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언제나 떨리는 일이었다. 100석이 조금 넘는 객석이 절반 이상 채워진 것에,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이 모두 연예인이라는 것에 놀란 팀원들이 연신 객석을 흘깃거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는 고개를 돌려 마이크를 찼다. 저곳에 정준과 석윤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그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기도,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들이 제 무대를 평가한다는 건 기분 나빴지만 자신이 얼마나 아무렇지 않은지, 얼마나 재능있는 가수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마음의 갈래를 잡지 못한 경수는 인이어 대신 낀 이어폰을 확인하며 목을 풀었다. 보려 하지 않아도 석윤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바로 보였다. 고개 돌리지 말 걸.





"도경수."





차라리 빨리 무대를 하는 것이 맘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열없이 눈을 깜빡이던 경수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를 찬 가온이 제 옆에 서있었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연습을 하는 내내 편하게 지낸 것도 아니었기에 가온의 부름은 꽤 낯설었다. 경수는 의아함을 숨기지 않은 채 그를 바라봤다. 잠시 머쓱한 얼굴로 뒷목을 쓸어내리던 가온이 애꿎은 눈을 크게 굴리다가 경수에게 다가섰다.





"무대 잘 하자."

"...어, 그래."

"실은."

"...."

"지난 번에 네가 한 말 듣고 생각 많이 했거든. 좀 쪽팔리고 화도 나고 기분 나쁘기도 했는데, 네 말이 틀린 게 없잖아."

"...."

"그래서 사과하려고. 내가 잘못한 거 인정하고 용서 빌고 싶어서 여기저기 연락하고 있어. 세훈이한테도 했고."

"...."

"...그냥, 말해주고 싶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경수는 가온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허공을 응시했다.





"사과도, 강요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어, 그럼. 당연하지. 그때의 내가 잘못했다고, 그때의 내 행동이 옳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거니까. 욕해도 되고 어디 글 올려도 상관없다고 했어.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뭐든 다 감당하겠다고."

"...."

"그냥. 그러기로 했어. 네 말대로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 남의 빛 뺏어다가 얻은 자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서 사과하고 용서 빌어보려고."





항상 신경질적으로 보이던 가온의 인상이 한결 풀려있었다. 경수는 그런 가온의 얼굴을 흘깃거리고는 잘 고정된 이어폰을 다시 만지작거렸다. 가온이 세훈에게 사과를 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연습이 끝난 뒤 따로 찾아와 사과했다는 말을 세훈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세훈의 앞에서는 잘 된 일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사실 경수는 가온의 사과를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 데뷔조의 윤곽이 드러난 지금 그의 사과가 온전히 순수한 의도로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제게 말을 거는 가온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 조금 놀랐다. 백현의 말처럼, 정말 모두가 석윤과 같지는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끼고 마음썼던 석윤이 한 선택이 그가 할 수 있던 선택 중 가장 최악이었다고. 그걸 깨닫자 절로 허탈감이 들었다. 이런 걸로 마음 상해봤자 결국 제 손해일 뿐이란 걸 알면서도. 숨쉴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대를 준비해달라는 스태프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경수는 마이크를 손에 쥔 채 작게 숨을 골랐다. 불쑥 불쑥 치미는 것은 분노로 자라 슬픔이 되었다 포기로 흩어졌다. 너는 어떻게. 너는 어째서. 목끝까지 차오른 것이 아프고 따가웠다. 차라리 물어볼 걸 그랬나. 그 순간의 너는 단 한순간도 두렵지 않았는지, 내가 걱정되지도 않았는지. 따지기라도 해볼 걸 그랬다. 그래서 나아질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속을 갈무리하지 못한 경수는 일그러진 얼굴을 닦아내기라도 할듯 뺨을 쓸었지만 마음은 나아지질 않았다. 급기야 마이크를 쥔 손이 덜덜 떨려오기까지 하자 양손을 맞잡은 경수가 필사적으로 백현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언제나 올곧은 눈으로 저를 보던 백현의 시선이나 흔들림없이 저를 잡아주던 목소리를 떠올리면 항상 떨림이 사라졌다. 백현아. 경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백현의 이름을 한번 불러보았다. 그저 부르는 것만으로도 떨림이 조금 가시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C조 무대 올라갈게요!"





