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의 유망주 연하들. 텐도른.

 가만히 있지 않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히나타에 츠키시마의 시선이 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우시지마상!”

 히나타가 쉬고 있는 우시지마를 부르며 달려갔다. 다가간 히나타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그걸 본 시라부가 고시키에게 한 소리하자 고시키도 우시지마에게 달려가 질문을 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츠키시마는 말없이 지켜봤다.

 두 어린 후배의 질문에 우시지마가 성실하게 대꾸해주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텐도가 웃었다. 경쟁적으로 물어보는 히나타와 고시키가 귀여워서 텐도는 턱에 손을 괴고 봤다. 그러다 시선을 느낀 텐도가 눈을 껌뻑이다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츠키시마와 눈이 맞았다.

 마주친 시선에 놀라는 츠키시마에 텐도가 비쭉였다. 그 모습에 츠키시마가 울컥했다. 그래서 츠키시마는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보는 시선을 츠키시마가 무시했다. 어쩐지 창피한 짓을 하다 걸린 것 같아 귀가 뜨거워 츠키시마는 한 숨을 뱉었다.

 그렇게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텐도가 우시지마의 리시브 흉내를 내고 있는 히나타를 발견했다.

 “꼬맹이 열심히 하네─ 하긴, 키가 부족하니까 열심히 해야할까나─”

 그렇게 반장난 반진담으로 히나타를 놀리며 텐도가 “팔의 면적을 좀 더 넓게 만들어. 공이 빠져 나가지 않게 잘 조절해서.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 충격을 흡수한다는 느낌으로.” 라고 조언해줬고 히나타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렇게요?” 라고 물었다. 그러면 텐도가 손가락으로 집어주며 히나타가 받아들이기 쉽게 알려 줬다.

 그렇게 연습이 끝났다.


미야기의 유망주 연하들

× 텐도 사토리



 모든 연습이 끝나자 시라토리자와 멤버들은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저들끼리 가볍게 말을 주고받으며 움직였다.

 “텐도상! 감사합니다!”
 “에? 뭐가?!”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문 쪽으로 가던 텐도가 히나타의 우렁찬 인사에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히나타를 봤다. 텐도의 모르겠다는 얼굴에 히나타가 웃었다.

 “아까 리시브 자세 가르쳐 주신 거 감사합니다!”

 솔직하고 해맑은 히나타의 인사에 텐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히나타의 얼굴이 빨게 졌다. “너 귀엽네.” 그렇게 웃는 텐도에 히나타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크윽 아닙니다!” 라며 하는 말이 각이 잡혀 있어 텐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요괴 꼬맹이 이름이 뭐였더라?”
 “요, 요괴요? 히, 히나타 쇼요입니다! 저, 꼬맹이가 아니니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꼬맹이라고 불리는 게 싫은지 칭얼거리는 히나타에 텐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텐도가 “히나타? 소요?” 그렇게 중얼거리자 히나타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서는 “어,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라며 대답했다. 그래서 텐도가 히나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그럼 쇼요네. 쇼요 귀엽네. 우리 후배였다면 내가 엄─청 귀여워 해줬을 텐데. 아깝네.”
 “네? 텐도상?”

 의미 모를 선배의 애정이 히나타에게 향하자 고시키가 놀란 눈으로 그를 봤다. 자각도 없이 안절부절 못하며 선배의 애정이 다른 사람에게 갈까 불안해하는 고시키에 시라부가 차게 식은 눈으로 그를 봤다.

 “어이, 시라부. 너 눈이 무섭다고.”

 세미의 감상에 시라부가 퉁 한 얼굴을 했다. 저게 지금 주제도 모르고 질투하잖아요. 눈으로 말하는 시라부에 세미가 입을 다물었다. 지 때문에 우리도 찬밥 신세였는데. 그렇게 투덜거리는 시라부의 눈에 야마가타가 웃었다.

 “시라부, 와카토시 다음으로 사토리를 제일 존경하니까.”
 “으, 아닙니다.”

 야마가타의 말에 부정하는 시라부의 얼굴이 빨게 졌다. 그래서 카와니시가 풋! 하고 작게 웃었다. 그 소리에 시라부가 인상을 썼다. 히나타의 돌발행동에 떠나지 못한 이들이 떠드는 사이 텐도가 고시키를 달랬다.

 “츠토무─ 걱정하지 마. 츠토무는 귀여운 우리 에이스니까 언제나 응원한다고요─ 시라토리자와랑 카라스노가 붙으면 츠토무를 응원할 테니까 괜찮아.”

 텐도의 말에 고시키의 얼굴이 폈다. 봐라. 그 오만하고 얄미운 얼굴에 텐도는 고시키가 귀여웠고 시라부는 짜증 섞인 찬 눈으로 그를 봤다.

 “정말요?!”

 화기애애해지는 분위기에 히나타의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서 텐도의 시선이 히나타에게로 향했다.

