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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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 그 첫 번째는 애정!"
 "네, 맡겨주세요."
 "그런건 됐으니까."

여동생과 언니의 양극단적인 반응 사이에서, 스바루는 주먹을 쥔 채로 역설했다. 장소는 주방으로 바뀌어, 집사옷 위에 간이 에이프런을 장착. 의욕이 가득 찬 얼굴의 렘(뿔은 집어넣은 상태)과 따분한 듯 한 눈빛을 감출 생각이 없는 람(설거지 중)의 협력을 받아, 이제 마요네즈를 만들려는 것이다.

 "어렴풋한 기억 뿐이지만, 그렇게 재료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던 것 같아."
 "있는 것들을 섞을 뿐이라면 난이도가 높지는 않겠네. 만약 숙성시키거나 발효가 필요하거나 했으면 어려울 뻔 했어."
 "그렇게 귀찮은 일도 아니었을 걸. 엄마가 집에서 마요네즈를 만들 때 좀더 관심을 가질 걸 그랬어."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마요네즈를 만드는 것에 더더욱 발전을!' 이라며 스바루의 어머니가 분발할 때 쓰이던 재료에 특별한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자작 마요네즈는 실패했고, 싫증난 어머니는 시판되고 있는 마요네즈를 마요쪽쪽 했었지만.

 "오히려 집에선 아버지가 더 열중했던가. 결국엔, 자작 마요네즈를 완성시켰던 건 아버지였고. 시판되고 있는 거보다 별로라는 이유로 결국 식탁에 오르진 않았지만.

완성작은 아버지가 책임지고 처리한 기억이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마요러로서 가정용과 시판용의 차이를 혀로 직접 확인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이미 지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이 흘러 스바루도 자작 마요네즈에 도전하는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일까.

 "자 그럼, 과거 회상은 됐다고 치고, 이제 애정 외의 재료를 확인해 볼까. 에─, 일단 계란을 빼놓을 수 없지."

마요네즈 하면 계란. 계란 요리를 엄청 좋아하는 인간인 스바루에게 있어선, 떼어 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재료이다. 더욱이,

 "스바루 군의 얘기를 듣자하니 조류의 알이 좋다고 했었으니 그것을 준비해 놨습니다. 평소의 조리에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거면 됐어. 기발한 방향으로 향하는 건 맛없는 음식의 첫걸음 이니까. 특히나 이쪽과 내 고향은 약간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쪽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생태계의 차이가 있으니까, 원래 세계와 재료가 완전히 같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음식 자체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해도 완전히 같진 않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잠깐 모험을 하려고 했다가 예상 밖의 대모험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요리의 이치는 이과의 이치기도 하니까. 과학 실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모험은 안되지."
 "스바루 군이 원하신다면, 재료도 좀 더 비싼 걸로 준비했겠는데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큰돈을 쓰면 파산 한다구? 그런데, 고급 계란은 어떤 느낌이야? 닭 비슷한 거?"
 "비룡의 알이 극히 드물게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최고급품 이겠네요."
 "용의 알을 써서 마요네즈나 만들다니 좀 황송하지 않냐!? 그리고 여기 용을 섬기는 나라 아니였어!?"

용을 숭상하는 나라에 용의 알을 먹는 풍습이 있는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스바루의 의문에 람이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쉬고,

 "용竜과 용龍을 동일시 하니까 그런 오해를 하는거야. 고귀한 드래곤족과 종족으로서 용종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거야. 알겠어?"
 "말로 들으면 뉘앙스의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그러니까, 용과 드래곤은 취급이 다르다는 거야?"

당연하잖아, 라고 말하는 듯이 어깨를 떨궈서 스바루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스바루의 소매를 잡아당긴 렘은 스바루를 올려다 보며,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비룡의 알을 준비하겠는 데요……."
 "조달해온다고 말하니까, 사온다는 게 아니라 직접 사냥해서 가져온다고 들리는구만! 뭐, 처음엔 달걀로 시작하면 충분해. 만족할만한 맛이 나오지 않으면 부탁할게."

자타가 공인하는 싼 입맛이기에 고급스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낮지만, 제안을 그냥 거절해버리면 렘이 기죽을 것이 눈에 선하다. 보류라는 형태로 제안을 받아들여, 렘의 체면도 세웠으니,

 "자 그럼, 일단 재료 두 번째, 아브라카타브라 기름!"
 "원래 저택에서 사용하고 있는 게 일급품이니, 이쪽은 문제없겠네요. 항아리로 비축하고 있으니까, 얼마든지 사용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택의 물건을 맘대로 쓰고있는데 화내지 않을려나?"

아침 식사에 동석했던 로즈월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목적이 꽤나 사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틀림 없다. 너무 까불다가, 주인과 불화의 원인이 되는 것은 피하고 싶은데,

 "안심해주세요. 사적으로 사용한 분은, 나중에 실비로 보충해둘게요. 스바루 군은 아무런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자상한 말에 넘어갈 뻔 했는데, 그 말대로 라면 나 너무 쓰레기지 않아!?"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렘의 말에, 스바루는 자기 급료가 나오면 반을 부담하겠다는 약속으로 타협을 했다. 전액 부담은 렘이 완강히 거부해서, 그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뼈를 깎는 헌신을 삶의 목표로 삼는 현상은 역시 좋지 않다고 스바루는 생각했다. 그런 스바루와 여동생의 대화를 옆에서 보고 있는 람의 시선도, 절대영도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장래가 불안한 의존 상태인 렘을 상대하면서, 스바루는 한숨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마요네즈를 만드는데에 시선을 옮긴다.

