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즈스코티

* 15세 이용가

* 본 글은 2014년도 스타트렉 본즈 왼쪽 교류전에서 배포한 배포본입니다. 

* 현대 AU 

* 약 고어 주의



본 글은 스타트렉STARTREK AOS MOVIE SERIES(2009~) 영화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창작물이며, 원작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 그래서 이걸 꼭 들어야겠어? 그래 그렇게 끄덕거리는 걸 보니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군그래, 일단 한 잔 따라봐. 그래, 너는 안 마셔? 안 마신다고? 야,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 줄은 아는 거야? 도대체……. 아니다. 끙. 뭐 너도 나이 좀 먹으면 알 거야. 나이 먹은 척하지 말라고? 야, 인마 내가 너보다 15살은 더 먹었어. 15년이면 말이지 먹은 술잔의 개수가 얼마나 차이나겠냐고. 야, 재촉하지 마! 내가 오죽하면 이렇게 말이 많겠냐고. 이게 다 긴장해서. 에라. 야, 이 잔이나 좀 채워봐……. 그래 이쁜 아가씨가 따라주니까. 좀 먹을 맛이 나는 거 같군. 성희롱이라니, 나 여자 안 좋아해 잊었나 본데. 아아 그래 알겠다고. 나이 먹고 농담도 못 하냔 말이지. 그래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하나도 얘기 안 했나. 그래 원래 내가 그런 인형을 수집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사실 내 친구가 인형을 수집했지.]


딱 3년쯤 전 이맘때의 일이었어. 난 그때도 엔지니어였고, 그래. 네가 알다시피 말이야. 술도 얼큰하게 취해 있었지. 마침 전에 사귀던 놈하고 깨진 지 얼마 안 되던 참이거든.

딱히 뭐 속상하다거나 그런 건 넘은 시점이었지. 여기 현세에서 게이로 산다는 건 어쩌면 죽고 나서 지옥 불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추운 일이거든. 레귤러한 만남은 찾기가 힘들지. 특히 나 같은 나이 든 사람에겐 말이야. 그래서 뭐 바(bar)다, 클럽이다. 그런 거시기한 곳을 드나드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런 데서 좋은 남자 만나는 거? 당연히 어렵지. 너도 알겠지만 내 성격이 얼마나 지랄 맞냔 말이야.

그 표정은 뭐야. 포킹! 나도 안다고. 에휴. 여튼 외롭기는 쉬운 인생이란 말이야.

어쨌든 얼큰히 술에 취해있는 상황이었어. 어디 질펀하게 섹스라도 해야 할 판이었지. 그런데 대부분 잘 안 풀리기 마련 아니겠어. 그냥 비틀대며 집으로 가는 중이었지.

처음에는 잘 몰랐어. 워낙 그쪽 동네가 험한 데다가 그쪽이 또 하수구의 구역질 나는 냄새도 독해서. 그런데 아마 그건 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겠지. 지나가던 내가 급하게 오줌이 마려울 줄은. 야 이 계집애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여자도 술 많이 먹으면 화장실 자주 가잖아. 그러니까. 뭐 술 취해서 가끔은 구석진 골목에서 볼일을 해결하기도 하지.

그 녀석도 조금 놀란 거 같아.

불빛 하나 비추지 않는 골목에서 그놈 눈알만 빙글빙글 떠 있는 거 같았다니까? 내가 눈치챈 것은 조금 뒤에 어둠에 익숙해진 후였어. 게다가 털썩하고 고깃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으니 그도 어지간히 당황했던 모양이지. 나중에서야 훅하고 날아오는 피비린내에 나는 그게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어, 놀라지 말라고. 원래가 이쪽 사는 동네가 그렇다니까? 그래. 가끔 사람이 죽어나니 그렇게 큰일…. 아니, 큰일은 큰일이었지. 티비에서 떠들어대던 연쇄 실종사건의 원인이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고?


“저기, 혹시 남자한테도 서슈? 입 닫아줄 테니까 한번 할래?”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네 말대로 아마 약을 한 거 같기도 해. 음 그렇지만. 그 녀석 몸이 너무 취향이었는걸. 이봐.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리고 흰옷에 틘 검은 자국이 얼마나 섹시했는지 넌 모를 거야 쓸어올린 머리하며.

그래. 뭐 네 말대로 내 취향 개똥 같다 그 녀석 제법 잘 생겼다고. 살인자라 그렇지 나에겐 아까운 놈이었어.

