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혼'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로키 시점. 







로키는 토르를 사랑했다. 하지만 토르는 로키가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상이었다. 토르는 언제나 로키의 주위에 있었으나 그와는 같지 않았다. 형제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정말이지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형제였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형제.


신은 공평하지 않아. 로키는 어린 시절부터 깨달았다. 신이 있다면, 토르와 자신이 형제여서는 안 되었다. 신이 있다면, 명백하게도 그의 선호는 토르였다. 로키가 토르를 흘깃대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전사들이 그랬듯이 토르는 오딘의 첫째 아들로서 무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진검이 아닌 목검을 쥐어도 그에게서는 예기가 흘러 넘쳤다. 로키는 자신이 토르와 대련하게되면 몇 합 만에 나가 떨어지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광경은 남들에게 '둘째 왕자'의 뒤떨어짐을 재확인시켜주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래서 로키는 부러 토르를 피했다. 검이 좋으면 혼자 연습해. 쌀쌀맞게 내뱉고 제 방과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로키가 토르보다 뛰어난 부문은 딱 하나, 마법뿐이었다. 작고 가는 손가락에 녹색빛의 마력을 휘감으면 자신보다 토르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다 제 손을 내려다보며 이내 시무룩해지는 것이다. 로키, 대체 그건 어떻게 하는 것이냐? 로키는 뿌듯함으로 두근대는 심장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형은 둔해서 안돼. 


검과 무술, 체련으로는 토르를 이길 수 없었다. 아니, 이기는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 로키는 최소한 그와 비등해지기를 원했다. 오딘은 언제나 두 사람을 나란히 앉혀두고 정당한 왕위 계승자에 대해 논했고, 로키는 그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대놓고 행차하지는 않았지만 오딘은 간혹 토르의 검술 연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는 했다. 그의 입가에 오른 잔잔한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로키는 무서울 정도로 잘 알았다. 그래서 더더욱 대련장 근처로는 걸음하지 않았고 토르의 제안도 무시했다. 자신에게도 어려운 마법서를 열심히 외우고, 연습하고, 익숙해 질 때까지 과정을 반복했다. 혼자가 되는 것도 쉬웠다. 두 왕자는 모두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둘 중 누구에게로 시선이 더 모이는지는 어릴적부터 변함이 없었으니까. 언제나 토르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호의를 사는 것도, 쉽게 녹아드는 것도. 

멍청한 이들과 있느니 혼자가 편하지. 로키는 홀로 책을 읽으며 궁의 정원을 거닐었다. 밤의 정원은 무척이나 한적하고 여유로워 사색을 즐기기에는 딱이었다. 아름다운 아스가르드의 밤하늘은 로키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쏟아지는 별빛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드넓은 우주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은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평화롭게 했으나, 외로움을 자극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을 선택해놓고 그것에 외로워하다니. 로키는 제가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를 타파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다가간다거나 하는 짓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외로운 것은 곁에 토르가 없기 때문임을, 잘 알고있었으니까.




로키가 토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감히 말하건대, 아스가르드의 모든 이들이 토르를 사랑할 것이었다. 로키도 그랬다. 토르의 밝은 금발을 좋아했고, 자신을 보는 웃는 얼굴이 기뻤다. 제가 먼저 거리를 두어도 성큼 다가와 옆에 있으려 하는 모습에서는 약간의 우월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우월감 뒤 곧바로 따라오는 자기혐오는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토르는 나와는 너무나도 달라. 로키는 자조했다. 질투와 사랑,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으로 혼탁해진 자신과 다르게 토르는 늘 곧고 밝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토르는 꿈도 못 꿀 테지.

그는 감정에 잔뜩 젖어 질척이는 사람이었다. 지나친 물이 꽃을 죽이는 것처럼, 수위를 넘은 감정의 물기는 로키를 좀먹어갔다. 토르를 사랑했다. 토르가 미웠다. 토르와 함께 있고 싶었다. 토르의 곁에 잠시라도 있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진심이었기에 로키의 속은 더욱 더 혼탁해졌다. 

