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탄은 밤새 말코를 쓰다듬을 기세의 맥시를 겨우 달래 방으로 데려왔다. 방에는 루디스가 미리 받아놓은 듯한 미지근한 물이 욕조에 가득 담겨있었다.


맥시는 콧물을 훌쩍이며 따뜻한 물에 언 손을 녹이다가 힐끗 그를 쳐다봤다. 




"루디스를 불러줄게. 이제 그만 씻고 쉬어"





그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침대 맡에 걸려있는 종을 흔들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베개 옆에 있는 이 종을 흔들어. 바로 올게"





아무런 장치도 없는 종을 흔들면 대체 어떻게 듣고 오는거지? 그녀는 의아하게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어느새 들어와있는 루디스에게 당부의 말을 건내고는 방을 나가고 없었다.









루디스가 몽실몽실한 거품을 내 맥시의 몸을 꼼꼼히 닦아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맡기며 간지러운듯 킥킥 거렸다.





"오늘 영주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봐요"





루디스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맥시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만 내놓은채 거품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녀가 문득 뭔가 생각난듯 루디스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건냈다.






"루, 루디스"


"네 아가씨"


"고,공주님...은...와,와,왕자님이랑...결혼하..는..거,거지..?"


"그럼요. 공주님은 왕자님과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성에서요"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 맥시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궜다.






"아가씨?"


"그..그럼.. 아, 안예쁜 공주는..?"


"네?"


"아,아니야..."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미지근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공주님 옷을 입고 도도하게 기사들의 입맞춤을 받던 자신보다 앳된 로제탈의 모습이 스쳐갔다. 공주님은... 로제탈인걸. 



그녀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 루디스는 영문을 모른채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주다가 맥시밀리언이 평소에 즐겨입던 슈미즈를 꺼냈다. 지금의 맥시가 입기엔 조금 길어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춤을 끈으로 조이고 있을때 다시 그녀의 입이 열렸다.






"루, 루디스"


"네 아가씨"


"이, 이 옷을...이,입던 고,공주님은... 예..예뻤지..?"






루디스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할 말을 생각하다가 이내 인자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귀뒤로 넘겨줬다.





"그럼요. 맥시밀리언 칼립스 귀부인께서는 더없이 아름답고 현명하신 분이시죠. 또 얼마나 용감하셨는지 몰라요"


"그, 그 분 이..이름도, 나..나랑, 가, 같았어?"


"네, 아가씨도 조만간 그 분 처럼 아름답고 훌륭한 귀부인이 되실꺼예요"







맥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칼립스가 아닌걸. 나는 크로이소야... 




그녀의 머릿속이 슬픔에 잠겼다. 어느새 잠자리 준비를 마친 루디스가 그녀를 침대에 눕힌뒤 머리맡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손에는 로드리고가 구해온 동화책 한권이 들려있었다.





"동화책을 구해왔는데 읽어드릴까요?"





맥시는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과 왕자님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던져주던 책보다 더 어렵고 먼 이야기 같았다. 





"오, 오늘은... 피,피..피곤..해서."





그녀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루디스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조용히 이불 덮은 그녀의 배를 쓸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벌써 잠든건가"





비스듬히 벽에 기대서있던 리프탄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 루디스에게 물었다. 추운 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감기라도 걸린건가. 열이라도 나는게 아닐까. 수 많은 질문이 그의 목구멍을 맴돌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듯 루디스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귀부인께서는 백마탄 왕자님을 찾고 있는게 아니신것 같네요"






리프탄은 무슨소리냐는 눈빛으로 루디스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영문 모를 웃음만 지은채 조용히 인사를 건내고 그를 지나쳤다.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그는 꼿꼿한 자세로 서서 방문을 뚫을 듯 노려보며 혹시라도 그녀가 실수로라도 종을 흔들지 않을까 모든 청각을 문 너머로 집중했다. 아직 깊게 잠이 들지않았을꺼야. 그는 초조하게 창밖을 주시했다. 깊은 어둠속에 별빛이 설탕가루처럼 반짝였다. 




그는 문득 맥시밀리언의 콧잔등에 뿌려진 주근깨를 떠올라 입가를 핥았다. 달다. 그의 메마른 입술이 달게 느껴졌다. 어린 맥시와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리프탄의 입매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해가 뜨면 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줘야지.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간의 기억은 잊는건가. 아무렴어때. 너는 너일뿐이야. 또 다시 너를 데리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면 그만이야. 내가 너를 기억해.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창 너머로 밝게 빛나던 별 하나가 꼬리를 그리며 떨어졌다. 저 별을 주워다 너에게 주면 너는 또 한번 웃어줄까. 그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바보같은 상상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해가 뜨면 그녀를 마을에 데려가리라 생각했다. 모든지 널려있는 그곳에서 네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모조리 사줘야지. 짐칸이 큰 마차를 준비하는게 좋겠어. 



아, 너무 달콤하고 말랑한 생각이다. 그는 벽에 머리를 기댔다.





* 본 연성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경 및 소재의 저작권은 '상수리나무아래' 김수지 작가님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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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아래_연성을 쓰고 있습니다. 죽기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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