좋은 무대를 해야지. 누구도 손가락질 못 할 무대를 해야지.

굳은 다짐만큼 굳세게 마이크를 쥐었다. 앞서 올라가는 팀원들의 등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은 경수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













무대를 하는 내내 떨지 않았다. 마이크를 쥔 손에 잔뜩 힘을 준 경수는 저를 헤집듯 찍는 카메라도, 뜻모를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들도 피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시선을 주지 않으려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 정준이나 석윤의 얼굴 또한 마찬가지였다. 죄를 지은 것은 경수가 아니니까. 경수는 피할 이유도, 의무도 없었다. 그러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경수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강렬한 조명이나 무대의 난이도 때문은 아니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부딪히는 시선은 견디는 것만으로도 경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무대를 내려오면서 비틀거린 경수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걸음을 옮겼다. 마이크를 반납하기 무섭게 다가온 카메라가 제 얼굴을 찍어대는 것에 뭐라 만류할 수도 없었다.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가 어색해 보이기라도 할까 온 힘을 다해 미소를 지은 경수는 정신을 반쯤 놓고 있었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경수씨는 어때요?"

"...경수 긴장 풀렸나봐요. 정신 차려!"





경수의 어깨를 끌어안은 가온이 장난스레 몸을 흔들었다. 저를 도와주고자 그러는 걸 알기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경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때마침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종인이 경수를 불렀다. 경수는 종인에게 인사하는 것을 핑계삼아 카메라를 벗어났다. 끈질기게 따라온 카메라 렌즈가 등 뒤로 느껴졌다. 제발. 숨을 쉬고 싶었다. 경수는 도망치듯 종인에게 다가섰다. 그의 표정이 어두운 걸 눈치챈 종인이 당황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형, 왜-"

"경수야!"





무대를 완벽하게 끝낸 것만으로 다 된 게 아닌가. 손바닥 가득 새겨진 손톱 자국이 꼭 낙인과 같았다. 저를 쫓아오는 카메라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충동에 입술을 벙긋거리던 경수는 때마침 저를 부르는 백현의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겨우 닫히자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백현이 허겁지겁 제게 다가왔다. 경수는 제 앞에 선 백현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이미 엉망이었던 얼굴 탓에 가까이 있던 종인이 걱정 어린 얼굴로 경수의 팔을 잡았다.





"무대 끝났어? 이제 우리 차례인데 엄청 떨린다. 너도 떨렸지?"





대답을 듣지도 않고 쏟아내는 말은 두서가 없었지만 어떤 마음으로 저를 향한 것인지는 잘 알았다. 경수는 손을 뻗어 제 곁에 다가온 종인과 백현의 손을 꼭 잡았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제 불안을 읽은 듯 두 사람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괜찮아."





하지만 두 사람 다 무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 말을 보태고 싶진 않았다. 경수는 카메라 앞에서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나 너무 긴장했나봐. 내려오니까 막 어지럽네."

"많이 어지러워?"

"형 빨리 가서 앉아있어."

"들어가 있을게. 잘 해."

"빨리 가."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잡아당기는 종인과 달리 백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수는 백현이 어렴풋이 제 거짓말을 눈치챘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잘 해."

"화이팅!"





당장이라도 제 이름을 부를 듯 쳐다보는 백현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이대로 보냈다간 저 때문에 무대를 망칠 요량이었다. 결국 경수는 놓았던 백현의 손을 다시 잡아당겼다.





"나 잘했어."

"...."

"나 무대 엄청 잘했으니까 너도 잘 하고 와. 우리 약속했잖아."





아까보다 나아진 목소리 덕인지 딱딱하게 굳었던 백현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든 백현은 이내 알겠다며 입꼬리를 양쪽으로 늘렸다.





"잘하고 올게."

"응."





