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 by. 밀리(@milipistachio)님

Beautiful 시리즈 vol.1
<Beautiful>
2018년 7월 15일 제 3회 어나더 스테이지 발매
니카이도 야마토 x 오오사카 소고
A5 / 268p / 오프라인 판매가 18,000원, 온라인 판매가 상편 6,500포인트(원)+하편 4,500포인트(원)
상편: 챕터 1 분량(약 28p) 공개
하편: 챕터 1 분량(약 8p)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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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어, 두려워, 네가 필요해
이제야 느끼는 내가 너무 싫어
다시 돌아와…….


――Wanna One, “Beautiful” 中




1.

연기란 언제나 신기하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허구에 가까운 공간이지만 그것을 TV 화면 너머에서, 스크린 너머에서, 관객석에서 보는 이들에게만큼은 가장 확실한 ‘현실’ 이 되는 공간. 그것이 연기자의 세계다.


 “니카이도 씨가 오셨습니다!”
 “아, 야마토 군. 오늘도 잘 해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공간에 니카이도 야마토는 오늘도 발을 들였다.

반갑게 인사하는 감독과 스태프들, 수많은 인원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카메라를 한 번 쭉 훑어본 야마토는 기지개를 켜며 오늘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연기가 어떤 것인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의자에 앉아 대본을 팔랑팔랑 넘겨보던 그의 머리 위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의 특성이 그러하듯 인간 본연의 몸에 비해 기괴하고 길쭉하게 보이는 그것이 께름칙한 것은 어쩌면 누구든 한 번쯤 품어보았을 법 직한 생각이나, 지금의 그것은 적어도 니카이도 야마토에게는 께름칙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야마토 씨.”


 어제 과로로 쓰러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해진 안색을 한 채, 환하게 미소 짓는 오오사카 소고를 바라보며 야마토는 대본을 든 손에 보이지 않게 힘을 주었다.

카메라의 전원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를 시작했다.


 “안녕, 소우.”


 연기를 하며-
 오오사카 소고를 끌어안고 싶다는 욕망을, 또다시 억누른다.




니카이도 야마토가 오오사카 소고에게 이별을 청한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이었다. 그 날 IDOLiSH7은 로쿠야 나기의 일시 귀국을 계기로 각자 개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잠정 활동 중단을 합의했고, 그는 자기 혼자서만 또 다른 이별에 합의 도장을 찍었다. 마음에도 없는 매정한 말을 하며 돌아서면서 야마토는 뒤에서 멍하니 서 있는 소고를 돌아보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써야만 했다. 그러고도 차마 소고를 혼자 두고 회사 안으로 들어갈 마음이 나지 않아 한참을 건물 입구에 서 있었다. 꼴사납게. 떼어놓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철하란 말이야. 타이밍 좋게 두 사람을 걱정한 타마키가 밖으로 나와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결국 아마 발을 돌려 소고에게 달려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러지 말 걸 그랬단 말이지…….”
 “아까부터 무슨 얘길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니카이도.”


 술에 취해 중얼거리는 야마토의 머리에 가볍게 주먹이 날아왔다. 일이 끝나면 자주 오는 선술집 카운터에서 야마토는 제 머리에 주먹을 먹인 야오토메 가쿠를 원망스레 노려보았다.


 “절친이라면 좀 알아 줄 수 없어?”
 “난 독심술 따윈 배운 기억 없다. 그리고 내가 왜 네 절친이냐?”


 퉁명스레 답하며 가쿠는 야마토가 잡으려던 맥주병을 낚아채 야속하게 제 잔만 채웠다. 냉정하긴. 좀 상냥하게 대해줘. 사람이 막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있는데 말이야. ‘실연’ 이라는 단어 탓에 결코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볼멘소리를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야마토는 술 대신 안주를 입에 넣었다.


 “네가 뭣 때문에 고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술 퍼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냐? 내일도 일 있잖아?”
 “그렇습니다~ TRIGGER 님만큼이나 바쁘답니다~”
 “그러면 앨범 준비한다고 녹초가 된 사람 불러내지 말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우와, 매정해~ 안기고 싶은 남자 No.1이 이렇게 매정한 놈이란 걸 팬들은 알까 몰라?”
 “흥, 네놈한테만 특별이다.”
 “너무해. 야마토 씨는 이런 특별 취급 기쁘지 않아요, 야오토메 씨…….”


