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추천/ Going Home - 김윤아







수상한 동거

w. 흑두


03. 변화의 미학








"따가워도 조금만 참아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두준을 마주한 요섭이 그의 얼굴 위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연고를 묻힌 손가락이 두준의 입가를 부드럽게 쓸어냈다. 어쩔 수 없는 따가움에 작게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린 두준이, 숨을 죽이곤 평소보다 가까이 다가온 이를 내려다 보았다.

무언가를 따로 묻지 않았다. 다만, 작은 토닥임이 함께 했다.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상황을 볼 수 있었을 때쯤, 그의 눈가에 어려있던 물기가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저도 모르게 뻗었던 손에 흠칫 놀라 소매로 벅벅 눈가를 문질러댔던 것도.

집 주인은 저 인데. 구급함이 있는 곳은 또 언제 본 것인지, 거실의 장에서 제 집인냥 자연스럽게 꺼내오는 것은 꽤나 우습기까지 했다.  눈을 감아보라기에 가볍게 감았다가도, 가까워진 온기에 실눈을 떠보이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꼭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때에, 제 밑 바닥을 보여줬는데도 이리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마 이 사람의 배려 덕분이겠지.


"미안해."

"…뭐가요."

"안 봐도 될거 보게 해서."

"그게 형 잘못인가요, 뭐. 서로 필요에 의해 사는 건데…."


담담하게 이야기 하며 제 손에 붙어 있던 밴드를 제 얼굴에 가져다 붙이는 요섭에 두준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간 키득였다. 뭐가 웃기냐는 듯 깊게 패이는 미간이 그의 감정을 대신해주는 듯 했다. 그것도 잠시, 이리저리 어질러 놓았던 구급함을 깔끔하게 정리해 닫은 요섭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저도 모르게 일어나는 요섭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은.

짧은 정적이 흘렀고, 잡힌 제 손목을 한 번,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두준을 한 번 바라본 요섭이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정말이지, 꼭 제 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같았다. 어찌나 제 속내를, 제가 원하는 바를 기가 막히게 알아 맞추는 지. 너무나도 원했던 그 물음에, 피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두준이 "월세."하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린 요섭이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입을 앙 다물었다. 바라는 것이 많은 얼굴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냥 말하는 것이, 이렇게 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귀엽다. 처음으로 느끼는 두준에 대한 생경한 느낌에 큼, 하고 목을 가다듬은 요섭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간,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눈동자를 마주 했다. 그렇게나 어른 같이, 다른 세계의 사람같이 느껴졌던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보니 어린 아이같다, 꼭.


"말 해요, 들어줄게요."

"…너도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해?"

"…절대 아뇨."

"난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해."


몇 분, 몇 초마다 그 사실이 내 목을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이야. 어머니를 위한다고 하는 일이, 잘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니까. 내가 편하려고, 내가 힘들기 싫어서. 결국은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불행을 외면하는 꼴이야.

알잖아. 그 자식 그렇게 좋은 남편인 척, 좋은 아버지인 척 하는 걸 그냥 두고 보는게 어머니한테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거.


두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에 견주기엔 너무나도 자잘한 부모님을 행복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제 거짓말들이 말이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놀다 들어온 그날, 무릎이 심하게 까져 있어 걱정하던 부모님께 별 거 아니라며 씨익 웃어보였던 것도. 도와주겠다며 엄마가 끓여놓은 김치찌개에 소금을 들이 부어놓고는 내내 말을 하지 않았다간 혼이 났던 일도.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술에 취한 손에 스쳐 깨져버린 접시를 몰래 치우다 손가락에 상처가 났을 때도.

부모님의 행복을 바라고 했던 일이었지만 실은, 혼이 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두준처럼.


"사람은 다 그렇게 살아요."

"……."

"있잖아요, 되게 모순적일 순 있지만.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요."


요섭의 손이, 이리저리 상처가 난 두준의 손위에 얹어졌다. 토닥토닥, 천천히 두드리듯 하던 것이 그대로 손을 감싸왔다. 따스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왔고, 흔들리는 눈으로 요섭을 바라보던 두준이 그가 하는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 순간에 집중했다.