언제나 잘해왔던 백현이기에 걱정은 없었다. 경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백현의 등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잘 해야지. 너랑 같은 무대에서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더 잘 해야지. 다짐하면 할수록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경수는 그것을 구태여 삼켰다. 삼키지 않고 뱉어내기가 무서워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






















[특별 무대 뭐냐]





ㅅㅂ 장난하나

누가봐도 어그로끌려고 급하게 잡은 거 티나잖아


그 그룹 컴백하는 주에 딱 맞춰서 ^특별 무대^



파이널 준비하기도 바빠죽겠는 애한테 특별 무대니 뭐니 해서 얼굴 보게 만드는 거 봐 ㄹㅇ 노양심 아니냐?

처음에 아9 시작했을 때도 도경수 나온다고 동네방네 기사 수백개씩 쏟아내더니 마지막까지 ㅈㄹ이네



진짜 짜증난다


솔직히 천추의 한 짤도 그렇고 속마음 인터뷰도 그렇고 그때 그 일에 뭔가 있었던 거 뻔히 보이잖아


만약에 진짜 경수가 잘못한 거였으면 김ㅈㅁ이 왜 회사까지 때려치고 경수랑 나왔냐고






댓글 +999


ㅇㄱㄹㅇ 김준1면 그 당시에 이그조 히트쳐서 좀만 있으면 이사 올라간다고 소문 쫙 돌았었음ㅇㅇㅇ 근데 갑자기 회사 때려친다고 해서 회사 왜 관두냐고 물어봤는데 좆같아서 관둔다고 했다 함

ㄴ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ㄹㅇ로? 진심으로 저렇게 말함?

ㄴㄴㄴㅇㅇㅇㅇㅇ이그조 컴백 얼마 안 남았을 때 나온 거라 이그조팬이 물어봤었음 인별 댓글로 물어봤는데 거기 답글로 달아줌 지금도 있음

ㄴㄴㄴㄴ아니 ㄹㅇ쾌남이넼ㅋㅋㅋㅋㅋㅋㅋ웃으면 안되는데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좆ㅋㅋㅋㅋㅋ같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섴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경수 이용하는 것 같아서 넘 짜증나.. 처음에 도경수 출연 확정이라고 기사 오조오억개씩 쏟아내더니 1화부터 평가 절하하고 무슨 말만 하면 비꼬고, 저격하고. 클로즈업은 왤케 많이 시켜? 뭐만 하면 정색하는 표정 한번이라도 잡으려고 안달이더만

ㄴ2222222222 ㄹㅇ 뭐만 하면 줌 바짝 땡겨서 표정 살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잘못을 했으니까 팀이랑 회사에서 퇴출 당한 거지. 자숙도 했잖아 잘못한 거 없으면 왜 퇴출 당해? 왜 자숙해?ㅋ

ㄴ미친놈이 뭐래

ㄴㄴ도경수 자숙한 적 없음 회사 나오고 바로 영화판이랑 드라마판 돌면서 오디션 보고 다님 나 알바할 때 오디션 보러 온 거 봤음

ㄴㄴㄴ증거없다고 지랄할까봐 쓰는데 김준1면 인별에 '인연이 닿지 못했지만 좋은 작품' 이라고 올라온 영화 있음 그거 이그조 세주님 나온 건데 촬영 시작이라고 올라온 날짜가 경수 회사 나오고 한달 좀 지나서임 시기상으로 오디션 보러 갔다 떨어진 작품 맞음 회사 나오기 전에 오디션 봤던 거면 같은 소속사인 세주님 나오는 건데 인연이 닿지 못했다고 할 이유가 없음


얘들아 나 진짜 대박인 거 발견했는데 경수 그때 그 영상 있잖아 ㅈㅈ 뺨 때리는 거.. 하도 찐이라고 빼박이라고 해서 진짜 계속 돌려봤거든? 근데 이상해 영상에서 ㄱㅅㅇ이 벽에 딱 붙어서 서있고 경수가 ㄱㅅㅇ 등진 상태로 다른 멤버들이랑 마주보고 있단 말이야 근데 이거 말이 안 되지 않아? 알려진대로 경수가 ㄱㅅㅇ 괴롭혀서 ㅈㅈ이 말리다가 그런 일 벌어진 거면 보통 ㅈㅈ이 경수랑 ㄱㅅㅇ 사이에 껴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경수가 ㄱㅅㅇ 앞에 서있고 다른 멤버들이랑 마주보고 있음? 말리려면 둘 사이를 벌려놔야 하는 게 보통 아님?