그래, 네 말대로 했어. 이 아가씨 보게. 그렇게 질색하던 표정 짓더니 이런 얘기 나오니까. 눈빛이 달라지는구먼. 음... 뭐 다행히도 그는 남자고 여자고 가르는 편은 아니었어. 게다가 잔뜩 흥분한 뜨끈한 몸도 괜찮았고. 적당히 거칠고, 적당히 다정했지. 야, 인마 내 침대 사정을 어디까지 알려고 그래? 여튼 그랬어.

아침에 눈을 딱 떴는데, 그 녀석 집이더라고. 머리는 엉망이었지. 몸 상태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어. 약 기운도 남아 있었고. 그래도 지난밤의 기억은 제법 뚜렷했지. 야, 그건 참 그래도 괜찮은 섹스에 속했어.

그 녀석이 아직 출근하기 전이었거든.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방에서 나오니까 그 녀석이 아침을 차리고 있더라고. 나는 넉살 좋게 식탁에 앉았어. 그놈도 별 대꾸를 안하더라고. 일단 거기까지만 봐도 꽤 성공한 셈이었지. 적어도 쫓아내지는 않았잖냐.

그 녀석은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멀쩡한 직업이 있는 모양이지 싶어 슬쩍 물어봤어.


“…. 의사야.”


더 이상은 묻지 말라는 듯 입을 다물고는 커피를 후루룩대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무척 불만에 가득한 표정이더라고. 그게 어찌나 꼴리던지! 그래서 나는 더 묻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뭐. 우린 제법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던 거 같아. 야,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렇게 잘생기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네가 내 나이쯤 돼 봐라. 지금에서야 어딜 가나 연애 상대가 꼬이기 마련이라지만. 30줄을 넘어서면 그런 건 없어요.

끄응……. 물론 나도 그 관계가 위험한 거란 건 알았어. 그래도 말이지. 나는 미친 듯이 섹스가 그리워질 때 살인으로 적당히 따끈해진 품에 안기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 녀석도 아마 적당히 오른 흥분을 가라앉히기에 나만 한 게 없었겠지. 난 제법 고분고분하거든. 야, 그건 그거지. 오늘 네가 한 실수를 만회하려면 내가 앞으로 며칠을 고생해야 하는지 알아? 망할! 네가 남자였으면 나한테 몇 번은 같이 자 줘야 했을 거다. 젠장! 이것도 성희롱이라고? 시발. 될 대로 돼라지. 지금 내 과거사 캐물은 건 너잖아. 어쭈 웃어넘기려고 하지 마.

흠.

그래, 오늘 술도 잘 넘어가는구만. 그놈이 살인자에 나쁜 놈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난 그 녀석을 제법 좋아했어. 본명은 기어코 알려주질 않아서 적당히 본즈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 이유를 물으니 뭐 어영부영 얼버무리긴 했는데. 지가 맨 처음 죽인 환자가 자길 본즈라고 불렀다는 거야. 젠장할. 그 녀석도 미친놈이었지. 당연한 거겠지만.

뭐, 사이코패스 같은 건 아니었어. 그 녀석은 죽인 녀석들이 불쌍하다고 집안이 온통 인형 천지였거든. 말했잖아. 내가. 내 친구가 인형을 모았었다고. 한놈 한놈 죽일 때마다 모은 인형이 산더미였지. 침대며 찬장이며 온통 인형 천지였어.

나는 제법 소름 끼치다고 생각했지만. 사이코패스들은 감정에 공감 못 한다며? 뭐 그놈은 인형으로 슬퍼할 줄은 알아도 뭐 장식이나 정리랑은 먼 녀석이라서 내가 그걸 하나하나 정리했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어……. 그래 나는 그때 그 녀석이랑 반쯤 같이 살았거든. 야, 겨울이면 내 아파트가 얼마나 추운지 너도 알아야 해. 그 녀석 돈은 넉넉해서 원룸은 꽤 좋은데 살았거든.

내가 투덜대는 편이긴 해도 적당히 괜찮은 파트너였어. 연인? 에이 그런 단어를 붙이기엔 조금 그랬지. 나도 약을 하질 않으면 그 녀석에게 안기지 않았고, 그 녀석도 사람을 죽이질 않으면 날 안지 않았어.

뭐, 그래도 로맨틱한 게 아예 없진 않았지. 제법 다정했다고. 그놈은. 한번은 말이지……. 아니다.

