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니 

주의해주세요.





“배너 박사님, 이러다가 스콧, 곧 죽을 거 같아요.”

“무슨 이야기야, 피터?”


피터와 배너는 뒤에서 들려오는 스타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스타크씨....”


울먹이던 얼굴이 더욱 울상이 되었다. 피터가 대답하지 못하자 배너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


“스콧 말이야. 최근에 불면증이 더 심해졌나봐.”

“아직도?”


스타크는 미간을 확 구겼다. 그가 화를 내며 한숨을 내쉬자 두 사람은 가만히 그를 볼 뿐이었다.


사실, 스콧 랭이 뉴욕에 온 이유는 표면상으론 어벤져스 일을 도와준다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큰 이유는 바로 불면증 때문이었다. 함께 일을 하던 행크 핌과 호프 반 다인이 제발 스콧을 고쳐달라며 그를 원수와 같은 어벤져스에게 보냈으니 사태의 심각함에 대한 말은 다 한 것이었다.


“웬만한 방법은 다 써봤는데 효과가 없는 것 같단 말이지.”


배너의 말에 피터는 벽에 기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콧은 절대 잠을 편히 자지 않았다. 실은 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일단 침실에 억지로라도 끌고 오자.”


스타크의 말에 피터는 고개를 끄덕거리곤 재빠르게 그가 있을 만한 곳으로 뛰어갔다. 스타크도 페퍼에게 연락하며 복도를 서둘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토니.”

“어?”


배너의 부름에 스타크가 돌아봤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박사.


“스콧,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어.”

“그렇겠지, 그렇지만 우리와 이야기도 안하려고 하잖아.”

“그거야,”


행크한테 속아서 왔는데 너 같으면 우릴 믿겠냐.


그는 입을 다문 채 스타크를 볼 뿐이었다. 뭐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굳이 입 아프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반드시 고친다. 스콧 못 고치면 그 노인네가 얼마나 비웃을지 안 봐도 뻔하다.”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스타크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피터는 스콧을 찾기 위해서 격납고로 달려갔다. 분명 스콧이 이곳에 있다고 스파이더 센스가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격납고와 가까워질수록 피터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 격납고 쪽문을 열었다.


“스콧...!! 아 이런 젠장! 퀼 씨도 있잖아!!!!!!”


피터는 행복함을 느끼기도 전에 퀼을 발견한 순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에, 꼬맹이 왔냐?”


퀼은 건들거리며 피터를 놀렸다. 스콧은 그런 퀼의 다리를 발로 차버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는 다리가 부러진 냥 바닥을 뒹굴었다. 귀찮다는 얼굴로 퀼을 바라보던 스콧은 멍하니 자신을 보는 피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주치는 눈동자에 피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린다. 그러더니 횡설수설하며 스콧에게 다가왔다.


“저, 스콧 요즘 잠 못 자서 불면증 고쳐야한다고 스타크 씨가 침실로 오라고...”

“뭐? 토니 스타크가 왜 침실로 스콧을 불러?”


언제 회복되었는지 퀼이 자리에서 펄쩍 뛰며 피터 앞으로 달려들었다.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을 한 스콧이 그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너 같은 사람 아니거든.”

“스콧?! 어떻게 토니 스타크의 말을 그렇게 쉽게 받아드릴 수 있어?!”


가짜 눈물을 흘리며 질척거리는 퀼이 정말 귀찮았는지 스콧은 얼굴을 들이미는 그를 손바닥으로 밀어버렸다. 그러곤 피터를 보았다.


“침실이라면 회복실 말하는 거지?”

“아, 네!”

“참, 난 잘 자고 있는데 다들 왜 불면증이 심하다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스콧이 투덜거리며 피터를 보았다.


“무슨 소리에요, 스콧.”


‘아, 화났다.’


피터의 표정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스콧이 멋쩍게 웃으며 후다닥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스콧의 행동에 피터는 금세 무너졌다.


“스콧이 침대에 누워서 제대로 자는 걸 본적이 없는데~”

“하핫, 그...그런가. 하여튼 오라니까 빨리 가야지.”


