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자주 내비치겠다고 했으면서. 그 날 이후 성현제는 발길을 뚝 끊었다. 송태원은 결재판을 들고 창 밖으로 시선을 뒀다. 오랜 장마가 끝나고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차라리 비라도 계속 쏟아졌다면 그 때문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할 텐데. '공직자의 자기 위로로 어디까지 날 써먹을 셈인가?' 성현제의 말이 들리는 듯해 각관실 실장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맛집 네비게이터 성 계정에는 며칠 전에 업데이트된 김치전, 녹두전과 막걸리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함께 올려진 문구는 아래와 같았다.


바쁜 일이 있어 잠시간 송 실장을 만나러 가지 못할 듯하니
   다들 송태원 실장이 밥 거르지 않게 잘 챙겨주게ㅠㅅㅠ


이 게시글 덕분에 각관실 대표전화로 '송태원 실장님, 식사하셨습니까'란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왔고 문의 게시판 역시 같은 질문들이 쌓여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일을 도와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송태원은 자세를 바로잡아 앉았다. 국외로 나가는 일정은 없었던 것 같은데. 또 비공식적으로 출국했다던가. 그렇다면 연락이라도 왔을 것을. 던전 공략이 한 건 있긴 하지만 세성 길드장이 공략에 들어가는 건 며칠 후였다. 속성 덕분에 성현제가 없으면 꽤 힘든 던전이라 그 일정만은 어쩔 수 없겠지만.

계속해 같은 고민을 하며 며칠이 지난 덕에 골이 아파왔다. 괜히 생각나는 맥주와 전이 아른아른거렸다. 쌀국수집도 맛있었지. 반쎄오도 술 안주로 먹으면 잘 어울릴 테지만. ...성현제 덕분에 술꾼이 다 됐군. 성현제와 함께 먹었던 음식들은 죄다 술안주로 제격인 것들이었다. 술을 마시고 해장을 하고 어쩌다 보니 그런 음식들만 골라 먹은 셈이다. 수플레 팬케이크 가게에서는 와인을 마시던 사람들을 목격했었으니. 

불만이 계속해서 생기는 걸 보면 성현제가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가란 의심보다는 그냥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은 건가? 그 사이에 성현제 때문에 입맛이 바뀐 걸지도.... 

그렇게 송태원은 직접 맛집 검색을 시작했다. 애초에 송태원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성현제가 했던 것처럼 맛집을 찾는 것 정도는 쉬웠다.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일단은 각관실 근처의 자주 가는 백반집을 제외한 식당들을 하나씩 찾아갔다. 블로그에 돈을 받고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 건지. 점심, 저녁 모두 낚시를 당해 백반보다도 못한 식당에 몇 번 들르고 나자 의욕을 잃었다.

쌀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분짜는 맹물처럼 나왔다. 분명 리뷰에 맛있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게시글 마지막 부분에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요즘 식당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제공받아 쓴다는 사람들이 많기야 많았다. 하지만.... 연달아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제공받았다는 리뷰들은 전부 거르는 게 나아 보였다. 그러고 나니 정말 갈 만한 집은 몇 집 없기도 하지만 구석진 곳에 있거나 줄을 너무 오래 서야 하는 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곳까지 시간을 내어 갈 여유는 없었기에 송태원은 포기하고 회사 근처의 단골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일주일만에 찾은 백반집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맛이었지만 이제 모든 게 전부 맛없게만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저 살기 위해 섭취하는 것에 불과했다. 쌀알이 모래처럼 느껴지는 맛에 송태원은 반찬 옆에 나온 상추만을 우물우물 뜯어 먹었다. 주말에는 팬케이크를 새롭게 만들어봤지만 예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아 밀가루로 헛배를 채운 느낌가지 들었다. 괜히 안 먹던 밀가루를 먹어서. 더부룩함에 심기마저 불편해졌다.