ㄴㅁㅊ영상 보러 간다

ㄴㄴ야... 미친 뭐야... 나 진심 니 말 듣고 가서 영상 찾아보고 왔는데 ㄹㅇ이네 도경수 왜 거기 서있냐 그 포지션이면 도경수가 말리는 위치 아님?

ㄴㄴㄴ뭐야 이거 뭐야 무서워



















-













무대의 결과는 알 수 없었다. 파이널 경연이 있는 날 발표하겠다는 말에 모두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오늘의 무대가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아닌 척 경수를 살폈기에, 모두가 경수를 목적으로 한 공연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경수는 그래서 더 이 무대가 견디기 힘들었다. 여기서 자신이 아무리 무대를 잘 해도, 아니. 설령 무대를 망쳐도. 모든 것은 그저 하나의 소재로 소비될 뿐, 그 누구도 경수의 무대를 오롯이 봐주지 않을 것을 알았으니까. 이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애써왔던 순간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경수는 허망한 기분을 애써 자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무대를 끝낸 뒤에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도 심란함은 가시질 않았다. 그날의 무대는 허망했다. 허탈하고, 허무했다. 모든 노력이 무시당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끈질기게 저를 따라붙던 카메라는 물론이고 제 주변의 연습생들, 함께 무대에 섰던 팀원들 심지어는 무대를 지켜보던 다른 동료 가수들조차 제 무대가 아닌 제 반응과 표정에 집중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시선들을 무시해봤지만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느껴지는 그 적나라한 호기심의 칼날은 몇번이고 경수를 헤집고 찔러댔다.





"경수야."





그러나 시간은 촉박했고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가 없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무대가 두려우면서도 피할 길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앞에 선 경수는 이제는 완전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다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백현아."





3시간 동안 생방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가 분주했다. 다들 정신이 없는 탓인지 경수는 파이널 경연 당일인 오늘조차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거의 넋을 놓은 채 앉아있는 경수를 발견한 백현이 조심스레 경수를 부르자 그제야 겨우 허리를 펴고 고쳐앉은 경수가 백현을 불렀다. 자연스레 옆을 차지하고 앉은 백현은 뒤이어 들어오는 이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경수를 살폈다.





"잠 못 잤어?"





언제나처럼 제게 쏟아지는 다정함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경수는 알게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어깨를 내렸다.





"긴장돼서."

"왜? 저번에 보니까 무대 완전 씹어먹던데. 아그작 아그작-"





장난스레 이를 부딪히며 씹는 시늉을 하는 것에 웃음이 터진 경수가 고개를 저었다.





"저번 무대 기억나?"

"그럼. 경수 막 이런 거 했잖아. 나 완전 보고 심쿵. 심장 쿵 했잖아."





가슴께를 쓸어내리며 입꼬리를 잔뜩 내리는 것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무대를 온전히 무대로 봐주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했던 파트를 따라하며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백현이 고마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백현의 무대를 집중해서 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경수는 백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 것이 아쉬워 백현의 손을 잡았다. 다행히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챈 듯 백현은 별다른 말 없이 경수를 보며 웃어주었다.






"고마워."

"...."

"나 저번 무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거든. 내가 무대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 그런데 아무도 무대에 대한 얘기를 안 해주니까 뭔가 자신이 없었어."

"경수야, 네 무대는 항상 짱이야."





장난스레 속닥거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린 경수는 맞잡은 손을 힘주어 쥐었다.





"오늘 무대는 진짜 잘 볼게."

"...."

"우리 잘 하자."