그 토니 스타크를 기다리게 하면 또 어떤 잔소리를 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스콧은 슬쩍 웃었다. 그러곤 회복실 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피곤해보이네.”

“그러게요.”


피터와 퀼은 서로를 보았다. 걱정되는 마음은 아무래도 같았다. 작게 한숨을 쉬곤 피터는 스콧을 따라나섰다. 함께 가려던 퀼이 순간 걸음을 멈추곤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는지 그들이 향한 곳과는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회복실에는 스타크 말고도 배너, 나타샤가 있었다.


“나 하나 재우겠다고 몇 명이나 온 거야....”


스콧은 조금 머쓱해졌다.


“비전이랑 완다도 온다는 것을 막은 거야.”

“잘했어요, 나타샤.”


스콧의 말에 나타샤는 어깨를 들썩였다.

살짝 돌아서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금


“말랐네, 랭 씨.”


나타샤의 말에 스타크와 배너가 동시에 스콧을 보았다. 확실히 전보다 더 마른 듯 해보였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토니 스타크의 미간이 구겨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스콧은 레이저라도 눈에서 쏠 것 같은 그의 표정에 멋쩍게 웃으며 늘 그랬든 침대 맡에 앉았다.


“거기 아니야.”


바로 들어오는 태클.


역시 스타크는 믿지 말라고 했지.


“아니 거기 아니고 여기 챔버에 들어가라고~”


화내는 스타크에 스콧은 귀찮다는 얼굴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배너 뒤에 있는 챔버를 보았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스콧은 입맛을 다시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수면 가스로 영원히 재울 수 있는 모양새인데.,,”

“하하, 그런 건 아닐세.”


배너는 스콧의 어깨에 손을 얹고 툭툭 두드렸다. 완전히 믿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조금은 신뢰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챔버 앞으로 이동했다. 근처에서 걱정 된다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피터와 눈이 마주치자 스콧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캐시 잘 부탁해, 피터.”

“죽으러 가는 거 아니거든, 스콧 랭!!”


결국 스타크가 화를 냈다. 피터는 입술을 내밀며 스콧을 보았다.


“장난이야, 장난.”


더 이상 장난쳤다간 진짜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은 기분에 스콧은 후다닥 챔버 위에 앉았다.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고 누우니 배너가 심전도 체크기를 가슴팍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냥 불면증일 뿐이다.


스콧은 닫히는 챔버의 문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귓가를 시끄럽게 울리던 경고음이 잦아들고 한참동안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숨죽여 그를 지켜보던 피터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잠, 들었을까요?”

“......”


스타크는 피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과 배너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 넣은 걸작이었기에 잠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평소라면 유리를 두드리며 꺼내달라고 했을 시간이었지만 스콧은 여전히 조용했다. 스타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배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밝아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뭐가 그리 초조한지 모니터를 보며 손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왜 그러세요, 박사님...?”


피터가 우물쭈물하며 그에게 다가서자 배너가 고개를 들었다.


어라, 화난 거 같은데?


피터는 한발 물러섰고 나타샤는 빠르게 배너 옆에 섰다.


“잠 안든거야?!”


스타크가 화내며 유리를 두드리자 스콧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씨익 웃는다.


[잠.이.안.와]


그의 말에 배너가 순간 헐크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곤 한 순간에 부셔버려?”

“미안하다고 토니.”


배너는 스타크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뿐이었다.

헐크로 변한 배너가 그들의 걸작을 한방에 다 부셔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거 만든다고 꽤 고생했는데 바이탈 보니까 하나도 효과가 없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까, 참을 수 없더라고.”


다시금 화가 치밀었는지 배너의 목선을 따라 녹색 혈관이 도드라졌다.


“워워, 화낼 건 없고....”

“아, 그래.”


배너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곤 다시 무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나저나 스콧 상태가 점점 나빠지던데....”

“그거 큰일이군.”


배너와 스타크는 옆에서 튀어나오는 스티븐에 놀라 펄쩍 뛰었다. 공간이 어그러져 불꽃이 튄다. 그는 놀란 두 사람을 빤히 보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왔다.


“오랜만이군.”