 츠토무를 달래 놨더니 이번엔 히나타가 충격 받은 눈으로 텐도를 올려 보자 텐도가 당황했다. ‘아니 넌 우리 팀 아니잖아? 당연한 거 아닌가? 왜 그렇게 충격 받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며 히나타를 보던 텐도가 히나타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어이가 없어서 텐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텐도상의 제자 아닌가요? 제자는 스승님이 응원해주는 건데, 텐도상이 응원 안 해주시면 저는…”
 “엑? 내가 쇼요의 스승이었어? 언제부터? 나 스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쇼요한테 뭘 가르쳐 준적이 없는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며 히나타의 반응을 보던 텐도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래서 히나타가 축 쳐졌다. 어쩐지 히나타의 위로 솟아 있던 삐죽삐죽한 머리카락들도 쳐지는 거 같은 히나타에 텐도가 당황했다. 정말이지 솔직하고 순수한 반응에 텐도는 난감해졌다.

 “텐도상, 리시브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스승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히나타의 단순하고 순수한 발언에 텐도는 한 숨을 길게 뱉었다. 멍멍이 두 마리에 텐도는 곤란해졌다.

 “응. 그렇구나. 내가 미안. 오구오구 우리 쇼요 서운했져요. 여전히 내가 너한테 스승 소리를 들을 만큼 뭘 가르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뭐 어쨌든 쇼요가 시라토리자와랑 붙지 않는다면 그땐 소요를 응원할게. 그걸로 봐줄래?”

 어린 애 달래듯이 달래는 텐도에 히나타의 입이 자각 없이 비쭉 나왔다. 그래서 텐도가 멋대로 히나타의 양 볼을 손바닥으로 뭉갰다. 텐도는 도대체 본인이 왜 남의 팀 후배까지 달래주고 예뻐해 줘야 하는 지 어이가 없고 웃기면서도 히나타가 귀여웠다.

 그 모습에 고시키가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텐도상 제 스파이크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엑? 갑자기? 아니, 나 그만 가서 쉬고 싶은데.”

 텐도의 말에 시무룩해지는 고시키 때문에 텐도는 어이가 없었다.

 ‘츠토무 언제부터 그렇게 나를 따랐다고. 너 나 부담스러워 했잖아?!’

 히나타한테 질투하고 텐도에게 투정을 부리는 고시키에 텐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다 히나타의 말에 텐도는 정말이지 오늘이 무슨 날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텐도상! 조금만 더 있다 가시면 안 되나요? 귀찮게 안 굴게요. 오늘이 합숙 마지막 날이니까, 그,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텐도상이랑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블록 요령 가르쳐주시면 안 되나요?! 전에 시합했을 때 텐도상의 셧아웃 진짜 멋있어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스 블록 완전 멋있어서 분해! 그러면서도 멋있어! 라고 흉내 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니들 오늘 왜 그럴까나? 응? 설마 짰어? 짠 건가? 그런 걸까나?”

 히나타의 순수하고 진심 가득한 어택에 눈을 찌푸리며 부정하는 텐도에 우시지마와 시라부를 제외한 시라토리자와 주전 멤버들이 웃었다. 어린 후배들에게 치여 고생하는 텐도에 마음껏 웃는 그들을 향해 텐도가 도움을 요청하자 하나 같이 텐도의 시선을 피했다.

 저돌적이고 순수한 영혼들에 곤란해 하는 텐도는 보기 드문 모습이라 누구하나 구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텐도는 시라부를 쳐다봤다. 짜증을 꾹꾹 눌러 담은 눈으로 텐도들을 보고 있던 시라부에 텐도가 말없이 입을 우물 우물거렸다. ‘켄지로 도와줘─’ 그 구호 요청에 시라부가 고시키를 바라봤다. 시라부의 시선에 고시키가 입을 다물고 흠칫거렸다.

 “고시키. 텐도상 귀찮게 하지 마.”

 켄지로! 눈에서 하트가 나올 정도로 시라부를 찐하게 보는 텐도에 시라부가 한숨을 뱉었다. 이내 굳었다.

 “많이 피곤하신가요? 그럼 제가 안마해드릴까요? 저 안마 잘해요! 매일 부모님 안마해드리는데 시원하다고 좋아하세요! 자신 있어요!”

 엥? 뭘? 그런 눈으로 텐도가 히나타를 봤다. 큰 눈에 가득한 걱정과 간절함, 자신감에 텐도는 눈을 껌뻑였다. 그러다 시라부를 봤다. 눈을 감은 시라부가 한 손으로 본인의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래서 텐도는 쭈글한 얼굴을 했다.

 “소요 끈질기네. 엄청 끈질겨.”

 질린 텐도의 얼굴과 목소리에 히나타가 움찔거렸다. 이내 풀이 죽는 모습에 텐도는 골이 아팠다.

 “조금만이야. 진짜 조금만이니까. 나 힘들다고요? 오래 안할 거예요?”

 몇 번이고 강조하는 텐도에 히나타가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히나타를 달래 놓고 나니 고시키가 분해하는 얼굴로 히나타를 보다 텐도에게 서러운 얼굴을 하자 텐도의 눈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러다 한숨을 뱉었다.

