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빛이 고개를 내밀고,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부는, 그런 날.


시찰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니 에스텔 씨는 회의로 자리를 비운 듯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이 머리칼을 흔드는 감각을 느낀다. 에스텔 씨가 돌아오면 어떻게 반겨 줄까, 저녁 메뉴로는 뭐가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은…내가 조금은 변했다는 걸까.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소리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구석에 누름돌로 고정된 종이뭉치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어제 작업하다 만 서류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아닌 듯했다.


"…편지…?"


종이의 크기나 모양, 글이 적혀있는 양식을 보니 이 종이뭉치는 편지임이 분명했다.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종이가 조금 빛이 바랜 듯한데 예전에 쓴 편지일까…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이름이었다.


"나에게?"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창문을 닫고 누름돌을 치워 종이를 집어든다. 왜 수신인이 나인, 보내지 않은 편지가 이곳에 있는 걸까. 이 정보들을 종합한다면 아마 발신인은 에스텔 씨일 것이다. 기쁜 마음에서일까, 두려운 마음에서일까. 문득 종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이라 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에스텔이에요. 수업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달리 말하면, 말씀하신 심판의, 아니, 결정의 날이 슬슬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죠.(방금 건 나름의 유머예요)

  저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주 오래 걸려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거든요.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 그 직전까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게 최선인지, 혹시라도 뭔가 더 나은 해결책은 없을지, 그런 걸로요. 사실 지금도 제대로 결정을 내린 것 같지는 않아요. 이제 사흘 남았는데 어떡한대. 그래도 다행히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결재되지 않은 결정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기도 하고요. 심사 결과가 꽝이면 제 의사와도 상관이 없어질 결정이긴 하지만…저는 정해진 날짜가 끝나면 떠나고자 해요.

  사실 별로 궁금하시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름 변명을 좀 해 보자면…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좀 안 맞나 봐요. 이상하죠? 예전에 사는 게 잘 안 풀려서 운명론, 그런 데도 좀 관심이 있었는데, 분명 제 걸 보면 떠돌아다닐 팔자는 아니란 말예요. 그런데도 뭐랄까, 마음이랑 상관 없이 자꾸 떠날 일이 생기고야 말더라고요.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니까 어차피 여기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어…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딘가에 애착을 가지기 힘들어졌던 것 같아요. 일부러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어차피 떠나야 한다면 소중해질수록 더 슬퍼지잖아요?

  일단 쓸모없는 정보는 여기까지. 왜 이렇게 제 얘기를 많이 했는지 모르겠네요. 왕자님께서 이 편지를 보실 때쯤에는 저는 저 멀리 어딘가로 떠나 있어서이기 때문일까요? 나중에 상연회 하면 한 번 놀러 와요! 이 편지를 생각하면 제가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 무렵이라면 저는 아마 이런 제 과거의 실수도 웃어넘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라 왕자님은 오래도록 제 안에 좋은 친구로 남을 거예요. 늘 건강하고, 정말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 꼭 만나게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꼭 행복했으면.


하늘의 달 20일, 에스텔.


내용이나 날짜를 보니 몇 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었다. 그래, 우리가 처음 만난 무렵, 그 시기.


강의실에서 마지막 강의라고 고하는 당신을 보고…뭐랄까,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 충격이 컸던 걸까, 물론 화를 내서도 안 될 상황이긴 했지만…화를 낼 수도 없었어. 금방 심사 결과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그 순간만큼은 정말, 무언가 더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


편지지를 쓰다듬으며, 답장을 하듯 머릿속으로 그 때의 에스텔 씨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정말로 떠나고 싶었던 걸까. 무심코 종이를 구길 뻔한 오른손을 왼손으로 제지하고, 나는 다음 종이를 새로 집어들었다.


이라 님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에스텔이에요. 첫째줄의 변화를 눈치채셨나요? 뭔가 군더더기가 하나 더 보이죠? 원래는 어제 자 편지 한 장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자꾸…뭔가 더 쓰고 싶어서요.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좀 웃기죠. 상, 중, 하로 중단편을 나눠 쓰는 작가가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중에 넘버링을 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각설하고, 아무튼 저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정했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나 좀 할까봐요. 이라 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요. 왜 이런 말을 하나면, 이라 님은 왠지 제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지도 않은 잘못을 찾으며 자책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좀 걱정돼서 그래요.