 입을 대자로 내밀고 투덜대는 그를 흘겨보다가 가쿠는 잔을 비웠다. 말은 그렇게 해도 친우인 야마토가 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야오토메 가쿠는 여전히 단순한 데가 있는 남자였다.


 “그나저나, 난 네가 그 영화 때문에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데서 술 퍼마시고 있을 여유 있냐?”


 야마토는 지금 영화계의 거장인 이나가키 마사토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되어 있다. 야마토의 역할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쇄살인마로, ‘배우 니카이도 야마토’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썩 특별할 것 없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저명한 영화감독의 영화라 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던지라 대본을 받아보고 깊게 실망했다. 뭐야, 이 무난한 러브 스토리는. 이렇게 행동해도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이 놈 인생 진짜 쉽게 살잖아. 난 그게 엄청 어렵던데.

그렇지, 소우.


 “전에 감독이 네 해석을 완전히 부정했다고 하지 않았냐? 난 그거 때문에 불려나온 줄 알았는데…….”
 “아~ 그건 솔직히 어찌 되든 좋아. 나도 도박으로 해본 거였고.”
 “텐이 들으면 프로 의식이 없다고 한참 잔소리할 발언이군.”
 “아, 우리 이치도 그렇게 반응할 것 같다. ‘니카이도 씨는 이 좋은 기회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좀 더 제대로 하세요!’ 라고.”
 “‘할 마음이 없으면 배우 그만두지?’ 라고 말하지 않는 시점에서 그 망할 꼬마보다 훨씬 상냥하다만.”
 “올해로 스물한 살인 쿠죠를 꼬마라고 부르니까 네가 그 애한테 아직도 미움 받는 거야, 야오토메.”
 “흥, 그 녀석에게 예쁨 받고 싶은 생각 없다.”


 어지간히 진전이 없군, 이 녀석들도. 킬킬 웃으며 야마토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 가쿠의 손에서 맥주병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제 잔을 가득 맥주로 채우고 가쿠가 말릴 틈도 없이 그것을 털어 넣으며, 야마토는 오오사카 소고의 얼굴을 또다시 떠올렸다.

오오사카 소고.
 IDOLiSH7의 멤버이자, 니카이도 야마토의 옛 연인.

니카이도 야마토는 무척 이기적인 이유로 그를 사랑하기로 했고, 무척 이기적인 이유로 그와 헤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오오사카 소고의 존재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니카이도 야마토에게서 떨어져 나가질 않았다.

소고는 지금 그와 같은 현장에서 주제가의 작곡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처음 소고가 주제가를 만들고 MEZZO"가 그 곡을 부를 것이란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 야마토는 현기증을 느꼈다. 가까스로 떼어 낸 옛 연인을 일하는 현장에서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인 관계를 청산한 뒤에도 그와 몇 번이고 얼굴을 마주했지만 그 때는 늘 IDOLiSH7의 멤버나 소고의 파트너인 타마키가 곁에 있었기에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며 소고를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소고와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해야만 한다. 주연 배우와 주제가 담당자라는 입장이 있어 걱정할 만큼 접촉은 많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소고의 존재가 신경 쓰이는 건 큰일이었다. 덕분에 야마토는 최근 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 일어나. 계산은 네가 한다고 했잖아.”
 “응~? 3개월 할부로 부탁해~”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았어. 됐으니까 일어나, 이 주정뱅이! 그리고 지갑 내놔!”


 소란 끝에 가쿠의 부축을 받아 선술집을 나왔다. 택시를 불러 야마토를 그 안에 밀어 넣은 가쿠는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집 주소를 불렀지만 그가 지금 지내는 곳은 그 집이 아니다. 집이 아니라 호텔로 가 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야마토는 지금 지내고 있는 호텔에 자신이 이번 영화에서 연기해야 할 주인공, ‘슈스케’ 의 거처를 나름대로 재현해 놓았다. 그러나 거처가 집에서 호텔로 변했을 뿐 방의 풍경 자체는 야마토가 원래 지내는 곳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슈스케’ 라는 남자의 생활 패턴은 니카이도 야마토의 그것과 기겁할 정도로 비슷했던 것이다. 솔직히 방을 꾸며 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전율이 흘렀다.