 "그럼, 주재료는 이상. 남은건, 그러니까, 일단 소금"
 "솔테 말이군요."
 "그리고 후추?"
 "페파도 있습니다."
 "설탕……은 들어가지 않았던 거 같긴 한데, 일단은 준비할까."
 "슈가도 준비해 뒀습니다."
 "설탕만 별다른 명칭이 없는건 왜일까……."

즐비한 향신료들을 보며 스바루는 '그러면' 이라며 턱에 손을 댔다.
계란에 기름, 그리고 몇 가지 조미료──주재료는 이정도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배합하는 것이냐 인데.

 "일단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지. 실패를 상정하고 가보자."
 "네, 그렇군요. 그러니까, 실패, 하더라도, 렘을, 버리거나……."
 "으아아!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스바루의 소매를 붙들며, 부들부들 작게 떨고 있는 렘.
평가에 이상할 정도로 민감한 그녀에게 실패를 전제로 한 작전은 상당히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다, 즉, 트라이 엔드 에러의 작업은 상성이 너무나 좋지 않다.

작게 떨고있는 렘을 어떻게든 달래려고, 스바루는 안심시키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치, 그렇겠지. 처음부터 실패를 각오한다는 언더 도그같은 근성은 좋지 않지. 무슨 일이던 파밧하고 일격필살로 끝내버릴 각오로 가야겠지! 그래, 나는 원래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고도 정답을 이끌어내는 성격이었잖아. 이정도는 쉽다구."

허세를 부리듯이 가슴을 두드리고, 스바루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재료를 쳐다보았다.
옆에 있는 렘이 걱정스레 이쪽을 보고있는 이상, 실패를 각오하고 적당한 조합을 시험한다는 작전은 사용할 수 없다.
바로 며칠 전까지 느꼈던 긴장감──그것이 점점 살아나, 스바루의 심장은 아플 정도의 속도로 혈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진짜로 주방은 전장이구만……좋아, 해 보자. 렘, 계란 줘."
 "네. 200개 정도면 되나요?"
 "마요네즈로 헤엄이라도 치게!? 한 개면 돼!"

렘이 들어올린 바구니에 계란이 산더미처럼 들어 있어서, 그녀의 의욕이 느껴진다. 그 기세에 꺾이면서, 스바루는 계란을 한 개만 집어 가까이 있던 그릇에 내용물을 풀고 작업을 개시한다.

그릇에 떨어진 노른자와 눈싸움 하면서 거기에 꽤 적당한 느낌으로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망설임을 보이면 안 된다. 옆에 있는 렘의 신뢰로 가득 찬 눈빛을 생각하면, 여기서 당황해 그녀의 눈동자를 흐리는 것은 언어도단.
이상한 사명감을 등에 업은 채로 스바루는 자신과 머리 속의 부모님을 믿는다. 거품기로 계란과 조미료를 섞어, 적당히 섞인 것 같아질 때 기름을 투입한다. 생각났다. 그래, 무엇보다도 섞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모님이 말했던 것 같다.
기름을, 좀 더 기름을. 열정으로 그릇의 마요네즈가 불탈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기름을 쏟아 부으며 부모의 원수라도 만난 듯이 거품기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숨이 흐트러지고, 이마의 땀이 턱을 타고 흘러서 점차 시야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영역으로 가보기 위해, 마음을 담아서 섞고 또 섞는다.
소리가 멀어지고, 세계에서 색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그 대신에 감각은 점점 예민해져 간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움직임까지 느껴질 정도의 감각의 세계에서, 스바루는 그릇 안의 마요네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분리돼버렸다."

역시 기세만으론 무리였다.





──그 뒤, 마요네즈 만들기는 더할 나위 없이 치열했다.

일진일퇴의 공방, 이라고 말하면 있어 보이지만, 승패는 솔직히 말하면 전패.
수많은 계란을 희생하고, 끝없이 쌓여가는 실패작의 산. 아니, 산은 아니다. 뭔가 노란 것 같기도 하고 흐린 것 같기도 한, 별로 보기도 싫어지는 이상한 액체의 바다였다.

산처럼 쌓였던 계란 수십 개를 희생하고서, 스바루는 생명의 낭비를 견디지 못하고,

 "젠장! 아직 부족한가! 어째서야! 방법 자체는 틀리지 않았을 텐데……뭐가 부족한 거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이세계에 마요네즈를 만드는 걸 설마 세계가 간섭해서 막으려고 한다는 건가──!?"

이세계 소환물에서, 현대의 문명을 도입해서 문화폭발을 시키는 것은 일종의 양식미다. 그런 지식이 없는 스바루에겐 머나먼 꿈 얘기지만, 설마 이런 함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제엔장, 무섭도다, 세계관의 흔들림. 마요네즈로 이정도로 좌절하다니, 좀 더 대규모의 지식은 생각하는 것 조차 불가능한 것인가……."

