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엠티가지마
 
 
“안돼”
“돼”
“안된다고 했다”
“된다고 했다”
 
 
후.김민석 내가 안된댔지?
 
 
오세훈이 입바람을 불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참나 저러면 내가 무서워 할줄 알고? (조금 쫄았다)
 
 
“왜 안되는데? 너는 엠티 갔다왔잖아!”
 
 
그렇다.지금 나와 오세훈이 싸우는 이유는 ‘MT’ ..모텔아니고 엠티때문이였다.나는 심기가 불편 하단걸 어필하듯 발을 쾅쾅 굴렸다.그러면 이에 질새라 오세훈도 눈썹을 팍 찡그려트리며 나를 노려본다.
 
 
“나랑 너랑 같아?”
“...?”
 
 
나랑 너랑 다를게 뭐있냐.같은거 달린 사내인데 나는 가자미 눈을 한채 오세훈을 흘겼다.
 
 
“지금 그말 웃긴거 알지?”
“아니..아씨..”
 
 
오세훈은 콧방귀를 뀌는 내말에 뒷머릴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너 엠티가면..”
“....”
“술도 먹고”
 
 
참나 당연히 엠티가면 술을 먹지 (밤 새 놀거다)
 
 
“그러다가 다른새끼가 찝쩍대면 어떡해”
“....”
“나는 네가 다른새끼랑 얘기하는것도 웃는것도 싫단말야”
 
 
입술을 삐죽이던 오세훈은 시선을 발끝에 둔채 중얼대다시피 말했다.오세훈은 항상 불안해했다.내가 자기를 버리고 다른놈한테 갈까봐.사실 오세훈이 저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한차례 이별의 고통이 찾아왔기때문이다.
 
 
그걸 아는 나는 오세훈의 불안을 덜어주려 온갖 애를 썼지만 그래도 오세훈의 마음 한구석엔 그날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은 모양이였다.고개를 축 늘어트린 오세훈이 오늘따라 왜이리 작아보이는지 모르겠다.그래서 나는 그저 말없이 오세훈의 널찍한 품에 안겨 오세훈을 위로하듯 토닥였다.
 
 
“나 어디안가 세훈아.민석이는 세훈이곁에 있는데~?”
“..그게 뭐야”
“그니까 불안해하지말라구 바보야”
 
 
예전에 영화관에서 오세훈이 다른 여자에게 번호를 따였을때 불안해하던 나를 보고 오세훈이 해줬던 말을,이제는 내가 오세훈에게 해준다.토닥토닥 일정하게 오세훈의 등을 토닥이자 오세훈이 강아지마냥 내품을 파고 들었다.
 
 
덩치만 컸지 완전 아기다 아기
 
 
2.그래서 엠티는 갔대?
 
 
오세훈은 나와 같은 대학교를 가서 C.C커플을 한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나는 오세훈에 비해 성적이 좋지않아 면접때 떨어지고 말았다.
 
 
분명 떨어져서 속상한건 나인데 왜 오세훈이 울었는지 모르겠다.오세훈은 찡찡대며 재수를 하면서까지 나와 같은 학교에 간다며 난동을 피웠고 나는 제발 그러지말라고 오세훈한테 빌었다 (사실 쇼부를 봤다)
 
 
그결과 나는 오세훈네 학교와 20분정도 거리차이가 나는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다.
 
 
원래 가고싶었던 과는 공대였는데 성적때문에 쌩뚱맞은 중국어과에 들어가게됐다.그리고 거기서..
 
 
“하하 우리 민석이 형아랑 재밌는거 할까~넝담~”
“욤뵹 똘구인네”
 
 
김준면과 토종 중국인 장이씽을 만났다.김준면과 장이씽은 나와 같은 반류였다.김준면은 순둥한 얼굴답게 토끼가 혼현이였고 생긴것과 달리 욕을 입에 달고사는 장이씽은 양이였다.욕쟁이 양..
 
 
“민석아 너 엠티가지?”
“당욘가야지! 설마 밍속 안가?”
 
 
장이씽과 김준면이 눈을 끔뻑이며 쳐다본다.나는 가방에서 무거운 전공책을 꺼내며 말했다.
 