“좀,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타날 순 없는 거야?”


스타크는 투덜거리며 팔짱을 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배너는 스티븐이 정말 간만에 얼굴을 비췄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어쩐 일이냐며 물으니 괜히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 상당히 수상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행차했냐고-”


스타크의 재앙을 부르는 말투에 그가 한숨을 쉬며 결국 입을 열었다.


“스콧이 아직도 잠을 잘 못 잔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지.”


고서적을 찾아봤는데 좋은 마법이 있어서.


그 말에 배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법으로 사람을 재운다?

물론 그 말을 한 자는 소서러 슈프림이었지만, 그런 것을 믿기엔 두 사람은 너무나 현실주의자였다.


“그게 통하겠어?”


비웃듯 말을 하는 스타크와 안될 것 같다며 비관하는 배너의 행동에 스티븐은 너희가 그 고귀한 일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얼굴을 했다. 서로 잡아먹을 듯 바라보던 세 사람.


“어, 닥터?”


스콧의 등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그들의 기 싸움이 무너졌다. 한 번도 보여준적 없는 얼굴로 스콧에게 다가가는 소서러 슈프림이라니, 스타크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배너를 보았다. 뭐,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하하, 그러게.”


생각만큼 잠을 깊게 못 자고 있네.


꽤나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 짓는 스콧.

스타크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벽에 기대섰다.


“아니, 둘이 엄청 친하네?”

“뭐, 그건 자네가 알건 없고.”

“....”


스타크가 화나든가 말든가, 스티븐은 스콧에게 다가갔다. 눈빛이 퀭한 것이 역시 잠을 많이 못 잔 것이 티가 난다. 한숨을 쉬며 스콧의 이마를 톡톡 두드린다. 그의 행동에 스콧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하여튼 내가 자넬 위해 숙면에 좋은 마법을 알아왔으니 한 번 해봤으면 해.”


스티븐의 말에 스콧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회복실 쪽으로 빠르게 몸을 돌렸다. 우다다, 달리듯 먼저 걸어가는 그의 행동에 배너는 스티븐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뭐야,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요?”

“뭐, 전에 캐시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 도와줬을 때인가.”


기억이 잘 안 나는군.


그는 피식 웃으며 스콧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니, 저 돌팔이는 별 것도 아닌 걸 자랑하고 그래?”


아아, 그러는 너는 별 것도 아닌데 화를 내냐.


배너는 차마 생각나는 말을 뱉지 못하고 입술을 축일 뿐이었다.

두 사람도 스콧과 스티븐을 따라 회복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피터와 스티브도 함께 있었다.


“어, 스티브?”


스타크는 오랜만에 본 스티브에게 인사를 건넸다.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 그는 이내 스콧을 보곤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임무 다녀오기 전보다 더 안 좋아 보인다네.”

“미안합니다, 괜한 걱정 시켜드리는 것 같아서...”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말하는 스티브.

스콧은 쓰게 웃으며 침대 맡에 앉았다. 쫄쫄 쫓아서 옆에 앉은 피터가 입술을 내밀며 그를 보았다.


“닥터, 마법 알아 왔다면서요?”


피터의 물음에 스티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내 스콧에게 침대에 누우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얼결에 꾸역꾸역 누운 스콧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들을 바라본다.


“누웠으면 좀 자라.”


스타크의 한 마디가 얹어지고 스콧은 부스스 웃으며 눈을 감았다.

스티븐은 눈을 감고 스콧의 머리 위에서 마법을 위한 손동작을 진행했다. 조금씩 빛이 만들어지고 어느새 탁구공만한 크기의 구체가 손가락 끝에 맺혔다. 눈앞에서 빛나는 것이 신경 쓰일만 했는데 스콧은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잠에 빠진 것인가!


피터는 조금 밝아진 얼굴을 하며 스콧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서 다가갔다. 스타크와 스티브 그리고 배너도 신기한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한발 다가섰다.


움찔


스콧의 손끝이 갑자기 움직였다. 스티븐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으..”


순간 그가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옆으로 툭, 떨어트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피터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편없이 구겨지는 스콧의 미간에 많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뭐야, 왜 이래?”


