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선멸악 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본 적 있다.

 어느 유명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인데, 팬들이 그 사람이 이때까지 쓴 게임 스토리의 내용이 을 표현하자면 징선멸악이라고 했다고 한다.

 선한 사람이 벌을 받고 악한 사람은 죽음을 맞는다.

 어릴 적 봤던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과 그에 대적하는 악당 결말은 언제나 권선징악이었고, 나는 그런 세상을 바랐기에 착하게 살면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년 후 사회로 나가서 알게 된 것은 결국 사람은 적당히 간사해야 산다는 것이었다. 

 착하면 착할 수록 얕보이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고 아랫것 취급을 받는게 세상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느냐, 그것도 그것대로 뒤에서 엄청 욕을 먹는다.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걸까.

 적당히 악한 사람. 하지만 나는 그런 사소한 악함도 용납할 수가 없다. 사람이 늘 착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제 이익을 챙겨야 할까. 도대체 그런 막돼먹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어떤 것일까. 

 이따금씩 만화에서 보았던 것 처럼 악한 사람들이 착한 주인공에게 패배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그들의 최후는 두가지다. 갱생하거나 개죽음을 당하거나. 

 내가 조금 더 좋아하는 건 개죽음이다. 악은 악이다. 어느정도까지 봐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건 그 악에게 피해를 받았던 사람들 몫이지 않을까. 

 현실에도 그런게 있으면 좋겠다. 정말 누가 봐도 걸어다니는 인성 쓰레기인 사람을 죽여도 처벌 받지 않는 거 말이다. 오히려 정상참작으로 감형 되거나, 큰 일을 해낸 용기가 가상해서 시민상을 준다거나... 

 말도 안되지. 하지만 왜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을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죽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는 걸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법은 왜 사라졌는가. 악한 짓을 한 것 자체가 이미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에서 벗어난게 아닌가. 

 권선징악이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징선멸악이 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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