그를 적시는 가장 큰 요인은 당연하게도 토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를 말리는 것도 토르였다. 

로키의 세계를 구축하는 요소 중 가장 높은 비중이 토르였으며, 종종 로키는 자기 자신보다도 토르가 제 안을 점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로키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토르는 언제부턴가 다시 로키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왜 왔어? 형이 좋아하는 사냥이나 가지. 핀잔을 주어봐도 씩 웃으며 다가오는 그를 진정으로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로키는 반쯤 체념했다. 토르는... 마치 로키를 관찰하는 것 같았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을, 페이지에 고정된 제 눈과 얼굴을 샅샅이 훑고 눈여겨본다. 두근거림이 멎질 않았다. 애써 태연을 가장해 독서를 이어갔지만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로키는 한참동안 의미없이 책을 넘겨댔고, 팔락이며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다. 간헐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는 게 토르였던가, 자신이었던가. 로키는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중급 검법을 배웠어. 보법이 얼마나 어렵던지 발이 꼬일 지경이었는데,'



토르는 중간중간 그의 일과를 이야기했다. 로키는 관심없는 시늉을 하며 그의 말투와 강세까지 꼼꼼하게 저장했다. 살짝 눈을 들어 토르가 앉아있는 창가를 곁눈질하면 태양이 저를 꼭 닮은 토르의 금발을 찬란하게 흐트리고 있다. 그 순간, 토르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로키를 바라보며 웃는다. 푸르른 눈이 휘어지며 입이 크게 벌어진다. 소년에서 벗어나 청년의 단계로 넘어가는, 선이 굵어지는 얼굴과 단단하게 자리잡아가는 근육에도 토르의 미소 만큼은 변함없이 맑았다. 매끄러움이 남은 하관이, 호를 그리는 입술이 부드러워 보였다. 


손 위에 놓인 것은 분명 마법서인데, 언젠가 도서관에서 몰래 연문학 서적을 숨어 보던 때처럼 목덜미가 달아올랐다. 주인공들이 나누던 대사가 떠올랐다. 언제 나에게 반한거죠? 당신의 웃음이 태양보다 밝고 환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 언제 나를 사랑한다 확신했죠? 나의 세계가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감을 깨달았을 때. 쿵. 로키는 널뛰는 심장을 느꼈다. 숨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로키? 토르가 갸웃했다. 어디가 아파? 로키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침착하게 호흡했다. 책을 눈높이까지 들어올려 토르가 저를 못 보게 차단했다. 부디 귀까지 붉어지지는 않았길 바라면서.


그 날은 최악이었다. 로키는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기만 했고, 토르가 두어 번 더 던지는 물음에는 혀를 씹을 뻔 했다. 토르를 재촉해 쫓아낸 뒤에야 바람 빠지는 숨죽은 신음과 함께 책을 떨어뜨린 거였다. 여즉 쿵쾅대는 심장 부근을 꾹 누르며. 


'......맙소사'


로키가 중얼거렸다. 




사냥 대회에서 당연하게도 토르가 우승을 차지한 날, 궁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르를 찬양하며 떠받든다. 로키는 다른 이들 사이에서 잔을 들고 웃는 토르를 짧게 바라보았다. 한심한 작자들이 토르의 어깨를 쓰다듬고 몸을 밀착시키며 되도 않는 수작질을 부리고 있다. 가슴이 싱숭생숭했다. 몸을 돌려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애초에 로키의 존재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기에, 슬쩍 사라진다 한들 눈치채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옷을 느슨히 하고 정원으로 향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매만진다. 별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로키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여기는 또 무슨 일이야, 위대한 토르. 연회를 즐기지 않고. 익숙한 발소리는 토르의 것이었다. 로키는 걸음 소리만으로도 그를 눈치채며 긴장하기 시작하는 자신을 나무랐다. 토르는 대답없이 그의 곁으로 왔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다만 로키의 심장만이 평소와 다르게 세차게 박동했다.






