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에 나왔던 책
'사랑하기 위해서' 단편 별로 잘라서 공개합니다.
유료입니다.


권장순서)

저체온증
그의 집에서
짝짝이 양말
전화번호
아이스크림 + Hidden Track 사랑하기 위해서






저체온증

 

 

 



1


 

 

 

 

“무슨 일이에요?”

 

하치의 사무실에 보고서를 내러 들른 리드가, 잔뜩 찡그린 하치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사건이야.”

 

“그래요, 사건은 언제나 있죠. 그런데 오늘따라 하치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여서요.”

 

하치가 손에 들고 있었던 사진을 돌려서 리드에게 보여주었다. 당연히 사진에는 잔혹하게 죽은 시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이건……?”

 

“그래. 사건 사진이야. 이번 사건의 언썹, 미확인범은 특이하게도 피해자들을 죽인 후에, 시체들을 얼리지. 그리고 그것을 토막 내서 유기하고 있어.”

 

리드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피가 잔뜩 뿌려져 있는 현장보다는 덜 잔인해보이지만, 이 것 역시 충분히 잔인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 자체가 잔인한 것이니까.

 

특히 시체를 자르는 것이나 얼리는 것, 어떤 것도 쉬운 일들이 아니었다. 언썹은 아마도 상당히 살인에 관하여 익숙한 상대일 것이었다. 그 어떤 언썹도 특이하지 않은 자는 없었지만,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차라리 그냥 버리는 것이 낫겠네요.”

 

“그러게 말일세.”

 

하치가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머리를 짚었다. 요새 이상하게 두통이 다시 찾아오는 빈도수가 높아진 것 같았다. 이럴 때마다 병원을 가기 보다는 그냥 견디는 방법을 택하는 하치였지만, 점점 자주 이런다는 것은 본인도 인지하고 있었다.

 

“두통이에요?”

 

“그래. 요새 자주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조심해야죠.”

 

하치는 문득 리드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서 얼굴을 움직였다. 리드는 똑바로 하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매우 보통의 얼굴을 하고.

 

“밥도 잘 챙겨먹지 않는 너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내가 정말 인생을 잘못 살고 있나 싶은 정도인데.”

 

그 말에 리드는 쿡쿡, 웃었다.

 

“저는 밥을 챙겨먹지 않을 뿐, 다른 것은 충실히 챙겨 먹고 있다고요. 예를 들면 젤로라든가.”

 

“젤로는 그런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치가 또다시 찌푸렸다. 어린 천재가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는 것은 BAU의 상식 중 하나였다. 그가 단 것을 좋아하고, 설탕물에 가까운 커피를 마신다는 것쯤이야 이미 팀원들은 오래전에 알아버린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설탕을 가득 넣은 커피 대신에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을 때 다른 팀원들은 다들 의외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설탕을 가득 쏟아 부었다. 결국은 설탕이 중요한 거였다, 리드에게는.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하치는 언제나 리드의 그런 점이 걱정스러웠다. 안 그래도 말라서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었다. 영양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 몸은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고. 그것은 음식으로 섭취될 수 있는 거야.”

 

“……하치, 지금 저랑 과학으로 싸우고 싶은 건 아니죠?”

 

리드의 표정에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저 머릿속에는 당장이라도 하치의 말을 반박할 수 있는 수많은 논문들과 통계치가 가득할 것이리라. 그런 것들에 대해서 궁금하지는 않았다. 단지 이 어린 천재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뿐.

 

“그래, 너랑 과학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 내가 이길 수도 없을 것이 분명하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너를 걱정하는 것뿐이지.”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누군가가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것은, 걱정 받는다는 것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고마워요, 하치. 저도 하치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두통이나, 귀가 잘 안 들린다든가 하는 거요.”

 

하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리드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프로파일러들의 집합인 BAU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것일까.

 

“내 청력은 정상적인 상태야.”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말이네요, 하치.”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리드의 말이 맞다는 것을 하치와 리드 모두는 알고 있었다.

 

“잘 들린다고.”

 

“가끔 안 들리잖아요.”

 

“……무슨 말을 듣고 싶은가.”

 

하치가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리드는 그런 하치의 눈빛에도 계속, 웃고 있었다.

 

“사실은 사실로 받아들어야죠. 안 그래요?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라고요. 하치가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거랑, 귀가 점점 안 들리는 건지 가끔 안 들리는 건지 하여간 그 청력의 문제랑은 별개예요.”

 

“때로는 별개가 아니게 될 수도 있지.”

 

하치는 조금만 상상의 영역을 넓혀보았다. 만약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하고.

 

어린 잭이 자신을 보살피게 되는 걸까. 분명히 BAU에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연금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세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아직은 다른 팀원들도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단지 의사에게는 한번 가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어요.”

 

“의사들은 수다쟁이들이지.”

 

하치가 청각에 이상이 생기고 나서 거의 바로 찾아갔던 의사도 하치에게 필드에 나가지 말라고 권했었다. 하치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물론 하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는 것은 힘들어서 - 머리가 웅웅대니까 말이다 - 직접 운전해서 BAU까지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하치는 의사를 믿지 않았다. 의사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밀을 지켜주지 않는 자들이었다. 특히 그것이 FBI 소속, BAU 팀장의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도 없다고요.”

 

순간 하치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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