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다.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아직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시절 쓰여진 일기장을 읽었다. 변한건 나이와 생각하는 방향 정도.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도 아이돌 덕질을 하고 있고 글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글을 쓰는 것에 엄청난 자신감이 붙었다가도 어느 순간 난 안될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직 글쓰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은 있어도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곳에는 '나에게 주어진 천부적 재능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고도 썼기 때문에. 

갑자기 그동안 내가 쓴 일기장을 전부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생각할거리들을 찾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뭔가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갈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찾지 못했다. 그냥 나는 정말 화가 많고 자주 슬퍼하고 가열차게 덕질을 하는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중 많은 부분들은 거의 1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내가 갖고 있는 특성들이라는 것. 다만 지금은 그 화를 일기장에 풀지는 않는 것 같다. 화를 속을 삭히고 삭히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들을 읽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 어떤 책보다도 내 일기장을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놀라운 것들도 있고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후회되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결국에는 계속해서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할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일기장들을 보면서 내가 쓴 말들중에 지금 나에게 위로가 되거나 기억에 남는 말들을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있다. 가령, 내가 당시 가장 좋아했던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은 날에는 '나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쓸거고 작가가 될 준비가 되었어.' 라는 말을 쓰기도 했고 기나긴 공부 끝에 마침내 대학교에 합격한 후 엄마에게 대학 졸업 후에는 뭘 할거냐는 질문에 '나는 첫번째로, 나의 진짜 계획들에 대해 생각을 했다. 작가가 되고 뭐 그런것들, 그리고 두번째 든 생각은 이거였다. What the heck, 난 아직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읽어갈 일기장도 써내려야갈 일기도 많지만 과거의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기록을 해놓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그것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즐거우니까.

아마 일기를 읽는 것에 대한 글은 이후에도 더 쓸지도 모르겠다.

I ra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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