말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백현의 얼굴이 대답을 대신했다. 경수는 마음을 다잡았다. 백현과 함께 노래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기로 했었다. 석윤과의 만남은 뜻밖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으니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경수는 때마침 대기실로 들어오는 세훈과 눈인사를 나누며 표정 관리를 했다. 연습생들이 모두 모인 A대기실은 카메라가 없는 유일한 곳이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될 생방송에서 내내 카메라 앞에 서야 할 연습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였는데, 사실상 인터뷰 후 팀별로 무대, 그 후 다시 인터뷰와 순위 발표식을 가져야 할 연습생들이 이 대기실을 이용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복도에도 카메라가 설치된 마당이니 이 대기실을 나가는 순간 미간 한번 구기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겠지. 힘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5분 뒤에 인터뷰 시작합니다. 다들 이동해주세요!"





경연을 하기 전 있을 인터뷰는 무대 위에서 진행됐다. 공연을 하기 전에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을 마주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긴장되는 일이라 절로 몸이 굳었다.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별로 인터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었던 백현은 더 이상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경수는 아쉬움인지 걱정인지 모를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백현에게 웃어보였다. 여전히 위태롭고 여전히 서툰 자신이라 할지라도 가만히 앉아 백현이 손 내밀어주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앞장서 걸어주는 백현의 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경수도 함께 걸어야 했다.













-














"복도와 대기실에서도 실시간으로 연습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지금 바로 검색창에 아이돌99 TV를 검색해주세요. 어플을 다운 받으시면 응원하는 팀의 대기실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 가능합니다."





긴장했다고 여기긴 했지만 무대 위에 올라오니 왈칵 두려움까지 치밀었다. 경수는 분주하게 이어지는 mc의 광고 멘트를 흘려들으며 객석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저를 응원해주는 이들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무대 위에 섰던 순간, 저를 향해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을 아직 잊지 못했다. 싸늘한 눈빛과 표정. 어색하게 굳은 얼굴은 저를 반기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무대 위에 서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음이 잦아들도록 손을 크게 흔들어보인 스태프가 손짓을 하자 경수는 버릇처럼 크게 심호흡을 했다. 광고 영상이 끝난 뒤 mc가 멘트를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제법 침착한 세훈의 목소리가 무대 위를 채우자 덩달아 안정을 찾은 경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백현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확인했을 때는 종인과 대화를 나누는 듯 했던 백현이 어느샌가 저를 보고 있었다. 경수는 뜻밖에 마주친 시선에 놀라 눈썹을 치켜떴다가 좀 더 용기내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갑작스레 미소를 짓는 제 얼굴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던 백현이 이내 눈을 잔뜩 접어 웃었다.





"도경수 연습생."

"네."

"처음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부터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파이널 무대에 진출하게 된 걸 보니 저도 너무 기쁩니다. 특히 오늘의 무대는 경연의 마지막 무대이니만큼 기대하고 있는 팬들이 많을텐데, 혹시 약간의 스포를 해줄 수 있을까요?"





건네받은 마이크를 입가에 대기 무섭게 환호가 터졌다. 경수는 낯선 반응이 어색해 미소를 지었다.





"저희 팀은 보컬조인데요. 이번 무대는 보컬조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무대를 구성했습니다. 많이 노력한 무대니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장을 숨기려 애쓰며 차분히 말을 잇자 제 말에 집중하던 사람들이 작게 호응했다. 경수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불안이 겨우 가시는 것을 느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배척하지 않았다. 좀 더 자신감이 생기자 카메라를 보는 눈빛도 달라졌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mc가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도경수 연습생은 특히 변백현 연습생과의 케미가 상당히 화제가 되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두분이 특별한 약속을 했다고 하던데, 어떤 약속을 하셨나요?"

"아, 그거 들으셨어요?"

"네? 네."





녹화분을 확인한 작가가 알려줬을 게 뻔한 질문이건만 순진한 얼굴로 들었냐 묻는 얼굴이 해맑았다. 백현은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못말린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당황한 mc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 건지 경수는 커다란 눈 가득 mc를 담고 있었다.




"백현이랑 듀엣을 꼭 같이 하기로 했어요."

"아, 듀엣을?"

"네."

"혹시 두분이 친해진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변백현 연습생이랑 굉장히 돈독한 것 같던데."

