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맛치는… 날 키우는 게 힘들지 않슴까?”

“…말의 의도를 모르겠단 것이야.”

“…….”


미도리마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키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사실 덩치만 성인이 된 저 꼬맹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길가에 버려져 있던 순혈종 뱀파이어를 주워다 기르는 일은 흔하지도 않았지만 쉬운 일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제한정책이 시작된 이후, 혼혈은 그렇다 치고 순혈 뱀파이어가 탄생하면 부모들은 아이를 내다 버리기 바빴다. 보통 버리는 역할은 그 집에서 일하는 인간이 하기 마련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변이를 일으켜 성인이 된 이후에는 태양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다지만 갓 태어난 경우엔 여전히 태양열에 약해 타죽기 쉬웠다. 즉, 인간이 밖에 아이를 내다 놓으면 알아서 타죽는 것이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곳이면 곳곳에 거무스름한 흔적과 회색 재가 날리는 모습은 흔했다.

아주 가끔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이를 버리게 되면 그늘진 곳에 아이를 두고 떠난다. 태양을 직격으로 맞지 않으면 아무리 갓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쉽게 죽지는 않으니까.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데려가기도 할 것이다. 미도리마가 키세를 데리고 온 것처럼.


키세는 정말 운이 좋았다. 고의라는 것이 팍팍 느껴질 정도로 비 오는 날 오피스텔 문 앞에 버려져 있었던 걸 보면 키세를 버리게 된 인간은 마음이 약했던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집에 돌아오던 미도리마의 눈에 띠어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키세를 데려온 지 6년이 흘렀다. 일반 인간의 4배속으로 자라는 순혈 뱀파이어의 성장은 확실히 눈부실 정도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높이가 거의 같아져 있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미도리마를 키운 유모가 키세를 키워주었는데, 그녀는 일반 인간이었기 때문에 꽤 고전했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인 미도리마의 성장 속도는 일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자녀를 키우듯 미도리마를 키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키세는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랐고, 말을 배웠고, 생각을 하게 됐다. 피에 대한 갈증은 심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미도리마가 없을 때 피를 찾으면 그녀는 곤란한 것을 넘어 공포를 느껴야 했다.

키세가 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교육은 전적으로 미도리마가 맡았다. 혼혈에 혼외자식, 심지어 어머니는 저를 낳자마자 돌아가신 바람에 이 오피스텔에 유모와 함께 버려진 미도리마는 피에 대한 갈증이 거의 없어, 일반 인간에 가까웠다. 스스로는 혼혈이기 이전에 피를 마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환경이 큰 몫을 했다고 믿고 있었기에 미도리마는 키세의 눈이 빨갛게 변하기 전까지 단 한 방울의 피도 주지 않았고, 자신의 피 외에는 마시지 못하게 했다.

최대한 엄격하게 가르치긴 했지만 키세의 머리가 완전히 자랐을 때, 자신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면 그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 키세는 외형이 완전히 성장한 이후에도 고분고분 미도리마의 말을 따랐다. 그 모습이 마치 어미 새를 따르는 새끼 새 같다고 생각했지만, 미도리마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키세 말고는 저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식사할 시간이라는 것이야.”

“미도리맛치.”

“…혼자 먹는 건 싫다는 것이야.”

“…….”

“생각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요! 아님다! 같이 먹겠슴다!!”


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많이 하는 키세의 모습에 미도리마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 아이를 키운 것은 오롯이 저의 선택이었다. 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는 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아버지는 의외로 순순히 키세에게 가짜 신분을 만들어주었다.

그것이 저를 외롭게 버려둔 것에 대한 보상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미도리마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6년 전, 18살의 자신은 뼈가 시리도록 외로웠고, 순혈 뱀파이어치고 높은 체온을 가진 아이는 꽤나 사랑스러웠다. 죽지 않기 위해 선택했던 새로운 생명이, 이제는 정말 곁에 없으면 죽음을 불러올지도 몰랐다.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라는 것이야.”

“와아~!!”

“유모가 만들어두고 간 것이지만.”

“당연히 유모가 만들어준 음식이어야 하는 거 아님까?! 미도리맛치는 요리하면 큰일남다. 절대 안됨다!”

“뭐야?!”


요리를 못 한다는 자각은 있지만 감상에 젖어 있는 와중에 이런 부정을 들으니 미도리마는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반사적으로 이젠 눈높이가 거의 똑같은 키세의 하얀 목에 팔을 둘렀다.


“목을 얼마나 졸라야 숨이 안 쉬어지는지 너로 실험을 해 봐야겠단 것이야.”

“미, 미도리맛치! 잘못했슴다! 제가 잘못했어요!!”


징징윙윙 울어대는 키세의 말을 싹 무시한 채, 미도리마는 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것도 모르고 키세의 목에 감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줬다.

 

 





- 언젠가 뒤를 더 쓰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루지 못할 꿈으로 끝난 것으로...


2D 2.5D 3D가 통합된 덕질의 망망대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한 마리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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