 “츠토무도 확실히 기억하라고? 내 휴식 반납하고 일부러 남은 거니까, 좋은 스트레이트 보여 달라고요.”
 “넵!”

 우렁찬 고시키의 대답에 텐도의 어깨가 쳐졌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세미와 야마가타가 소리 내 웃었다. 카와니시가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웃었다. 그 모습에 텐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투덜거렸다. 그러다 번쩍 눈을 뜬 텐도가 히나타의 돌발행동에 정리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던 나머지 유망주들 보며 웃었다. 그 모습에 세미와 카와니시는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너흰 쟤들한테서 뭐 배우고 싶은 거 없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요! 세미세미의 강서브를 배울 수 있는 마지막 날! 하야토의 슈퍼 리시브를 배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오늘만큼 마음껏 와카토시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요─ 자자 골라 골라 알려 주세요─ 하라고요─”
 “켁? 어이 텐도!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

 투덜거리는 세미에 텐도가 웃었다. 악동 텐도가 당황하는 유망주들을 보다가 코가네가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텐도가 볼 때 가장 단순한 코가네가와를 향해 텐도가 “너 세터지? 세미세미 유능한 세터라고요. 공격적인 세터니까 배우면 좋다고요─” 라며 코가네가와를 부추겼다. 그의 부추김에 코가네가와가 눈을 반짝이며 콧김을 뿜더니 세미에게 기세 좋게 달려가 우렁차게 “지도 부탁 드림돠!” 라고 소리치자 세미가 당황했다. 그 모습에 텐도가 웃었다. 코가네가와의 기세에 “어, 어.” 그러는 세미를 보던 텐도가 또 눈을 빛냈다.

 유망주들을 둘러보는 텐도의 시선에 합숙에 참가한 유망주들이 긴장했다. 동시에 기대했다. 그런 그들의 기대에 텐도가 가장 어수룩해 보이고 기대보다 긴장으로 굳은 하쿠자와를 찍었다.

 “거기 너, 와카토시군의 스파이크 배울 수 있는 일이 흔한 게 아니라고요. 자자 어서어서 가서 알려 달라고 해요! 와카토시군 이 아이한테 스파이크 알려 주세요─”

 텐도와 눈이 마주친 하쿠자와가 당황했다. 그런 그를 텐도가 멋대로 등 떠밀었다. 그래서 하쿠자와는 차마 타교 선배의 밀림에 힘으로 버티고 거부할 수가 없었다. 등 뒤에서 미는 텐도에게 떠밀려 하쿠자와는 얼떨결에 우시지마에게 스파이크 지도를 받았다.

 그렇게 텐도가 하나둘 유망주들을 본인의 팀 동료들에게 억지로 붙였다. 악착같은 물귀신 텐도에 세미와 카와니시가 투덜거렸지만 이내 본인들에게 붙은 애들을 돌봤다.

 “에─ 안경군은,”
 “츠키시마입니다. 안경군이 아니라 츠키시마입니다.”

 두 번이나 강조하는 츠키시마에 텐도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눈이 가늘어졌다. 이내 히나타를 향해 손을 까닥 까닥거렸다. 텐도의 손짓에 히나타가 텐도의 곁에 서자 텐도가 허리를 낮췄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나타의 귀에 속삭였다.

 “쇼요, 안경군 풀 네임 뭘 까나?”
 “아, 츠키시마 케이입니다.”
 “히나타 멋대로 남의 이름 가르쳐주는 거 하지 말아줄래?”

 소근 거리는 두 사람에 츠키시마가 눈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얼굴을 했고 텐도가 웃었다. 그 비쭉거리는 웃음에 츠키시마가 울컥했다. 이어 나오는 텐도의 말에 츠키시마가 울컥울컥했다.

 “오오 케이. 흐응─ 케이.”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에에─ 좋잖아. 케이. 케이랑 잘 어울리네. 오오 어울려. 케이. 멋있네.”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텐도의 말에 담긴 진심에 츠키시마는 쑥스러워져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텐도가 크게 웃었다.

 “어라? 케이 부끄럼쟁이잖아? 귀엽네. 올해 1학년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 애들이 많지? 흐응─ 진즉에 알았으며 많이 예뻐해 줬을 텐데. 아깝네.”

 아쉬워하는 얼굴로 웃는 텐도에 고시키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동공지진에 계속 텐도 쪽을 신경 쓰고 있던 시라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예쁜 애들은 예쁜 애들끼리 붙어야 보기 좋다는 이유로 텐도 때문에 억지로 시라부와 붙은 쿠니미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케이는 누구한테 배우고 싶을까나? 뭘 배우고 싶어? 케이 리드 블록이니까 타이치가 좋을까나, 리시브 부족하니까 하야토가 좋을까나? 센터니까 시라부한테 토스 올리는 거 배울래?”