"그렇게 착한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착한 사람이 아니면 어때요. 나는 살아야죠."

"……."

"지금은 그게 옳지 못한 행동인걸 알았으면 된거에요. 조금씩 고쳐나가면 되죠. 지금 당장은 용기가 없겠지만, 형은 해낼 거잖아요."


나는 네게, 무슨 답을 바라고 집안 사정을 구구절절 얘기한 것일까. 그런 자잘한 것은 생각할 새도 없이 우수수 뱉어버린 말들을 천천히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줄곧 듣고 싶었던 말은 그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지금은 그대로 괜찮아요, 형."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엇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왔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도 그랬고,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지금도 그랬다. 누군가 제게 직접적으로 완벽하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완벽해지고자 했다. 조금의 엇나감도,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럴 기미가 보이면 한없이 예민해졌고, 결국 제 사람들을 상처내기도 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야하는 직업이잖아, 연예인이란게."

"……."

"당장 나부터 행복하지 않은데,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어."


내 안의 어떤 것을 보이기 싫었던 거였다. 그것이 보여지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두려워서. 포장된 이미지, 정리된 생활, 그것이 제 모습인 냥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보이며 살았다. 그렇게 계속 겹겹이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았던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니까 더더욱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늘 미소짓고 있던 표정에 담긴, 일말의 씁쓸함이 당신의 본모습이었다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매일 밤을 불안함에 살았다면 그것은 안 될 일이었다.

무어라, 대답을 하려다가도 입을 꾹 다문 두준이 제 손 위에 얹혀진 그 손을 고쳐 잡았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였다. 충동은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났고, 숨죽인 공간에는 시곗소리만이 가득찼다. 천천히,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무엇을 하려는지 인지하지 못한 듯한 시선과, 내리깔린 시선은 줄곧 서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숨결이 피부에 닿아오던 순간.


"…형!"


누군가 급하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곤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다급한 목소리는 분명, 익숙한 것이었다. 그 상태로 멈춰선 두준이, 성큼성큼 거실까지 들어와 저와 요섭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 멈춰선 이를 보곤 제 머리를 헤집었다.

동운이었다.

다정하던 눈빛이 차갑게 변하는 것은 순간이었다. 요섭의 손을 놓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두준이 천천히 굳어버린 동운에게로 다가갔다. 


"…그게, 대표님이 찾아 오셨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이 되는 마음에-."

"……."

"말도 없이 막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듯, 빠르게 눈치를 채고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하는 동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반사적으로 올라간 두준의 손을 가볍게 잡아오는 것은 또한 요섭이었다. 언제 또 저를 따라 일어난 것인지, 순간적으로 그를 돌아본 두준의 당황한 시선을 마주하곤 고개를 단호하게 저어버린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매니저님 맞으시죠?"


어울리지 않는 밝은 요섭의 목소리가 숨 막히던 공간에 가득 찼다. 푹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 동운이, 영 탐탁치 않은 얼굴로 요섭을 바라보았다.







* * *






"자, 맛있게 드세요!"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던 닭볶음탕을 식탁에 내려놓은 요섭이, 저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씩 웃어보였다. 이런 상황이 얼떨떨한 두준과,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동운에도 아랑곳 않는 행동이었다. 꼭 제 집인 냥,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준 요섭이 어서 먹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이 마지 못해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니까, 두준이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동운에게 손을 들었던 그 순간. 그를 제지한 요섭이 동운에게 뜬금 없는 인사를 하고선 한다는 말이 고작 "저녁 안 드셨죠? 같이 드실래요?"였다. 그게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두준은 결국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고, 그가 그렇게 웃는 것을 처음 본 동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었더랬다.

영 어색한 동운과 두준을 식탁 의자에 그저 앉혀놓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던 요섭은, 조금 오랫동안 요리를 해더니 식탁 위에 음식들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함께 웃기지도 않은 식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제가 매니저라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문득 드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뱉어내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운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요섭은 아무렇지 않게 툭 내 던지듯 답을 해왔다.