 
“당연히..”
“....”
“가지!!!”
 
 
오세훈은 내가 엠티에 가는걸 허락해줬다.대신 30분에 한번씩 연락을 해야하지만
 
 
3.헤어지자
 
 
우리가 고3 그러니까 수험생이 됐을때 얘기다.나와 오세훈,그리고 박찬열은 같은반이 됐고 변백현과 김종대가 같은반이 됐다.반대로 김종인은 예체능으로 빠지는 바람에 아예 반이 갈리게 됐다.
 
 
오세훈과 같은 반이 되어 좋았다.그러나 나는 때아닌 사춘기를 앓았다.
 
 
‘엄마는..’
‘....’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에겐 결혼전에 진중하게 만남을 이어가던 남자가 있었다.남자는 마을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고 반류가 백호인터라 희소성이 엄청났다.그래서 뭇 처녀들은 남자의 눈에 들기위해 애를 썼다.
 
 
엄마는 남자의 끈질긴 구애로 그와 연애를 하게 됐지만 엄마의 친구이자 오세훈네 엄마가 첫눈에 반한 상대도 그 남자였다.운명의 장난일까.오세훈네 엄마는 그 당시 유명한 집안이였다고했다.그래서 친구의 남자를 빼앗았고 남자는 더 큰 권력을 얻기위해 엄마를 떠나갔다.
 
 
‘세훈이를 보니 알겠더라’
‘....’
‘주연이와 그이를 많이 닮았어’
 
 
엄마의 속사정을 듣고 나는 멍했다.그런 아픔이 있는줄도 모르고 엄마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한평생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엄마의 앞에 자신을 버린 남자와 똑같은 오세훈이 나타났을때 어땠을까
 
 
오세훈을 만났을때 해는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오세훈도 자신의 어머니에게 모든걸 들었는지 표정이 어두웠다.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오세훈에게 다가갔고 오세훈은 발장난을 치다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
‘세훈아’
 
 
깊은 호수같은 두눈이 나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울렁거렸다.그러고보니 이 담벼락아래서 오세훈이 내게 처음으로 고백을 했지
 
 
‘우리...’
‘..민석아’
 
 
그리고 나는 너에게 고했다.
 
 
‘헤어지자’
 
 
4.결혼을 위하여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어째 민석이는 더 어려지는데..”
“오세훈은 왜 늙었어?”
 
 
다른대학교에 입학한 변백현과 김종대가 낄낄대며 말했다.그러자 물수건으로 손을 닦던 오세훈이 눈썹을 휘며 두사람을 노려보았다.
 
 
“오세훈 원래 노안이였잖아”
“와 세훈이형 노안이였어요?”
 
 
당연하단듯 말하는 박찬열과 두눈을 동그랗게 뜬채 묻는 도경수의 말에 오세훈은 어이없단듯 실소를 터트렸다.지랄한다 이렇게 잘생긴 노안봤냐?
 
 
“지 입으로 잘생겼대.재수털린다”
“맞아 민석아 헤어져”
 
 
오세훈은 자기가 잘생긴걸 안다.김종대가 나에게 오세훈과 헤어지라 이르자 오세훈은 김종대를 매섭게 노려봤다.어이구 우리 세훈이 삐졌네.나는 오세훈의 등을 쓸어주며 키득댔다.
 
 
불판위 고기들이 지글지글 익어갔다.항상 고기를 먹을때면 굽는 담당은 박찬열이였기에 어김없이 박찬열 손엔 집게와 가위가 있었다.나는 밑반찬들을 집어먹으며 우물댔고 물을 마시던 도경수가 문득 입을 열었다.
 
 
“종인이형 완전 유명해졌던데요.이럴줄 알았으면 싸인 좀 받을걸”
 
 
불퉁한 목소리로 투덜대는게 귀여워 쳐다보자 변백현은 차가운 소주병을 따곤 쫄쫄 잔에 부으며 말했다.내말이 씨발 그 꼴통이 제일 유명해질줄 누가 알았겠어
 
 
음..내가 보기엔 변백현이나 김종인이나 비슷했던것 같은데?
 