낙담해서 마음이 부서질 것 같았다.
일찍이 이정도로 좌절한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손을 뻗어 봐도 닿지 않는 영역.
그것을 이런 일상의 한 장면에서 깨닫게 되다니──,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절망하고 있네, 나."

의외로 마음이 꺾이는 경험치는 꽤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경험치는 얼마나 쌓이던 내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성장해도 레벨업 한다는 것과는 아득히 먼 파라미터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떠오르를 정도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으니, 분명 람과 렘도 낙담했을 거라고 생각해 옆을 보니,

 "형태는 잡혔다는 느낌이지만 맛은 전혀 아니네요. 언니는 어떤가요?"
 "기름을 조금씩 넣고, 솔테와 페파로 맛을 조절. 휘젓는 건 끈기가 필요할 것 같으니까, 람에겐 맞지 않는 일이네."

그릇에 거품기를 넣고 휘저으면서 잡담을 나누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덤으로 흘끗 들여다 보니,

 "어라어라어라라? 나보다 예비 지식이 없을 텐데, 마요네즈같은 원형이 나오는 건 와이!?"

람과 렘의 그릇, 둘다 미량이지만 점성 높은 물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약간, 람이 만든 게 이상형에 가까울 것 같지만,

 "어, 어째서?"
 "이게 요리를 하는 자랑 하지 않는 자의 차이야. 사소한 지식의 유무따윈 중요하지 않아. 되는대로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아두렴,"
 "요리라고 해봤자, 네 음식은 찐 감자밖에 본 적 없는데!?"

바로 반론해봤지만 어거지 오브 어거지로 밖에 보이지 않아, '핫'이라며 익숙한 자세로 코웃음을 치는 램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한편, 기가 죽은 스바루를 위로하듯이 렘이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스바루 군은 스바루 군이 생각한 방식으로 계속해주세요. 요리를 하고있는 렘이 보기엔 불합리해서, 황당하기도 하고 솔직히 계란에게 송구할 정도긴 하지만, 그것도 스바루 군의 삶의 형태니까요."
 "오랜만에 왔구만, 에둘러서 마음을 공격하는 말투! 내 삶의 형태까지 언급하는 건 하지 말아줄래!? 마요네즈 만드는 걸로 거기까지 판단당하고 싶진 않아!!"

위로를 하는 듯 하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렘의 말에 절규로 대답하고, 스바루는 두사람의 손을 보면서 차이점을 조사했다.
스바루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들은 그 점성이 있는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에 조금씩 기름을 붓고,

 "아─, 그렇군. 한번에 넣는게 아닌건가."
 "많은 양을 한번에 넣어버리면 분리가 빨라져 버리니까요. 이제 끈기 있게 휘저으면 될거에요. 성급함과 끈기──쉬운 일은 아니네요."
 "와아! 굉장해! 렘은 최고야! 그걸 용캐 알아냈네! 역시 굉장해! 훌륭해, 훌륭해, 원더풀─!"

자신의 발언에 시무룩해질 것 같은 렘을, 가벼운 찬사로 다잡는다. 렘은 한번에 표정을 밝게 물들이곤, '그, 그런가요' 라면서 쑥스럽게 웃는다.
살짝 귀찮으면서 알기쉬운 성격이 되가고 있어.

 "그도 그렇지만, 렘은 굉장하단 걸 자각시키기 위한 마요네즈 였는데 말이야아."

일일이 자기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과소평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감만 가지게 된다면 지금 같은 '강아지 새끼처럼 보살피는'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 틀림없다. 는 것이, 수많은 만화나 게임을 섭렵해온 스바루의 생각이다.
실제로 저택의 일중 태반이 렘 없이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당연하게 되어있고, 그 공적을 평가받는 일이 너무 적다. 그것마저도 '아직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사고방식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지의 물체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마요네즈 만들기.
그녀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는 뜻을 전함으로서,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렘의 자신감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제안이다. 그러므로, 결코 사리사욕으로 첨철되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네가 더 우쭐해지면 어쩌겠다는 거야.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네, 너."
 "분위기를 파악하는게 특기인 람에게 무슨 폭언이야. 람의 손이 안보이는 거야?"

날카로운 눈으로 불평을 하자, 람은 코웃음을 치며 눈으로 자기 손을 바라봤다. 그녀의 손에 올려진 그릇, 그곳에 생긴 것은 작은 바람의 소용돌이였다. 그것이 거품기의 선단을 잡고, 인력으로는 불가능할 속도로 젓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의 나선 속에서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가 마요네즈로 폼 체인지하는 것을 지켜보며, 스바루는 '응응' 이라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너의 그 요령피우는 능력이 지금은 조금 밉다."
 "신체적인 것은 둘째치고, 머리가 뛰어난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아? 바루스의 의사는 어떻든 말이야."

이쪽을 곁눈질로 본 뒤, 생각이 있다는 듯이 시선을 렘에게 향한다. 렘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거품기를 돌리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 동생의 옆모습에, 언니는 살짝 입술을 열어,

 "나에게 의지하면,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생각해. 람의 언니로서의 작은 자존심──그걸 이러니 저러니 할 권리가 바루스에게 있다고 생각해?"