야,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아서라, 그럼 내 얘길 왜 듣고 있냐. 망할! 안 믿을 거로 생각하긴 했어. 난 간다. 술값은 네가 계산해라. 마침 술도 떨어졌네.

흠흠. 뭐 그래 새 술병이라. 뭐 내가 아니면 이걸 또 누가 마셔? 술맛도 모르잖아. 네 녀석은. 그래.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적당히 겨울을 지낸 참이었어. 아마 우리가 같이 기묘한 관계를 가지게 된 지 4개월쯤 지날 참이었을 거야.

사실 우린 놀랍게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 그가 나에게 본명을 가르쳐 주지 않았듯. 나도 그놈에게 내 이름을 그냥 몬티라고만 해 두었거든. 야, 왜 우리 사촌들은 나를 전부 몬티라고 불렀거든? 제법 내가 어렸을 때는 사랑을 듬쁙…. 아니다. 그래 알겠으니까 그만웃어 지지배야. 그래 어쨌든 우린 서로 직업만 대충 알았을 뿐이지. 나이도 잘 몰랐어. 그냥 비슷한 또래려니 짐작할 뿐이었지. 그래도 가끔 흘린 말들로 조각조각 서로에 대해 지레짐작하고 있을 뿐이었어.

그 녀석은 제법 큰 흉이 귓가에 있는데, 그의 전 마누라가 이혼하면서 주고 간 거라고 하더군. 그래도 그게 없었다면 정말 뼈밖에 안 남기고 털렸을 거라고 웃는데, 솔직히, 섹스하다가 전 마누라 얘기라니 무드도 어지간히 없었지. 나는 한창을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참이었는데도 그 녀석이 내 귓가에 중얼거리던 소리를 다 기억하고 있어.

“그 여자가, 죽을 때 내던 소리가 꼭 너 같았어 몬티. 정말 꼴렸지.”

그러고는 박아대는데, 솔직히 거기서 브레스컨트롤이라도 시도했다면 나는 정말 꼴사납게 울어버렸을지도 몰라. 뭐, 약을 했어도 충격적인 건 쉽게 잊히지 않는 모양이지. 그날 이후로 나는 그놈 집에 안 갔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약도 하지 않고 청소도 하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만 하다가 집에 가서 잤지.
지금이랑 뭐가 다르냐고? 야, 너는 꼭 그런 식으로 초를 치더라. 너 지금 내가 하는 말 믿기는 하는 거야? 그래, 믿기 힘들다는 거 나도 알아. 술이 아니었다면 뭐 이런 거 할 리가 없지, 야, 그러지 말고 너도 한잔 해둬. 저기 바텐더! 그 여기서 아가씨들 잘 마시는 그거 있지? 그래, 그거. 왜 그런 눈으로 봐, 이쁜 아가씨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얼른 내와.
그래, 예쁘지? 달달 해서 너도 먹을 만할 거다. 도수 높으니 조심하고. 어쨌든 나는 슬슬 관계를 정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 하룻밤으로 끝났을 인연이 4개월이나 이어진 거 아니냐고. 그래도 그놈을 신고한다든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 내가 뭐하러 그러겠어. 신고한다고 뭐 그놈이 순순히 잡힐지도 모르고. 나름 살정붙은 놈인데,

나에게 딱히 나쁜 짓 한 것도 아닌 놈을…. 그래! 나 맘 약한 거 알잖아. 오늘 네가 사고 친 거 수습해주는 거 봐라. 그거 사장이 알면 두 달은 월급삭감이야 그거.

그 녀석은 내 직업에 대해서도 심지어 사는 곳에 대해서도 몰랐어. 내가 안 알려주려고 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거 내가 묻지도 않는걸 떠벌떠벌 주둥이를 놀리고 싶긴 않았다고. 나도 가오가 있지. 방금 너 또 비웃었냐? 쳇, 이번 건 취한 걸로 넘어가 주마. 답지 않게는 무슨. 난 원래 너그러웠어. 그나저나 너 진짜 취한 거 아니냐? 자꾸 네가 내 얘기의 맥을 끊고 있잖나. 그래그래 앞으론 방해하지 말아봐.

