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로장露仗] 상실감




 항상 해오던 일을 실패했다. 실패라고 하기에는 갑작스럽게 막혀버린 자신의 능력이 당황스러웠다. 십년 이상 함께하던 능력이란게 막혀버린 건 당황함 이상으로 충격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충격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연하게도 동료를 위해 먼저 뻗어져야 할 손이 자신의 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손이 닿아도 소용없다. 우스꽝스럽게 허공에 손을 휘둘러도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짓말. 어색하게 웃어보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은 똑같았다. 죠스케는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코이치에게 손을 뻗어봤다. 피 웅덩이에 잠긴 그가 혹시나 죽지는 않았을까 두려운 마음이 온몸을 지배했다. 빨리 그를 잡아 아수라장에서 일으켜야만 한다. 차라리 도망가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잖아.


 “죠, 죠타로씨. 거짓말이죠.”

 “도망가라 죠스케. 네 능력이 없는 한 우리는 전멸이니 너라도 해결방법을 찾아.”


 쓰러지기 전 그가 남긴 말이 귓가에 울렸다. 조금은 무모했던 이 작전의 핵심은 죠스케, 그 능력이었다. 모두가 스러져있을 때 그들을 일으켜 마지막 역전을 노렸다. 적의 스탠드 능력도 모두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나오지 않는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상황을 마비시켰다. 믿음이 과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능력에 브레이크를 걸어 두려움을 심어버렸다. 정말 죽을 거야, 죠스케의 주위에 쓰러진 모두가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적의 그림자에 시선이 쏠려 제대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스탠드가 나오지 않아 멋대로 굴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못해. 죠스케는 절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아 그림자를 향해 오갈 곳 없는 분노를 표했다. 도망치라는 말을 실천하기에는 이미 늦었슴다 죠타로씨. 이곳에서 다 같이 죽는게 제 마음에 편할지도 모름다.


 “그 히가시카타 죠스케라고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별것도 아니잖아. 이런 놈한테 다 졌다는 거야? 수치다. 수치야.”


 죠스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스탠드를 쓸 수 없는 자신은 이런 싸움에 끼어들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오히려 방해물이었다. 방해물? 점차 다리의 떨림이 멈춰갔다. 이런 취급을 당하는 건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다. 어색한 미소가 절로 입가에 머물게 된다. 고개를 들어 똑바로 앞의 적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나올 느낌은 들지 않았다. 허세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죽음은 각오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주먹이라도 한 번 내지르고 가는 게 좋을 테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은 생각을 잔뜩 먹은 죠스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의 남자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우스운 듯 큰 웃음이다. 제대로 말도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할 수도.


 “비참하구만! 히가시카타 죠스케는 이제 아무런 능력도 쓰지 못해! 동료들이 널브러져 있고 회심의 작전은 모두 실패. 그에 비해 너의 반응은 실격이야. 못쓰게 됐다고 그대로 무너지는 거, 재미없네.”

 “……네놈 능력이냐?”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어이쿠. 저쪽 친구는 죽겠네. 어서 병원에 대려가는 게 좋겠어. 내가 친절하게 병원에 전화는 해뒀으니까. 잘 가!”


 이를 악문 죠스케의 목소리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남자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잡지 않았다. 아니, 잡을 수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무력한 자신이 잡아 무엇을 할까. 죠스케는 황망한 거리 안에서 제대로 된 정신이 아닌 채 멍하니 피를 흘리는 ‘동료’들에게 달려가 상처를 살폈다. 평소의 그라면 진작 고칠 수 있던 모든 상처들이 지금만큼은 위중했다. 가볍게 보지 말았어야 한다. 스탠드 능력에 당한 것이건 아니건 방심했던 건 분명하다.

문득 상처를 지혈하던 죠스케에게 책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라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들려왔다. 도망치라고 했잖아. 도망쳐서 후를 기약했어야지. 너를 믿었는데. 도망쳐서 우리를 구했으면 됐잖아.


 “히가시카타.”


 이것도 환청일 거라 생각했다. 이곳에서 멀쩡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를 사람은 없다. 죠스케가 옷을 찢어 상처를 덮고 있는 위로 다시금 누군가의 그림자가 덮였다. 마음이 변심해서 나를 죽이러 온 거겠지. 목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멋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쳐다볼 시간에 나를 죽이고 다른 동료들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는 게 이득 아닐까. 맘대로 하십쇼. 침착해질 대로 침착해진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말해놓고도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절대로 보지 않을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무서웠을지도.


 “히가시카타. 그새 네놈 귀까지 당했나?”

 “로. 로한.”

 “다른 곳은 끝났다. 이런 한심한 꼴을 보려고 내가 돌아온 게 아닐 텐데, 정신 차려.”