능력적인 면에서 동생에 비해 떨어진다고 인정해도, 그렇지만 언니임을 자신하는 람.
스바루의 생각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마이너스는 아니겠지만, 람에겐 람 나름대로 렘과 지내는 방법에 대한 신념이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언급은 삼가는게 좋다.
그렇다곤 해도,

 "그래도, 네가 먼저 완성해버리면 렘의 자신감 향상이 없을 거 아니냐. '역시 언니는 굉장해요. 거기에 비해 렘같은 건…….'이라는 부정의 나선에 빠져버리면 어떡할려고. 이 이상 나한테 의존하는 걸 보는 건 너도 싫을 거 아니야."

이 이상 스바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지금 이상으로 보상욕구가 커져버리면, 자칫 잘못하면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엉덩이를 닦아주는 일까지 번질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공포 스럽다. 그런 스바루의 전율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람은 한숨을 흘리고, '그렇게까진 안 될 거야.' 라고 중얼거리고,

 "슬슬 람도 마나의 사용을 멈춰야 하니까 완성은 되지 않아. 방법만 보여주면, 나머진 렘이 알아서 해 줄 거야. 그 방법을 찾아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람의 자존심도 상처받지 않지. 이정도 타협이면 만족해? 바루스."
 "정말 귀염성 없다구, 언니 님. ──혹시, 무리시켜 버렸어?"

마수의 숲에서 바람 마법 과잉사용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버렸던 그녀를 떠올렸다.
만약 이번 일로 부담을 끼쳤다면 그것은 스바루의 잘못이다. 만, 그녀는 그 스바루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고,

 "순전히 람에게 이익이 없어서 그만두는 것 뿐이야. 이걸 완성시켜 봤자 좋아할 건 바루스 뿐이잖아. 아아, 마음에 안들어. 그만둘래."

라고 말하고, 람은 깔끔하게 그릇을 싱크대에 던져버렸다.
이쯤되면 오히려 시원할 정도의 행동에, 방금 그게 설령 진실일 지라도, 사실을 숨기기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스바루의 짜증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언니?"
 "렘. 람은 지쳐서 빠질게. 식당에서 차라도 마시고 있을 테니까, 점심까진 적당히 바루스와 어울려주도록 하렴."

그릇을 젓는 것에 빠져서 대화에 끼지 못했던 렘. 그녀의 부름에 빠르게 대답하곤, 람은 멍하니 서 있는 스바루의 어깨를 밀어내고 주방을 나갔다.
방약무인한 행동에 할 말을 잃은 채, 스바루는 고개를 저으며 램이 던진 그릇을 집어들며,

 "뭐여, 꽤나 좋은 느낌인데 던져버리다니. 내가 여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하고, 몇 마리의 병아리의 목숨을 희생했는데……."

자신의 연패가 한심하지 않냐. 그렇게 불평하며, 스바루는 그릇에 손가락을 넣고, 꽤나 괜찮은 색을 띠기 시작한 마요네즈 미만을 입에 넣어보았다. 하지만,

 "식감은 꽤나 괜찮아진 것 같은데……으에, 역시 뭔가 틀리네."

농후한 기름기도 그렇고, 겉보기도 그렇고, 꽤나 원하던 마요네즈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맛이 완전히 달랐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소금과 후추의 양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디까지나 맛내기의 일환인 소금과 후추, 그 차이가 아닌 무언가──더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재료, 뭐가 부족한 걸까아. 뭐지, 모르겠어……단 것도, 매운 것도, 신 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며천이나 그릇 안을 핥으며, 고개를 갸웃이는 스바루.
순수하게 맛이 미완성인 마요네즈 미만 물체. 그것을 아무리 핥아 봐도 기름기가 충만할 뿐, 거듭할 때 마다 기분이 나빠지기만 했다.

그런 스바루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그릇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렘. 그녀는 눈을 감고, 입안 가득 퍼져가는 기름기를 맛보며, 무엇인가를 고민하듯이 '으음' 이라고 중얼거린다.
겉보기만 따지면 완성형에 가깝다. 문제는 앞으로 한 걸음,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스바루의 감상은, 갑자기 눈을 뜬 그녀의 한마디에 삼켜졌다.

 "──신맛."
 "어응?"
 "이런 맛에는, 약간의 신맛이 더해지면 맛있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렘의 제안에 눈을 깜빡이며, 스바루는 확인하려는 듯이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를 입에 가져간다.
농후한 기름기에 순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거기에 혀기 저릴 정도의 신맛이 더해지면 어떨까. ──상상 속의 형태에 날개가 달리면서,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가 드높은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답이 보였다.

 "신맛! 그래, 신맛이야! 신맛이 부족했어! 뭐야, 뭘 넣으면 될까!? 신거…신거…귤이라던가!?"
 "레몬의 열매나, 식초를 넣는게 가장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레몬즙이나 식초인가!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게 정답이라면, 꿈이 이뤄지겠다!"

