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안승호와 있었던 일로 잠을 설쳤다가 좀 전에 잠이 든 세자는 김내관의 부름에 금방 눈을 떴다.

“저하! 저하 지금 주무실때가 아닙니다~”

세자는 깜짝놀라 토끼눈을 하고선 말했다.

“내가 좀 오래 잠을 잤나?”

김내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래 주무신게 문제가 아닙니다 전하께서 얼른 오시라고 명하셨습니다”

세자는 서둘러 일어났다.

“아바마마께서 뭐라고 하셨느냐?”

“.......”

김내관은 세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세자의 옷을 계속 갈아입혔다. 

“김내관 아바마마께서 뭐라고 하셨냐고”

“........”

김내관은 계속되는 세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말없이 세자의 걸음을 재촉했다. 세자는 이러한 김내관의 행동을 이해할 수없었다. 왜 말해주지 않는건지....

세자의 물음에도 답이 없던 김내관이 말을 꺼냈다.

“얼른 강녕전으로 가시지오”

                                         *강녕전: 왕의 침전

세자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 조차하지 않았던 김내관을 째려보며 왕이 있는 강녕전으로 향했다.

—————————————————————

조선의 하늘이라 불리는 왕은 첫번째 부인인 원명황후가 일찍 승하하고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인 윤정황후가 지금의 세자에 어머니이다. 하지만 윤정황후 마저 세자를 낳자마자 승하했다. 윤정황후가 죽기 전 왕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이 아이를 꼭 지켜주세요 곧 세자가 될 아이이니 험난한 길이 계속 될겁니다 전하 그러니 부디 이 아이가 훌륭한 조선의 왕이 될 수있도록 도와주세요...”

왕은 윤정황후의 유언을 지키기위해 세자를 어린시절부터 엄격하게 키워왔다. 왕이 되기위한 과정속 장애물들이 너무 많기에 왕은 세자를 지키기위해 엄격한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하~ 세자 저하 드십니다”

왕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가 김내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며 말하였다.

“들라하라”

세자는 왕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앉으며 말하였다.

“아바마마 강녕하셨습니까”

왕은 세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하였다.

“세자 물어볼게 있는데....”

세자는 자신의 앞에서 말하기를 망설이는 왕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정적이 잠깐 흐른 뒤 왕은 결심했는지 다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세자.....세자비 말고 혹시 다른 정인이 생긴것이냐?”

세자는 어젯밤 안승호와 있었던 일들이 머리 속에 다시 떠올랐고 그대로 얼굴이 빨개져 굳어졌다.

“ㅇ....예? 아...그것이 ....아니오라”

왕은 얼굴이 빨개진 세자를 보며 다시 물었다.

“제대로 대답해 보거라 세자비 말고 다른 정인이 생긴것이냐?”

세자는 동공이 흔들리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걸 솔직하게 말씀을 드려야하는지 아니면 숨겨야 하는것인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세자는 왕의 말에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졌고 저절로 표정도 같이 굳어졌다.

“너가 만약 다른 정인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난 너의 그 정인을 찾아 죽일 수밖에 없다 세자비가 아닌 다른 정인이 있다면 너의 마음도 다른 쪽으로 흔들릴것이 분명할것이니 너의 앞길을 방해하는 마음 속 그 정인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

세자는 왕의 명이라면 안 따른적이 없다 하지만 방금 전 진지하게 말하는 왕을 보며 세자는 안승호가 바로 떠올랐고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단지 안승호를 지키고 싶었다.

“다른 정인은 없습니다”

왕은 세자를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정말인것이냐?”

세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하였다.

“예 없습니다”

왕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그럼 됐다....들어가보거라”

세자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신의 침소로 향했다.

——————————————————————

안승호는 기별하겠다는 세자의 말을 잊지않고 있었다 기별이 언제쯤 오나 기다리던 참에 김내관이 저 멀리서 달려오고있었다.

“까먹진 않으셨구나....”