그러니까. 어디까지 얘기했냐, 내가 그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놈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적었던 거 같아. 내가 그놈을 찾아가지 않으면 그놈은 딱히 나와 연관점도 없었거든. 아무래도 범죄자다 보니까. 그놈은 제가 잘 모르는 곳엔 잘 안 갔거든. 4개월쯤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놈이 어느 곳을 잘 가는지 정도는 파악되었고,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날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나는 내 예상보다도 더 멀쩡했어. 약도 싹 끊었지. 대체 왜 약을 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 술을 끊지는 못했지만.
끙….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적당히 즐길 수 있게 되었지. 그러니까. 일종의 전환점이 된 거야 그 녀석이. 예전의 몽고메리 스콧은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이 말이지. 그래 바텐더 양반, 자네도 내가 이제 매상 잘 안 올려주니까 아쉽지 않수? 끌끌….

……그래도 가끔 생각이 나긴 했어. 제법 나에게 있어선 제법 오래간 만남이었으니까. 그래 뭐 그 녀석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나도 몰라. 물어본 적도 없고, 사실 과거 따위 어찌 되는 상관없단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 이런 게 중요한 거라고, 인생에서 말이야. 새로운 만남! 응? 도전! 그래, 끙...... 좀 취한 거 같긴 하군. 너도 취했어 인마.
그 녀석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6개월이 다시 지난 이후였어. 그때 당시에 내가 즐기는 유흥이라고는 담배 정도가 다였지. 그런데 왜 다시 보고 싶어졌느냐고?

딸치는 걸로는 성에 안 차서. 뭐야 그 표정은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어차피 적당히 편의를 제공하던 녀석이었고, 사실 진짜 그 녀석을 만나러 가야겠단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 솔직히 조금 위험할 거란 생각이 많았거든. 게다가 아직도 뉴스에서는 연쇄 실종사건에 대해 떠들었으니까.

물론 나는 경찰이 아는 것보다 그 녀석이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확신했어.

인형들 개수가 알려진 실종자 수의 곱절은 더 되었으니까. 원래 도시가 그런 법이야. 죽어봤자 찾는 사람도 없지. 너 나 나 같은 사람이 죽어봐라, 한 일주일 사장이 줄기차게 전화 때려보다가 그냥 새 직원을 홀랑 뽑을 거다.

그래 사실 진짜 악당은 사장 놈팡이지.

그래도 그 녀석도 악당인 건 마찬가지긴 해. 질 나쁜 놈이지. 젠장. 술이나 한잔 더 따라봐. 그래. 내가 그놈을 다시 만난 건 그놈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지 이틀도 안 돼서였어. 처음에 그랬을 때처럼 바에서 술 한잔을 했을 때지. 그래 내가 자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풀리는 일은 아닌 법이잖나. 왜냐니 그놈을 다시 만나는 건 내 인생엔 풀리는 일에 속한다고. 내 인생에 어쩌면 두 번째 전성기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첫 번째 전성기는 9살 무렵이었지. 아직 월반하기 전이었거든. 조금만 똑똑해도 되던 시점이었지.

그러니까 계속 말하잖냐. 적당히 따끈하고 관심 꺼주는 파트너란 찾기 쉬운 게 아니라고. 거긴 처음 만났던 바랑 위치도 정 반대요. 그 녀석 집과의 거리도 꽤 될 거야. 오히려 우리집 근처였으니까.

어쨌든. 골목에서 우린 다시 만났어. 술에 취해서 담배피러 나간 골목에 그 녀석이 서 있는 거야.

“오랜만이네 몬티.”

그 녀석도 처음 몇 초는 조금 놀라 있더라고. 그러고는 피식 웃는데 나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마치 녹슨 나사마냥 옴짝달싹을 못 했지. 그 녀석이 입고 있는 옷이 하얀 가운이었거든. 그래,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처럼. 나는 직감적으로 그 녀석이 그걸 하러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래 죽이는 거 말이야. 정말 기묘했지, 그렇게 눈에 띄는 옷을 입고 그래, 그... 거시기한 일을 하는 거. 나는 섹시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여태 안 들킨 게 이상한 일이었지.
미쳤다고? 솔직히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건 너도 잘 알고 있었잖아. 네 팔자도 딱하지, 어쩌다 나 같은 놈을 직속 상사로 뒀냐. 하기사 우리 공방 녀석들 중에 안 그런 녀석이 있냐 싶다만.
그 녀석을 마주한 나는 그 녀석과 다르게 여유가 없었어. 일단 난 약을 안 한 지 꽤 된 상태였거든. 어떻게 그랬는지 몰라. 아마 난 일종의 바른척하는 현실에 취해 있었던 모양이지. 그래도 뭐 우연히 만난 이웃처럼 살갑게 대하고 그럴 정도의 정신머리는 아니었지.
그 녀석이 다가오는데 내가 살가운 사람은 아니지만,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걸 눈치채고도 남았지. 아마 조금쯤 기분이 나빠졌던 거 같아.
내가 반 발자국 슬쩍 밀어나려고 했거든.
그 녀석이 슥 날 훑어보는데 나는 찌그러진 도넛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었어.