스타크의 말에 버튼이 눌렸는지 스콧의 몸이 발작하듯 튕겨졌다.


“하..으...하...싫어....제..발....”


결국 스콧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놀란 피터가 스콧의 얼굴을 감싸며 스티븐을 보았다.


“깨워요!!”

“젠장, 잠깐. 갑자기 깨우면 무리가 간다고!”


스티브와 배너가 침대에서 발버둥치는 스콧의 양팔을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스티븐은 그를 깨웠다. 벌벌 떨리던 어깨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핏줄이 서도록 침대 시트를 움켜잡고 있던 손은 힘이 풀렸는지 축 늘어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눈꺼풀.


“스콧, 괜..괜찮아요?”


피터의 울먹임에 긴 숨을 내뱉는 스콧.

파르르 떨리며 올라가는 긴 속눈썹과 물기가 가득 찬 스콧의 올리브색 눈동자에 피터가 비춰졌다.


“...미안”


여전히 떨고 있는 손을 들어 눈가를 누르는 스콧의 행동에 스타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항상 이렇게 악몽을 꾼 거야?”


스타크의 물음에 스콧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80퍼센트, 아니 90퍼센트 정도인가.


그의 대답에 스타크는 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잠드는 것이 괴로운 것이었나.


“역시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군.”


배너는 스콧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잡고 있던 그의 팔을 놓았다. 스티브는 쓰게 웃으며 스콧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줄 수 있나?”


그의 말에 스콧은 대답 대신 그저 웃을 뿐이었다.

말 해줄 수 없다는 얼굴로 혼자 고뇌하는 그가 너무 가여워 피터는 결국 자리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나가버린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스콧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떨어트린다.


“뭐야, 꼬맹이가 엄청난 얼굴하고 뛰어 나가던데 무슨 일 있....구나.”


퀼이 회복실 문을 열며 들어오다가 묘하게 어두운 방 분위기를 느끼곤 입을 다물었다.


“아! 개미 씨!!”


그러나 뒤에서 쫓아 들어오던 맨티스의 입을 막진 못했다.

해맑게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를 보고 스콧은 최대한 밝게 웃어줬다.


“어, 오랜만이에요. 맨티스.”

“네- 정말로요. 근데 개미 씨 요즘 잠을 통 못 잔다고 퀼이 그랬어요.”


스콧은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퀼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조금 민망해졌는지 퀼은 헛기침을 하며 약간 옆으로 섰다.


“저 남을 재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밝게 웃어주는 그녀.

배너는 민망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콧을 뺀 나머지의 얼굴이 말도 아니었다. 하기야 재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사람들의 얼굴이긴 했지. 스콧은 고맙다며 손을 뻗었고 맨티스는 덥썩 그의 손을 잡았다.


“...”


주르륵,

맨티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스콧!”

“에, 네?”


완전 펑펑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퀼을 제외한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그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너무 외롭고, 고통스러움이 느껴져요. 히끅- 항상 이렇게 생각, 하고 있었던 건가요?!”


스콧은 퀼을 보았다. 마음을 읽는 건가 싶어서 손을 빼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서 쉽사리 그 손길을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맨티스의 능력은 재우는 것만 아니라 그 감정을 읽을 수도 있다는 거야.”


퀼은 스콧을 보았다.


“스콧, 잠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맨티스를 데려온 거니까. 오늘만큼은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 봐.”


스콧은 퀼을 봤다.

시원하게 웃어주는 그를 보니 조금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깊은 한숨을 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제야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잠을 못 자게 된 건 순전히 나의 탓이야.”


3년 전 스콧은 샌쿠엔틴 감옥에 수감되었었다.

한순간의 오기로 다니던 비스타 사의 비리를 털고 고객에게 돈을 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후회한다거나 그런 유치한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고 있던 비스타 쪽에선 억울했는지 여러 방법으로 스콧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가 사랑하는 캐시와 만나지 못하도록 조취를 취해 놓은 것도 한가지였고, 육체적으로도 힘들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뭐, 그냥 그런 일들.”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지 스콧을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 자리의 사람들은 그를 추궁하지 않았다. 스콧은 한숨을 푹 쉬곤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맨티스를 보았다.


