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온! 즐거움!

# 열심히 썼는데 역시나 항상 체감했던 것보다 짧습니다. 슬프네요.

# 다음 편은 더 열심히 써볼게요.

# 재밌게 봐주세요!




[신룡하난] 삶 4.

(@garde15hangs)




“허, 요 것 봐라...”




 동죽이 나인에게 전해 받고 직접 전달한 서신을 읽은 신룡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목을 잡힌 토끼인 줄로만 알았더니, 생각보다 그 앞니가 단단했던 모양이다.




“왜 그러십니까.”

“동죽아, 내가 이 귀여운 발악에 답신을 써야겠으니 붓과 종이를 가지고 오거라.”
“예.”

“아 참. 추국이도 불러 오거라.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만 궁궐 안에는 있겠지.”

“...예.”




 추국이 궁궐 안에 있을 것이라 확신하지 못한 탓에 잠시 시간을 두고 대답한 동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룡은 손에 쥐고 있는 서신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 하늘이 맑고 분홍빛 들꽃 향이 어디선가 흘러오니 이제 곧 봄이 싹을 틔우려나 봅니다. 대국의 비가 되어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으니 폐하께서 친히 하사하신 궁을 수리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월하궁을 알아가며 난국에선 본 적 없는 쥐가 궁 안에 나돌고 쉬이 잡아들일 수도 없으니 역병이 돌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여 쥐를 잡기에 탁월한 고양이를 한 마리 부탁하였으나 폐하의 곁을 지키는 현명한 군자 추국이 오히려 영물이 제게 해가 될까 걱정이 되어 그를 거절하였으니, 대국의 군자는 원래 역병보다 조그만 집고양이 하나를 더욱 두려워하나 봅니다.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집고양이를 부탁하였으니, 제가 무지한 탓입니다. 하지만 추국의 두려움 탓에 대국에 역병이 돌아선 안 되니 제게 고양이를 하사해주시면 적어도 월하궁 내의 쥐는 잡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대국에 온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는데 여직 폐하께 단 한 번도 문안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병이 다 나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내명부를 관리하는 자가 제 거동을 직접 제한하니, 서러워 항상 하늘을 바라보며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으니 통탄스럽습니다. 이제 궁 안에 비가 들어왔으니 내명부의 일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우시고 궁의 기강을 다잡으십시오. 금세 다시 뵐 수 있길 바라고 있겠습니다. -




 당돌하다. 자신에게 이처럼 당돌한 서신을 보낸 자는 황제에 즉위하기 전까지 모두 통틀어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전장에 나가 대국을 크게 만들고 무능한 전 황제를 직접 죽여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 신룡에게 감히 대들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추국이 이 서신을 직접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치욕스러움을 느낄 테지만 어찌할 수 없어 그저 씩씩대고만 있을게 눈에 훤하다. 그 화를 받아주는 건 변함없이 동죽이 될 테니 오늘은 동죽을 일찍 보내야할 듯하다.




“궁 안의 귀염둥이 추국이 왔습니다!"

“즐거워 보이는구나.”

“하늘이 맑고 봄내가 가득하니 저와 같이 감수성이 가득한 자가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봄향이 그리 가득한지는 못 느끼겠던데, 어떻게 된 봄이 바깥에 나도는 놈도 향을 맡고 궁 안에 처박혀있는 자도 향을 맡는군. 동죽이 너도 맡느냐?”

“봄에 향이 어디 있습니까.”

“어우. 난 네 이런 점이 참 우습다. 누가 봄 자체에 향이 있다디? 봄에 피는 꽃들에 향이 있는 거지!”

“그럼 꽃에서 나는 향이지, 왜 봄내라고 하는 건가.”

“시적 표현이다 이런 돌덩이 같은 놈아!”

“뭐, 그렇게 화내지 말고 이 서신이나 읽어봐라 추국아. 네가 화내야 할 곳은 동죽이가 아니라 여기인 듯 하니까.”

“어디서 온 서신인데요?”

“읽어보면 알 거다.”




