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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본 도서는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 <차세대 걸즈 밴드 프로젝트 BanG Dream!> (원제: BanG Dream! バングドリーム)의 2차 창작입니다. 원작 및 관련 공식 컨텐츠와 무관한 비영리적 목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본 도서의 무단전제와 복사, 재판매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글 | Todo

표지 | 라온

 




1. 타인의 고백

 

 

찬물을 쏟아낸 듯, 연습실 안은 조용했다.

 

예약을 한 지, 30분이 지난 시각. 원래라면 다섯 명의 합주로, 귀가 얼얼할 정도의 사운드가 가득해야하지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연습실 안에는 네 명뿐이었다. 멍하니 있는 리사와 굳게 닫힌 문과 비어있는 마이크 앞을 번갈아 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코와 린코. 그리고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사요가 연습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코, 처음 봤어요!!!”

“저도…처음…봤네요….”

 

뭐, 보통은 처음이겠지. 웃음을 한껏 머금고 그렇게 맞장구 쳐주고 싶었는데,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베이스를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기에 행여나 이 진동이 사라질까 힘을 주어 봤지만, 베이스의 흔들림이 더 강해지기만 해서 관두기로 했다. 다행히 다들 눈치 채진 못한 것 같다.

 

“미나토 씨의 사생활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네요.”

“…사요, 이건 유키나의 잘못이 아니잖아.”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분명했는데도, 리사는 구태여 그렇게 덧붙였다. 당연하죠, 사요는 무슨 당연한 소릴 하는 거냐는 시선을 리사에게 흘리다가 손뼉을 쳐 모두를 집중시켰다.


“일분일초가 아까워요. 이런 일로 연습 시간을 낭비하다니 조금 화도 나는 군요. 금방 들어오실 테니 오 분만 기다려보고, 그래도 안 오시면 저희끼리라도 연습을 시작하죠.”

 

사요는 기타를 내려놓고, 앰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물통에 꽂아놓은 빨대를 입에 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리사도 베이스를 내려놓고, 사요와 가장 떨어져있는 반대편 앰프 옆에 주저앉았다. 손의 떨림이 멈추질 않아서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고 다리 사이로 감췄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런 상태로 베이스를 쳤다가는 금방 사요에게 들켜버린다.

 

“잘생긴 남자분이였죠! 그죠? 사요 선배?”

“…그랬나요.”

“저…그 분…낯이 익어요….”

“린린! 어디서?!”

“……아, 그러고 보니 저도 그러네요.”

“사요 선배마저?!”

 

린코와 사요의 기억에 동시에 남을 만한 사람…, 리사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둘은 같은 학교, 같은 반이지만 거긴 여학교니까 답은 하나뿐이다. 리사의 생각을 읽은 듯 아코가 소리쳤다. 저희의 팬인가 봐요!! 아니, 다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인지 린코와 사요의 대답은 거의 동시였다. 그랬나보네요. 괜히 목이 타서 자신의 몫의 물통을 빨대로 쪽쪽 빨아먹었다.

 

“아코, 고백 같은 거 받아본 적 없어요. 린린은?”

“저…, 저는… 한 번인가….”

“에엑?! 그거 굉장하잖아!! 대단해!! 린린!!!”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지. 불길한 예감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다스리며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더듬었다. 평소와 같이 무겁고 날카로운 공기 속에서 연습을 시작하자는 유키나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연결된 전선을 타고, 연습실 가득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었다. 여느 때와 같은 로젤리아의 연습이었다. 어느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

 

“사요 선배는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에에에에에!? 알려 주세요~ 사요 선배~”

“그건 밴드와 상관없는 이야기죠?”

“그건 그렇지만 아코의 이야기도 들으셨잖아요.”

“우다가와씨가 멋대로 이야기한 거잖아요.”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했고, 무엇보다 꽤 이름이 일려진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 놀기 위해 번화가를 걸었을 때, 저런 교복을 입은 남자에게 고백 받고 싶다~ 라고 들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명문고라고 했던가. 실례한다면서 들어온 남자는 대뜸 유키나를 찾았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유키나지만 이번만은 상당히 의아한 표정으로 네, 라고 대답했다.

 

“애초에 횟수와는 관계없잖아요. 더 많은 고백을 받았다고 잘난 사람인가요?”

“그 말은 역시 사요선배는 고백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군요. 대단해! 역시 대단해요!”

“노코멘트라니까요.”


처음에는 정중한 태도로 연습을 방해한 데에 대한 사과를 했다. 잠시 이야기가 하고 싶다며 유키나와 단 둘이 밖에서 얘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남자의 계획에 브레이크를 건 건 유키나였다.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지금은 연습중이니, 연습이 끝나기까지 기다리거나 약속을 잡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유키나답네. 그때까지는 남자를 동정했던 리사지만, 옆에서는 백번 옳다는 표정으로 사요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티내진 않았다. 유키나는 단호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남자가 끈질기게 굴자, 억지로 연습을 시작하려고까지 했다. 슬슬 내가 나서야겠지? 눈치를 보다가 언제나처럼 중재를 위해 입술을 뗐을 때였다.

 

좋아합니다, 미나토씨!

 

곁에서 보면 웃기지 않았을까. 당사자인 유키나가 아니라 곁에 있던 리사가 날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을 했으니까. 정작 유키나는 눈썹을 조금 꿈틀거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제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남자는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유키나는 시간을 한 번, 사요를 한 번, 그리고 남자를 한 번 보고 결국 마이크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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