"...백현이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제게 질문이 쏟아질 것은 알았지만 그게 백현과 관련된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경수가 채 단어를 고르지 못하고 내뱉었다. 당연히 석윤이나 정준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여겨 그쪽으로만 온갖 답변을 준비했던 터라 내놓은 말이 변변찮았다. 많은 것이 생략된 듯한 대답에 웃음을 터트린 mc는 경수의 예상과 달리 다시 한번 질문을 건넸다.





"어떤 면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나요?"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집요한 질문이었다. 경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눈을 굴렸다. 앞뒤 재지 못하고 내뱉긴 했지만 사실 제 마음과 전혀 다르지 않은 답이었다. 백현은,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경수는 버릇처럼 고개를 돌려 백현을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맞아주는 눈빛이 다정하고 따뜻했다. 그에 용기를 얻은 경수는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백현이는 두려움을 이겨낼 줄 알아요. 어떤 게 옳고 그른 선택인지 알고 그 선택에 책임지려고 노력해요. 저는 그런 백현이가 좋았고, 그런 백현이라 좋았어요."

"아아, 그렇군요."





다정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용서하지 말라 권하던 백현의 얼굴을 기억한다. 석윤과 달리 스스로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를 똑바로 마주하는 눈빛도, 그 태도도. 경수는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을 게 뻔한 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봤다.





"네. 백현이는 달라요."





너랑은.

삼킨 말은 아주 날카로웠지만 제게는 바늘 구멍만한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애초에 목표가 확실한 가시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곧이어 다른 연습생에게 넘어간 화제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경수가 카메라를 피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눈을 마주한 백현이 장난스레 이를 드러내 웃고 있었다.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 백현이는 정준과도, 석윤과도 달랐다. 












-













팀별로 나뉜 대기실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마음 편히 있을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에 스태프에게 준면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경수는 그가 있는 구역을 다시 확인한 뒤 미소를 지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에 무언가가 꽉 들어차는 것만 같은 포만감이 들었다.





"도경수."





데뷔조는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제가 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많이 노력했고, 많이 보여줬다.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저를 응원하고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생겼다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백현과 같은 팀이 되어 같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 또한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에게 온전히 결과를 맡긴 채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면, 모든 것을 쏟아낸다면. 적어도 백현과 함께 거론되기에 부끄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불현듯 치미는 감정을 꾹꾹 내리눌러 삼키며 다가올 무대만을 생각하려 애쓰던 경수는 대기실 문 앞에 멀뚱히 서있는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무너졌다. 남자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경수를 불렀다. 곁에 선 가온이 슬쩍 경수의 앞을 가리는 것이 제 나름의 최선이었으나 소용은 없었다. 단 몇 걸음만에 경수의 앞으로 다가온 정준은 스태프의 만류에도 경수의 손을 잡아끌었다.





"잠깐이면 돼요. 카메라 없는 데서 얘기 좀 할게. 어디로 가면 돼요?"





얘기해주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한 스태프가 망설이며 경수의 얼굴을 살폈다. 경수는 정준이 잡은 손을 뿌리치며 앞장섰다. 따라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 빠른 정준은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이 모든 것이 애초에 계획된 일이었던 것처럼, 카메라가 없는 단 한 장소가 떠올랐다. 경수를 따라 A대기실에 들어선 정준은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며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경수는 그런 정준에게 뭐라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야, 너 진짜 끝까지 할 거야?"





그런데 겨우 대기실을 확인한 정준이 제 앞에 앉자마자 꺼낸 말이 속을 뒤집었다. 경수는 화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부러 더 냉정하게 말했다.





"뭘?"

"뭐긴. 이거. 어차피 너 순위권도 아니고 19위면 누가 봐도 광탈인데 굳이 무대 서야 되냐?"

"뭐?"

"그냥 몸 안 좋다고 쓰러졌다 뭐다 해. 기사는 적당히 우리 회사에서 내줄 수 있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보고 무대를 서지 말라고?"

"...너 지금 화났냐? 야. 솔직히 너 회사 나간 거, 연예인 때려치겠다는 각오 하고 나간 거잖아. 애초에 나가면서 다시 무대 설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한번이라도 했어?"