 
“야 고기 다 구웠으니까 알아서 먹어”
“오예!”
“잘먹겠습니다-”
 
 
뿌연 연기가 나는 불판 사이로 박찬열이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고 오세훈은 누구보다 빠르게 젓가락을 놀리더니 이내 고기 여러점을 내 앞접시에 담아주었다.
 
 
“이새끼 또 팔불출짓하네”
“이제 얘네 부르지마.존나 눈꼴시려”
“우리도 칙칙한 니네 보기싫거든”
 
 
오세훈의 행동에 변백현이 질색을 하며 말했다.오세훈은 익숙하게 변백현의 말을 받아치곤 알콜이 넘실대는 소주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짠하자 짠
 
 
“그래! 우리 엄청 오랜만에 본거잖아”
“맞아요 뭐라고 하면서 짠할까요?”
 
 
도경수의 말에 김종대는 입술을 감쳐물며 고민했고 박찬열은 눈꼬릴 휘며 나와 오세훈을 번갈아 가르키곤 입을 열었다.
 
 
“오세훈 김민석 결혼을 위하여?”
“좋다 그걸로 하자”
“콜콜”
 
 
아 무슨 결혼을 위하여야 결혼 생각도 안하는데.나는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반면 오세훈은 좋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큼.오세훈과 김민석의 행복한 결혼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둘이 꼭 결혼해라~”
“형들 빨리 결혼하세요”
 
 
우렁찬 목소리에 고깃집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며 박수를 쳤다.그러고선 한마디씩 내뱉는데 다들 행복한 결혼생활하라고 말한다.아니..우리 아직 결혼 안했거든요?!!
 
 
“민석아 우리 진짜 결혼해야겠다.그치?”
“....”
 
 
내 기분도 모르고 해사하게 웃는 오세훈의 입에 상추를 쑤셔넣었다.
 
 
5.재앙의 시작
 
 
캠퍼스에도 벚꽃이 활짝 피고 풋풋한 사랑을 하는 커플들이 생겨났다.멍하니 턱을 괸채 창밖을 바라보다 한숨이 터져나왔다.
 
 
“좋을때다”
 
 
오세훈과 18살때부터 연애를 해 지금까지 2년간 연애를 했다.남들이 보면 오래연애한다고 생각하겠지? 나도 좀 풋풋하게 사랑도 하고 어? 오세훈이랑 알콩달콩 맛난거 먹여주면서 캠퍼스걷고 싶은데..
 
 
“민석아!”
“..으잉???”
“뭐하는데 넋을 놨어”
 
 
현실은 풋풋과 멀었다.하긴 연애초기가 좋았지 콩깍지도 안벗겨지고 물론 내가 지금 콩깍지가 벗겨졌단건 절대 아니고! (강한부정)
 
 
“그냥..근데 왜?”
 
 
하얀 모자를 쓴 김준면이 비어있는 내옆자리에 앉았다.그나저나 얘는 흰 모자를 쓰니까 더 토끼같이 보인다.김준면은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입을 열었다.
 
 
“민석아 너 클럽가봤어?”
“...클럽...?”
 
 
클럽에 가봤냐 묻는데 왜 은밀하게 묻는지 모르겠다.나는 김준면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클럽은 한번도 가본적이없다.나도 가보고 싶어 한번 오세훈한테 가고싶다 말했다가 엄청 혼나고 학교를 나가지도 못했다 (왜 못나갔는지 말하진 않겠다)
 
 
“응.하하 대학생인데 클럽도 가보고 해야지~”
“..누구누구 가는데?”
 
 
솔깃했다.김준면은 도련님같이 생긴 외모와 달리 클럽이나 술자리를 무척 좋아했다.내 물음에 김준면이 당당하게 말했다.장이씽이랑 나
 
 
“우리 셋이?”
“응.A대학교 근처에 클럽하나생겼는데 물 좋대”
“...음.갈까...”
 
 
잠깐 근데 A대학교면 오세훈네 학굔데...
 
 
“가자.거기 바텐더형이 이씽이랑 친해서 우리 술 공짜로 준대”
 
 
헐..진짜? 김준면은 아예 나를 꼬시려고 작정을 했는지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나는 김준면의 말에 넘어갔다.
 
