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을 때는 반쯤 잠들어있는 것 같고 잠들어있을 땐 반쯤 깨어있는 것 같은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딘가 몽롱하고 모든 감각이 낯설다 꼭 세상에 발을 처음 내딛는 사람 처럼.

모든 것이 위태롭고 넘어질 것 같이 아슬하다. 매일 새벽 세 네시 즈음이면 잠에서 깨는데 약을 먹어서 나타나는 부작용인 것 같다. 한번 깨면 다시 잠들 수 없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 선명하게 깨어있을 때 요란하게 모두를 깨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속에서 끓는다.

병원 예약이 있었는데 깜빡 잠에 드는 바람에 진료를 보지 못했고 다음 주로 예약을 미뤄야 했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야하는데 알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싫은 것들을 계속 미루며 살 수만은 없는건데 난 어쩐지 자꾸만 뒷걸음 치면서 걷는다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봄에는 바보같은 짓을 마구 해버리고 싶다

난 가끔 나를 확실하게 망쳐버리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거라면 지금껏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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