렘의 의견에 따라서, 스바루는 주방 안에서 조미료를 꺼내왔다. 레몬 비슷한 과일을 으깨서 과즙을 짜내자 목구멍 안쪽까지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농후한 신 냄새가 진동하는 식초 비슷한 액체를 싱크대로 가져간다.
두 개의 신맛이 마련된 스바루는 렘에게 하나를 건네주고, 람이 던진 그릇에 레몬 즙을. 렘이 안고있는 그릇엔 식초를 붓고,

 "이젠 열심히 젓는 것만 남았다! 혼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방금 겪은 반성점도 있으니, 엄청난 기세로 말한 것에 비해 적은 양을 부었다.
조금씩 조금씩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에 넣고, 설레이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휘저으며 형태를 갖춘다.
시간을 두고, 애정을 담아서, 정신을 차려 보니 스바루의 눈앞에서,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는 마요네즈의 형태로 진화를 이루고 있었다.

숨을 삼키고, 마른 목에 아픔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상태임에도 마음은 물이 아니라 눈앞의 점성이 높은 물체를 바라마지 않는다.

돌아본다. 렘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스바루의 의사를 지지한다.
그녀에게 웃어 보이고, 스바루는 그릇으로 돌아섰다. 풍기는 기름기의 향기에, 약간 코를 간질이는 신맛──틀림없다, 고 스바루의 안에 있는 마요러 정신이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이세계에 이르러서, 스바루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손가락을 찔러 넣고, 조금 떠낸다.
손끝을 하얗게 물들이는 그것을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다, 스바루는 그것을 입에 넣는다. 요염하게도, 그리고 살짝 에로틱하게 손가락을 핥는 스바루. 구석구석 핥고, 소리를 내는 손가락이 입술을 빠져나온다.
황홀한 표정을 띤 스바루는 렘을 돌아보고,

 "──맛없어!! 실패했다!! 이게 아니였어! 으엑!!!"
 "괘, 괜찮으세요!? 양을 잘못 넣은 게 아닌가요?"
 "아냐, 아냐, 이건 근본부터 잘못됐어! 와사비와 겨자와 하바네로가 전부 다른 매운맛인 것처럼 이것도 신 정도의 카테고리 에러야!!"

레몬즙으로 신맛을 내는 것은 멋지게 실패.
입안의 마요네즈 미만의 물체, 이제 마요네즈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 그것을 울며 뱉어내고, 스바루는 혼탁한 눈동자로 렘을 바라본다.

희망이 앞섰던 만큼, 현재의 불안요소가 너무도 크다.
렘까지 실패했다면, 이라고 생각이 미치니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바루의 기대와 불안이 섞인 시선을 보며, 렘은 자신의 손 안에 그가 품고있는 희망이 걸려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돌연히, 그녀의 안에도 그 사실에 대한 각오가 생겨난 것 같았다.
숨을 삼키고, 고개를 든 그녀의 표정에는 망설임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의 평가를 구하는 약한 감정도 사라져, 오직 순수한, 목적을 위한 도전자와 같은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렘."

스바루의 말에, 렘은 그릇 안에 살짝 손가락을 넣었다.
손 끝에 묻어나온 뿌옇게 흐려진 액체를 빤히 쳐다보고, 불과 몇 초가 흘렀다. 그 몇 초의 정적 사이에 그녀가 무엇을 상상했는지──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적이 풀린 순간, 렘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넣고 있었다.
확인하려는 듯이 움직이는 혀, 하얀 손끝을 붉은 혀가 요염하게 횡단한다. 분홍색의 한숨이 손끝에 남아, 입 안에 남아있는 그것을 눈을 감은 채로 렘이 맛본다.
짧은 시간, 그 사이의 해후──하지만, 영원과도 같은 정적이 이곳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뜨였을 때, 스바루는 말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오늘, 이곳에서 태어난 이 맛을──마요네즈라고 부르겠습니다."

이세계에 마요러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이 된 말이었다.





마요네즈를 만드는 것이 훌륭하게 성공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평소라면 점심을 만들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다.

기쁨도 잠시, 정해진 일과를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차가워진 두 사람이었지만, 그런 두 사람을 구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럴 줄 알고, 준비는 해놨어."

라며, 자신있는 요리인 '찐 감자'를 준비해온 람이었다.
솔직히, 그녀의 찐 감자의 맛은 보장되어 있지만, 귀족의 저택의 점심 메뉴로 나오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문제의 해결에 도움되는 것이, 그야말로 문제의 계기가 되었던 마요네즈이다.

 "──그런 연유로, 이것이 우리 고향에 전해지는 궁극의 조미료 마요네즈야. 찐 감자에 찍어먹으면 맛을 알 수 있는 테이스트지. 자, 드셔보시라!"

그래요, 점심 메뉴를 준비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다구요, 라고 호소하는 듯 한 스바루의 행동.
호화로운 테이블 위, 찬란한 그릇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찐 감자와, 그 위에 토핑된 마요네즈 뿐이라는 심플한 구성이었다.

 "이건 꽤에─나, 과감한 식사군?"
 "마요네즈의 위대함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서 말이야. 람이랑 렘에게 무리하게 부탁해서, 불필요한 건 모두 배제했어. 뭔가 불평할게 있으면 전부 내 책임이니까 말해줘. 그리고,"
 "그리고?"
 "마수 소동의 공적으로, 이 점심의 무례를 상쇄한다……!"
 "에밀리아 님의 목숨을 구해줬을 때도 그랬지만, 스바루 군은 바아─보같을 정도로 포상을 받는 법을 모르는군."

