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 인형과 장난감이 진열된 매장에 들어서자 환호를 내질렀다. 나 역시도 그랬다. 서른 살 어른인 내게도 꿈의 나라처럼 보이는 그곳에 어떤 아이가 매료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현은 두 팔을 날개처럼 뻗고 그곳을 날아다니듯 뛰었다. 빙글빙글 도는 연분홍의 꽃잎이 너울너울 떠다니는 것 같았다.

 

“막내주인님은 인형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회장님이 소유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거라서 더 안달이 나나 봐요.”

“…… 인형을요?”

 

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수현의 방이 어린아이의 공간 같지 않다고 느꼈던 감이 맞았다. 그곳에 없던 것이 인형 그리고 장난감이었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린 아이가 인형을 갖는 게 뭐가 어떻다고 막는 건지.”

 

수진은 의문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게 말하며 어깨를 추어올렸다. 그리고 곧 ‘너무 많이 고르면 안 돼.’ 수현에게 부드럽게 경고했다. 하지만 수현이 고르는 대로 다 그 품에 안겨줄 거라는 걸 안다. 작은 품에 다 껴안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인형을 고르는 수현을 수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것처럼 내게 고개를 돌렸다.

 

“기분은 좀 괜찮나요?”

 

아주 다정한 물음이었다. 수현을 보던 그 흐뭇한 표정을 그대로 지으며 나를 훑듯 응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진이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 선생님은 할 줄 아는 말이 죄송하다랑 감사하다, 두 개 밖에 없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정확히 내가 뭘 감사해하는지 설명하려던 찰나였다. 수현이 품에 가득 인형을 안고 달려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저만 빼고 웃는 수진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수현은 토끼, 강아지, 코끼리, 곰으로 보이는 동물 봉제 인형을 힘주어 껴안고 있었다. 나는 그 한 무더기의 인형 틈에서 비죽이 삐져나온 토끼의 긴 귀를 잡았다.

 

“이건 꼭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토끼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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