결국 송태원은 백기를 들고 직원들에게 혹시 각관실 근처에 아는 맛집이 있냐고 물었다. 평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송태원이었기에 직원들은 기뻐하며 '실장님, 아는 데로 모실게요!'라며 곳곳으로 그를 이끌었다. '중국식 만두가 그렇게 기가 막히대요!'하고 데려간 집은 정말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새우만두와 버섯만두, 샤오롱바오, 훈둔탕에 꿔바로우까지 맛이 기가 막혔다. 오래전 높으신 분들과 동행해 방문했던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코스요리집보다 더 괜찮은 집이었다. 이런 걸 먹고 싶었던 건가. 입안의 음식물들을 삼키면서 송태원은 맛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요일에는 핫하다는 마라탕집에 갔다. 심심한 입맛을 좋아하는 송태원은 보통맛을 시켰고 향신료는 자극적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재료를 마음대로 골라 넣을 수 있다는 건 새삼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그래도 맛있다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했다. 본래 자극적인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직원들은 그냥저냥인 송태원의 반응에 내일은 실패하지 않겠다며 맛집 주선에 의욕을 불태웠다.

그날 저녁에는 부추전을 먹으러 갔다. 칼국수에 매운탕에 막걸리까지 한잔 했다. 평균 정도는 가는 맛에 푸짐한 인심까지 자랑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수요일. 특이한 음식을 먹으러 가 오리쌀국수를 시켰다. 빨간 국물은 실장님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하에 시킨 음식이었건만 송태원의 표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만두를 먹었을 때가 더 좋았던 느낌이라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목요일까지 평소 먹지 않던 음식으로 자극당하고 나자 송태원은 다시 외쳤다. '한식, 먹고 싶습니다.' 자주 가던 두부 요리 전문점으로 송태원이 잘 먹는다는 사실이 보장되어있는 가게로 향했다. 송 실장은 들깨순두부 찌개를 시켰다. 뚝배기 안에는 펄펄 끓는 찌개가 있었다. 김은 모락모락 났고, 구수한 냄새가 가게 안에 진동했다. 그렇게 한 술을 떠 먹고 나서 송태원은 깨달았다.

맛있는 걸 먹고 싶었던 게 아니구나.

때마침 스마트폰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성현제 세성 길드장. 세 단어에 무언가 솟아올랐다.

-송 실장, 던전 공략 다녀올 테니 잘 있게. 마중도 꼭 잘 나오고.

송태원은 미리보기를 통해 본 메시지를 누를 생각도 못했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던 그는 휴대폰이 부숴지기 전에 손을 뗐다. 오갈데를 모르는 손만이 부글거리는 감정을 담아 주먹을 쥐었다. 

S급 헌터를 꼭 데려가야 했으니까. 이제 더 찝찝할 이유는 없는데. 직원들의 추천도 대다수가 제 취향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뜯어 입에 문 송태원은 이제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은 '맛있는 음식'으로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괜히 울적해졌다. 얼마전까지는 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성현제가 데려가준 곳을 제하고는 맛집이란 델 알 리가 없었다. 전부 성현제 때문이다. 그렇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건가, 나는. 키보드로 광화문 맛집을 쳐보던 송태원은 창을 닫아 버렸다.

먹는 행위란 사람의 몸에 흡수되어 에너지를 내는 데 쓰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식감과 맛을 즐긴다는 그 행위는 송태원에게 필요 없는 일들이었다. 더 나아가 사교의 장으로도 이어지는 식탁의 즐거움이란 송태원에게 곤욕이나 다름없었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살기 위한 행위였다. 그랬는데. 성현제가 부숴버렸다. 이제는 먹는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안의 즐거움까지도 탐미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송태원은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혼자 각관실을 나섰다. 떠올려 보니 송태원도 아는 맛집이 있었다. 성현제가 따로 밥 사주는 계정을 만들기 전, 동작 근처에 자주 오는 곳이라며 데려갔던 집이었다. 중식당을 비롯해 한식, 일식, 양식 가릴 것 없이 성현제가 데려갔던 곳은 수두룩했다. 어쩌면 그 전부터 신경써주던 건지도 모른다. 성현제의 말대로 그저 호의였을지도.

철에 따라 바뀌는 1인 코스요리를 시켜놓고 그는 마음을 졸였다. 1인분 정도야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그 돈이라면 각관실 직원들 모두에게 한 끼를 대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비용과 음식으로 인한 만족감을 저울질하며 송태원은 젓가락을 들었다. 자리는 성현제와 같이 앉았던 창가였다.