  처음 그 역에서 이라 님을 봤을 때…뭐랄까, 정말 신비로운, 초월적인 존재를 본 기분이었어요. 용 같은? 저번에 카페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말하지는 않았었죠 아마. 이런 말 하면 왕자님은 부끄러워하실까요? 그런 얼굴도 한번쯤 보면 재밌겠지만, 어쩌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도 같네요. 이라 님은 절 부끄럽게 만드는 데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자꾸자꾸 만남이 겹쳐지고, 이런저런 모습을 알게 됐지만, 결국 이라 님은 정말 곧고, 치열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제겐 과분할 정도로. 제가 이러는 건,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제가 이런 인간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오늘이 아니라도 좋으니 꼭 행복해지세요.


하늘의 달 21일, 에스텔.


"…에스텔 씨."


이미 그 다정함을 안다. 그리고 그 다정함의 대가로 돌아오는 것이 배반일까 두려워 한때는 감춰뒀을 뿐이라는 것도…지금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에스텔 씨야말로 이런 편지를 썼었다고 속으로 자책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사람이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마지막 편지를 펼쳤다.


이라 님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안녕하세요, 에스텔이에요. 아마 이 편지를 읽으실 쯤에 저는 다른 곳에 가 있겠죠? 하고 싶은 말을 전 편지에 이미 잔뜩 적어서 더 할 말이 있을지…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날에는 꼭 짧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었거든요.

  이라 님, 늘 고마웠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정말로 고마웠어요. 사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왠지 자꾸 도움만 받아 죄송한 마음도 있네요. 이방인이라니 낯설 법도 한데 이것저것 친절히 알려 주시고, 챙겨 주셔서…감사하고,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여행객이라도 겉보기에 좀 다르니까, 적당히 스쳐지나갈 사람으로 생각했을 법도 한데. 보탈리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이라 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만큼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떠나는 이유는…글쎄요, 저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일까요. 저번 편지를 보고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뭔가 좋은 게 생기면 잃어버릴 것부터 두려워해요. 바보같지만 그렇답니다. 이번에도…혹시라도 이라 님을 최악의 형태로 잃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래서 이렇게 회색 지대로 남겨두는 거예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이라 님이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쁜 건데 애먼 사람 탓하면 안되잖아요.

  이라 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종종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이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건 이라 님 의지와 상관없는 부분도 크고, 무엇보다 본인도 그걸 인정하고, 반성하고, 자신의 힘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보다는 해냈을 때 칭찬해주면 좋겠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떠난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기억들은 예쁘게 남아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제게도, 이라 님한테도요. 편지는…이라 님은 제가 지금 어디 있을지 모를 테니까, 마음이 정리되면, 그곳에서 편지를 새로 한 통 보낼게요. 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그냥 제 편지가 싫으시면 찢든, 태우든 해도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고도 남지.

  이만 줄일게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하늘의 달 23일, 에스텔.


편지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며, 그녀를 떠나보낼 뻔했던 날을 떠올린다. …아마 처음부터 자신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과 다른 모습의 사람들, 낯선 분위기, 혼자 담아두고 있었던 사정 때문에. …그리고 내가 그 방아쇠를 당겼겠지. 어쩌면 스스로 말할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이런 건 합리화일 뿐이잖아. 그런 상처를 주지 않고도 에스텔 씨와 쭉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을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이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득 두려워진다. 사실은 그 마음의 틈은 전혀 메워지지 않았고, 그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한 번 자신을 부정하게 되면, 다시 긍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은 분노의 정을 쥐고 태어난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그 마음 한켠에는, 그 때와 같은 생각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럼에도 에스텔 씨는 내 곁에 있는 것을 택했다는 것도…잘 안다. 분명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그래, 이런 일로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잖아. 이러다가 막 돌아온 에스텔 씨에게 화를 내 되려 상처를 준다면 그것이아말로 최악이다.


"…침착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본인도 걱정이 많으면서, 내가 걱정할 때마다 늘 다정하게 속삭여준 말을 되뇌어 본다. 그리고 그것이 주문처럼 에스텔 씨를 이끈 것인지….


"이라 님! 저 왔어요!"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아, 응…왔어?"


문을 열자마자, 걱정스러운 눈동자와 마주친다. 이래서는 숨길 수도 없어진다.


"무슨 일 있었어요? 왠지 저기압이네."


"아, 그게…. 그…편지를 봤어."


"아! 저어, 그게…."


역시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야, 에스텔 씨는 다시 돌아왔잖아. 동요하지 말자.


"우, 우선 앉을까. 피곤할 텐데."


에스텔 씨는 대답 대신 소파에 앉았다. 역시 신경쓰고 있는 걸까.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마 나도 그녀 못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그냥 영원히 혼자만 보려고 했는데…이렇게 이라 님 눈앞에 보여지게 되다니. 아침에 이라 님 시찰 나간 동안 갑자기 생각나서 읽어 보다, 예산안 조정 건으로 급하게 불려나가고, 그러고 바로 회의 시간이 다가오니까 치우지도 못하고. 그래서 거기 그대로 있었나 봐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얼마나 걱정했을까."