“말하고 나니까 조금 후련한데, 지금 내 마음은 어떻게 느껴져요?”


스콧의 물음에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눈을 감았다.


“고마움이 느껴지네요.”


아아,

매번 귀찮게 굴던 그가 오늘은 조금 덜 귀찮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스콧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타크, 스티브, 배너, 스티븐 그리고


“피터- 이리 나와.”


살짝 열려있던 회복실 문 뒤에서 그가 고개를 내밀었다. 울 것 같은 얼굴. 스콧은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어느새 다가와 옆에 선 피터에 스콧은 그제야 입을 연다.


“고마워.”


멋쩍은지 휙 뒤돌아 서 버리는 스타크와 그를 보고 웃는 스티브.


“뭐가 고마워. 결국 아직 불면증은 고치지도 못했는데.”


투덜거리는 그를 보던 스콧은 옆에 앉아있는 맨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맨티스, 잠 재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죠?”

“네, 그렇긴 한데....”


맨티스는 건너편에 서서 둘을 바라보고 있는 스티븐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피터도 두 사람 사이에서 말없이 서 있다가 걱정된다는 말과 함께 스콧에게 한발 다가섰다.


“아까, 잠들었을 때 괴로워했잖아요.”

“...내가 말했잖아. 항상 그런 건 아니라고.”

“그래도...”


스콧은 머뭇거리며 서 있는 피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콧을 봤다.


“네가 손을 잡아주면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 걸.”

“네?”


캐시가 곁에 있으면 조금은 잘 잤다고 해야 하나-


스콧이 웃으며 말하니 퀼도 결국 픽- 웃어버리고 만다.


“우, 또 그래요!!”

“하핫, 아니야. 어린 아이 취급이 아니라.”


그만큼 편하다는 소리야.


스콧은 빠르게 피터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눕혔다.

마주치는 시선. 피터는 그 시선을 피했고 스콧은 또 파하핫, 웃어버렸다.


“맨티스, 부탁해요.”

“...알겠어요!”


그녀가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댔다.

스콧은 그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편히 잠들어요.”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스콧은 까무룩 잠들었다.







“조용히 해, 이 꼬맹아.”

“퀼 씨나 조용히 하시죠?”

“어쭈, 손을 혼자 독식하고 있다고 기어오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퀼 씨뿐이거든요~”


스콧은 뻑뻑해진 눈꺼풀을 미간을 구기며 겨우 들어올렸다.


“야, 결국 깼잖아!”

“아, 진짜 왜 그게 저 때문이에요?!”


아, 시끄럽다.


“시끄러, 두 사람.”


“아, 미안.”

“아, 죄송해요.”


둘은 순간 조용해진다.


“나, 얼마나 잔거야?”


그의 질문에 피터가 펄쩍 뛰며 대답한다.


“엄청 오래 잤어요! 제 손을 잡은 덕에 말이에요...하하..”

“맨티스 덕분이지, 네 덕이 아니지 않을까?”


퀼은 눈꼴 시리다는 듯이 피터와 스콧이 잡고 있는 손을 째려봤다. 그 시선에 스콧은 손을 빼려고 했지만 갑자기 꽉 손을 맞잡는 피터에 그러지도 못하곤 어정쩡하게 웃을 뿐이었다.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절대 스킨쉽이 있어야 잠든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사실 그랬다.


다들 불면증을 고쳐주겠다고 그랬지만 그건 고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마음, 그리고 몸이 그렇게 불면증에 시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감방에 있을 때도 루이스의 손이라도 잡고 자야 그나마 괴롭지 않게 잠들 수 있었다.

하긴 오죽했으면 나중엔 개미들이랑 함께 잠을 잤을까?

곁에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이 밀려와서 잠들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대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손 잡아달라고 한거니까.


“그만 싸워.”


지겹지도 않게 게속 싸우는 두 사람.

스콧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하루에 한명씩 도와달라고 하자.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정말 괜찮아지지 않을까?

 



블로그: blog.naver.com/kilaf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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