전채요리로 시작해 이름도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뭔지도 모를 재료들이어도 맛은 있었다. 성현제가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해산물이 제철이라 이런 요리가 나왔다며 부연 설명도 해주었을 것이고, 또 무슨 소스에 어떻게 먹어보라는 말도 거들어줬을 텐데. 일이 아니라면 제 돈 내고는 절대 올 일 없는 곳이라 생각했던 식당이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요리들은 하나같이 금세 녹아버릴 만큼 맛있는 것들이었다. 무슨 재료를 어떻게 요리했는지 알 수 없는 송태원은 들어간 재료가 무엇인지, 무엇으로 맛을 냈는지 머리속으로 짐작하며 음식물을 씹을 뿐이었다.

계산서를 손에 들고 송태원은 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성현제와 함께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메뉴들이었지만 마지막에 나온 후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태원이 먹어도 맛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제 기준에만 맛있는지, 성현제의 기준에도 맛있는 것인지 고민해보던 송태원은 계산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멍하니 내려가는 숫자를 바라보던 송태원은 깊은 숨을 내뱉었다. 고위공직자 접대도 아닌데 이런 금액을 주고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법인카드가 아닌 송태원이 직접 결제한 식사라면 더더욱. 가격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집은 생각보다 더 비쌌다. 늘 아깝지 않다며 대접받았으니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알 리 없었다. 송태원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숫자에 하마터면 카운터에서 한숨을 쉴 뻔했다. 그날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성현제와 함께하는 식사가 좋았던 거라고 인정하면 될 것을. 먹을 것에 길들여진 건가. 아니면 성현제에게 길들여진 건가. 유리 너머로 보이는 흐린 하늘을 보며 송태원은 시선을 떨궜다. 해선 안 되는 일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불안한 예감뿐이었다.

그렇다면 맛을 추구하지 않으면 된다. 예전처럼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면 신경쓰일 리 없을 테니까. 본디 사람은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할수록 정반대로 행동하게 되는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송태원 역시 사람이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각성자관리실 근처의 한식집을 전전하며 송태원은 매번 성현제를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설렁탕을 먹으러 갔을 때도 뚝배기째로 나오는 그릇을 보며 순댓국을 떠올렸고 자연스레 성현제가 따라나왔다. 분식집에 가서 심심한 잔치국수를 먹으면서도 다른 팀원이 시킨 튀김을 보며 텐동을 떠올렸다. 또 성현제였다. 그 짧은 사이에 술은 또 왜 마셨는지.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이 마시는 막걸리나 맥주를 봐도 그 생각의 끝에는 성현제가 있었다. 한숨만 푹푹 쉬는 송태원을 보며 각관실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틀 후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했던 성현제는 그날밤 던전공략을 마쳤다. 함께 들어갔던 헌터 중 부상자는 없었다. 모두 무사히 던전 공략을 마쳤다는 세성 소속의 A급 헌터의 말과 다르게 성현제는 방긋 웃고 있었다. 

송태원은 뒤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마저도 밥맛이 없다며 미루다 곤란할 직원들을 생각해 하는 수 없이 한술 뜨러 갔던 참이었다. 백반집에서 먹은 밥은 목구멍에 걸려 있는 듯했고, 먹는둥 마는둥 멍하니 자리 앞에 있던 반찬만 입속으로 욱여넣다 연락을 받고 뛰어왔다.  '송 실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성현제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 텐트로 들어갔다는 말에 송태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시카메라가 작동되는 중이라면 심각한 상태는 아니겠지.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괜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송태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했다. 내쉬는 숨과 함께 긴장감도 털어내려 했지만, 몸은 더 굳어갈 뿐이었다. 카메라 속 성현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텐트를 걷고 들어선 남자의 모습에 성현제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선수를 쳤다.

"스스로 억제가능한 상태이며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걸세. 그러니 감시카메라부터 끄고 얘기하지. 아니면 부수는 게 더 좋은가?"

"... 송태원입니다. 카메라 작동을 멈춘 후 텐트에서 물러나십시오."