 흐응. 거리며 골똘히 고민하는 텐도에 츠키시마는 문득 어째서 텐도 본인이 가르쳐 준다는 선택지는 없는지 의문을 느꼈다. 그의 시선에 눈을 가늘게 뜨며 고민하던 텐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케이는 리드 블록을 고집하잖아? 근데 나는 게스를 고집하니까. 우린 서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서 서로 이게 맞아 그러면서 제대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하고 싸울 거라고요. 좋게 좋게 가르치고 배우는 게 좋잖아?”

 텐도의 말에 츠키시마는 조금 놀랬다. 츠키시마가 언뜻 겪은 텐도는 다른 사람의 생각 같은 거 무시하고 본인 좋을 때로만 휘두르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그런 행동들을 했고 그래서 츠키시마는 텐도가 본인이 무조건 옳고 그렇기 때문에 너는 나를 따라야한다, 그런 독재자라고 생각했다. 조금 커진 츠키시마의 눈에 텐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이, 나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고 박하네. 뭐 상관없지만. 역시 타이치가 좋을까나. 게다가 케이는 색다른 걸 배우는 것보다 알고 있는 걸 깊게 배우는 거 좋아하지? 그러니까 역시 타이치한테 배워. 타이치는 리드 블록 잘하니까 자자 타이치한테 배우라고요─ 타이치─ 케이도 부탁해요.”

 텐도의 평가에 츠키시마의 눈이 찌푸려졌다. 억지로 떠밀려 카와니시의 곁까지 온 츠키시마는 텐도가 본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거에 좀 울컥했다. 텐도의 평가가 맞기는 한데 어쩐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츠키시마가 힘을 주며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 힘에 놀랐던 텐도가 이내 인상을 팍 쓰며 츠키시마의 등을 꾹꾹 밀었다. 파워2들이 힘겨루기를 했다.

 결국 카와니시한테까지 츠키시마를 밀고 온 텐도에 카와니시가 시큰둥한 얼굴로 텐도를 보며 ‘또요?’ 그렇게 얼굴로 말했다. 이미 킨다이치가 붙어있는 카와니시에게 텐도가 츠키시마를 억지로 떠넘겼다. 그래서 츠키시마가 불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멋대로 구는 텐도에 표정이 좋지 않은 츠키시마를 본 카와니시가 한숨을 뱉었다.

 ‘텐도상. 이 녀석은 텐도상한테 배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요. 그런 애를 저한테 떠넘기면 어떻게 해요. 아, 귀찮네.’

 카와니시가 본인의 목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츠키시마와 킨다이치를 빤히 봤다.

 그렇게 분배가 끝나자 텐도도 본인에게 붙은 히나타와 고시키를 봤다.

 “예이─ 게스 블록의 텐도 사토리예요. 인데, 나 남 가르치는 거 잘 못할지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가고 싶으면 어서어서 가서 들러붙으라고요.”

 엄살을 피우며 양손 다 브이를 만들어 손가락을 붙였다 때었다하는 텐도에 히나타가 눈을 반짝였다.

 “텐도상 질문해도 되나요?”

 또랑또랑한 히나타의 눈에 텐도의 미간이 절로 모였다. 정말이지 해맑은 히나타에 텐도는 새끼강아지가 생각나 반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응. 좋아좋아.”
 “그럼 텐도상. 블록 할 때 무슨 생각 하시나요? 그리고 평소에 뭐 드세요? 아, 또”
 “쇼요, 진정하라고요. 나 어디 안가니까 천천히, 하나씩 물어보라고요.”

 고개를 신나게 끄덕이는 히나타에 텐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히나타도 히나타지만 다른데 가지 않고 남아있는 고시키에 텐도는 눈을 가늘게 뜨다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난 블록 할 때 내가 전부 떨어트려주마! 그런 생각으로 한다고요.”
 “오오오! 떨어트려!”

 지나치게 리액션이 좋은 히나타에 텐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텐도가 히나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고시키의 눈이 텐도의 손에 닿았다. 그런 고시키의 태도에 텐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나 원터치로 만족 못하니까 말이지. 원터치가 나쁜 건 아니야. 나도 원터치 많이 하고. 그렇지만 말이야.”

 손이 멈춘 텐도의 눈이 히나타의 눈과 닿았다. 텐도의 웃음기 없는 눈에 히나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그의 말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상대가 반드시 넣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친 공을 내가 완벽하게 셧아웃 시켰을 때 충격 받은 상대의 얼굴이 정말이지 끝내준다고요. 그 쾌감을 알면, 원터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고요.”

 텐도의 손이 다시 히나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물론 쇼요는 키가 작으니까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셧아웃은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히나타의 머리에서 손을 땐 텐도가 공을 하나를 가지고는 움직였다. 그의 눈짓에 히나타와 고시키가 따라갔다. 텐도가 체육관 바닥에 앉았다. 이내 손으로 바닥을 두들기자 히나타와 고시키가 따라 앉았다.

 “블록엔 말이야 킬도 있고 소프트도 있고, 리드도 있고 커밋도 있고 게스도 있고. 아무튼 많은 블록이 있지만 어떤 형태의 블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상대 스파이커와 세터에게 압박감을 주는 거야.”
 “압박감?”
 “응응. 자신의 공격이 들어가지 못하고 상대 블록에 막히면 막힐수록 초조해 지는 거, 쇼요도 츠토무도 스파이크 치니까 알잖아?”

