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키드도 좋아하지만 키드TS도 사랑합니다.







아......시발. 키드는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매달 계산해놔야지 표시해놔야지 하면서도 못내 귀찮아 뒤로 미루기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의자에 묶어놓고 총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에 가면 당장 달력에 표시를 해놓고 말겠다 다짐하며 키드는 이를 뿌드득 갈다 이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허리 위와 아래가 분리된 것 같다. 조금만 움직일라 쳐도 허리가 욱신욱신거렸고 배는 아랫부분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가 불규칙적으로 싸하게 아파왔다. 불쾌한 아픔을 끙끙대며 견디고 있을 때 메신저가 울렸다. 키드는 원래도 하얬지만 통증을 참느라 석고보다 더 하얗게 된 얼굴로 휴대폰의 잠금화면을 열었다.

 

「괜찮냐」

「ㅅㅂ」

「약은 먹음?」

 

먹어본 적이 있어야 뭘 알고 먹든지 하지, 썅. 키드는 죄없는 친구에게 쌍욕을 쳐보내려다 한숨을 푹 쉬었다. 원래 생리통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기껏해야 그날은 배 상태가 약간 체한 기가 있는 것처럼 불편한 정도. 그것도 생리 첫날 조금 그러고 끝이었다. 그래서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다른 애들의 말에 쉬이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생리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키드는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다시 배가 사르르 아파오기 시작해 키드는 배를 감싸며 다리를 오므렸다. 이놈의 몸에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있는 줄 모르고 지나갈 정도였던 생리통은 이제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찾아와 사람을 완전히 KO시켰다. 양호실이라도 가. 친구는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거기까지 갈 힘도 없었다. 양호실 침대 여기로 옮겨올 순 없을까. 누가 옮겨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지갑에 있는 돈 다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유스타스야.”

 

책상에 딱 붙어있던 이마를 떼 고개를 돌리니 까무잡잡한 얼굴이 보였다. 평소엔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왠일로 벗고 있다. 좀 더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맨얼굴은 좀 순해 보인다. 그래서 안경쓰고 다니나. 양쪽 귀에 두 개씩이나 뜷려있는 피어싱이 여느 때처럼 눈에 밟혔다. 저걸 뺀 다른 것들은 전부 모범생의 정석적인 모습이라 불량해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개성의 바람직한 표현 중 하나로 보인다. 문신해도 별로 불량해보이지는 않겠다고 키드는 멋대로 생각했다.

 

“또 땡땡이냐?”

“양호실 침대 가져다 줄 거 아니면 신경 꺼.”

 

소년, 로우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다가 키드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일 없다는 듯 홱 돌아간 머리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으로 온통 붉었다. 로우는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다 흰 목에 맺혀 있는 작은 땀방울에 손을 멈췄다. 어딘지 거칠어진 숨결, 하얗게 질려 잔뜩 오므려진 다리, 배를 움켜쥘 듯 감싸고 있는 손. 로우는 코에 걸릴 듯 말 듯한 희미한 철분 냄새를 맡았다.

 

“양호실 데려다줘?”

“됐어, 안가......”

“어쩔려고. 4교시 남았어.”

“아 시발”

 

욕설을 시원하게 내뱉으며 몸을 일으킨 키드의 얼굴을 보고 로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굽혔다. 식은땀으로 귀 옆과 이마 부근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끈적이며 달라붙어 있었고 내쉬는 숨은 뜨거웠다. 키드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휴대폰으로 얼굴을 확인하며 화장 다 번졌다고 투덜댔다. 어디가 어떻게 번진 건지 로우는 알 수 없었지만 키드가 말하니 그렇겠지 하고 넘겼다. 로우는 돌아서 등을 내밀었고 키드는 연신 불평을 중얼거리면서도 얌전히 로우의 목에 팔을 감았다.

 

“트라팔가......”

“왜.”

“나 아파.”

 

늦가을의 단풍잎처럼 새빨간 머리카락이 시야 안에서 찰랑거렸다. 키드는 칭얼거리듯 로우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로우의 어깨가 멈칫했지만 키드로서는 알 바 아니었다. 나 아프다구...... 억울함이 잔뜩 묻은 말투로 중얼대는 키드가 귀여워 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풋 웃고 말았다.

 

“......시발 너 지금 웃었냐? 사람이 아프다는데 쳐웃고 앉았어, 썅. 머리카락 확 다 뽑아버릴까 보다.”

“하아......넌 말 좀 가려 쓰면 안되냐?”

 

키드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목을 꼭 안고 있던 흰 팔 하나가 로우의 얼굴을 잡아 그대로 돌려버렸고 뜨거운 입술이 기다렸다는 듯이 로우의 숨을 모조리 빼앗아 버렸다. 평소처럼 제 집인 양 입 안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것이 아닌, 느릿하고 부드럽게 혀를 문지르고 돌리는 움직임에 한 순간 팔의 힘이 풀릴 뻔했다. 하반신에 급격히 피가 몰리는 것을 느끼고 로우는 황급히 입술을 뗐지만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좋아하는 주제에 말이 많아.”

 

즐겨 바르는 킬링 레드가 타액으로 반짝거려 더욱 붉어 보였다. 아직 수업시간이라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키드는 고양이처럼 로우의 목덜미를 할짝이다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빨리 가. 거기서 약이든 뭐든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그럼 우리 좋은 거 하자, 응? 로우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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