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이야기는 사랑을 말했다. 양치기는 별을 보며 자랐고 아가씨는 별을 동경하며 자라왔다. 별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별을 보다 잠드는 것은 사랑의 한 방법이었다. 도심의 하늘은 별이 쉽게 보이지 않는 곳임에도, 쿠니미 아키라는 사랑을 하길 바랐다.


 *


 좋아하는 사람과 단 둘이서 남겨진 체육창고. 로망보다는 비현실에 가까운 울림이었다. 사랑하는 이와 단둘만 남겨지고 싶다는 것은 늘상 바라던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하아, 입 밖으로 길게 새어나간 한숨이 하얗게 뭉그러졌다. 로망과 비현실이 어그러진 채로 섞인 곳에서 쿠니미는 눈을 감았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아직 시작이 주변에 맴돌고 있었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슬슬 흔들자 문득 뺨에 닿아오는 감촉이 있었다. 조금 까슬거리고, 부드러운. 낯선 감촉에 어깨를 파득 세우자 옅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잊고 있던 어깨 위의 무게가 달싹였다.

 ...어쩌다 이렇게 둘만 남겨지게 되었지. 로맨틱하다고 말할 순 없어도, 감성이 메마르진 않았다 자부할 수는 있다 생각했는데 우선 한숨부터 나왔다. 종종 상상하곤 하던 두 사람만의 장소는 적어도 황량한 체육창고와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바닥은 차가웠고 걸친 것은 얇은 저지가 전부였다. 오이카와씨, 하고 부른 속삭임에는 답이 없었다. 누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당신은 쉽게도 잠이 들었다.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왔다. 어깨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오이카와 씨.”


 다시 한 번 이름을 부르자 입에서 수증기가 새었다. 반쯤 열린 창문을 닫고 싶었지만 당신이 기대있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노라고, 쿠니미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 멈추어있었다.

 추운 날이었다. 이정도 이상기후정도야 이제는 놀라울 것이 없는 일이었지만 유독 손에 꼽을 만큼 추운 날이었다. 이제 곧 꽃이 피어야할 날임에도. 당신이 병에 걸리면 어쩌지. 쿠니미는 확실하지도, 해결할 수도 없는 고민을 짧게 흘려내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당신이 파고드는 것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주제에.

 캐비닛 안에서 한참 울려댔을 지도 모르는 휴대폰을 생각했다. 어깨에 기댄 채 몸을 붙여오는 당신을 한참 바라보았다. 열린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가워 이리 끊임없이 파고드는 것일 테지. 미미한 간격 사이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쿠니미는 바르작거리는 고개 위로 제 뺨을 대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기에 손을 잡았다.

 함께 별을 보다 잠드는 것이 사랑이라면 지금 우리는, 반쪽짜리라도,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오이카와씨,”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머리카락 위로 입술을 묻고 속삭였다.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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