"...."

"똑똑하게 굴자. 여기 나와서 네가 뭘 했는데? 겨우 우리 얘기 팔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 아니야? 우리 얘기 안 했으면, 네가 지금 여기 있겠어?"

"정 준."

"회사엔 내가 얘기했어. 어차피 시간도 많이 지났고, 여론도 달라졌으니까 너랑 우리랑 적당히 화해한 걸로 하자고. 응?"

"무대 나 혼자 준비한 거 아니야. 내가 못 올라가면 나랑 같이 한 팀원들 전부 무대 못 해. 순위가 어떻게 나오든, 내가 떨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나는 무대 해야 돼."





쏟아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팠다. 어떻게 이런 말만 할 수 있을까 감탄이 들 정도였다. 경수는 온몸에 힘을 준 채 정준을 노려봤다. 그런 경수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린 정준이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일단 무대는 서고 끝나는대로 인터뷰 좀 하자."

"무슨 인터뷰?"

"너랑 우리 화해했다는 인터뷰."

"...."

"어차피 너 이걸로 데뷔도 못 하는데 어떻게든 활동하려면 우리랑 사이 풀고 가는 게 좋잖아. 그냥 입 다물고 넘어가기엔 네가 일을 벌려놓은 상태라 조용히 넘어갈 수도 없고."





마치 모든 게 제 탓인 것처럼 말을 한다. 어떻게 이 모든 게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일까. 애초에 이 일의 시작이 누구였는데. 경수는 들끓는 감정을 삼키려 애썼다. 질끈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싫어."

"뭐?"

"싫다고."

"야, 도경수."

"나는 네가 어떻게 이렇게 내 앞에 서있는지 모르겠어. 어떤 마음이면 내 앞에 설 수 있을까. 너는 무슨 생각으로 여기 와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할까."

"...."

"너는 아직도 몰라?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너는 뭘 잘못했는지."

"...야. 예전 일인데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냐?"

"...."

"아, 솔직히 말해서 그래. 내가 잘못했지. 내가 철이 없어서 애 좀 괴롭히고 그랬어. 어. 근데 옛날 일이잖아. 예전 일 가지고 지금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 솔직히 지겹지도 않냐?"

"용서받지 못한 일이 어떻게 과거가 될 수 있어? 정 준. 나는 너를 용서한 적이 없어. 너는 나한테 사과한 적도 없고. 나아본 적 없는 상처가 어떻게 흉터가 돼. 피가 나는 상처를 안 보이게 가린다고 모든 게 다 끝나는 줄 알아?"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너한테 사과하라고? 야, 그래. 진짜 미안하다. 그 때 내가 철이 없어서 너한테 다 뒤집어씌웠어. 내 뺨 때린 네가 괘씸해서 일부러 그랬다."

"...."

"됐냐? 이제 됐어?"






마음이 차게 식었다. 이제는 상처를 받기보다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다. 경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대답은 해주고 가야지! 인터뷰 할 거지?"

"...."

"야, 한다고 안다? 어? 한다고 안다고!"





끝까지 뒤를 쫓아오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척 꿋꿋하게 걸음을 옮겼다. 대꾸는 커녕 얼굴조차 보기 싫었다. 경수는 삐죽삐죽 튀어나온 모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문을 활짝 열었다.






"형."





산 넘어 산.

어쩌면 제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 여길 무대를 겨우 2시간 앞두고, 고난이 쉬지 않고 저를 덮치는 기분이었다. 경수는 눈앞이 아찔한 것을 느끼며 억지로 입을 벌렸다.





"강석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줄줄이 저를 찾아오는 건지. 이제는 생각을 하는 게 도리어 벅찰 지경이었다.





















-







선예매 광탈하고 일예 광탈하고 취켓팅도 광탈한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1ㅅ1



다들 옵세션 듣자~`ㅅ`~

인가 투표, 쇼챔 투표 잊지 말기

내일 있을 음중 문자투표도 함께 해요!







+) 문득 생각난 티엠아인데 진가온은 지난 순위에서 10위를 했답니다ㅎㅅㅎ










빛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