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게!”

그깟 거, 누가 하면 뭐 어때. 대수롭지 않아도 그 시간 이후 윤우겸은 나를 움직이게 두질 않았다. 잔뜩 어질러 놓았던 술상을 치울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저녁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그 호의가 다음날까지 이어지면 좋아죽기만 하던 기분에 살짝 김이 서렸다.

“같이 해.”

“아냐. 앉아있어, 제발.”

우리 집이야 식구들 모두가 일을 해서 아침 당번이 정해져 있지만 윤우겸네는 그렇지 않았다. 전업 주부인 아주머니가 뭐든 다 해 주었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능숙하게 계란을 굽는다거나, 햄을 자른다거나 하는 것들이 윤우겸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태우고 너덜너덜해지거나 시간이 배로 걸렸다. 그럼에도 부득불 자기가 하겠다니 두고는 보는데, ‘제발’. 잘 쓰지 않는 말끝에서 나는 윤우겸이 무언가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거지 내가 해!”

“내가 치울게! 앉아 있어.”

“쓰레기 버리는 김에 편의점 갈 건데, 필요한 거 없어? 담배 사다줄까?”

무슨 서비스 의식이 들었는지 방 청소도 제가, 밥상 정리도 제가, 전부 줄곧 자기가 한단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란 듯 담배 심부름까지. 이쯤 되면 애인이 아니라 하인인거지.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덜컥 불안해지기부터 했다.

“왜 그래. 왜 자꾸 너만 움직이려 그래.”

“무, 뭐가. 그냥 해 주고 싶어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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