로즈월은 쓴웃음을 지으며 스바루의 무례를 허용했다.
그에게 있어선, 스바루의 서투른 변명같은 건 애진작에 간파한 것이다. 특히 스바루의 뒤에서, 면목없는 듯이 서있는 렘의 모습이 보이기에 더더욱.
무엇보다, 찐 감자를 메뉴로 내놓고 아무런 주저도 없는 람은, 붕어빵인 동생의 앞에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다. 대단한 담력이다.

그건 둘째치고, 눈 앞의 메뉴가 꺼려지는 것은 로즈월 뿐만이 아니다. 보면, 스바루에게 있어서 가장 반응이 신경쓰이는 상대인 에밀리아도, 마요네즈가 뿌려진 찐 감자를 찬찬히 둘러보고,

 "어때, 에밀리아땅.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처음 보니까, 조금 무서운게 사실이야. 렘이 보장하는 거고, 스바루가 그렇게 말할 정도니까, 맛있다고 믿고 싶긴 한데."

역시 처음 보지만 주저 없이 입에 댈 만큼 맛있게 생겼진 않다.
여기선 일단, 먹여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상대에게 먹여보자고, 스바루가 결심하고 식탁을 둘러 보았지만,

 "어라, 베아코는?"
 "베아트리스 님이라면, 식당에 들어온 순간 메뉴를 보고 바로 뒤돌아서 가버렸어."
 "그 로리 녀석, 나중에 두고보자……."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스바루는 나중에 마요감자를 몰래 가지고 가자고 결심했다.
결국 선봉으로 삼을 상대를 찾지 못한 스바루는 한숨을 쉬고,

 "알았어, 어쩔 수 없지. 그럼, 차선책으로 팩 부탁해."
 "에에, 나?"

고뇌의 결단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스바루는 선봉의 영예를 새끼 고양이에게 넘겨줬다.
에밀리아의 옆에 있는, 찐 감자가 있는 접시가 놓인 정면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팩이다.
손으로 얼굴을 닦아보고, 꼬리 털을 고르거나 해서 이야기에서 멀어지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히 빠져나갈 수는 없지.

스바루의 뜨거운 시선에 팩이 곤란한 얼굴로 에밀리아를 올려본다. 하지만, 그 에밀리아도 팩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팩, 부탁해."
 "……리아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네. 정말이지."

팩은 본의가 아닌 듯이 머리를 두드리고, 천천히 찐 감자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검은 눈으로 스바루를 올려다 보고, 분홍색 코를 떨더니,

 "혹여나 하지만 내가 죽어버리면, 이 근처 일대를 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얼려버려서 저승길 친구로 데려갈 술식을 짜고 있는데……부디 그건 잊지 말아줘."
 "슬쩍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팩의 유언 같은 발언이 날아옴과 동시에, 그의 작은 몸이 찐 감자를 집는다. 그리고, 그 작은 입을 벌려서 감자를 물고,

 "음음, 맛있는데."
 "감자 말고, 마요네즈를 먹어 보라고."
 "들켰나. 그럼, 아-앙."

감자만 먹고 넘기려는 팩을 지적하자, 팩은 멋쩍게 웃더니 마요네즈를 핥았다. 감자와 마요네즈를 입 안에서 음미하고,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팩.
스바루도 완성품을 자신의 혀로 확인했다곤 하지만, 그것을 처음 먹어보는 상대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갑자기 긴장감을 풍기는 팩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리고 곧, 회색 새끼 고양이는 천천히 식당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응, 맛있지 않을까."

라며, 육구로 찐 감자를 두드려, 보장을 해 준 것이었다.

팩이 보증해주어서 점심 식사 자리는 비로소 시작되었다.
처음엔 경계가 사라지지 않는 에밀리아였지만, 단념한 듯이 찐 감자 하나를 입에 물어보니, 그 마요네즈의 깊은 맛이 혀를 감싸고,

 "아, 맛있다. 싫다, 멈출 수가 없어."

라며, 본의 아니게 찐 감자를 몇 개나 입에 가져가는걸 보니, 꽤나 만족한 듯 했다.
로즈월도 '이건 맛있구마안.' 이라는 걸 보니 귀족의 혀도 만족시킨 것 같아서, 마요네즈 전도자로서 스바루도 안심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조아써, 대성공이다. 렘, 잘 해줬어."

뜻밖의 고평가에 만연의 미소를 띠며, 스바루는 뒤에서 아직까지 굳어있던 렘의 어깨를 두드렸다.
렘은 죄라도 지은 듯이 어깨를 떨구고,

 "아뇨, 렘이 한 일은 그정도의 일은 아니에요. 이건 전부, 스바루 군의 행동 덕분이에요. 렘이 지나치게 몰입해서 점심 준비도 잊어버릴 정도로…언니와 스바루 군이 없었다면 로즈월님에게 어떤 질책을 받았을지."
 "왜 자꾸 그렇게 마이너스한 해석을 하는걸까아. 나나 람의 악영향을 생각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좀더 플러스하게 느껴지지 않아?"