“몬티, 나랑 어디 좀 가자.”

잠깐 갈등했지. 다시 바에 들어가 삼분지 이쯤 남은 블러디메리를 마시는 게 났지 않을까. 저놈 지금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오전 시간에 네놈이 한 실수 만회하려고 머리굴리던 것보다 갑절은 머리를 굴렸을 거야.
그리고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는데, 아뿔싸 담배 들고 나오면서 내 자리에 라이터를 두고 나온 거 같더라고 그런데 그놈자식이 냄배를 바닥에 비벼끄더니 홱 하고 돌아서 가버리는 거야. 나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지.

“야, 본즈, 담배 불 좀 빌려줘 봐.”

그리고 그놈을 따라 뒷골목을 휘적거리며 따라 들어갔어. 야, 왜웃냐. 이년이 미쳤나. 야야 너 그러다 사레들린다. 그런 건 고칠 수도 없는 거 알잖아. 야야! 이거 육포 좀 씹어봐. 얼굴 꼬라지 하고는. 쯧쯧.
그리고 쫓아가선 담배를 피웠어. 대마초 아니었어. 정말 그냥 담배였는데, 그 녀석이 작업하는 걸 쭈그리고 앉아서 봤지.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였는데, 아마 근저에서 살던 창녀였던 거 같아. 피 냄새랑 향수 냄새가 제법 진하게 섞이더라고. 거기에 그냥 담배일 뿐이었는데 정말 맛이 끝내주더군. 정말 내가 해봤던 어떤 약보다 더 짜릿했어.
난, 몇 번쯤 그놈 집에 다시 갔어. 술도 마시지 않고 한 섹스는 그 이후였지. 왠지 모르지만, 약도 안 하고 술도 안 하고 싶었어. 그 이후로도 나는 그냥 그놈을 쫄래쫄래 쫓아가 쪼그리고 앉아서 그놈이 봉투에 조각낸 사람들을 담는걸 지켜봤지.
위험하단 생각도 거의 못하게 됐을 거야 그땐. 그냥 자르고, 찌르고, 튀기는 것들 풍기는 것들. 피부로 느껴지는 밤공기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들. 깊숙한 곳까지 쫓아와 찌르는 담배연기. 좋았어. 그냥.
나는 어째서인지 그놈이 날 죽이지 않을 거 같단 생각을 했어. 사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그놈은 진짜 미친놈인데 말이야. 난 조금 더 불규칙적으로 찾아가게 되었는데, 한번은 물었어.

“도대체 이놈들 죽이는 이유가 뭐야?”

한 다섯 번쯤 내가 그 녀석이 작업하는 걸 지켜본 이후의 일이었어. 그 녀석은 내 질문에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라고.


“그런 건 왜 물어?”


툭, 하고 발로 고깃덩이를 차고는 나한테 와서 내 멱살을 끌어올려 입 맞추는데, 그건……. 정말이지 기분이 더러웠지. 살짝 그를 밀쳐냈어


“찌를 때 말이야.”


그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


“보통 생각할 때, 다른 사람이 자길 찌르면 밀 춰 낼 거 같지?”


그 녀석은 정말 짜증 나 보였지.


아까 떨어져 바닥에 구르고 있던 나이프를 줍더라고. 내 머리통이 온통 진동하며 외쳐댔어. 피해야 한다고. 그런데 고작 할 수 있던 건 몸을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거였지.


“그런데 말이야 사실 정말로 사람을 찌르면, 찌르는 사람한테 매달려, 본능적으로 제일 가까이 있는 놈한테 매달리는 거지 살려달라고.”


더듬더듬. 등에 닿는 벽을 미친 듯이 훑고 있는데 그놈이 나이프를 손에 쥐고 다가오고 있었지.


“그래, 이렇게. 나한테서 도망가려던 사람들도 막상 내가…….”