 
“그래.나도 클럽갈래!”
 
 
근데 그게 재앙의 시작이였다.
 
 
6.오세훈의 그림자
 
 
오세훈한텐 조별과제때문에 학교에 있는다고 뻥까지쳤다.내문자에 오세훈은 그럼 야식을 사가지고 간다고 해서 깜짝놀라 장이씽을 보자 장이씽은 능숙하게 나대신 키패드를 놀리며 오세훈에게 답장을 보냈다.
 
 
우리셋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김준면과 장이씽은 클럽에 몇번 간적이있지만 나는 쌩초보란 말이다.김준면이 어거지로 입힌 자칭 꾸러기스타일인 맨투맨과 개목걸이같은 악세사리가 불편에 얼굴을 구기자 장이씽이 낄낄대며 찐만두같다고 놀렸다.
 
 
지금 시간에 오세훈은 분명 집에 있을거다.설마 만나진 않겠지.괜히 불안해 손톱을 씹어대자 장이씽이 남자친구땜에 불안하냐고 물었다.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 밍속”
“응?”
“안걸려 안걸려”
 
 
근거없는 자신감인지 장이씽은 나를 안심시켰고 나는 가슴을 쓸며 불안한 얼굴로 장이씽과 김준면 뒤를 졸졸 쫓았다.
 
 
어둠이 서린 밤엔 네온사인 간판이 화려하게 빛났다.김준면의 말대로 새로 생긴 클럽앞엔 줄이 길게 늘어선 상태였다.나는 괜히 손등을 덮는 소매를 죽죽 늘였고 김준면은 눈짓을 하며 들어가자고 했다.
 
 
쭈구리 마냥 몸을 잔뜩 움츠리고 들어서자 김준면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이렇게 주눅 들었냐고 내등을 때렸다.아씨 네가 남친있는데 클럽와봐! 괜히 죄 진것처럼 무섭단 말야.게다가 오세훈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데..
 
 
“밍속 춤 출 거야?”
“나? 나 춤 안출래”
“그럼 여기있을거야?”
“응응”
 
 
EDM 사운드가 빵빵한 클럽안,나 혼자만 어색해 보였다.목덜미를 문지르며 장이씽 말에 거절을 하자 장이씽은 그럼 술먹다가 내키면 스테이지로 나오라고 했다.고개를 대충 끄덕이니 김준면과 장이씽이 스테이지로 사라졌다.
 
 
오세훈은 뭐하려나.바텐더 형이 만들어준 알록달록한 칵테일 잔을 매만지며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홀드를 눌렀다.심심한데 한번 연락이나 해볼...
 
 
[부재중 통화 12건]
 
 
“...?”
 
 
..켁.뭔 부재중 통화가 12건이나 돼?


놀라서 눈을 깜빡이며 입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민석아 나 니네 학교앞인데 아직도 조별과제해?]
 
 
...헐
 
 
[강의실 불 다 꺼져있네.끝난거야?]
 
 
미친 어떡해..
 
 
[왜 전화도 안받아?]
 
 
씨발..
 
 
[아ㅋㅋㅋ설마 아니지 김민석]
 
 
수전증 환자마냥 손을 달달 떨었다.
 
 
[너 지금 클럽에 있냐?]
 
 
좆됐다


7.아무래도 나는 좆됐다
 
 
오세훈의 마지막 문자가 온건 밤 12시
 
 
그리고 내가 그 문자를 확인한건 새벽 1시
 
 
그러니까 나 좆된거지? 그치?
 
 
“술 더 드릴..”
“됐어요!!”
 
 
바텐더 형아의 말을 야무지게 거절하고 자리를 박찼다.씨발 망했어 망했다고! 나는 패닉이 된 상태로 주저앉다시피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절망했다.아니 내가 클럽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설마 내 몸 어딘가에 위치추적기를 심은거 아냐? 사람이 불안에 휩싸이니 과대망상까지 생겨난다.
 
 
“어떡해..어떡하지?”
 