렘의 과소평가에, 스바루는 어깨를 으쓱했다.
실제로 람과 스바루의 행동은 악영향 뿐이었으며, 그 악영향을 렘은 하나도 평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기 일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게한 스바루가 더 면목이 없을 정도였다.

 "렘 덕분에 마요네즈가 완성됐지. 이걸로 나도, 이쪽에서 식탁이라는 장소에 꽃을 피울 수 있는거야. 감사하고 있다궁."

하지만 여기서 사과를 거듭해봤자 서로 사과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스바루는 기세로 밀어붙이는 것을 선택한다.

 "──렘의, 덕분인가요?"

그런 스바루의 의도에 멋지게 걸려들어, 렘은 팟하고 얼굴을 밝힌다.
그녀의 알기쉬움에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그것도 귀여운 점이겠지 싶어서 납득하고 스바루는 말을 잇는다.

 "아아, 물론이고 말고. 렘이 없었으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다고. 자랑해도 좋아."
 "도움이 되었나요?"
 "당연하지. 덕분에 마요네즈 의존증인 내 목숨은 건졌잖아. 그건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말이야."
 "위험…."
 "그야말로 마요네즈에 푹 잠기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까 싶은 레벨이야. 덕분에 죽다 살아났어. 하나님, 부처님, 렘님, 에밀리아땅 이라는 거지."

정말 되는대로 뱉기 시작하는 스바루.
하지만 렘은 그런 스바루의 말에 착실한 얼굴로 응응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응? 알았어. 맡기고 말고!"

잘 모르겠지만, 렘에게 자신감이 붙는다면 된 일이다.
엄지를 올리며, 스바루도 한창 식사중인 점심에 끼기 위해서 에밀리아의 옆으로 향했다.

그 뒤에서, 렘이 조용히 결의를 굳히는 것을 모른 채로.





──마요네즈 만들기로부터 하룻밤 지난 이튿날 새벽.

사용인의 아침은 빠르다. 스바루도 이른 아침에 침대를 나와서, 하품을 참으며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어제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긴 했지만, 이 세계에서 마요네즈를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후의 식생활의 차이에 크게 고민할 것도 줄었을 테지. 렘님 만만세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좋은 아침, 레무링."
 "──아, 스바루 군. 좋은 아침이에요!"

스바루보다 먼저 일어났을 렘이, 복도 저편에서 이쪽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뛰어온다.
확 얼굴이 밝아져서 스바루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 한 그녀에게 쓴웃음으 짓는다. 그리고 스바루는 '아─' 라며 서론하고,

 "어제는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덕분에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고."
 "아뇨, 별말씀을. 렘이 스바루 군의 도움이 됐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어요. ──칭찬해 주셔도 좋다구요?"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드는 렘. 그녀의 푸른 머리에 손바닥을 올려서 천천히 쓰다듬어 준다. 코를 울리며,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감는 렘.
왠지 하면 안될 것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져서 꼭두새벽부터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하게 된다.

 "그렇지, 스바루 군. 자는동안 땀을 많이 흘리셨나요?"
 "에, 거짓말, 냄새나? 확실히 어젠 조금 덥긴 했는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느낀 건 사실이라 그것을 지적당한 것에 스바루는 놀라서 팔을 들어올렸다. 스스로 냄새를 맡아봤지만, 익숙한 자신의 냄새는 알기 힘들었다.
고개를 갸웃이는 스바루. 하지만, 렘이 지적하는 것이니까 보통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밀리아땅이 보는 것도 부끄럽고 말이야. 잠깐 물로 닦고 올까."
 "그러면, 목욕탕을 쓰세요 작은. 욕조라면 아침부터 사용해도 문제는 없으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등을."
 "밀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여자아이니까, 좀더 부끄러움을 타보라고?"
 "유감입니다."

장난스러운 태도로 손을 떼는 렘. 그런 그녀의 말에, 스바루는 얌전히 호의를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그녀가 일부러 욕탕을 추천해주는 것을 봐서 지금 스바루에게서 나는 냄새는 장난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것이 스바루에게 호의적인 렘이라서 이정도로 끝났지만, 마주친 것이 람이나 베아트리스 였다면, 상상만으로 마음이 꺾일 정도다.

 "그럼, 호의에 따를게."
 "네. ──그럼 느긋하게."

무엇인가 꾸미는 것이 있는 듯한 렘의 말.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몸을 닦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스바루는 알아채지 못햇다.
손을 흔들며 렘을 보내고, 빠른 걸음으로 목욕탕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침부터 목욕한다는 것은 샤워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이세계에선 신선한 느낌이었다.
히키코모리 때는 그야말로 밤낮이 바뀐 생활이여서, 내킬 때 욕실로 가서 샤워만 하고 끝낸 적도 많았다.
이 세계에선 그런 목욕은 할 수 없고, 애초에 근처에 여자가 많아서 몸가짐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목욕에도 시간을 들이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는 스바루 였지만,

 "이렇게 욕실을 혼자서 쓰고 있으면, 이상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넓은 욕탕을 둘러보고, 스바루는 알몸으로 무의미하게 가슴을 펴면서 중얼거렸다.
대중 목욕탕의 욕조에 필적하는 대욕탕은 지금은 물이 차있지 않고 대리석 같은 소재의 욕조가 청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스바루의 목적은 그쪽이 아닌 목욕탕 구석에 설치된 소형 욕조였다.