 “아.”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죠스케의 대답이 묻혀버렸다. 번쩍이는 조명들과 급히 뛰어오는 구급대원들의 말소리가 주위를 채우자 비로소 싸움이 끝났다는 걸 알렸다. 무의식중에 떨리는 죠스케의 팔을 잡아채 물끄러미 바라보는 로한의 표정은 딱히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묻어나온 피가 죠스케의 피가 아니란 걸 당연하게도 알고 있는 로한이다. 진작 고칠 수 있는 상황, 굳이 참견하고 싶지 않다. 로한은 팔을 놓고 잡았던 손을 털었다. 피가 묻었어. 이상하게도 로한은 남의 피는 딱히 묻히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불쾌하게도 더럽히는 게 원고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이 승리한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완전한 패배의 현장. 말없이 로한은 코이치들을 싣고 있는 구급차에 몸을 맡겼다.



***


 “하.”


 복도의 의자에 앉아 음료수 캔을 따는 데도 힘이 들었다. 당연한 힘이다. 특별한 힘이 아니었고 그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악력일 뿐이었다. 애초에 힘이라고 할 것도 없는 캔 따기일 뿐인데 죠스케는 물끄러미 손에 들린 캔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상상해왔던 평범한 힘이 싫었다. 남들과 같아 눈에 띄지 않는 삶은 꽤 꿈꿔왔던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럴 때는 아니다. 눈앞에서 잃어버리는 일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죽어버리면 다신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은 태연히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의사가 말하기를, 코이치나 오쿠야스. 죠타로는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여전히 능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던 기합도 무엇도 남지 않았다. 시험 삼아 다시금 크레이지다이아몬드를 꺼내보려 해도 소용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어떻게 스탠드 능력을 사용했던 거지? 예전 코이치에게 설명했던 방법 그대로를 생각해봐도 똑같았다. 애초에 숨 쉬듯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며 억지로 내보내려 하는 건 어려워. 죠스케가 고민에 빠져 음료를 마시지 않을 즈음, 다른 음료 캔을 들고 로한은 죠스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능력이 아예 없어진 거냐?”

 “그런 것 같네요. 아. 꼴좋다고 하러 온 거면 그냥 가주십쇼. 저, 지금 굉장히 패닉 왔으니까요.”

 “꼴좋네.”


 정말 말 안 들어. 죠스케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캔 안쪽에서 찰랑거리는 음료가 맑다.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라도 죠스케는 현재의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결국 도피를 선택하고 마는 것. 로한은 그게 맘에 들지 않았다. 이런 비아냥대는 말에도 꼬박꼬박 돌아오지 않는 말대답. 풀 죽어 있는 모습이 퍽 맘에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좋지는 않았다.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려, 아주 작은 가능성마저 없애버리는 꼴은 옆에 서 있을 동료로도 같이 싸우는 자로서도 불합격이다. 후천적으로 얻어버린 스탠드라는 편리한 능력은 마찬가지다. 시간의 차이가 느껴져, 그게 얼마건 로한이란 사람은 집착하기 마련이어도 그 이상으로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통에 따라 얻은 능력은 고작 1년이 될까 했기 때문에.


 “우습죠. 로한쌤은 지금 이런 제가.”

 “뭘 새삼.”

 “나는. 로한이 죽도록 다쳤어도 고쳤을 거라고요.”

 “그러냐.”


 툭. 로한은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정말 어쩌다 고개를 돌렸을 때, 죠스케는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우는 장본인도 그걸 보는 로한도 말이다. 아무리 여러 싸움을 겪고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이 생긴 다이아몬드라는 녀석도 결국은 똑같은 건가. 서럽게 울었다면 로한은 그 즉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소리 없는 울음은 나쁘지 않았다. 단순한 이유에서 거슬리지 않았기에. 갈고 갈아 몇 번이고 무너질 상황을 버텨온 단단함이 예상치 못한 위기에 금이 갔다. 자존심도 긍지도 다짐도 그 무엇도 지금을 이겨낼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기둥이 되어줄 친구도, 조언자도 남아있지 않았다.


 “억울해해도 결국 이번 실패는 너 때문이다.”

 “……알고 있슴다.”

 “실패한 걸 기억해라 히가시카타.”

 “알고 있다고, 키시베 로한!”

 “그러니까.”


 변덕이다. 그냥 지금 순간에 무너지면 안 될 남은 마지막 히든카드이니까 어쩔 수 없이 위로해주는 것뿐이었다. 로한은 죠스케를 다시 잡아당겼다. 어린애의 뒤처리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은 알고 있다. 살짝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주는 로한은 퉁명스러운 표정이었다. 딱딱한 어깨여도 충분히 쉴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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