멋쩍은 듯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건넨 에스텔 씨는 나를 달래려는 듯 조심스럽게 등을 쓸어 주었다. 언제나처럼 다정한 손길이었다.


"아, 아냐…에스텔 씨가 미안할 게 아닌걸…. 이젠 아닐 걸 아는데도, 왠지 신경이 쓰여서…."


그 말에도 그녀는 그저 엷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저는 그 때 이미 최악의 형태로 이라 님을 잃어버릴 뻔했어요. 금방 다시 찾았지만. …그러니까 어디 안 가요. 딱히 이유도 없는데, 갈 리가 없잖아…."


어느덧 손끝에 온기가 겹쳐진다. 그녀의 손을 꼭 쥐자 부드럽게 손등을 쓸어내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래,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왜 편지를 아직 갖고 있었는지…물어봐도 돼?"


"음…일종의 사료라고나 할까. 그 때 그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간직하고 싶어서요. 스스로 반성도 좀 하고. 지금은 이런 고민 안 하니까. …어휴, 어쩜 그렇게 인간이 못됐는지."


그리 말하며 에스텔 씨는 내 품에 안겨 왔다. …따뜻했다. 어쩌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 온기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에스텔 씨. 나는 아마."


내 말소리에 반응하듯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올려다봤다. 그래, 나는….


"음…아마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에스텔 씨를 찾아냈을 거야. 만약 그 편지를 내가 받았대도, 어쩌면 그 전에도."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요?"


"…알면 되는 거잖아."


"흐음. …뭐, 이라 님 답고 좋네요. 사실 그런 점도 좋아해요."


그리 말하며 입꼬리를 올린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 왔다. 살짝 그 머리칼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니 그녀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에스텔 씨. …지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이라 님만 고맙나요? 나도 고마운데."


그 말과 함께 에스텔 씨는 씩 웃더니 내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물론 이것이 그녀의 애정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지만…나는 더 깊이 닿고 싶어. 놓지 않아. 천천히, 더 깊이 파고들자 그 문이 열린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를 동안 숨결을 겹치고…맞닿은 입술을 느릿하게 떼어내자 반짝이는 실이 길게 늘어지다 톡 끊어졌다.


"하아…또 어디 갈까봐 걱정된다, 그런 생각 한 거죠."


"…부끄러운걸. 다, 알고…있었구나…. 마, 마냥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야. 그치만, 에스텔 씨는…내가 나아가는 모습이 좋다고 했으니까. 사실…여전히 불안함이 가시질 않아. 하지만 걱정 끼치고 싶지도 않고, 미움받고 싶지도 않은걸…."


"이, 이 바보…! 이런 점이 제일 걱정된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요…저도 가끔 똑같은 걱정을 하기도 하고, 뭐 사람이 쉬어가는 때도 있어야죠! 어떻게 사람이 향상심만 갖고 살아. 나는…그냥 이라 님이 좋은걸요.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까지 다. 아주 인간적이고, 빛나 보여요."


그 말과 함께 에스텔 씨는 다시금 나를 끌어안았다. 그 팔의 온기도, 살짝 끌어당기는 팔의 힘도, 솔직하게 말해버린 게 부끄러운 듯 내 품에 얼굴을 묻는 것까지도 모두 좋았다.


"그리고, 다 티난다구요. 이라 님이 그…키스, 할 땐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안 놓아주겠다고 입으로 말하잖아요.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좀 말장난 같긴 한데…아무튼."


그런가. 그리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손이 뺨에 닿았다.


"음…그래도 뭐 어때요, 이미 다 들킨 마당에.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밖에서나 저 일 할 때는 자제 좀 하고."


"…응. 그럼, 나…한 번 더 해도 될까. 키스…."


"…! 저, 정말…! 지금이 네 시니까…일단 일곱 시 되기 전까지는 이게 마지막이에요!"


대답조차 잊고, 그녀의 뺨을 감싸고 다시금 입맞춘다. 왜 이다지도 그녀를 원하게 됐는지는…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 있지, 저녁은 어떻게 할래? 사실 돌아오면 제일 먼저 그걸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지금 주방에 말해놓고 나가서 먹고 올까요? 기분전환 할 김에. 대구 스테이크 먹어야지. 이라 님은 뭐 먹고 싶어요?"


"후후, 그럼 나는 봉골레?"


지금은 그저 곁에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그렇게 생각한다.

『드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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