안승호는 혹여나 세자가 어제 말했던 기별하겠다는 약속을 잊지는 않았겠지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종일 불안하고 초조했다.

하지만 지금 김내관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안승호는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을 다 잊고 안도에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오셨소”

김내관은 가쁜 숨을 고르며 말하였다.

“하아 하아.....하이고 얼른 따라오십시오”

안승호는 김내관을 따라서 걸음을 옳겼다.

안승호가 김내관을 따라 온 곳은 궁 안이 아닌 연꽃연못이였다.

“여...여긴”

연꽃연못 옆 평상에 앉아있던 세자가 일어나며 말하였다.

“오셨소”

안승호는 반가움에 웃으며 다가갔지만 세자는 슬픈 표정을 짓고있었다.

“무...무슨 일 있으십니까?”

세자는 안승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고, 계속 왕의 말이 떠올라 차마 안승호의 얼굴을 쳐다 볼 수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안좋은 일이 있으신거면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들어드릴.....”

안승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자는 안승호를 꽈악 안았다.

“놓지 않을거야....”

“ㅇ...예?”

세자는 안승호를 더 꽈악 안으며 중얼거렸고 안승호는 세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세자는 꽈악 안았던 안승호의 몸을 떼어내며 말하였다.

“내가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하던 단답으로 대답하거라”

안승호는 갑자기 자신의 말에 단답으로 대답하라는 세자가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내가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하게되면 넌 나를 붙잡을것이냐?”

안승호는 이별이라는 말에 가슴이 찌릿하며 아팠다 예상치 못한 이별이라니....안승호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찌 그런 질문을.....”

“단답으로 대답하랬다”

세자의 따끔한 일침에 안승호는 몸이 움찔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하였다.

“네”

세자는 안승호의 대답에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너가 그리하면 나도 그리할것이다 아니 진작에 내가 그리했을것이다”

세자는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고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왜 이러한 질문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느냐?”

안승호는 세자에게 지금 제일 물어보고싶었던것이 그거였다 왜 이러한 질문을 하는지.... 안승호는 말없이 강아지같은 눈을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안승호는 짧고 간결한 이유에 당황했다.

“저...저를 왜...”

세자는 안승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두었다.

“이게 그 이유다”

안승호는 세자 가슴팍에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귀가 빨개지는 와중에 미친듯이 뛰는 세자의 심장이 느껴졌다.

세자는 말없이 귀가 빨개진 안승호를 보며 피식 웃고선 안승호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

훅 들어오는 세자를 안승호는 저항할 시간조차 없었다. 

세자는 이 순간만큼은 둘이 온전히 서로를 보며 느끼고 싶었다. 

안승호와 입술이 닿는 순간 세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나왔고 뺨으로 흘러내렸다.

뺨으로 흘러내린 눈물은 안승호의 볼에도 닿았다.안승호는 세자의 눈물에 깜짝놀라 입술을 뗄려했으나 세자가 안승호의 얼굴을 손으로 붙잡았고 더 깊게 입술을 갖다댔다. 

안승호는 눈물을 보이는 세자를 보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지 아니면 어디가 아픈건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세자의 힘을 이길 수없었던 안승호는 저항할 수도 없었고 떼어내려 할 수도 없었다. 

길고 깊었던 입맞춤이 끝나고 세자는 안승호의 얼굴을 보며 말하였다.

“밤이 좀 깊어진것 같은데 안 들어가도 되겠소?”

안승호는 긴 입맞춤 덕에 당황해하며 말했다.

“ㅇ....아아....ㄷ....들어가야죠! ㅈ...조심히 들어가십시오 ㅈ....저하!”

세자는 당황해하며 주뼛주뼛가는 안승호를 쳐다보며 크게 웃다가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를 어찌하면 이 험한 세상에서 지켜 낼수있을까...혹시라도...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건 아닐까그게 너무 겁나....”