고뇌에 빠져 오랫동안 헤매는 날들이 이어졌다. 끝의 끝에 다다라서야 로키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인정하고 말았다. 자신은 토르를 사랑했다.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성애적으로 사랑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에게 욕정하는 파렴치한은 아니지 않을까 싶었던 위안은 토르가 그에게 거칠게 입맞추는 꿈을 꾼 어느 날 깨어졌다. 뚜렷하게 나타난 육체적 흥분에 로키는 치를 떨었다. 시트를 움켜쥐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것으로 둘째 왕자의 결함이 하나 더 추가되겠군.


그동안에도 여러 이유로 로키는 자신이 불량품이라 생각해왔다. 전사적 기질을 가지지 못한 것이나 더딘 성장 등이 이유였다. 그리고 토르에 대한 연정을 자각한 이후 가정은 보다 근거를 지닌 확신이 되었다. 세상에 어느 형제가 가족애를 뛰어넘은 감정을 담아 제 형제를 눈에 담고, 발을 좇고, 그의 뒤를 따르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정적으로는 한참이나 늦은 토르가 이런 저를 꿈에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란 거였다. 곁에 서거라. 토르가 그리 말하며 낮은 목소리로 묵직하게 명령할 때, 그의 곁을 지키는 여러 전사들보다 자신이 필요되는 것에 기뻐한다는 것도, 눈동자에 혹여나 이 느낌이 어른거릴까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다는 것도, 토르의 뒤를 따라 걸으며 걸음마다 심장 박동을 새롭게 써내려간다는 것도. 토르는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멍청이. 로키는 나직히 읊조렸다. 토르를 향해, 그리고 자신을 향해. 


'키스해 줘.'


그러나 로키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익숙했다. 약간의 자조와 장난을 섞으면 탈 없이  흘리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거짓과 장난 사이 일말의 진심을 끼워넣는 것도 그의 특기였으니, 두근거림을 무릅쓰고 토르에게 얄궂은 농을 거는 거였다. 토르가 곤란한 듯 미간을 좁히고 제 가슴을 슬쩍 밀어낸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토르의 감각이 소름돋을 정도로 선명했다. 장난은 그만 두거라. 평소와 다르게 어물거리며 말 끄트머리를 마는 것이, 제 형은 몹시도 당황한 것 같았다. 로키는 위대한 천둥의 신을 이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푸흐흐, 소리를 잘게 쪼개며 웃었다. 정말이지 자신은... 장난의 신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토르가 누군가의 부름에 휙 몸을 돌렸다. 어깨에서부터 떨어지는 붉은 망토와 망토에 닿는 그의 자랑 중 하나인 금발, 사내다운 옆 얼굴. 모든 것이 로키의 시선을 앗아갔다. 두근.심장이 거친 펌프질을 다시 시작했다. 아. 로키는 깨달았다. 이미 나는 늪 속에 있구나. 








토르는 언제나 자신의 생명력과 권력을 과시했다. 물질적인 영역은 두 말할 것 없거니와 인간적인 영역에서도 그러했다. 그의 과시는 베풂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주는' 토르를 로키는 언제나 지나쳐 했다. 토르는 주위 사람들에게 가감없이 그의 기쁨을, 흥미를, 유머를, 사랑을 주었다. 아무리 쌀쌀맞게 굴고 칼을 꽂아넣는다 한들 토르는 거리낌없이 로키의 영역으로 다가와 밝음을 흩뿌렸다.

그리고 그것은 로키가 그를 죽이려 해도 여전했다. 



'난 동생과 싸우고 싶지 않아.'

'나는 네 동생이 아니야. 그런 적도 없어.'