 텐도의 말에 히나타의 얼굴이 화려하게 구겨졌다. “크윽 알아요! 그거 싫어요!” 그렇게 열렬히 호응하는 히나타에 텐도가 손안에서 공을 돌렸다.

 “그런 거지. 쇼요는 키가 작으니까 누가 봐도 아, 쟤는 셧아웃은 못하겠네. 란걸 알지만 말이야. 아무리 쇼요가 완벽하게 자기 스파이크를 셧아웃 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알면서도 쇼요가 셧아웃 시킬 기세로 달려들면 의식하게 된다고요. 우리랑 붙을 때 그랬잖아? 그렇게 의식하다 보면 주춤하게 되고 결국 실수하는 거지. 그러면 이쪽의 찬스! 그게 블록이야.”

 웃지 않는 얼굴이 날카로워 히나타와 고시키가 흠칫 놀랐다. 그런 둘에 텐도가 웃었다.

 “그리고 나 초코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사주면 감사히 먹을까나. 그래서 타이치는 어째서 이쪽에 오는 걸까나?”

 텐도의 시선이 카와니시에게 닿았다. 그의 시선에 카와니시가 고개를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서 텐도의 옆에 앉았다. 그 모습에 텐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를 따라온 뚱한 츠키시마와 긴장한 킨다이치를 본 텐도가 눈을 찌푸리며 카와니시를 타박했다.

 “타이치─ 타이치도 내년에는 3학년이라고요. 대 선배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농땡이 부리면 안 된다고요?!”
 “아직 3학년 안됐으니까 어리광부려도 되지 않나요?”
 “타이치 애교 부려봐야 안 귀엽거든?!”
 “텐도상 저한테 야박하시네요. 새로운 귀요미들 많다고 원조 귀요미 버리시면 안 됩니다.”

 어디가? 텐도의 얼굴이 쭈글 거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귀여운 척을 하는 카와니시에 고시키가 익숙하게 고개를 돌렸다. 히나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킨다이치가 당황했다. 츠키시마가 차게 식은 눈으로 카와니시를 봤다. 그들의 시선에 카와니시가 멋대로 텐도의 어깨에 얼굴을 감췄다.

 “텐도상 쟤들이 저를 무시해요.”
 “응응. 나라도 타이치 못 보겠어. 차라리 무시하고 말지. 타이치 하나도 안 귀여운 얼굴로 애교부리면 이쪽에 민폐라고요. 적어도 진짜 귀여운 표정은 짓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텐도가 카와니시의 목을 주물러줬다. 그래서 카와니시가 웃었다. 그 모습에 히나타가 우물쭈물했다.

 “소요?”

 텐도의 부름에 히나타가 놀랐다. 이내 갸웃거리는 텐도의 고개에 히나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뭔가, 텐도상 이미지가 시합할 때랑 많이 달라서요.”
 “아─ 시합할 때는 얄미워서 싫다고요?”
 “에? 아, 아뇨! 네, 가 아니라. 어, 그러니까. 텐도상 블록 끈질기고 막 막으니까 무서워서, 그렇다고 텐도상이 싫은 건 아니에요! 진짜로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무섭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척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동네 형 같다고 생각해요.”
 “응?”

 당황해서 손을 휘저으며 말하는 히나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텐도가 히나타의 동네 형 발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껌뻑였다.

 “동네 형.”

 츠키시마가 히나타의 말을 비웃었다. 그의 비웃음에 히나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시키가 옆에서 웃었다. 텐도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있던 카와니시가 웃어서 텐도의 몸이 떨렸다. 킨다이치조차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웃었다. 텐도가 눈을 껌뻑이다 이내 웃었다.

 “쇼요 진짜 귀엽네! 이리와 쇼요. 형아가 오냐오냐 해줄게. 어이구 예쁘다.”

 텐도의 말에 히나타의 얼굴이 토마토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가오는 히나타에 텐도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귀여운 모습에 텐도가 히나타의 양 볼을 가볍게 손바닥으로 뭉갰다.

 “나도 쇼요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엄청 귀여워 해줬을 걸? 쇼요 사랑받으면서 자랐구나. 아주아주 밝고 순수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네.”

 텐도의 삐죽인 얼굴이 짓궂어서 츠키시마의 눈이 찌푸려졌다. 어쩐지 텐도가 귀여워 해주는 방법을 알 것 같아 츠키시마가 조금 멀어졌다. 그 행동에 텐도가 츠키시마를 향해 웃었다.

 “어라? 케이 어디가? 나한테 배우고 싶어서 온 거 아닐까나? 나는 케이가 나한테 배우고 싶어 하는 줄 몰랐네. 오오. 케이가 나한테 배우고 싶어 하다니! 이거 대단하네. 역시 나 대단한 미들 블로커 일까나. 와카토시군의 스파이크를 막은 케! 이! 가 나한테 배우고 싶어 하다니! 나 대단해!”