주인인 로즈월의 부재시, 쓸데없이 물을 데우는 고생을 생략하기 위한 욕조이다. 혼자서 들어가기엔 충분한 크기인 데다가 마광석으로 온수도 커버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그리고, 문득 욕조에 눈을 돌리니,

 "살며시 올라오는 김……그러면, 렘이 신경써준 건가."

옷을 가지러 방에 갔다가 다시 욕탕에 온 스바루다.
그 짧은 시간에, 렘이 물을 끓여주고 간다고 해도 지금의 그녀라면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온수가 차있다면 더더욱 좋다.

새벽의 욕탕에서, 알몸으로, 혼자 있다는 것의 시너지 효과로, 그것들이 뜻밖에 스바루의 정신에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1번, 나츠키 스바루──입욕하겠습니다!!"

이상한 텐션으로 목욕탕을 달려나가, 스바루는 홉 스텝 점프로 날아올랐다.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는 대재앙을 겪지 않고, 하체부터 깔끔하게 낙하──공중에서 몸이 한바퀴 돌아, 욕탕으로 단숨에 뛰어든다.
그리고,

 "──브웨엑!?"

푹 잠겨서, 듣도 보도 못한 점성 소리가 울리며 몸이 가라앉았다.
예상외의 감촉과 따뜻함에 위축되어, 스바루는 축축한 질감의 액체 속에서 헤치고 가까스로 수면으로 나왔──자만, 눈이 떠지지 않는다.

 "뭐야뭐야!? 이게 무슨 감촉이야, 무슨 상황이야!? 엄청나게, 몸이 미끈거려! 위험해! 게다가 상처에 스며들고 있잖아! 위험해, 무서어!! 죽을 것 같아!!"

욕조에서 뛰쳐나와, 욕탕에 화려하게 미끄러지며 스바루는 절규했다.
몸이 점성의 액체로 뒤덮여서, 일어나려고 시도할 때 마다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손을 땅에 대봐도, 손바닥이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예상 외의 사태.
아직도 눈이 떠지지 않아, 어둠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스바루의 머리에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숨을 위협받는 느낌, 며칠 전에 겪었던 그것이 다시 엄습하고, 스바루는 자신의 경솔함에 말없이 반성하고 있었다.

바보같다. 너무 얕본 게 아닌가.
이세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의, 그 악덕함을 어떻게 잊고 있었단 말인가. 살았다고 생각했어? 유감, BADEND 였습니다! 같은 배신은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

호흡 곤란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스바루는 천장을 바라본다.
목욕탕의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온몸이 점성의 액체 범벅이 되어서도 자유롭지 않은 오감을 열심히 사용하여, 스바루는 생각했다.

목소리는 나온다. 도움을 요청할 순 있지만, 그것이 함정이라면? 도움을 요청한다면, 도와주러 온 상대를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이대로 있어도, 이것을 꾸민 상대의 손에 스바루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어떻게든 해본다──한 순간에 어지럽게 휘감기는 생각.
그것이, 문득 입안에 생긴 위화감으로 멈췄다.

 "내가 죽으면 나의 죽음을 사흘간 숨겨라……그 틈에 교섭을……응?"

혼란한 와중에, 유언 비슷한 것이 헛나오던 스바루는 얼굴을 찡그리며 입에 담긴 것을 혀로 맛보았다.
점성, 기름기, 그리고 신맛──그 결론은,

 "──렘! 렘!! 이리 와봐!!"
 "네! 부르셨나요, 스바루 군!"

마치 욕실 밖에서 기다렸다는 듯 한 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빠른 몸놀림으로 스바루 쪽으로 달려와, 갖고 있던 수건으로 마요네즈 범벅인 스바루의 얼굴을 살짝 닦고,

 "어떤가요, 푹 잠길 정도의 마요네즈. 스바루 군의 바람에 부응하고자, 렘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칭찬해 주셔도 좋다구요?"

칭찬해줘 칭찬해줘, 라고 주장하는 듯한 그녀의 미소.
몸을 일으켜서 마요네즈 범벅인 전신을 수건으로 닦으며, 스바루는 악의가 없는 렘의 얼굴에 미소로 대답하고,

 "바보 아니냐, 너!?"

새벽의 목욕탕에, 스바루가 한번도 내비친적 없었던 노성이 작렬했다.

영혼의 반려인 마요네즈를 낭비한 것을 끝으로, 스바루의 분노의 하늘을 뚫고 나가 늦잠을 잔 람이 욕탕에 찾아올 때 까지 렘은 정좌당한 채로 길고 강하고 격렬한 설교를 계속 들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로즈월 저택에서 마요네즈는 '맛있었으니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라는 에밀리아의 의견으로 그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적정량' 이라는 세 글자를 엄수한 채로 비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렘의 자신감을 돋우기 위해 시작된 마요네즈 만들기였지만, 결과적으로 렘은 이 일로 인해 마요네즈에 강한 공포심이 생겨버려서, 능력적으로 마요네즈 만들기에 강한 점을 높게 산 람이 이 일을 전담하게 됐다는 것을 덧붙인다.


제 1차 마요네즈 소동 종결──제 2차 마요네즈 소동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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