 
이를 딱딱 씹으며 핸드폰을 움켜쥐었다.장이씽과 김준면에게 내 남친이 나를 죽이려 클럽에 온다고 말하고 싶어도 인파가 워낙 많아 두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게다가 두사람은 내가 없어도 신나게 노는 것 같으니 말 안하고 가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입술을 질겅이며 한참 고민을 하던때,별안간 드르륵-손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후니♥]
 
 
악!!!!!!!!!


8.꼼짝마
 
 
헐레벌떡 그나마 클럽에서 조용한 화장실로 몸을 우겨넣었다.그새 뛰었다고 이마에 땀이 잔뜩 맺혔다.오세훈의 성격답게 핸드폰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통화를 이어갔다.나는 심호흡을 하곤 최대한 자연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으응~세훈아”
 
 
화장실 벽 안으로 쿵쿵-일렉트로닉 음악이 들렸다.안돼..씨발 제발 오세훈 청각이 좋지않았으면..
 
 
-어디야
 
 
오세훈 목소리는 축 가라앉았다.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아..나 조별과제 끝나고 친구집이야! 막차가 끊겨서 친구네서 자고 가려고”
 
 
이정도면 먹히지 않을까?
 
 
-하
 
 
...먹..혔나?
 
 
“세훈아 내 걱정하지 말구 먼저 자는게...”
 
 
다행이였다 먹혀들었...
 
 
-친구집? 언제부터 클럽이 친구집이 됐어
 
 
...안먹혔네
 
 
“아니..그게 세훈아..”
 
 
화난 오세훈은 존나 무섭다.평소와 다르게 얼굴도 굳히고 욕도 하고..바로 눈앞에 오세훈이 있는 것 같아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하니 오세훈이 낮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꼼짝말고 가만히 있어.괜히 도망치지 말고
 
 
네.도망안칠게요


9.싸움의 끝은...
 
 
“흐응..!”
“씨발 엉덩이 똑바로 안들어?”
 
 
눈물이 났다.씨발 클럽 한번 갔다와서 이게 뭔 개고생일까.나는 훌쩍이며 엉덩일 들었고 오세훈은 자비없이 내 몸을 파고 들며 피스톤질을 했다.
 
 
“흐엉..나쁭,흑!”
“뭘 잘했다고 울어”
 
 
게다가 이 자세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자세인데.오세훈은 숙여지는 내 고개를 강제로 붙잡아 들어올렸다.뒤에서 받아치는 오세훈 때문에 미칠지경인데 우는 나를 달래주기는커녕 더 무섭게 내치는 탓에 서러웠다.
 
 
“흐..아프,아푸”
“참으랬지”
 
 
퍽퍽-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나는 훌쩍이며 시트에 얼굴을 부볐고 오세훈은 빠르게 내벽을 긁으며 허릿짓을 했다.질척한 숨소리와 땀냄새가 풍기면서 훅-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
 
 
오세훈 이 나쁜놈 콘돔도 안썼어


10.깊은 산기슭 하얀 호랑이
 
 
“니네 싸웠니?”
 
 
야금야금 오렌지를 먹던 나는 엄마의 말에 헛기침을 했다.내 반응에 엄마는 그저 힐끗 쳐다보곤 혀를 찼다.나이가 몇인데 세훈이랑 싸우고 그래.보나마나 네가 또 잘못했지?
 
 
“..아니거든!”
“발끈하는거 보니 맞구만 뭐”
 
 
우리 엄마 완전 무당이네.근데 엄마 아들 나잖아.나 김민석이잖아! 왜 오세훈 편들어!
 
 
“엄마 아들 나거든? 왜 오세훈 편들어!”
“얼씨구.세훈이가 일부러 화냈겠어? 엄만 다 알아”
 
 
흥.아무것도 모르면서.괜히 입술을 삐죽이자 엄마가 오렌지나 먹으라며 접시에 오렌지를 담아줬다.짜증나 오물대며 오렌지를 먹었다.씨이..맛있고 난리야
 
 
“이번엔 또 뭐 때문에 싸웠어?”
“....”
 