'로키, 이건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이라고? 이게? 이게?'


잇새로 낮은 으르렁거림이 샜다. 오, 그래. 나는 네 동생이 아니야. 동생은 커녕, 네가 다 쓸어버리겠다고 자신하던 괴물이지. 로키의 마음은 하염없이 흔들렸다. 사실을 안 토르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묠니르를 치켜들어 그의 숨을 끊을까? 고결한 무기를 쓰는 것도 아깝다며 목을 조를까? 아니면.... 로키는 떨리는 눈을 토르에게 고정시켰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자신의 눈동자에는 확연한 분노만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었다. 겹겹이 쌓이고 둘려 가려진, 가장 깊은 층에서 뚜렷하게 산들거릴 연정은 드러나지 않으리라. 

어짜피 이룰 수 없다면 차라리 형제인 것이 백배 나았다.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찰나의 감정과 느낌으로 이루어질 관계보다 토르의 곁에서 관조할 수 있는 동생이 나았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다. 

천 년의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토르는 고작 이틀만에 변해 돌아왔다. 그들에 비하자면 꽃 한 송이보다도 오래 가지 않는, 금방 스러질 미드가르드인 하나가 그의 변화를 초래했다. 로키는 검게 타들어가는 심장을 느꼈다. 누구보다도 토르를 사랑했다. 때로 오만하고 바보같은 기질을 지닌 그를 자신이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에 안도했다.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를 둘러싼 세계가 전부 깨어졌다.

로키는 오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자 마지막으로 건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오딘의 짧은 답변은 로키를 단번에 허탈과 체념의 무로 떨어뜨렸다. 바보같이, 눈꼬리에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로키는 스스로 손을 놓았다. 어두운 우주의 심연만이 기꺼이 그를 집어삼켰다. 제 마음 속에 도사리던 심연이 일어나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고 갈기갈기 찢는 듯 했다. 로키의 눈이 감겼다. 







모든 것에게서 부정당하고 자신마저 자신을 부정한 뒤 남은 것은 양질의 분노와 타오르는 불쾌함 뿐이었다. 로키는 자신이 죽은 줄 알았다 토하는 토르를 의심에 차 바라보았고, 그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을 고요히 바라보았고, 아직도 자신을 돌려놓을 수 있다 믿는 그에게 칼을 찔러 넣었다. 감성적이긴.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여전히 형제 놀음을 하려 한다. 그건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미드가르드에서 겪었던 이틀의 시간, 그여인이 이끈 깨달음 때문인가? 로키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다. 쉽사리 토르를 따르기에는 분노가 지나치게 컸다. 


전투가 끝나고 토르는 재갈과 수갑을 꺼내 그를 묶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어울리지. 막힌 입 안에서 비아냥이 굴렀다. 아스가르드로 돌아와 로키는 오딘의 분노를 직격으로 맞았다. 영원히 유폐되어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제 미래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렇지만 로키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얌전히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기회는 어떻게든 올 것이었다. 다만, 토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화가 났다. 여기까지 이르렀는데도 그를 보고자 하는 자신 또한 짜증스러웠다. 엉망이었다.


사태가 최악을 기록한 다음에야 토르는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더 이상 장난은 통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환영을 거두라 말하고, 배신하면 죽이겠다 냉담히 주장하기까지 한다. 토르의 낯은 그의 말이 진심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빛은 완벽하게 차갑지 않다. 로키는 감옥 너머로 토르를 빤히 응시했고, 잠시 뒤 입꼬리를 올렸다. 

'언제 시작해?'

토르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야, 도와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로키는 되뇌었다. 그를 위해서만이 아니라고, 자신의 복수를 위함이라고. 최소한의 방어선이자 자위였다. 




'곁에 있거라, 응?'