"그렇게 혼 날 거 알면서도 집에 막 들어올 만큼 형을 걱정하는 사람이 매니저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

"누구보다 자기 연예인을 걱정하는 건 매니저 분들이죠."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얜 뭐지? 였다.

그렇게나 반대했던 일이었다. 동거인을 구한 다는 것은. 그리고 결국 두준에게서 구했다는 답을 받았을 때, 사실은 얼마나 가나 두고보자 했던 동운이었다. 제가 아는 두준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가족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 연예인의 매니저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두준의 집안 사정은 가히 심각했다. 폭력과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에,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어머니, 그리고 중간에서 모든걸 감내해야 했던 두준. 누가 봐도, 비뚤어질 수 밖에 없는 가정환경에서 이상할 정도로 반듯하게 자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는 역시나 빈틈이 있었고, 그 빈틈에는 항상 제가 존재했다. 무엇 하나라도 엇나가면, 제게 먼저 화를 내던 사람이었다 두준은. 그리고 어쩔 때는, 꼭 제 아버지 처럼 참지 못하고 손을 들기도 했다. 아까 전 처럼 말이다.

학습된 폭력성에 두준은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저에게 화를 내고서, 한동안 저를 부르지 않는 것도 결국은 그런 이유였다는 걸, 동운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미워할 수 없었고, 어쩌면 동정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모르는 척,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저를 어떻게 대하든, 참아내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를 위하는 일이라고.

그를 다 아는 것은 저 뿐이라고 생각했다. 매니저인 저 뿐이라고. 그래서 그 것에 웃기지도 않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남들이 모르는 두준의 모습을 알고 있다는 그 것에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공유하는 이가 생겼다. 그것도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하고 끝끝내 제가 하지 못했던 컨트롤까지 해 버리는 이가.


"…미안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게 사과를 건네는 이는 또한 두준이었다. 소름이 끼치도록 낯선 상황에 동운은 무어라 제대로 된 대답을 찾지 못하곤 결국은 신음 하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한다는 말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었다.


"내일 오전 스케줄은 전부 비워뒀어요."

"……."

"…푹 쉬고, 점심 드시고 나와요."


그 말들에 두준이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주억였다. 동운에게 있어선 최선의 화해 방식이었다.


"두준이 형 촬영 들어가면, 매니저님은 뭐 하세요?"

"…저야 뭐, 형 기다리면서-."

"언제 한 번 차 한잔 해요. 심심한 사람들끼리."


정말이지, 참 걱정없는 애다. 생각치도 못한 제안에 당황한 동운이 대답대신 두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두준의 시선이 줄곧 요섭게에 가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매니저님 들어오셔도 괜찮죠?"

"둘이 친구 먹는건 내가 불리한데-."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는 것 하며, 오늘 두준의 새로운 모습을 몇 번 째 보는 지 모르겠다. 동료 연예인들에게 지어보였던 미소와는 차원이 다른, 진심이 담뿍 담긴 미소와 다정한 말투. 그리고, 온전히 그에게 집중한 모습도. 이토록 생경한 모습은 어쩌면. 정말 어쩌면.


"저는 좋아요."


친해지면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 * *





새학기에 들어서면서 요섭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사를 한 것도 그 중 하나였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게 된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학생회의 일원이 됐다는 것이었는데, 나서기 꺼려하고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섭에게는 꽤나 큰 결심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기광의 입김이 있긴 했지만 조금은 달라져 보자하는 제 의지도 몇 할은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첫번째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상반기 계획은 이정도면 됐고, 곧 한빛제니까 축제 준비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해볼 사람?"


평소보다 유난히 피곤한 날이기도 했다. 전날, 두준, 동운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간 동운을 배웅한게 새벽녘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오후에 스케줄이 있을 두준을 두고 몰래 집을 나와 학교에 다다를 때까지 연신 하품을 하던 요섭이었다.