 
엄마 말에 차마 오세훈이 그짓을 너무 많이 해서 싸웠다고 할수없었다.그래서 그냥 포크를 입에 문채 얼버무리자 엄마가 그럼그렇지 란 얼굴로 나를 본다.오세훈은 요새 보약을 먹는다.그게 어디에 좋은건지 모르겠는데 그걸 먹은후로 힘이 엄청 세졌다.물론 정력도 말이다.그래서 밤낮 할거없이 나를 괴롭혀 대는데 당사자인 나만 죽을맛이였다.어제만 해도 그랬다.어찌나 힘이 남아 돌아 허리를 쳐대는지 나는 그날 요단강을 수십번도 넘게 건넜다.
 
 
“참 어제 세훈이가 엄마한테 꽃선물해준거 있지”
“..세훈이가?”
 
 
응.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주연이 그 기집애가 세훈이 참 잘키웠더라
 
 
참나.언제는 욕을 하더니 이제는 또 친해진거야? 심드렁하게 물으니 엄마가 오렌지 껍질을 치우며 말했다.원래 친구 사이가 다 그런거야.욕하면서도 어느순간 정 때문에 친해지지
 
 
“그래서 좋았겠네~세훈이한테 꽃도 받고”
“그럼.얼마나 좋았는데 너는 세훈이가 사귀어주는거 고맙게 생각해”
“....”
 
 
오세훈이 사귀어주는게 아니라 내가 오세훈이랑 사귀어주는거야 엄마.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하자 엄마가 콧방귀를 꼈다.퍽이나 그렇겠다.세훈이 아님 너는 평생 장가도 못가
 
 
“아 또 장가얘기”
“왜-예전엔 네 나이때 다 결혼하고 시집갔어”
“지금은 아니거든요?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혼이야”
 
 
오세훈은 빨리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아니였다.우선 나는 누릴거 다 누린다음에 결혼을 최후의 보류로 생각했다.그래서 결혼은 되도록 마지막에 하는게 최선책이라고 보는 주의였다.엄마는 세훈이 같이 좋은애 만나서 빨리 결혼하면 좋지.걔가 워낙 잘났니? 엄마 친구중에서도 세훈이 소개시켜달라고 난리났어 라고 말했다.헐..난리까지 났어?
 
 
“..진짜?”
“그래.다들 세훈이 눈독들여 혼현도 좋지 집안도 좋지 뭐하나 빠지는게 없잖아”
“....”
 
 
그건 그렇지..손톱옆에 난 거스러미를 뜯어내며 엄마의 얘기를 들었다.빈 접시를 들고 개수대에 넣던 엄마는 빙그르-몸을 돌려 내게 말했다.참 민석아 엄마가 엊그제 꿈을 꿨는데
 
 
“응”
“글쎄 엄마가 엄청 깜깜한 산을 오르고 있었거든?”
 
 
응.핸드폰 홀드를 누르니 오세훈에게서 문자가 왔다.
 
 
“불빛 하나도 안보이는 산을 오르는데 저멀리서 하얀게 보이는거야”
 
 
[아직도 화 안풀렸어 민석아..?]
 
 
나는 오세훈의 문자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자세히 보니 하얀호랑이,그니까 백호인거 있지”
 
 
[나 화 다 풀렸어 세훈아] 오세훈에게 답장을 보내고 고개를 들자 고무장갑을 낀 엄마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거 혹시 태몽아니니?”
 
 
태몽 아니구 그냥 개꿈 같아 엄마.영혼 없는 내말에 엄마는 김이 샌다는 듯 몸을 돌리며 궁시렁 댔다.어휴 백호가 나오는 꿈은 좋다는데 옆집 지혜 엄마한테 꿈이나 팔아야겠네
 
 
“엄마 나 세훈이 만나러 갔다올게”
“그래.세훈이한테 꽃선물해준거 고맙다고 전해줘”
“알았어요”
 
 
쏴아-물소리가 가득한 주방에서 흥얼대는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렸다.나는 핸드폰을 대충 손에 쥔채 밖으로 나왔다.
 
 
“..진짜 태몽인가”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 그런지 기분이 찜찜해 괜히 편평한 배를 문질렀다.
 
 
“에이 아니겠지”
 
 
참나 태몽은 무슨.절대 아닐거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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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청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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