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발매한 <코튼 캔디 데이즈> 등장인물의 능력이 <헌터헌터>의 캐릭터와 겹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2004년에 만화책을 비롯한 여러 문화 생활을 끊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BL을 제외한 만화책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웹툰도 몇 개만 봅니다. 이영싫 읽은 적 없어요...) 해당 연도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그때 큰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헌터헌터>도 너무 오래 전에 읽은 탓에 짚이는 부분이 전혀 없었는데 다행히도 찾아내어 글을 씁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찾아낸 유사성은 <헌터헌터>에 등장하는 '베제'라는 캐릭터와, <코튼 캔디 데이즈>에 등장하는 '안톤'이라는 캐릭터의 능력이었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키스로 상대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비교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베제: 180분 사랑의 노예(인스턴트 러버)
입술을 빼앗긴 자를 180분간, 자신에게 반한 마조히스트 노예로 만드는 조작계 능력. (출처: 위키피디아 https://ja.wikipedia.org/wiki/HUNTER%C3%97HUNTER%E3%81%AE%E7%99%BB%E5%A0%B4%E4%BA%BA%E7%89%A9)

안톤: 키스 능력자
키스 당하면 5분간 행동의 자유를 잃는다. 단, 몸은 모든 자유를 빼앗겨도 생각은 아니다. (출처: <코튼 캔디 데이즈> 본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낀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해당 캐릭터를 찾아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 공지계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데, <코튼 캔디 데이즈>는 2014년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오 마이 히어로>라는 작품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해당 소설에서도 안톤이 등장하는데요. 스토리 진행을 위해 사람을 조종하는 캐릭터가 필요해서 집어넣었습니다. 능력이 발휘되는 조건을 키스로 정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당 캐릭터가 수염 캐릭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입 안으로 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턱에 닿은 수염이 까끌까끌 피부를 문질렀다."


단지 이 문장을 쓰고 싶어서 키스로 정했습니다...

<코튼 캔디 데이즈>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 마이 히어로> 세계관에는 리듬게임을 하면서; 주변 사람을 조종하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그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조종 능력'에 플러스 알파로 정한 게 하필 키스였을 따름입니다.

히어로 세계관, 이능력자 세계관의 창작물은 정말 많고 많고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능력을 만들어내든 어딘가에서 이미 쓰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흔해빠진 능력, 또는 히어로물에 적합하지 않은 이상한 능력을 주자고 정했습니다. 키스 조종 능력은 그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어차피 비중 없는 조연 캐릭터이기 때문에 특정 작품이나 캐릭터를 의식하면서 만들 만큼 공들이지도 않았고요.

혹시나 '키스로 상대를 조종하는 능력'이 <헌터헌터>에서만 사용된 고유의 능력일까 싶어 따로 검색도 해 보았습니다. 동일한 능력이 <죠죠>, <야마다와 7명의 마녀> 등에서도 나온다고 합니다. 라이트 노벨 등에서도 사용된 듯해요. 키스로 상대의 힘을 봉인하거나, 정신을 교체하거나, 능력을 복사하거나, 상대를 죽이거나, 사물을 검으로 만드는 설정 같은 것도 존재하네요.

아무래도 키스가 야릇한 느낌을 주면서도 19금에 걸리지는 않는 행동이기에 특별한 능력의 발동 조건으로 많이 쓰이는 듯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코튼 캔디 데이즈>를 읽으며 <헌터헌터>의 캐릭터를 떠올리신 분들이 이 해명글을 읽으실지는 모르겠으나, 모쪼록 오해 푸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번 일은 아무리 조연이라도 제가 게으르게 캐릭터를 짰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서 캐릭터를 설정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완결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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