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 키세 아카시 미야지 타카오 






쿠로코 


쿠로코는 바로 안된다고 함. 싫다, 못 보내겠다, 다시 생각해달라도 아니고 '안된다'라고 해서 얘가 원래 이런 애였었나 싶음. 

쿠로코는 만약 자신이 시한부여서 당신에게서 떠나간다면 마음이 아프지 않겠냐고 함. 마음은 아프겠지.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님. 쿠로코는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자신은 지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함. 이렇게 당신을 보내면 나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제발 곁에 있게 해달라고 함. 나는 그런 쿠로코를 거절하지 못함.

그 후로 쿠로코는 나의 병을 간호함. 내가 고통스러워하건 악을 지르건 쿠로코는 상냥하게 다 받아줌. 그리고 내가 죽을 때, 쿠로코는 작은 목소리로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함.






키세


키세에게는 내가 시한부라는 것 자체도 숨김. 나는 키세보고 진지하게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다고 함. 너를 사랑하기에 나름대로 노력해봤지만 너랑 사귀는 것은 너무 힘들다. 매 순간 너와 나의 차이를 통감하는 것도, 네가 여자, 아니 심지어 남자에게까지 인기가 많은 것도, 스캔들을 신경 쓰는 것도 이제 다 질리고 지친다. 이제 여기서 그만하자고 함.

키세는 나를 잡기는 하지만 정말 제대로 잡지는 못함. 연인이 이런 생각을 하도록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니까...

헤어진 후 키세는 다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음. 자기도 노력해봤지만 닿지 않았던 걸까 싶기도 하고, 무엇에 후회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후회도 되고.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그렇게 쉽게(쉽지 않았다는 거 알고는 있음) 놓아버린 전 애인이 원망스럽기도 함. 그래도 속으로 마음을 추스르지 나를 찾지는 않으며 살아감.

나는 키세가 그런 마음을 가졌을 것이란 걸 알고 있음. 그래도 이 자식 끝까지 연락 안 하는 거 봐라. 하지만 원망스럽다거나 그런 건 아님. 내 계획이 정말 성공한 거고. 그렇게 나는 혼자 죽음. 

나중에 키세가 내 죽음을 알게 되든 알지 못하든 상관 없음






아카시


사실 아카시에게서는 훌쩍 떠나버릴 수가 없음. 어느 병원을 다녀도 결국 아카시의 귀에 들어갈 것이며 내게 의사들을 입막음시킬 수 있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님.

아카시는 나의 치료에 관련하여 모든 것을 최상급으로 준비함. 병실, 시설, 의료진 등... 나는 그것을 받아들임. 

아카시는 나의 치료와 상태에 대한 모든 것을 체크함. 그러면서도 그는 절대 내게 좌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음. 나는 그런 아카시가 안타깝고 그에게 미안함.

우리 이제 그만할까. 흘리듯이 말했지만 꽤 어렵사리 나온 내 말을 아카시는 듣지 못한 척함. 아카시는 자연스럽지 않게 말을 돌림. 전에 잘 먹었던 간식, 더 간을 약하게 해서 준비하라고 해봤어. 괜찮지? 나는 그 이후로 그만하자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않음. 

죽음의 순간, 나는 아카시에게 '잘 살아'라는 말을 남김. 아카시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함.

아카시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를 떠올림. 자신의 생각 속, 집 안, 모든 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음. 아카시는 자신도 그를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함. 그러나 죽음을 택하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감. 






미야지


난 일부러 사소한 것에도 트집을 잡고 짜증을 부림. 미야지는 원래 내가 가끔씩 신경질을 부리던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포용하기로 함. 하지만 그게 이어지면서 미야지도 참고 참다가 터짐. 뭐가 불만이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얘기하라고 함.

나는 아 들켰냐고, 사실 네가 질린다고 말함. 내가 변덕스러운 건 원래 알고 있지 않았냐. 이제 그만하자고 함. 미야지는 신경이 사나워진 상태에서 그러자고 함. 

헤어지고 나서 미야지는 계속 내 생각이 남. 물론 미야지는 아직 상처 받은 상태임. 하지만 한 번은 잡을걸 그랬나, 그렇게 보내지 말걸 그랬나 싶음. 

후에 미야지는 내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됨. 미야지는 심히 충격 받고 온갖 사람이나 장소를 뒤져서 결국 나를 찾아냄. 미야지는 나를 보며 왜 속였냐면서 눈물을 펑펑 흘림. 나는 시한부라서 찬 걸 들켜버렸기도 하고 이제 와서 가라고 하기도 뭐하게 되어 미야지를 받아들임. 미야지는 내가 죽는 날까지 간병해주고 시간을 같이 보냄. 죽는 순간에도 손을 잡아준 채로 평온하게 갈 수 있게 해줌. 미야지는 죽어가는 나를 향해 그 좋은 목소리로 종알거려줌. 그러다가 내가 죽고서야 말을 멈추고 눈물 흘릴 것 같음. 






타카오


상냥한 목소리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자기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를 달램. 자기는 마지막까지 같이 있고 싶다고, 네 곁에 있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함. 나는 그 말에 감화되어 허락함. 

타카오는 이전에 비해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음. 하이 스펙 남자친구로서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고 시한부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지도 않음. 나는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헤어지지 않기를 잘했다 싶음.

어느 평온한 날, 타카오는 네가 죽으면 나도 같이 죽을까, 라는 말을 흘림. 타카오만은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놀라서 바라보니 농담이었다고 함. 뭘 그런 걸 농담으로 하냐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 장난이었다고, 자기 안 죽는다고 하며 사람 좋게 웃음.

나는 죽고, 타카오는 나를 따라죽지 않음. 그 이후로 타카오는 진심으로 활짝 웃는 순간이 그다지 없을 듯.






어떻게 나올까 하고 생각의 흐름에 따라 써봤는데 따라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요 현실적임




이른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