전공 수업을 듣기도 전에 들렀던 학생회실에서 2시간 넘게 이어지던 회의에 지쳐가려던 참이었다. 거의 테이블에 눕듯이 턱을 괴고 있던 요섭이, 저의 손을 대신 번쩍 들어버리는 기광에 미간을 찌푸렸다.


"요섭, 기광이 그리고 또?"


결국은,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축제 준비위원회에 들어가게 되어버린 요섭이었다. 짧게 이어진 공지를 마지막으로 앞다투어 회의실을 나서는 사람들 사이에 낀 요섭이 제 옆에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기광을 꽤나 무섭게 노려보았다.


"뭐. 노려보면 어쩔건데."

"이걸 확 죽여버릴 수도 없고."

"님 나 없으면 아싸잖아."

"너무나 진실이라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결국은 덩달아 웃어버리게 된다. 그래, 어차피 하게 된거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학생회의 일원이 된 것도 어쨌든 기광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그, 윤두준한테 부탁할 수는 없을까?"

"야…!"


저도 모르게 기광의 입을 급하게 손으로 틀어막은 요섭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다행인지, 방금 전까지 회의를 함께 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제 신세한탄을 하며 걸어가기 바쁜 상태였다. 그리고 제 손에 붙들린 이를 바라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깨닫지 못하고 히죽 웃어오는 것이 주먹을 부른다.


"내가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튼. 축제 게스트 같은 건 말이야, 한 번 물어봐 볼 순 있잖아. 동거인 좋은게 뭐냐."

"형이 가수도 아니고…."


터무니 없는 기광의 말에 난감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는 요섭에 비해, 기광은 다른 곳에서 이미 흥분을 한 상태였다.


"형? 혀엉?!"


그 반응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그를 바라보는 요섭이었다. 아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무어라 부른단 말이냐. 그새 그렇게 친해졌냐며 난리 부르스를 추는 기광에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저은 요섭이 발 걸음을 재촉했다. 빠르게 저를 따라오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채근하는 것은 애써 모르는 척 말이다.


- 언제 시간 돼요?


그 와중에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한 요섭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덩달아 요섭의 등에 코를 그대로 박아버린 기광이 신음하며 뒤로 두어발 물러났다. 등 뒤에서 코를 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기광을 아는지 모르는지, 핸드폰 화면에 뜨는 '손동운 매니저님'이라는 글자에 씨익 웃어보인 요섭이었다.

전날, 저를 바라보는 눈빛에 탐탁치 않음이 가득 어려 있어 밤새도록 걱정했던 것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실 줄이야.


"어쩌면, 완전 불가능한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축제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두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에 저도 모르게 신이 난 요섭이 뭐냐는 듯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들이미는 기광의 이마를 손으로 꾹 밀어냈다. 그리고 문득, 금새 신이 난 제 모습에 낯설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요섭이었다.

언제부터 제가 두준에 대해 이렇게나 알고 싶어했다고.

그저 진상인 룸메이트를 피하기 위한 피신처였다. 아니 조금 더 생각하면 고마운 은인이었고 한 편으로는 빛이 나는 사람. 부럽고 존경스러운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의 두준은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 처음 마주하는 그의 모습에 모든게 낯설었지만, 또 낯설지 않았다. 드는 감정은 딱 한 가지였다. 감싸주고 싶었다. 얄상한 동정같은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당신이 어떤 것 때문에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게, 동운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그려지는, 전날 밤의 두준의 나약한 모습들이 제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본능적으로 그를 토닥였던 것도, 그리고 아무말 않고 그의 곁에 있었던 것들도. 그리고 끝끝내 제게 털어놓았던 그 진심들은 조금의 오바를 보태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제게 두준은 어떤 존재인걸까.


"야, 무슨 말이냐니까?!"


새학기가 되었다. 요섭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아주 많은 변화들이.






이곳저곳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계속 붙들고 있다간 못 올릴 것 같아 일단 올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올려요.

나중에 부분 수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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