세자는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안승호를 계속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느덧 세자 곁에 김내관이 다가왔고 세자는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 궁 안으로 걸음을 옳겼다.

——————————————————————


“뭐지 이 기분은”

궁으로 돌아온 세자는 지금 자신의 묘한 기분을 알 수가 없었다. 왜 이런 묘한 기분이 드는건지 아무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묘한 기분 탓에 매우 심란한 세자의 앞에 김내관이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저하 오늘은 어떠셨습니까?”

세자는 기대하고 있는듯한 눈빛을 하고있는 김내관이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을 치며 말하였다.

“하! 말해주고싶지도 않네요”

김내관은 헛웃음 치면서 말하는 세자에게 더 가까이가서 다시 물어보았다.

“아 저하 어떠셨습니까~”

세자는 계속 보채는 김내관을 얼른 보내기 위해서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 좋았어”

김내관은 자신이 원하던 구체적인 대답이 안나오자 시무룩해지며 말하였다.

“에에? 그게 다입니까?”

세자는 힘없이 풀이 죽어있는 김내관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데 내가 본게 있는데”

세자는 김내관의 한마디에 동공이 커졌다.

“ㅁ....ㅁ...뭐?!”

김내관은 당황해하는 세자를 눈으로 흘기면서 말하였다.

“어 뭐냐 그....손을 잡으시...던데.....”

혹시라도 길었던 입맞춤을 봤을까 조마조마 했던 세자는 안도에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ㄱ...그거는 연인끼리 할 수있는 ㅎ...행동 아닌가....!!!”

김내관은 말을 더듬는 세자를 놀리듯이 웃으며 말하였다.

“왜 근데 저한테 말안해주시는 겁니까? 혹시......부끄러운거시면.....”

김내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자가 성을 내며 말하였다.

“부끄럽긴 누가! 누가 부끄럽다고 연인끼리 당연히 해야하는.....”

세자는 김내관에게 성을 내며 말하다가 안승호와의 긴 입맞춤이 갑자기 떠올라 볼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김내관은 볼이 빨개진 세자를 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저하~ 볼이 홍당무같으십니다 하하하하하하핳”

세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을 계속 놀리는 김내관의 정수리를 말없이 강하게 내려쳤다.

“아잇!! 저하!”

김내관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투덜거리며 물러났다.

세자는 조용해진 자신의 처소에서 여전히 빨간 볼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김내관은 하여간 눈치가 빨라가지고.....”

 



——————————————————————

안승호는 아까 세자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계속 떠올렸다.

자신을 보자마자 슬픈 표정을 짓던 세자의 얼굴,세자와의 첫 입맞춤, 세자의 눈물, 세자와 맞잡은 손, 미칠듯이 뛰었던 세자의 심장소리.

안승호는 이 모든 순간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소중한 기억들을 잃지 않았으면.....”







“세자 저하께서 나한테 마음을 많이 주지 않으셨으면....”









“나중에.....언젠간 알게되실테니...”




안승호는 자신이 여인이 아닌 사내라는걸 세자가 알게될거라는 생각은 맨날 해왔다. 멀지 않은 미래이기에 두려웠으나 말해야만 했다. 진실을....








눈물이 차오른 안승호는 저 멀리 떠오른 달을 보며 간절히 빌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저하께서 저에 대한 모든걸 잊을 수있게 도와주십시오”




——————————————————————

안녕하세요! 몽단지입니다!!

정말 오랜만인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

빨리 올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

힘든 현생과 갑작스레 생긴 개인적인 일들때문에 이번 화는 좀 많이 늦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세자와 안승호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계속 되니깐요!많이 기대해주세요!😊

기다려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부터 ㅉ....짠내가....ㅠ😢





작가의 말: 내일은 헬요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모두 현생을 톤혁으로 버텨봅시다!!❤️💙


💗원조 씹덕 귀요미💗 토니오빠에게 입덕했어요ㅠㅠㅠ사랑해요 H.O.T 💙❤️💚💛🧡

몽단지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