상처에서부터 불타는 통증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타올라 뜨거운 상처 부위와는 다르게, 손과 발 끝이 무섭게 차가워지는 감각이 선득했다. 토르의 푸른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온기가 얼굴 위로 떨어진다. 토르가 몇 번이고 뺨을 쓰다듬는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틀림없는 절박함이어서, 로키는 상황에 맞지 않게도 웃고 싶어졌다. 이런 죽음이라면 괜찮을지 모르겠군. 아버지께 오늘 일을 다 이야기하마. 눈물 흘리는 토르를 한 대 때리려다 참았다. 내가 그를 위해 이 모든 일을 했을 것 같아? 바보같은 형. 언제나 아는 게 느리지. 핏기잃어 희게 질린 입술을 달싹였다. 


'그를 위해서 한 게 아니야.'


흐려지는 시야는 최후까지 토르로 꽉 채워졌다. 토르의 푸른 홍채에 어린 감정이 자신과 비슷하다 느낀 것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주어진 위로일까. 착각이 그려낸 환상일까. 눈꺼풀이 무겁게 닫혔다. 로키는 또 한 번 심연에 감겼다. 






죽음은 끝끝내 그를 거부했다. 알프헤임의 흙지대에서 깨어난 로키는 거칠게 숨을 그러모았다. 초점을 모아 둘러보면 당연하게도 토르는 없었다. 그 여자와 떠났겠지. 로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매정한 형이 그를 두고 떠났다면야, 이쪽에서 맞이하면 되는 일이었다. 로키는 환영을 씌워 경비병의 모습을 하고 아스가르드로 돌아갔다. 개인적인 원한도 조금, 해결하면 더 좋고. 오딘이 왕좌에 앉아있다. 로키는 손끝에 마력을 모아 합했다.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떠나며 왕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미드가르드의 여자를 찾아가지도 않았다. 로키는 명예롭게 죽었습니다. 그리 말하는 토르의 눈은 슬퍼보였다. 그래서 로키는 순순히 토르를 보내주었다.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토르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그대로였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게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 토르는 무어라 반응할까? 불쑥 궁금증이 치밀었다. 그러나 먼 훗날 이뤄질 일을 미리 앞당길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나를 생각하긴 하나봐, 형? 로키가 환영을 지워내고 실재하는 제 입술을 끌어올렸다. 


'고마워.'







토르가 아홉 세계를 전전하며 무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는 동안, 로키는 오딘의 탈을 쓰고 아스가르드를 다스렸다. 헤임달도 그를 눈치채지 못했으니 모든 것은 순탄히 흘러갔다. 로키는 자신을 기리는 연극을 만들어 상영했으며, 동상을 만들어 세우기도 하는 등 아스가르드 곳곳에 그의 상징물을 남겼다. 토르의 머리색을 닮은 금빛의 궁전은 이제 로키의 동상과 뿔투구 모양 조형들로 가득했다. 토르의 푸른 눈을 닮은 아스가르드의 하늘은 이제 로키가 만든 것들을 비추며 빛났다. 

그러나 왕좌에 앉아 나라를 통치하면서도 로키는 허한 마음을 가릴 수가 없었다. 연극을 보며 토르 역 배우가 로키 역 배우를 끌어안고 우는 대목에서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그의 뺨에 떨어지던 진짜 토르의 온기가 생각나 입술을 깨물었다. 난간을 설치한 바이프로스트를 둘러보다가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 하던 토르의 손짓이 생각나 고개를 숙였다. 로키가 저 멀리 시야 끝에 걸리는 지평선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감상적이기는, 이제 와 새로운 것도 아니면서. 

토르의 부재는 늘 그를 외롭게 하는 것이었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여흥은 끝을 맺었다. 아스가르드로 돌아온 토르는 단번에 그가 오딘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묠니르를 상처 부위에 올려 누르는 행동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알겠어, 알겠다고. 그렇게 형제는 아버지를 찾으러 향했다. 두 사람의 짧은 미드가르드 방문은 사건의 연계로 이어졌다. 사실 그들에게는 숨겨진 형제가 하나 더 있었으며, 그녀는 나타나자마자 두 사람을 죽이려 했다. 그리고..... 결국 이 꼴이다. 바이프로스트에서 튕겨나온 그는 우주의 끝에 떨어지고 말았다.

