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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은 별빛에 지나지 않아요. 비록 별무리 안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겠지만 항상 빛나고 있죠. 이 별빛이 당신께 닿았으면 하니까요. 신전에서 무릎 꿇고 손을 마주한 채 기도하는 그대. 신을 사랑한 나머지 매일 밤이면 여기로 찾아오는 그대. 그런 당신이 있어 아름다운 신전을, 나는 새벽으로 물러가며 가만히 비출 뿐이죠.

 

그대 숨소리마저 와 닿는 고요한 밤. 거룩한 고백을 엿듣던 나는 그만 눈물을 흘렸어요. 찬바람에 실려간 물방울이 여린 귓가를 적실까봐 걱정이에요.

아아. 그대가 사랑스러운 기도를 올린 뒤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었어요. 밤하늘을 올려다본 얼굴과 마주하는 지금. 이런 찰나의 순간이 제겐 별끝이 떨릴 정도로 소중했어요.

 

제가 사람이고 그대가 별이라면 어땠을까요.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당신을 찾아냈으리라 결코 자신할 수 없어요. 오히려 별이 되어 떠다니게 해준 신께 진심으로 감사하는걸요.

그대 머무는 신전이 어둠에 먹히지 않도록 비추고 싶어요. 밤하늘에 박혀 움직이는 보석이 되었음은 제게 크나큰 축복이지요. 별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은 세상의 어떤 기쁨보다도 클 거예요.

뜻하지 않게 달님 뒤에 숨은 채 지나가는 밤처럼 아쉬운 날도 있기는 해요. 그런 날이면 달빛에다 저의 조그마한 빛이라도 실어 보태죠. 암흑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유령한테 당신이 겁먹지 않도록.


"오로지 신만을 바라보는 그대. 밤이면 몰래몰래 신전에 오는 그대. 거룩한 발길이 무사하도록 미약한 빛으로나마 그대를 품고 싶어요."

밤마다 그대 위에서 목놓아 발광하며 최선의 빛을 비출게요. 쪽빛 융단을 펼쳐둔 무도회장, 반짝이는 별무리에 섞여 한껏 왈츠를 출게요. 그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요. 친구들과 움직여 눈부신 은하수를 이룬다면, 당신의 밤길을 별빛으로 수놓는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니까요.

 

오늘도 촉촉한 바람을 보낼게요.

-2018.4.20. ~ 2020.11.14.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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