 호들갑을 떨면서 츠키시마를 놀리는 텐도에 츠키시마가 울컥했다. 그게 너무 티가 나서 텐도는 웃겼다. 세상사에 관심 없는 얼굴을 하면서 정작 반응은 누구보다 빠른 츠키시마에 텐도가 아직도 멀뚱히 서있는 츠키시마와 킨다이치를 보며 바닥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대 인기 사토리짱의 특별 서비스에요. 우리 못난이 타이치 대신 궁금한 게 있다면 알려 줄 테니까 앉아.”
 ‘저 못난이 아니거든요.’

 텐도의 말에 카와니시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킨다이치가 어정쩡하게 바닥에 앉았다. 츠키시마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텐도를 보다 이내 앉았다. 두 사람이 앉자 텐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킨다이치군은 어쩌다 이리로 오게 되었나? 너도 나 거북해하지 않았나?”
 “엑?! 아니요! 아닙니다!”

 지나치게 놀라는 킨다이치에 모두의 눈이 따뜻해졌다. 그들의 눈에 킨다이치가 당황했다. 그래서 결국 “죄송합니다!” 사과를 했다. 그 모습에 텐도가 배를 감싸고 웃었다. 덕분에 텐도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있던 카와니시가 머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게 웃고 있는 텐도의 등을 카와니시가 쓸었다. 들썩이는 텐도에 킨다이치의 얼굴이 뻘게졌다. 고시키가 비웃었다. 츠키시마도 히나타도 얄밉게 웃었다. 그래서 킨다이치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큼. 진짜 이번 1학년들 귀엽네. 어떻게 이렇게 멀대같은 애들이 귀여울 수가 있지? 이게 바로 어린 애들의 저력인가? 역시 나이가 어리면 좋네.”
 “저 그렇게 안 어려요!”
 “겨우 두 살로 어리다는 소리 듣는 거 그런데요.”

 텐도의 말에 반박하는 히나타와 울컥하는 츠키시마에 텐도가 본인의 어렸을 때를 생각했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텐도는 애들이 무슨 말을 하든 귀여워보였다. 고시키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한 살 차이와 두 살 차이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카와니시가 투덜거렸다.

 “와, 텐도상이 연하를 밝힐 줄은 몰랐네요. 핏덩이가 좋으세요? 저도 핏덩이랍니다.”

 카와니시의 투덜거림에 텐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시선에도 카와니시는 뻔뻔했다. 그래서 텐도가 카와니시를 끌어 당겨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카와니시의 머리가 텐도의 어깨에 닿았다. 텐도가 입을 비쭉거렸다.

 “오구오구 그랬져요.”

 1학년들을 향해, 카와니시를 향해 하는 텐도의 말에 1학년들은 울컥했다. 그런 1학년들의 반응에, 카와니시의 무반응에 텐도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뻔뻔한 카와니시와 완전히 다른 순진한 반응들에 텐도가 말을 돌렸다.

 “예이─ 그래서 우리 아가들은 뭐가 궁금할까나?”
 “텐도상 저 아가 아니에요!”
 “텐도상 안과에 가보시는 게 좋겠네요. 190cm의 남고생을 아가라고 부르다니. 아무래도 정.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게 확실하시네요.”
 “그, 저 아가는 좀.”
 “윽 텐도상 제발 그 아가 소리만은 좀.”

 각양각색의 반응에 텐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웃었다. “너네 너무 귀여워.” 그렇게 웃는 그에 1학년들의 얼굴이 다 달랐다. 부정하는 히나타, 짜증내는 츠키시마, 당황하는 킨다이치, 울먹이는 고시키. 그들의 반응에 카와니시도 웃었다.

 “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텐도의 웃음에 츠키시마가 짜증을 꾹꾹 누르며 그의 웃음을 방해했다. 그래서 텐도가 카와니시에게 기대 고개를 갸웃거렸다. 텐도의 눈에 맺힌 눈물에 츠키시마의 눈이 찌푸려졌다. 입을 들썩였다. 그 모습을 텐도가 가만히 지켜봤다. 금방이라도 놀리거나 닦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텐도는 츠키시마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줬다. 그래서 츠키시마는 좀 치사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나이차를 알게 된 것 같았다. 짓궂게 놀리더니 이럴 때는 나이 값을 했다. 그래서 츠키시마의 얼굴이 뚱해졌다.

 츠키시마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에 텐도가 입술을 물었다.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그래서 텐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볼이 올라갔다. 그 얼굴에 히나타의 눈이 동그래졌다.

 “텐도상도 애 같아요!”

 갑작스러운 감상에 텐도의 얼굴이 굳었다. 카와니시가 눈을 껌뻑였다. 이내 소리 내 웃었다. 그 웃음에 텐도의 얼굴이 어정쩡하게 굳었다. 한쪽 눈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그 얼굴에 츠키시마가 풋! 하고 웃었다. 그래서 텐도의 입이 댓 발 나왔다. 그 모습에 킨다이치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았다. 고시키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삼켰다. 너무 필사적으로 삼켜 반대로 고시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니들 건방지구나.”