로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먹을 쥐었다 피며 서성이는데 손바닥에 까슬하게 감긴 가죽의 질감이 생경했다. 아스가르드의 복식과는 다른 옷은 손등부터 손바닥까지 빈틈없이 채워진 기묘한 꾸밈새를 하고 있었다. 헬라의 공격에 엉망이 된 옷은 이미 치워버린 뒤였다. 낯선 곳에서 깨어나는 게 이것으로 도대체 몇 번째인지. 로키가 혀 끝으로 입 안을 쓸어내리며 한참이나 말을 헤맸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쥐고 움직이던 그는 운 좋게도 이 행성의 지배자를 만났고, 더 운 좋게도 그와 친해질 수 있었다. 로키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잡아채어 즉각 새 옷을 구했다. 녹색이 아닌 의복은 조금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익숙해지길 바랐다. 며칠 동안 혹여나 싶어 토르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친애하는 누이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바이프로스트도 응답하지 않아, 꼼짝없이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토르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소식없는 토르에게, 처음에는 왈칵 분노가 치밀었다. 알프헤임에서 누구씨를 구하느라 나는 진짜 반쯤 죽기까지 했는데, 사라진 동생을 신경도 안 써? 분노는 타올랐던 만큼 빠르게 꺼졌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나은 지 모르지. 아스가르드로 돌아가 봤자 기다리는 건 헬라요, 죽음 뿐일 테니. 토르가 자신을 두고 가 버린 거라면.... 그렇다면야 나도 신경쓰지 않겠어. 로키는 침을 삼키며 다짐했다.


칵테일을 홀짝이며 눈을 굴렸다. 요란한 것을 좋아하는 그랜드 마스터는 매일매일을 파티와 연회로 채웠다. 로키는 인파와 떨어져 커다란 창문 앞에 자리잡았다. 사카아르의 밤하늘은 아스가르드의 것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드물게 보이는 별빛을 주시하니 심장이 울렁거렸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 곳에서는 사랑받는다. 노골적이고 값쌌던 이상한 방송 내용이 불연듯 떠오른다. 도수 높은 술을 한모금 더 머금었다. 알콜이 지나치게 썼다. 사랑받는다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천천히 눈을 닫아 빛을 차단하면 어두운 눈꺼풀 뒤로 누군가의 얼굴이 반짝였다.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가 중요하지. 

'그렇지? 형.'

술잔 위로도 토르가 보였다. 로키는 잔을 내려놓았다. 신경쓰지 않기는. 토르와 함께한 천 년은 이미 몸과 마음에 깊이 스며든 뒤인데. 토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는지 초조해졌다. 혼자 헬라와 싸우러 간 건 아니지. 그렇다면 너는 진짜 멍청이야. 조금은 변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 거라고. 이마를 짚고 아무리 혼잣말을 해 보아도 듣는 이가 없으니 말은 황량하기만 했다. 




놀랍게도 토르는 몇 주 뒤에 로키의 눈 앞에 나타났다. 의자에 묶인 채. 살갑게 제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깜짝 놀라 표정이 굳었다. 살아있었네? 저도 모르게 그런 질문이 나갔다. 

토르는 로키가 예상했던 대로 당장에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대화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얄궂은 운명은 형제를 또 같이 묶어두었고, 로키는 토르의 옆에 섰다. 소란스럽던 밖에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새삼 토르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일부러 없는 말을 꾸며내 토르에게 말을 붙였다. 슬쩍 그의 눈치를 보면서. 


'어쩌면 나는 여기 남는 게 나을지도 몰라.'