나중에서야 설마 하며 생각한 거긴 하지만 그놈 자식이 날 정말 찌를 생각이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어. 이건 뭐 이제와서는 궁금하지도 않아. 어쨌든 난 겁에 질려 있었고. 그놈이 든 건 사람을 죽인 흉기였다고. 나는 내 손에 잡히는 막대기를 잡고는 그자식 다리를 후려쳤지. 그런데 알다시피 내 운동신경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야, 잘 듣다가 여기서 왜 터져! 지금 엄청 중요한 장면이잖아! 하여튼 그래서 내가 휘두른 작대기가 부서지면서 그 녀석 손도 같이 때려버린 거야. 정말 운이 좋았지. 그 녀석 내가 반항할 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는지. 정말 미친 듯이 열을 냈거든. 나이프는 바닥을 구르고.


“댐잇! 몬티!”


그 녀석이 소릴 지르는데, 나는 힘이 풀려 반쯤 바닥을 구르고 있었어. 그런데 다시 어떻게 힘을 냈는지 죽을힘을 다해 기어서, 아니 거의 뛰어서 나이프를 향해 돌진했어. 그리고 그 녀석이 허둥대는 동안 그 칼을 손에 쥐었어. 음 아직도 감촉이 생생한데 뭐야, 축축하고 차갑고 미끄러웠지. 부들부들 떨면서 그걸 양손에 들고 그 녀석을 향해 겨누는데, 정신이 아득해졌어. 아 젠장. 그래 이 것 좀 따라봐. 괜히 식은땀이 나네.

“그거 내려놔, 몬티.”

그 녀석은 빡쳐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차분해졌는지 조심스럽게 나한테 다가왔지. 난 계속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그놈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사실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라고.

피 냄새, 습도, 그 녀석이 다가오자 느껴지는 담배의 향기, 나는 거의 정신머리가 없었어. 정신을 차리니까. 그놈이-본즈가 바닥에 구르고 있었지. 귓가를 베여 철철 피가 나는데, 바닥에 귓바퀴인지 살점이 반쯤 떨어져 굴러다녔지. 본즈자식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


“죽여버린다! 젠장! 너! 시발!”


나이프를 던졌어. 그놈이 있는 방향의 반대로. 그리고 그대로 튀었지. 시체가 굴러다니는 골목이었으니. 그거 정리 다 하고 날 찾으려면 한참은 걸리겠지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뛰는데, 지금 생각하면 거기까지 머리가 굴러가다니 위기에 닥칠 때 사람이 얼마나 머리를 굴리는지 알아야 해.
영화니, 드라마니 죄다 살인자가 활개 치니 그렇겠지만.

그 뒤로 집에 돌아와서 3일을 꼬박 앓았어. 그때 사장 새끼는 전화 한통 없더라. 내가 3일째 겨우 일어나 끙끙대며 전화하지 않았다면 면접보고 있던 러시아 꼬맹이를 덜컥 채용했을 게 틀림없지.

……그래 솔직히 안 믿을 거 같긴 했어. 네 탓은 아니지. 어지려워? 음. 안 되겠다. 바텐더! 여기. 내 앞으로 달아놔요! 거 참 그렇게 웃지 말라고. 기분 나쁘게, 젠장. 똑바로 좀 걸어. 아무리 취했다지만. 다른 놈들은 잘만 걷던데, 너 어지간히 술이 약하구나?

아아, 괜찮아 그렇게 잠이 쏟아지는 게 정상이야. 끄응 근데 너 진짜 살 좀 빼 두지 그랬냐. 눈 홀기기는 너 지금 뭔일이 난지는... 아니다. 어휴 그러니까 네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거야, 눈치라고는 쥐뿔도 없어서. 어디 가느냐고? 아아. 우리 집 갈 거야. 한숨 자 두라고. 어차피 이젠 움직일 힘도 없잖아?






제기랄. 깨어났냐? 야야, 울지마. 별로 아프게 묶은 것도 아닌데. 내가 얘기했지? 어차피 너나 나 같은 놈들. 없어져 봐야 찾는 놈도 없다고. 여기? 아, 인사해. 나의 본즈야.


금방 끝날 거야.






[사실 그 이후에 이 녀석 만나러 오면서 거의 죽을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레너드! 웃지 마. 나는 지금 진지하거든? 포킹! 그래서 오늘의 아가씨는 어떻게 할 거야?]


fin.

좋아하는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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