 툴툴 거리는 텐도의 말에 위엄도 화도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그 웃음에 텐도도 따라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멀리 있던 시라부의 입이 다물어졌다. 덕분에 그에게 붙은 쿠니미가 고개를 돌려 한숨을 뱉었다. 쿠니미는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었다.

 “저, 아까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는데요.”

 한바탕 웃고 난 후에 츠키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텐도가 가만히 츠키시마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츠키시마가 입을 열었다.

 “텐도상 블록 할 때 어떻게 그렇게 높은 확률로 셧아웃 시킬 수 있는 건가요?”
 “어라? 케이 그런 걸 나한테 묻는 걸까나? 별일이네? 케이 게스 블록에 관심이 있었어? 에─ 의외네. 케이군 블록은 뭐라고 했더라? 시스템?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나─”

 깐족거리며 놀리는 텐도에 츠키시마는 울컥했다. 역시 이 사람한테는 묻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후회했다. 아무리 텐도의 블록을 멋있다고 느꼈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도, 이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걸 실행한 것도 전부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예상한 그대로의 텐도의 반응에 츠키시마는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츠키시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시선, 발, 핸들링 그리고 경험과 감. 행동력이지. 마지막으로 볼의 곡선. 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읽어내는 거지. 눈에 보이는 정보를. 보이지 않는 정보를 긁어모아서 판단하는 거라고요─ 그렇게 감으로 뛰어드는 거지요.”

 텐도의 장난기 없는 목소리에 질문한 츠키시마는 물론 다른 1학년들도 카와니시도 텐도의 말에 집중했다.

 “스파이커는 말이지 종종 본인이 칠 곳을 힐끔힐끔 확인한다고요? 거기에 사람이 있는 가, 근처에 누가 있는 가. 그렇게 미리 확인해. 그럴 수밖에 없지. 배구는 스피드 게임이라고요? 빠르게 공이 오고가는 상황에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그걸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텐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츠키시마는 바닥을 보고 있는 텐도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본 고시키도, 그들 중 가장 오래 본 카와니시도, 같은 미들 블로커인 히나타도 킨다이치도 텐도에게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그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그 시선만 읽어 낼 수 있다면 5할. 물론 다른 걸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예를 들면 발이네. 발꿈치부터 발끝까지 몸의 방향과 일자로 뻗었는가, 틀어졌는가. 내딛는 걸음에 폼이며 방향이 결정되니까. 대충 발을 보며 아, 이 스파이커의 몸이 어느 쪽으로 향하겠구나. 거기서 가능한 볼의 궤도 폭이 보이지요─ 그러면 나는 그 폭 안에 있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렇게 코스를 좁혀질 수도 있고 셧아웃을 시킬 수도 있고. 대응할 수 있지요.”

 텐도의 손안에서 공이 회전을 했다. 시선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츠키시마의 시선도 텐도의 손에 닿았다. 테이핑한 손가락. 길고 단단한 텐도의 손가락에 히나타의 시선이 닿았다. 손끌에서 뱅글뱅글 도는 공에 킨다이치의 시선이 닿았다. 돌리는 손에 고시키의 시선이 있었다. 카와니시가 벽에 등을 기댔다.

 “흐응─ 그리고 핸들링 일까나. 이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정보를 통한 예측이지요. 그러니까 몇 번 부딪히다보면 선수의 성격이 보이잖아? 쇼요나 킨다이치의 경우에는 본능적인 타입이라서 몸의 방향에 따른 크로스가 압도적으로 많고, 케이의 경우에는 상황을 읽는 걸 잘하니까 상황에 따른 판단이 좋지. 게다가 페인트를 효율적으로 잘 쓰지요. 츠트무는 스트레이트가 특기. 그렇게 선호하는 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핸들링도 대부분 정해져 있지. 안 써 버릇한 걸 갑자기 쓰면 근육이 놀라거든요─ 익숙하지 않을 걸 갑자기 해내는 사람은 와카토시군정도 뿐이라고요. 그런 천재들이 아닌 이상은 순간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걸 할 수 없지요─”

 손안에서 돌던 공이 가볍게 바닥에 튕겨져 텐도의 손안에 들어갔다. 이내 다시 바닥에 튕겨졌다.

 “결국은 그거네. 시야는 넓게. 생각은 항상. 상대 스파이커와 세터를 파악하는 걸 게을리 하지 말고 그들의 특징과 정보를 긁어모으라고요! 그러기 위해서 도발하는 것도 좋다고요.”

 텐도의 시선이 바닥에서 떴다. 그의 눈이 눈앞에 있는 1학년들을 훑었다. 그 시선에 장난기도 진지함도 그 무언가도 있었다. 그래서 다들 굳었다.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어떤 느낌이냐면 고수한테 그 사람의 모든 걸 전수 받는 느낌. 그래서 킨다이치도 히나타도 츠키시마도 고시키도. 카와니시도 텐도의 말을 머릿속에 새겼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나빠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기고 싶잖아? 그럼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마. 눈앞에 있는 상대를 알아내는데 집중하라고요. 타인의 시선 따위에 쫄아서 알 수 있는 것도 몰라서 지고 우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하는 게 좋잖아?”