전적으로 동의하마. 토르가 긍정했다. 로키는 눈을 굴렸다. 당황스러웠다. 지금 내 말에 동의한거야? 조심스럽게 운을 떼도 토르는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다. 살짝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난 너를 아꼈다 로키.'
'하지만 우리의 길은 오래 전에 갈라졌구나.'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진심인가? 토르의 눈을 보려 해도 옆 얼굴에서는 명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 때에, 저 눈동자에서 분명히, 짙은 감정을 보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로키는 당황했고, 그래서 토르가 어깨에 복종 디스크를 붙이는 것을 쉽게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람은 성장한다 말하며 빙긋 웃는 토르의 눈은 틀림없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심술맞기는. 로키는 숨을 헐떡이며 용병들에게 제안했다. 리더가 필요해 보이는군. 








그리고, 마침내,


'로키. 우리 결혼하자.' 심장이 바닥을 뚫고 추락했다. 


완전한 천둥의 신으로 각성한 토르는 어느 때보다 그와는 격이 달랐다. 목검을 휘두르던 토르를 멀리서 지켜보던 그 옛날, 자신은 이를 본능적으로 예상했던 걸까. 로키는 커다란 번개를 불러 일으킨 토르를 보며 피식거렸다. 질투보다도 놀라움이 앞섰다. 곧장 다리로 날아온 토르가 자신을 잡고 마주치게 한다. 무슨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나 싶었는데, 결혼이라고? 지금 뭐라는 거야? 로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토르를 살폈다. 눈을 하나 잃더니, 머리에까지 충격이 갔나? 


그러나 토르의 눈은 굳건했다. 시선이 로키를 붙들었다. 눈이 말하고 있다. 나를 보라고, 너는 어떻냐고 묻는다. 목울대가 울컥거렸다. 고함과 아우성이 난무하는 주위와 다르게, 시선이 이어진 그와 자신 사이는 조용했다. 심장만이 귓가에서 두근댔다. 새삼스럽게 로키는 깨달았다. 그래. 자신은 이미 오래 전, 그의 푸르른 눈이 저를 담는 순간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책을 읽다 토르의 얼굴에 홀린 그 날이 시작이 아니었다. 어쩌면 훨씬 전, 어쩌면 처음부터.

로키는 답을 향해 자신을 이끌고, 안내하고, 잡아당기는 토르를 느꼈다. 토르의 눈동자와 그 안에 담긴 감정이 그를 재촉했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외면하지 말라고. 어서 대답하라고. 머뭇거리는 자신에게 토르가 확언을 날린다. 


'너도 나를 사랑하잖느냐. 나도 널 사랑하니, 그럼 되었지.'


저 당당한 태도. 가히 왕이라 부를 수 있는 면이다. 늘 그랬다. 사냥에 가자. 올 거지? 곁에 서거라. 무엇이 되었든 간에 토르는 답을 정해두고 물어왔다. 우리의 왕은 너무나도 제멋대로가 아닌가. 백성들과 헤임달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려고? 나랑 결혼하면 후사는 어쩌게? 아, 뭐 사실 나는 서리거인이니까... 로키는 다른 곳으로 튀려는 생각을 화들짝 접었다. 


'사랑한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진정하려 했으나 잘 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로키는 발키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토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로키 오딘슨. 나의 형제이자, 친구이자, 나의 심장. 나를 남편으로 맞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겠소?'


그러나, 우습게도, 자신도 그랬다. 로키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토르를 좋아한다 자각한 순간부터 제정신은 아니었지. 안 그래? 이런 면으로 보자면 그도 아스가르드의 왕족이 틀림없었다.


'좋아, 그렇게 하겠어.'