사람의 방은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기본 남들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은 개인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IDOLiSH7의 멤버들의 방에도 그런 물건들이 가득했다.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로쿠야 나기의 방에는 각종 미소녀 피규어와 DVD, 감상회를 위한 커다란 TV가 놓여 있었다. 전설의 아이돌 제로를 좋아하는 이즈미 미츠키의 방에는 제로의 콘서트 DVD를 포함해 콘서트장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나 제로가 나온 잡지 등이 가득했고, 나기가 늘 부러워하는 고급 스테레오 세트도 있었다. 덕분에 나기의 방 TV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었다.

임금님 푸딩을 좋아하는 요츠바 타마키의 방 침대 위에는 늘 거대한 사이즈의 임금님 푸딩 인형이 있었고, 평범한 남자 청소년이 그러하듯 늘 어지러운 방을 자랑했다. 이즈미 이오리의 방은 반대로 늘 깔끔했지만 IDOLiSH7이 출연한 방송을 하나하나 녹화해 둔 DVD나 IDOLiSH7이 나온 잡지, IDOLiSH7의 CD 등등은 빠짐없이 갖춘, 그룹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방이었다. 나나세 리쿠의 방은 꽤 아기자기한 편에, 집에서 애용하던 물건들과 함께 기타도 들여놓는 등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리쿠의 일면이 그대로 드러났었다.

그리고 야마토가 가장 자주 들어갔던 오오사카 소고의 방은 눈을 편안하게 해 주는 보라색을 기조로 해서, 책장에는 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CD가 가득 차 있어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했었다.

반면에 ‘슈스케’ 가 지내는 호텔방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침대와 옷장, 잘 켜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포함해 호텔에서 들여놓은 기본 가재도구에, 술을 마실 때 애용하는 안마의자가 하나, 살인마라는 이유로 호텔의 클리닝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기에 청소용으로 들여놓은 로봇 청소기가 한 대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IDOLiSH7의 숙소에서 니카이도 야마토가 사용하던 방 그대로였다.

다른 것을 굳이 꼽자면 커튼의 색깔 정도지만, IDOLiSH7의 숙소에 있던 녹색 커튼은 그마저도 좋아해서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IDOLiSH7 내에서 그가 상징하는 색이 녹색이기에 매니저가 색을 맞춰 달아 주었을 뿐이었다. 니카이도 야마토는 좋아하는 색을 대라면 한참 고민한 끝에 겨우 내 상징색이라서, 라는 이유를 대며 ‘녹색’ 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재미없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야마토는 예전의 자신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호텔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호텔로 옮기기 전 야마토가 살고 있던 집에는 적어도 그가 ‘니카이도 야마토’ 란 인간임을 증명할 만한 물건들 정도는 있었다. IDOLiSH7의 멤버들이 이별 기념으로 서로에게 증정했던 선물이라거나-참고로 그 선물 배부는 랜덤으로 정해졌으며 그는 하필이면 로쿠야 나기가 준비한 마법소녀 마법봉을 받았다- IDOLiSH7의 이름으로 낸 CD나 이전에 참여한 작품의 대본 같은 것들이. 그러니 적어도 그 방에서는 자신이 텅 빈 인간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본질에서 도망치는 행위일 뿐이지, 실제로 니카이도 야마토란 남자가 텅 비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텅 비었다, 라……. 재미있는 표현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야마토는 큭큭 웃었다.
 가장 사랑했던 IDOLiSH7이란 둥지에서 떠나게 되고, 오오사카 소고와 헤어진 뒤의 니카이도 야마토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척 재미없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텅 빈 채 하루하루 그저 살아갈 뿐인 그에게 소중한 것이라곤 단 둘뿐이었다.

IDOLiSH7의 멤버들이 리더인 그에게 보여준 신뢰.
 그리고, 오오사카 소고가 니카이도 야마토에게 아낌없이 주었던 사랑.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도 손에 쥐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고, 그래서 니카이도 야마토는 쭉 1년 전, IDOLiSH7이 멈춰 버린 그 순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오사카 소고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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