 비쭉거리는 얼굴이 정말로 못돼 보였다. 텐도의 뒤에 있던 카와니시는 웃음이 나왔다. 텐도의 뒤통수를 보던 카와니시가 텐도의 등에 머리를 기댔다.

 “도발은 정보를 얻어 내는데도, 스파이커랑 세터를 흔드는데도 아주아주 효과적이라고요. 도발만큼 상대를 무너트리기 쉬운 방법은 없어. 특히 정신력이 약한 스파이커나 세터는 간단히 무너져서 행동이 조잡해지지. 물론 와카토시군 같은 무던한 사람에게도 통하는 아주 효과적인 공격법이라고요.”

 텐도의 말에 츠키시마가 놀랐다. 우시지마조차 흔들 수 있다는 텐도에 히나타와 킨다이치가 저도 모르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텐도를 봤다. 그 모습에 텐도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몸을 낮췄다. 작게 소근 거렸다. 그래서 모두 몸이 낮아졌다.

 “이건 비밀인데. 운동하는 사람치고 승부욕 없는 사람은 없다고요. 순진한 사람도, 둔한 사람도, 멍청한 사람도 운동을 하고 있다면 모두 지고 싶어 하지 않아. 그들은 전부 자신이 한 노력과 별개로 이기고 싶어 한다고요. 그러니까 그걸 자극하면 되.”

 악당같이 웃었다. 낄낄낄 그렇게 웃는 것 같은 텐도에 킨다이치가 눈을 가늘게 떠졌다. 뭔가 스스로가 악당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어 킨다이치의 머릿속에 점점점이 떴다. 그와 달리 히나타와 고시키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대단한 걸 안듯이 감탄하는 그 눈들에 텐도는 웃음이 나왔다. 가만히 츠키시마가 입을 다물고 눈을 찌푸렸다. 알 것 같아. 그럼에도 뭔가 허탈한 그 느낌. 좋은 걸 알았는데 떨떠름함에 츠키시마가 뚱한 얼굴을 했다. 그래서 츠키시마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렇게 까지 알려 주시는 거예요?”

 그의 말에 텐도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의문과 옅은 불안과 혹시 하는 그런 츠키시마의 얼굴에 텐도가 눈을 껌뻑였다.

 “흐응. 알려달라고 부탁한 건 케이가 아니었던가? 알려줘도 불만 일까나?”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다는 츠키시마의 짜증난 얼굴에 텐도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텐도가 멋대로 츠키시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츠키시마가 놀랐다. 그러다 멈칫했다.

 “그냥 이대로 혼자만 알기 아까우니까 나눔 하는 거예요! 나 이제 배구 안할 거니까. 내 배구 인생 약 1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꼬꼬마들한테 나눠주는 거지. 그래서 너희가 내 뒤를 잇는 거지!”
 “텐도상 저 절대 텐도상의 뒤는 잇지 않을 겁니다. 안 해요. 미라클 보이 안할 거예요.”

 텐도의 등에 머리를 대고 말을 하는 카와니시에 텐도가 삐죽거렸다.

 “타이치! 내 애제자인 타이치가 스승인 나를 부정하면 어떻게 해? 그럼 내 뒤는 누가 잇나요? 응?! 내 미라클 보이 누가 잇나요?!”
 “저요! 제가 이을게요!”

 히나타의 우렁찬 목소리와 번쩍 든 팔에 텐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웃었다.

 “─?! 그걸 왜 네가 해? 텐도상의 후배는 나거든? 미라클 보이는 내가 한다!”
 “엑? 이거 경쟁해야하는 거야? 나는 미라클 보이는 됐는데. 게스 블록은 잇고 싶을지도.”
 “하아? 잠깐! 미라클 보이 쇼☆요☆!가 제일 잘 어울리잖아? 게다가 나는 텐도상의 제자니까! 당연히 내가 이어야지?”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 나는 텐도상의 후배거든? 텐도상은 너랑 나랑 붙으면 나! 응원한다고 했다고!”
 “! 크윽! 텐도상!”

 분해 죽겠다는 얼굴로 텐도를 보는 히나타에, 의기양양한 고시키에, 당황해서 진짜로 이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 킨다이치에, 잔뜩 골이 난 츠키시마에 텐도는 소리 내 웃었다.

 “너네 진짜 귀여워!”

 그렇게 웃는 텐도에 히나타가 칭얼거렸다. 고시키가 텐도의 옆에 바짝 붙었다. 킨다이치가 ‘아, 이사람 오이카와상보다 더 종잡을 수 없어. 근데 오이카와상 보다는 다정해. 짓궂지만 일단 나한테 냉정하지는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그들에 츠키시마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눈을 찌푸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텐도는 내년 고교배구를 꼭 구경 가겠다고 다짐했다.


w. Honey 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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