그래서 기쁘게 허락했다. 이미 결과가 나와있는 상황이다. 토르도 알고, 자신도 알았다. 토르의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토르를 떠올리며 거울을 볼 때마다 제 눈 안에서 집어낼 수 있던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야 무의미한 반항은 필요 없었다. 로키는 손을 들었다. 고백하자마자 청혼이라, 대담한 게 딱 토르다웠고, 로키는 토르의 그런 면까지 사랑했다. 아니, 그의 이런 면을 좀 더 선호했다. 토르에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로키는 심호흡을 했다.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높았다. 감정에 온도가 있다면 이 정도일까. 



'토르 오딘슨. 아스가르드의 왕이자 나의 형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와 영원을 함께 걷겠어? 사랑을 맹세하겠어?'
'물론.'


토르의 입술은 예상했던 만큼이나 뜨겁고, 예상보다 몹시도 강렬했다. 











'정말 지구에 가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그럼, 물론이지.'

'....다시 말할게. 나를, 지구로 데려가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물론이야.'


토르는 연신 즐거운 낯이다. 로키만이 미묘한 얼굴이었다. 걱정말거라, 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 로키는 눈썹을 스윽 밀어올렸다. 부디 왕의 예감이 틀리지 않기를 빌지. 빈정거려보아도 토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등을 돌려 창에 기대면서 로키가 중얼댔다. ....형의 지구인 친구들이 날 좋아하지는 않을걸. 그 마법사는 어떻고? 또 삼십분 동안 떨어지는 건 사양이야. 토르가 로키의 턱을 잡아 가볍게 입술을 맞댔다. 걱정말거라. 로키는 토르에 대해 모르던 사실 하나를 추가했다. 애정표현을 좋아하는 타입이었가? 그동안 그런 기미는 없었는데. 흠. 뭐어, 이것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한정적인 행동이라면 기꺼이 응대해 줄 수 있었다. 


'그래, 걱정 안 할게.'


입술을 맞댄 채로 웅얼대니 간지러움이 퍼져나갔다. 소꿉놀이 하는 어린 애들도 아닌데, 다 큰 남자둘이서 이게 무슨 짓인지. 로키는 팔을 들어 토르의 목에 감았다. 혀를 내어 토르의 아랫입술을 쓸자 깊은 키스가 되돌아왔다. 


로키는 토르를 사랑했다. 토르는 로키와는 정말이지 다른 인간상으로,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앞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고는 했다. 그건 지금에도 변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청혼을 하질 않나, 남은 백성들이 함께 타고 있는 함선에서 침대로 넘어뜨리질 않나. 로키는 피난선의 방음 시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해 보았다. 그러다 쇄골께를 깨무는 토르에 의해 지금 처한 상황을 실감하는 거였다. 토르는 눈을 하나 잃었고, 나라를 잃었고, 친구를 잃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눈 앞의 이를 탐하려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로키는 토르의 속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로키는 토르가 아스가르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돌아오리라 믿었다는 것을 알고, 생각보다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자신이 토르를 더 오래 사랑했고, 감정의 깊이 또한 지지 않을 것이었다. 토르에게 전할 생각은 없었다. 다 알고 있었단다 하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괘씸함이 치민다. 거기다 자신은 누가 뭐래도 장난의 신이었으니, 이런 부문에도 장난이 따르는 것이야 당연하지 않은가? 

변하지 않을 사실은 로키가 토르의 곁에 서리란 것이었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두 사람은 형제이자 그보다 더한 감정적 교류를 이어왔고 그것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터였다. 온갖감정을 다 빚어넣어 굳힌 것이 그와 토르의 사이였다. 단순하지 않아 복잡한 느낌의 총체. 그토록 로키는 토르를 사랑했다. 토르도 그럴 것이었다. 











'그으래서... 둘이.... 결혼했다고?'
'정확하네 친구여.'
'참.... 축하할 일이네.'


토르의 미드가르드 친구들이 몹시도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로키는 토르의 등 뒤에서 그런 그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건... 꽤나 괜찮았다. 로키가 씨익 웃었다. 토르의 말이 맞았다. 다 잘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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