송태원이 지시를 내리자, 성현제는 귓가 근처에 손을 대고 멀리 던져버리란 듯 움직였다. 이어마이크도 빼버리라는 말인 듯했다.

"둘이 대화하는데 쓸데없는 일로 방해받고 싶지 않네."

명령인지 협박인지 알 수 없는 요청에 송태원은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톡톡 책상을 두드리는 성현제의 손끝에 가까이 다가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가장 마주하기 싫었던 얼굴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괜히 기분이 나쁜 건 스스로가 거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성현제가 원래 이런 인간이기 때문인가. 잔뜩 굳어버린 송태원을 보고 성현제는 두 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 긴장하지 말게. 내 상태는 어느 때보다도 좋네. 자네가 보고 싶어 공략을 좀 서둘렀을 뿐이지."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S급 헌터들이 공략을 마치고 나와 이토록 평안한 상태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인사치레로 건넨 송태원의 한마디에 성현제는 눈을 번뜩이며 되물었다.

"대한민국의 S급 헌터를 잃지 않아 기쁜 송태원 실장인가, 아니면 온전히 성현제가 무사해 기쁜 송태원인가?"

어느 국가든 성현제를 잃는 것은 큰 손해로 볼 것이다. 한국을 지키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후자의 질문은 왜 필요한 건지. 송태원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 채 머리를 굴렸지만 사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온종일 머릿속을 차지하던 문제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당신이 없는 탓에 제가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아시겠습니까. 던지고 나면 후횔 것이 뻔했지만, 난데없이 한 말 한마디가 가져올 파란이 어떨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송태원을 보며 성현제는 팔짱을 꼈다.

"송 실장은 오랜만에 보는 내가 별로 반갑지 않은 것 같군. 실망일세."

"그런 게...."

아닙니다.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입에 송태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다르다. 성현제도 충분히 알아챌 만큼 다른 반응에 그는 잠자코 기다렸다. 원체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니 그저 상황을 넘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보며 성현제는 묵묵히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 잠시를 못 기다리겠나.

"...오늘은 일정이 있으십니까?"

뜬금 없이 나온 상대의 질문에 성현제는 두 눈을 깜빡였다. 어떻게 봐도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던전 공략 직후니 내가 얌전히 집에 들어가는 게 송 실장도 안심되지 않겠나?"

송태원은 고개를 갸웃거린 성현제와 눈을 맞췄다. 중요한 결심이라도 한 듯, 송태원은 똑바로 그를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습니다."

"......?"

성현제가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음? 하... 하, 하하하-!"

유쾌하게 터져버린 성현제의 웃음에 송태원은 당황했다. 뭔가 이상한 소리를 한 건 아닐 텐데. 그간의 제 고생을 성현제는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낯부끄러운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당신이 데려가 준 집들은 전부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런 맛집을 찾고 또 데려가는 수고를 제게 베풀어준 것이 고마워서. 아니, 오히려 뻔뻔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괜히 말했다는 후회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송태원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성현제는 웃느라 흘린 눈물까지 훔치며 물었다.

"송 실장, 내가 그리웠나?"

당연한 듯 묻는 말에 송태원은 즉답했다.

"맛있는 음식이 그리웠습니다."

"그 말이 그 말이지. 송 실장도 나한테 다 넘어왔군."

어떻게 해석해야 그런 이야기가 되는 겁니까. 토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송태원은 그를 봤다. 자리에서 일어선 성현제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는 송태원에게 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래, 그래서 뭐가 먹고 싶었지, 송 실장?"

텐트 밖으로 나오자 근처에 있던 세성의 헌터들과 각관실 직원들이 긴장한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뒤따라 나온 송태원은 두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해보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주변인들은 하나둘 숨겨두었던 무기에서 손을 뗐다. 정말로 괜찮은 게 맞는 건지. 각관실 직원들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송태원은 작게 대답했다.

"추천해 주시는 대로 가겠습니다."


to be continued...

책은 마이에스 2회에 내고 싶네요. 싶네요.. 내고 싶어요 흐흑
다들 몸 조심히 건강하세요.

글 쓰는 사람 Free! 소스마코 / 내스급 현제태원 / 베스타 규혁도윤 E-mail: sleep_ck@naver.com

강깡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