 신룡에게서 서신을 받아 천천히 읽어가던 추국의 표정이 점점 썩어 들어갔다. 물음표를 띤 표정에서 금세 화가 나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에 신룡이 결국 배를 잡고 소리 내어 웃었다. 월하궁의 하난비는 참으로 영악한 자가 아닐 수 없었다. 첫 날에 왜소한 체격에 낯빛도 그리 당당한 모양새는 아니라서 그저 소국의 자존감 낮은 셋째 왕자라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난국의 셋째 왕자를 가리킨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추국에게 퇴짜를 맞았다고 곧장 신룡에게로 서신을 보낸 그 당돌함이, 서신이 담은 내용의 당돌함이, 하난을 그저 작고 왜소한 나라의 마찬가지로 작고 왜소한 셋째 왕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난비를 대국의 하인보다도 낮추었었는데, 그에 대한 보복일지도 모르겠군. 이 정도면 자존심이 많이 깎였을 테니.”

“폐하, 지금 폐하의 충신인 저는 안 보이시는 겁니까!”

“그러게 누가 멋대로 창피를 주라고 했느냐.”

“하지만...!”

“자. 답신을 써야하는데. 답신 대신 적절한 선물을 하나 보내면 되겠군. 이제 네가 내명부 일을 볼 일도 없겠다 추국아.”

“으악 폐하! 하지만 하난비의 거동을 제한하신 것은 폐하가 아니십니까!”

“충신 주제에 군주한테 대드는 거 아니다.”

“폐하!”




 당일 오후 한 시. 월하궁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납셨다. 대국의 황제 곁을 머무는 군자 둘 중 추국이 아닌 또 다른 한 사람. 동죽이다.




“누구십니까.”

“동죽이라고 합니다. 폐하를 곁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여긴 어인일 이십니까.”

“폐하께서 제게 월하궁의 하난비께 역병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 고양이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이것은 내명부 관리에 필요한 모든 책자입니다. 오늘부로 내명부의 모든 일은 하난비께서 관리하게 될 것이며 하난비의 통제를 오늘 오후 6시부터 거둘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셨습니까. 예까지 찾아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폐하께 현명한 판단이심이 분명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동죽이 적당히 상체를 숙이곤 함께 온 부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동죽은 추국과는 다르게 좀 더 묵직한 감이 있었다. 제 할 말만, 아니, 제가 전해야 할 말만 전하고는 사라져버리는 것을 보면 추국보다 조용한 성격이거나 원체가 무심한 성격일 것이다. 자신이 추국이나 동죽, 또는 이 대국 내의 어느 한 사람과라도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굳이 추국과 동죽 중에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동죽이 추국보다 더 가까이하기 힘들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추국은 자신의 생각에 꽤나 자신만만해하며 이야기 하였으나 동죽은 제 이야기를 한 글자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다른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것처럼까지 느껴졌다.




“고양이는 귀엽네.”




 그가 전해준 작은 고양이만이 동죽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의 시작과 끝이었다. 다만 문제는 고양이가 과연 쥐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그맣다는 것이다. 아직 새끼인걸까. 두 손을 모아 담을 수 있는 작은 고양이를 빤히 바라보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국에 온 후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녹는 기분을 느낀 하난이다. 시종아이를 시켜 동죽에게서 받은 내명부의 서들을 궁 안으로 들여놓은 하난이 웬만큼 재정비가 완료된 작은 앞뜰을 보고 작게 웃었다. 오후 6시가 되면 이제 바깥으로 산책도 나갈 수 있고, 앞으로는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날, 함께 생활할 작은 생명체도 있으니 쥐도 두렵지 않다. 어쩌면 외로움도 조금은 가실 것 같다.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미야-”

“너 정말... 귀엽다.”




 고양이를 어디서 데려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얀 색과 주황색이 섞인 고양이의 모습은 작은 털 뭉치처럼 귀여웠다. 이름. 뭐로 해야 할까.




“이 대국에 온 뒤로 내가 손에 잡을 것도 없으면서 근심과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이것이 외로움인지 또는 두려움인지 아무것도 알 턱이 없으니 네가 내게 즐거움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니 너를 라온이라 부를게.”




 라온. 즐거움. 천하를 다 갖췄다고 자부하는 대륙의 최강국, 대국에서 드디어 내 편이 하나 생겼구나. 하난이 수줍게 웃으며 작은 아기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오늘 밤엔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야지.




@gagru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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