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린이 어른스러움을 버리고 제 나이에 맞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던 그 시각, 동대문으로 향하던 지성 일행(지성, 성운, 지훈, 진영, 대휘 + 묘두사 & 이정빈)은 비도 오지 않는 하늘에 치는 엄청난 천둥 번개를 목격했다.

유독 번개가 한 장소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지니 누가 봐도 뭔일이 벌어지고 있는게 확실했다.

그리고 동대문에 가까워질수록 말을 안듣던 차는 아예 엔진이 멈춰버렸다. 

"으... 정말 이상해... 아까부터 맛이 간다 싶더니 결국 안 움직이네 ㅠㅠ 대체 뭐지?" 가까스로 갓길에 차를 댄 지성이 더 이상 차로 이동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지성이 말하지 않았어도 본넷에서 나는 연기를 보고 기겁을 한 대휘를 시작으로 모두들 차를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아까 복구되었던 전력도 모두 다시 나가버려서 서울 강북의 도심은 다시 한번 어둠에 잠겼다.

"하늘이 완전 핏빛이야. 저기 동대문 방향 맞지?" 

성운이 검붉은 하늘을 가리킨 직후, 짙은 잿빛 구름을 뚫고 청룡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희망에 찬 눈빛을 쏘아보내기 무섭게 청룡이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곧장 아래로 수직하강하기 시작했다. 

!!!!!!!!!!!!!!!!!!!!!!!!

"뭐야 청룡 왜 저래?!"

어둡기도 했고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아이들은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다른 영안을 가진 진영의 눈에는 보였다. 청룡은 쇠사슬에 엮여서 몸부림치는 것이었고 당연히 물고 있어야 할 여의주, 즉 청룡보주가 온데간데 없었다.

물론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도 추락하는 청룡의 모습을 보고 이미 늦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굉음을 내며 청룡이 지상으로 추락한 이후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하나 같이 근심, 걱정, 우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쳐서 그랬다.

"얘들아, 동대문은 이미 틀린 것 같아. 지금이라도 남대문으로 가야겠지?" 착잡하기는 누구나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맏형 지성이 기운을 내서 수정된 계획을 제시했다.

"그래. 다들 기운내자. 그래도 한가지 사실은 알았잖아. 인의예지신에 맞춰서 애들을 데려간 이유. 사신수를 소환하려는 거였어." 성운도 일부러 명랑한 목소리를 가장했다. 이리저리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둘째형으로서의 맡은 바를 톡톡히 해냈다.

[그렇다면 저들보다 서둘러 숭례문으로 가야할테니 서두릅세.] 이정빈도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렇게 북쪽으로 이동중이던 아이들은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서 경보에 가깝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하철 2호선 라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을지로4가역, 을지로3가역, 을지로입구역을 지나 시청역 부근에 도달했다.

덕수궁의 입구인 대한문에 다다랐을 무렵, 대휘가 눈에 띄게 힘들어했다.

"형, 우리 좀만 쉬어! 이러다 대휘 죽겠어." 지훈이 선두에 있는 지성과 성운을 향해 외쳤다. 

대휘는 사실 아까 전부터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지만 자신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어서 이를 악물고 따라가고 있었고, 진영은 바로 옆에서 고생하는 대휘를 위해 열심히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감히 쉬자는 얘기는 하지 못하고 머뭇대기만 하자 지훈이 나선 것이었다.

"그래, 조금 쉬자. 우리가 동대문 그 사태를 보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그런지 아직 그 놈들 이 근처까지 못온 것 같아."

"응, 내가 지금 열심히 숭례문 광장 쪽을 보고 있는데 아무도 없어." 

여태까지는 서쪽으로 쭈욱 걸어왔지만 이제는 남쪽으로 한블록만 내려가면 숭례문이었다. 아직 시야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 걸 보면 서둘러서 그런지 여유가 있어보였기에 지성과 성운 모두 휴식에 찬성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는 대휘는 바로 철퍼덕 앉아서 '저 형이 왠일이래?'하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진영은 지훈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훈은 고마울 거 없다면서 츤츤대며 멀어졌지만. 

그리고 여기서 쉬기로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지훈이 형!"

모두들 지금 환청을 듣는게 아닌가 싶었다. 어디선가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여기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속삭이는 소리여서 긴가민가 하기도 했고.

"지훈이 형!!" 이번엔 속삭임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

대한문 위에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길쭉한 실루엣의 한 남자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관린이? 정말 관린이야?" 

관린이 대답대신 온몸을 던져서 놀란 토끼눈을 한 지훈을 품에 꽉 안았다.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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