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사실 그렇게 크게 비명을 지를 일도 아니었다. 진이 지금 만들어낸 불덩이는 외부에는 마그마 덩어리였고, 내부의 마그마가 휘몰아 치며 공격력을 극대화 한 것이었다. 이것은 진이 고안한 새로운 마법 형식이었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었다.

 

이제 겨우 스물 몇 살인 진이 마법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꽤 엄청난 연구 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마법에 따른 시행착오는 예상외로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레이아와 화월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상시대기중이었다.

 

이렇게 비명을 지를 정도까지 아니고 침착히 뒤로 물러서면 레이아가 마법을 깔끔히 캔슬해줄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아는 당황해 외쳤다.

 

“캔슬이 안돼요! 화월님! 당장 저하를 뒤로...”

 

하지만 화월이 몸을 움직일 새도 없이 진의 몸이 누군가에게 안겨 붕뜨더니 그대로 연무장을 벗어났다. 진은 제 눈앞에서 무럭무럭 커져갔던 불덩이가 사라지고 그것보다는 조금 짙은 색의 붉음이 눈앞을 감싸자 어리둥절해졌다.

 

“어, 어머니?”

 

“놀랐지 않느냐!”

 

린은 마왕성의 지붕까지 도약해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진을 지붕 위에 내려놓았다. 미끌거리는 탓에 진이 미끄러지려 하자 린은 그녀를 단단히 잡아줬다.

 

“괜찮은 것이냐?”

 

“앗, 하하... 네. 민망하네요...”

진은 식은땀을 삐질흘리며 시선을 살살 돌렸다. 그러자 린은 안도의 한숨을 푹 쉬며 그녀의 어깨를 잡고 요리조리 살폈다.

 

“정말 다친 곳은 없고?”

 

“네,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어머니.”

 

린은 진의 재차 괜찮다는 말에도 안심이 가지 않는지 그녀를 한참을 살피고는 끌어안고 다시 땅으로 도약했다. 이정도는 진도 플라이 마법을 응용하거나 날개를 꺼내도 되는 일이었지만,

 

린은 진의 허우적거리는 몸놀림이 영 신용이 가지 않았다.

 

마족이 지붕에서 미끄러졌다는 이야기는 또 금시초문이었다. 린은 진의 운동신경이 꽝이라는 절망적인 소리가 떠올랐다. 몸에 따로 추락방지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나 방어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채워놔야 걱정이 풀릴 참이었다.

 

“제가 내려와도 되는데...”

 

진은 땅바닥에 내려주는 린의 손길에서 벗어나 입을 우물거렸다. 린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레이아에게 따라오라고 눈짓했다. 레이아는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그녀를 따라 나서려했다.

 

“아! 이, 이거 제가 독자적으로 고안한 방법이라... 레이아는 캔슬못하는게 당연해요! 혼내지... 마세요...”

 

린은 레이아를 감싸고 도는 진이 귀여워서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안으로 들어온 린은 레이아를 서슬퍼렇게 노려보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지?”

 

“으음...”

 

레이아는 진의 마법실력이 자신을 뛰어넘을 경지를 앞두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이 마법을 캔슬하지 못했음을 열심히 피력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마법부서 수장 자리를 내려놓아야했을 지경이다.

 

레이아는 잇달아 진의 몸에 장비시킬 아티팩트를 만들라는 명을 받고는 터덜터덜 다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진이 걱정어린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혼나셨어요...?”

 

저 때문에 혼난게 퍽 미안한 듯 했다. 레이아는 여기서 혼난 티를 냈다가는 린이 또 따로 갈굴 것 같아 빙긋 웃었다.

 

“그럴리가요. 혹시 모르니 방어아티팩트를 패용하라는 명이세요. 제가 따로 만들어올게요. 잠깐 쉴까요? 전하가 많이 걱정하시는거 같으니 따라가서 괜찮다고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하.”

 

레이아는 이후에 있을 회의에서 줄줄이 깨질 다른 마족들을 떠올렸다. 린은 진을 심각할 정도로 걱정하고 있는 처지였다. 어디 잘못두었다가는 깨어질까, 뜨거운 햇볕에 녹아내리기라도 할까 애지중지 싸고 돌았다. 덕분에 이런 사소한 사건이 있어도 린의 기분은 하루종일 최저를 찍어댔다.

 

덕분에 주변에 있는 마족들만 등이 터진다.

 

“앗! 네!”

 

진은 린을 놓칠까 싶어 후다닥 달려갔다. 레이아는 느긋하게 앉아있는 화월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화월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 다른 생각은 없어보였다.

 

‘내가 늙는다 늙어.’

 

레이아는 린의 눈치를 보랴, 화월의 눈치를 보랴 정신이 없었다.

 

 

***

 

 

린은 막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제 이마를 쓸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집무의자로 걸어가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 린은 미처 신경쓰지 못한 진의 기운에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이 있더냐?”

 

“아니... 그게...”

 

진은 막상 쫓아가래서 쫓아왔지만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신은 이런 것은 퍽 약했다. 로브란에게 이런 애교를 부려본 적도 없었다. 진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는 걸 느끼며 일단은 린의 앞으로 걸어갔다.

 

린은 키가 컸다. 자신이 정말 어린애처럼 보일정도로 컸다. 심지어 그녀는 화월보다도 키가 크고 풍채가 성성했다.

 

“저, 어머니. 그...”

 

진은 우물쭈물 말을 꺼내려했지만 도통 생각나는게 없었다. 그때 린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무슨 일이 있기에 그다지도 이야기 하기 어려운...”

 

“아니에요!”

 

진은 터지는 린의 걱정에 결국 아니라고 소리치며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순간 린의 몸이 굳어졌다가 서서히 풀리는게 느껴졌다. 진은 부끄러움에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저 진짜 괜찮고... 다친데도 없어요. 걱정하실까봐 그냥 쫓아왔어요...”

 

린은 그 말에 곧 빙긋 웃더니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진의 등을 가볍게 쓸며 속삭였다.

 

“그래, 그랬구나. 내가 걱정이 과했다.”

 

린은 한참을 그녀를 끌어안고 있더니 돌아가도 좋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은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얌전히 서있다가 이내 밝은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이것을 지켜보던 준은 큭큭 웃음을 흘렸다.

 

‘레이아가 고생 좀 하는 중이네.’

 

팔불출 린 때문에 주변 마족만 고생이다.

 

***


 베스님이 좋아하시는 린진모녀! 

간단하게 연성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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