다.

"그렇지.남창 업소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니 표면적으론  대출회사 이긴하지.실질적으론 사채 사무실에 가깝지만.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그리고 네가 그걸 어떻게알았어?"

그의 입에서 들은 말은 내가 예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어느정도 생기게 해주었고 난 더 긴장이 되어 꽉쥔 주먹 안에서 땀이 베어 나오는 기분이다.

감당하기 힘든진실일지라도  여기까지 온이상 난진실과 마주해야만 했기에   다시 질문을 던질수밖에 없었다.

"저희 아빠 빚을 제가 대신 갚아야해서 절여기로 데려오신거죠?아빠가 진빚이 정확히 얼마고 전

지금껏 어느정도의 빚을 갚은거죠?"

내 질문에 그는 장부를 확인해야 해서 잠시 내려 갔다 

오겠다며 방문을 나섰다.

한참이 지난뒤 그는  종이가 끼워진 서류 철을가지고 

나타났다.

내방에 와서도 종이를 넘기며 한참이나 바라보던 그가  

드디어 입을연다.

"20억."

"네?"

"네아버지 백사장이 우리에게 빌린 돈이 얼마냐며? 원금

15억에이자까지해서 20억이라고.거기다 네가 그동안 

일한돈이 1억  정도니까 19억 만 갚으면 되겠네."

그의 말에 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는 뭔가 재밌는 놀이를 발견한 아이처럼

 호기심어린 표정을 한체 되물었다.

"근데갑자기 빚은 왜?어디서 공돈이라도 생기게된거야?지난번에 누가 찾아왔다더니 혹시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긴건가?"

그의 질문에  나는 그런건 아니예요.일단 좀더 알아보고 말씀드릴께요.하고 말을 돌렸다.

빚은 이제 정확히 알게되었고이제 드디어 가장

 궁금하지만 가장 큰 상처가 될 지도 모르는 진실과 

마주할시간이 왔다는  생각에 난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려고 담배를 하나 꺼낸 나는

천천히  한대를 피웠다.길었던 담뱃대가 새하얀 연기로 

흩어져 손가락 마디만해 지자 재떨이에 

마지막 불꽃을 비벼 끈 내가 실장님과 시선을 똑바로 한체 

물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였어요?돈때문이었나요?대체 왜 

아저씨까지 끌어 들인거예요?"

"끌어들여?누가누굴?설마 넌 내가 최윤석을 끌여

 들였다고 생각하는 거냐?정신 차려라 아가야."

"........."

난 더이상아무말도 못한체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너에게 다가가기로 계획하고  너를 이용해 돈을

 받겠다고 한 건 모두 최윤석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었다고!널 안은것도 네가 최윤석에게 빠지게 

만든것도 다 그놈  계획이었다고!나?난 단지 그놈이 

오기전 너한테  주스에 약을 타서  건낸것 뿐이라고!"

"뭐라고요?주스에 약이요? 그럼 그 얼음 넣은 주스들에 

그동안 약이 들어 있었단 소리예요?"

흥분해서 소리치는나완 달리 그는 태연히  다리를 바꿔 

꼬며 말했다.

"뭔 반응이 그래?너설마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는거야?

그동안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흥분해서 최윤석한테 

메달렸으면서도  몰랐다는게 말이돼?"

"몰랐어요...난...정말 몰랐다고요..."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게 그에게는 오히려 충격인건지우리 사이엔  잠시동안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럼 다 거짓이었다는거예요?그런데왜?대체왜요?

아저씨는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였던 건데요?"

곧 눈물이 쏟아질듯 소리치며 묻는 내게 또다시  그가 

태연히 말했다.

"글쎄.최윤석이 너한테 어떻게 까지 했는진 너희 둘

 문제니 난 모르지.난 단지 애초에  네아버지빚을 받아 

내려고  알아보다 보니  백사장이 재산을 뒤로 빼돌리는 앙큼한짓을 한걸알게 됐고  널 데려다 놓고 최윤석에게

 그 사실을알렸을 뿐이라고."

"그럼 나머지는 모두 아저씨가 꾸민 일이라는거예요?그게 말이돼?"

얌전히 앉아서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결국 폭팔하고

 말았고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한손으로 강하게 

 움켜잡고 소리쳤다.

"고작!고작 열아홉이었다고 이 개자식들아!어?

내가 니들한테 뭔 죄를 지었다고 날 이렇게까지 비참하게!어?니들이 인간이냐고 이개자식들아!"

한손으론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다른손은 주먹을세게쥔체 그의 얼굴에 내려 꽂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가

비웃으며  내뱉은 한마디에 난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최승윤석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는 주제에 왜 나한테만 

큰소리지?네가 연락 못하겠으면 내가 불러주지."

그는 이렇게 말한뒤 큰소리로 비웃으며 일어서

 당당하게 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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