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퀘스트 "신생 에오르제아"부터 "홍련의 해방자"까지의 내용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 바랍니다.
* 드림요소, 개인적인 캐해석으로 인한 캐붕에 유의하세요.
* 선동과 날조가 가득합니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자연에서 파랑이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눈속임에 불과하다. 우아하게 날개를 팔랑이는 모르포 나비도, 일부분이 새파란 색을 띠는 공작 깃털도 죄 빛의 산란으로 인한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늘 푸르르다 여기는 하늘과 바다마저도. 우리의 눈에 파란색으로 보이게끔 구조를 비튼 것이지 실상은 전혀 예상치 못할 정도로 초라하다. 그렇다면 모험가는 어떠한가. 빛의 전사라고 추앙받는 하이델린의 사도는 정말 악을 무찌르고 에오르제아를 구원할 영웅이 맞는가?


생각보다 교전이 길어졌다. 어느 한쪽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그럴 것이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였다가는 단 한순간에 허무하게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 누구도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미래와 영토의 존속을 걸었다. 지루하리만큼 이어지는 전투의 한가운데에 선 이는 단연코 빛의 전사라 불리는 자였다.

모험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였다. 각 진영의 주축이나 다름 없었으니 더욱이 적당히 할 수도, 질 수도 없었다. 모험가는 숨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이다. 일격에 끝내야 한다.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저 하나가 무너지거든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이 두 손으로 모든 이를 구원해야만 한다.


"벗이여."


막 무기를 들고 적에게 달려들던 찰나였다. 미동조차 없이 가만히 서 있던 남자는 미소 띤 얼굴로 나지막히 그녀를 불렀다. 모험가는 순간 멈칫했다.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제국의 황태자는 지극히 본인의 쾌락만을 위해 싸우는 인물이다. 제국측이 이득을 보건 손해를 보건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그러니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지킬 것이 많은 자는 잃을 것 역시 많았으므로. 황태자가 말을 이었다.


"너는 이 싸움이 질리지 않나."


평소 그의 언행을 생각하자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말이었다. 오로지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자가 저런 말을 하다니. 모험가는 자세를 고쳐 잡다 말고 몸에 힘을 쭉 뺀 채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갑자기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그녀의 표정에도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질리지 않느냐는 말이다. 즐기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닌…… 사명을 짊어지고 '싸워야만' 하는 것이…… 너는 숨이 막히지도 않나."

"……."


모험가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황태자는 정확한 곳을 꿰뚫었다. 모험가는 지쳐가고 있었다. 민필리아는 그녀에게 어둠을 밝힐 희망의 등불이라고 했으나 그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모험가는 무기를 든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것을 지켜본 황태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지었다.


"자, 벗이여. 나와 함께 떠나자.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어떠냐. 나와 갈 테냐."

"…… 제노스. 나는,"

"████ !"


등 뒤에서 그녀의 이름이 불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려다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저도 모르게 무기를 들어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날붙이가 서로 맞닿았다 떨어지며 불꽃을 튀겼다. 모험가는 제노스의 일격을 겨우 튕겨냈다. 실로 엄청난 힘이다. 덩치가 그녀의 두 배는 되는 데다 이제는 초월하는 힘까지 얻었으니 간극이 좁힐듯 좁혀지지 않았다. 모험가는 제노스를 노려보았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태세를 정비했다.



이거 정말 기깔나는 내용으로 써야지 해놓고 왜 이걸 이렇게 써서 임시 저장해 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죄송합니다 (_ _)

일단 마음에 들면 엮어먹고 보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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